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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파의 배려심, 포드 브롱코 시승기

크로스오버 문화의 정착으로 비단 세단과 해치백만 판매량이 감소한 건 아니다. 오히려 가장 큰 희생양이 된 건 바디 온 프레임 타입의 정통 SUV다. 많은 기업들은 제품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사의 SUV를 모노코크 바디로 재설계 했다. 한 술 더떠 SUV와 쿠페의 장점을 섞어낸 승용차도 있다. 물론 기업의 입장에서는 더 나은 수익원이 생겨났다는 점에서 문제가 없다. 이성적인 소비자들의 판단도 동일하다.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바디 온 프레임 타입의 SUV는 경제성과 효율성 면에서 뒤처지게된다.

그럼에도 정통파 SUV 시장은 살아있다. '레트로 퓨처리즘'을 지향하는 몇몇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이끌어 가는 중이다. 시장 규모는 좁아도 경쟁이 치열하지 않고, 충성고객들이 지지층이 된다는 점에서 부가가치도 높다. 결과적으로 정통 SUV의 시장성을 캐치한 포드는 자국 시장을 중심으로 '바디 온 프레임' 타입의 신규 SUV를 출시하게 된다. 2020년, 정확히는 25년 만의 부활이었다. 1996년 단종되었던 '브롱코'의 클래식 모델을 오마주 하고, 포드의 중형 픽업트럭 '레인저'의 플랫폼을 공용했다.

소비자들의 니즈와 원츠가 확실한 시장이라는 점에서 브롱코의 패키징은 전형적이었다. 도심 지향형 크로스오버들과는 다른 투박한 디자인과 웅장한 차고다. 오프로드 성능을 위해 4륜 구동을 기본으로 하며, 후륜 현가장치는 리지드 액슬 타입이다. 또 하나의 핵심은 지속가능성입니다. 라이트 사이징을 실현한 트윈터보 에코 부스트 엔진, 9단 변속기와 총중량 2.3톤의 경량 프레임으로 효율성을 확보한다. 과거의 정통을 답습하고 있지만, 단점을 개선하고 장점은 극대화하는 것이 '레트로 퓨처리즘'의 정설이다.

시승 차량은 포드 브롱코 4도어 2.7 가솔린 Outer Banks 트림이다. 한국 시장에서는 아우터 뱅크 단일 트림으로만 정식으로 수입되고 있다. 서론에서 밝힌 내용처럼 배기량 2.7L 급 에코부스트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과 10단 토크컨버터 변속기를 탑재한다. 편의 장비도 풍부한 편이다. B&O 사운드 시스템과 서라운드 뷰 카메라, 12인치 디스플레이, 그리고 전자식 트랜스퍼 케이스 등이 적용된 사양이다.

클래식 모델의 디자인을 오마주한 브롱코는 시선을 사로잡는 인상이다. 특히 원형의 헤드램프 DRL은 정비 용이성을 중시 여기던 초대 다목적 자동차들의 특징이 나타난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하나의 프레임에 통합시켰고, 포드 대신 브롱코의 레터링을 적용한 점도 헤리티지를 중시 여기는 성격이다. 바디 온 프레임 타입 SUV답게 충격 흡수를 위한 범퍼, 그리고 캐빈 룸 공간이 철저히 분리된 느낌이다. 돌출된 범퍼는 SUV의 강인함과 듬직함을 엿보기에 좋은 소재다. 각이 잡힌 채로 꺾여있는 보닛 디자인도 인상적이다.

바디온 프레임 타입 SUV는 프런트 오버행이 짧고 휠베이스가 길다는 특징이 있다. 그런 정통 오프로더의 비율 감각이 브롱코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사용성을 위해 리어 오버행은 짧게 구성했다. 펜더를 돌출시킴으로서 원형이 되는 흙받이의 형태를 형상화한다. 직선 위주의 캐릭터 라인은 단단한 인상을 심어주는데,필러리스 도어와 분리형 하드탑으로 강렬한 색채 대비가 나타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지상고가 높고, 휠 스트로크 거리가 긴 형태는 SUV 고유의 성격을 표현하는 것이다.

뒤에서 바라보는 디자인은 그저 간결하다. 해치게이트가 우측으로 개폐되기 때문에 테일램프는 양 끝 바디 패널에 세로로 부착했다. 측면에서 바라본 모습처럼 차체와 하드탑의 구분이 확실하다. 그리고 하드탑 개방 시 적재용량 확보를 위해 리어 패널의 높이가 조금 더 높다. 스페어타이어가 해치 게이트 중심에 부착되며 번호판은 좌측으로 쏠려 있다. 무게, 원가 등의 문제로 스페어타이어가 사라지는 추세를 보면, 브롱코는 헤리티지 아이템 중 한 가지로 스페어타이어를 활용하는 듯하다.

외관은 정통 오프로더를 지향하지만 세련미를 보여주는 인테리어가 반전된 매력이다. 클러스터는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아날로그 계기판이 합쳐져 있고, 중앙에는 12인치 크기의 센터디스플레이로 스마트폰 미러링을 지원한다. 대시보드 상하단에 트랜스퍼 케이스 조작 부나 공조장치 등 버튼들이 배치되지만 디자인은 깔끔하다. 센터 콘솔에는 기계식 기어 레버와 드라이브 모드, 그리고 윈도우 버튼이 있다. 창문 분리 시 전원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어트림에는 아무런 버튼이 없다. 대시보드 양 끝의 손잡이가 승하차를 돕는다.

박스 타입 바디덕분에 2열 공간은 넓고 쾌적하다. 천장의 높이차가 없고 센터터널도 굉장히 낮은 편이다.역시 승하차 편의를 돕기 위해 B 필러에도 손잡이가 마련된다. 1열과 마찬가지로 윈도우 버튼은 센터 콘솔 뒤편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외 편의 장비는 암레스트 정도로 2열 옵션이 풍부하진 않다. 트렁크는 하단의 스윙 도어를 개방하면, 상단 글래스를 해치 게이트 방식으로 개폐하는 방식이다. 역시 박스 타입 바디답게 널찍한 바닥면과 적재 용량이 특징이다. 차체 강성을 위한 프레임이 양 끝에 노출되어 있는 점은 개성으로 받아들여진다.

승차를 하면 시야가 굉장히 높다. 바디온 프레임 타입 SUV의 특징이다. 보기와는 다르게 정숙한 엔진 사운드 또한 인상적이다. 스로틀 개방에 