제네시스의 D세그먼트 세단 G70 페이스리프트를 타봤다. 지난 5월, 제네시스는 G70의 라인업에서 2.0 가솔린 터보를 단산한 바 있다. 대신 2.5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하며 상품성을 보강한다. 의외였다. 일반적인 산업동향에 따르면 고배기량 엔진은 환경규제나 생산성 개선등의 이유로 삭제되기 마련이다. 즉, '라이트사이징'의 시대다. 실제로도 제네시스 G70의 트림 선택률은 2.0T 모델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을 앞둔 마지막 마이너 체인지로 예상된다. 디자인의 변화가 아닌 엔진 유닛을 변경했다는 사실 자체로도 의외의 선택이라 느껴졌다.
G70은 오직 제네시스 브랜드를 위해 개발된 최초의 차량이었다. 포트폴리오를 따라 G90과 G80이 선공개되긴 했었지만, 실질적으로 현대자동차 라인업의 컨버전 모델이다. 각각 제네시스와 에쿠스의 후속으로, 후륜구동 세단이라는 특성상 타게팅이 고소득층을 향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G70은 D 세그먼트로 개발된 최초의 내연기관 후륜구동 세단이었다. 앞서 기아자동차에서 '스팅어'라는 패스트 백 세단을 신규 공개하기도 했지만, 브랜드와 세그먼트는 물론 5도어 세단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는 확실했다.
그룹사 차원에서 전무후무할 중형 스포츠 세단이라는 점이다. 정확히는 마지막 내연기관 방식의 후륜구동 D세그먼트 세단이다. 출시부터가 최초였지만, 그렇다. 제네시스는 2025년 이후로 개발되는 신차는 전부 전기차가 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연료전지 자동차와 함께 포트폴리오를 보완하겠다는 투-트랙 전략으로 구체화하기도 했다. 즉, 후륜구동 스포츠 세단이라는 아이덴티티는 유지하더라도 모터 유닛을 탑재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그룹이 본사의 N 디비전과 함께 고성능 자동차 시장에 진입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라 아쉽긴 하다.
아무렴, 위와 같은 이유로 제네시스 G70의 마지막 변화가 참 궁금했다. 현대자동차 그룹 차원에서 앞으로는 없을 후륜구동 내연기관 스포츠 세단이다.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가질 수 있었던 투-라인 디자인은 제네시스의 패밀리룩을 철저히 따른다. 다만 소비자들이 G70의 마이너 체인지를 기다렸던 이유는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 있는 익스테리어에 있다고 생각했다. 구동 계통의 레이아웃을 유지한 채 바디패널을 변경하는 페이스리프트의 특성상 디자인이 매끄럽고 자유로울 수 없다. 왜인지 어색한 전면 디자인과 밋밋한 리어 엔드에 대한 평가는 상반된다.
개인적으로 G70의 페이스리프트는 사진보다 실물 파다. 개인적으로 헤드램프 길이가 짧고 라디에이터 그릴과의 이격 거리가 너무 길다고 느꼈는데, 실제로는 라디에이터 그릴이 돌출되어 있는 실루엣을 연출해 준다. 공격성을 표현하는 것이다. 정면에서만 바라보면 고급스러우면서도 날렵한 인상이 매력적이다. 조금만 더 차폭을 강조하는 디자인이면 좋았을 것 같지만 제네시스의 막내로서 젊음의 감성을 잘 담아냈기도 하다. 측면 디자인은 언제 봐도 멋스럽다. 길게 뻗은 보닛과 볼륨 있는 리어 펜더가 후륜구동 스포츠 세단의 전형과 같은 모습이다.
출시 당시부터 적용해온 19인치 휠은 G70의 스탠스를 살려낸다. 얇은 스포크 덕분에 내부 브레이크 캘리퍼가 돋보이기도 한다. 이번 마이너 체인지를 통해 브렘보 브랜드가 붙은 4P 브레이크를 전 사양 기본화했다고 한다. 추가로 타원형의 머플러 팁도 기본으로 적용된다. 고성능 엔진 탑재에 따라 제동성능에 대한 기초 보강을 더한 셈이다. 디자인 자체는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고 트렁크 리드가 밋밋한 느낌은 여전하다. 그래도 펜더의 볼륨과 뱅글 부트 형태의 웨이스트 라인은 스포츠 세단의 역동성과 진중함을 잘 배합하고 있다고 느낀다.
이번 마이너 체인지와 함께 신규 엠블럼이 적용되었다. 엠블럼 형상은 거의 유사한데, 프린팅이 아닌 실제 금속 표면 가공을 통해 정교함이 돋보이는 '기요셰' 패턴이 활용된다. 센터페시아 디자인도 일부분 변경되었다. 다이얼과 버튼 디자인이 변경된 것이다. 터치 인터페이스를 적용하고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소재를 더했다. 베이지 컬러로 보는 G70의 인테리어는 더욱이 화려하다. 가죽과 스웨이드 소재로 꼼꼼히 마감한 인테리어 패널과 실내 곳곳을 장식하는 스티칭 패턴, 알루미늄으로 마감한 각종 가니시들도 매력적이다.
사실 베이지 컬러의 영향이 큰 듯 디자인 자체가 화려한 모습은 아니다. 프리미엄 세그먼트라는 점에서 소재에 대한 차별화가 확실할 듯,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적극 채용하는 양산형 신차의 인테리어가 더욱 새롭다고 느끼는 소비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트에 앉아보는 순간 확실히 프리미엄 세단은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두께감 있는 시트의 지지력과 자유로운 시트 포지션, 촉감으로 느껴지는 따스한 인테리어 마감과 차가운 버튼들이 대비를 이룬다. 특히 두터운 휠의 그립을 잡고, 알루미늄 패들 시프트를 건드리면 느껴지는 촉감이 참 산뜻하다.
좋은 승차감이란 표현은 참 모호하다. 보통 편안한 자동차를 찾는 소비자라면 G70을 제값 주고 소유하기에는 아쉬움을 클 것이다. 충격을 잘 흡수해 주는 섀시 타입이 아니고, 스티어링 휠도 무겁고 시야도 답답한 편에 가깝다. 스포츠 세단이라는 명목하에 안정성 위주의 세팅을 진행한 것이다. 스포츠 세단으로써 좋은 승차감이다. 사실 G70을 시승한 경험은 여럿 있었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타보는 G70의 단단하고 묵직한 승차감은 센세이셔널 했다. 국산차는 물렁하고 편안하다는 인식을 지우기로 한다. 다소 노면 충격이 올라오더라도 의도대로 움직이는 섀시가 믿음직스럽다.
프리미엄 브랜드란 믿음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다. G70은 단순히 작고 고급스러운 자동차라기보다는 '스포츠 세단'이라는 본질에 어울리는 성격을 지녔다. 2.5 가솔린 터보 엔진의 채택도 마찬가지다. G70의 섀시는 믿음직스럽고, 고성능 엔진에 대한 갈증을 불러일으킨다. 기존 2.0T 모델을 시승했을 때 느꼈던 생각이다. 배기량이 0.5L 늘어나면서 최고출력은 약 50마력, 토크는 8kg.m 이상 증강된다. 전자식 사륜구동까지 적용된 시승차량은 타이어 그립을 더욱 끈끈하게 붙잡고 트랙션을 확보한다.
304마력의 힘은 생각보다 강렬하다. 힘이 차고 넘친다는 생각을 떠올릴 수 있다. 기존 국산 전륜구동 중형 차로 풀스로틀을 밟던 습관을 떠올려보면 G70 2.5T의 가속감은 익숙지 않다. 하지만 두려움은 이내 사라진다. G70의 섀시는 기민했다. 스포츠 세단의 매력이다. 제네시스 G70은 브랜드의 엔트리 세단이지만, 유일무이한 스포츠 세팅의 세단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아마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크기를 떠나 G70보다 G80의 승차감을 선호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두 차량의 내재된 본질과 가치는 다르다.
G70은 뒷좌석이 좁은 세단으로 악명 높다. 실제로도 체급에 비해서는 많이 좁다는 느낌이 다분한데, 그래도 매스컴 여론에 비해서는 괜찮은 수준이라 느꼈다. 그리고 G70은 딱히 탑승객을 배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승용차가 아니다. 수요층도 비슷한 의도로 선택했을 것이다. GT 카 성향의 스팅어와 G70의 경쟁에서 스팅어가 패배했으니 말이다. 스팅어 단종 이후, 국산 후륜구동 스포츠 세단의 선택지가 G70으로 완전히 좁혀졌다. 그렇기 때문에 제네시스 G70은 2.5 가솔린 터보를 기본 사양으로 탑재하여 스포티한 성격을 강화했다는 생각도 든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소비자의 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 대중들의 평판을 위해서다. 제네시스의 라인업 변경은 단가 상승을 수반했고 어쩌면 소비자들에 대한 강요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성이라고 보겠다. 기존 2.0T의 출력으로는 아쉬움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차량에 대한 싫증을 방지하기 위해 고출력 엔진의 기본화를 선택한 것 같다. 서론에서 밝혔듯이 라이트 사이징의 시대다. 전무후무할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을 기념하기 위해서라도, 고성능 엔진과 브레이크를 끼워 파는 제네시스의 강요는 옳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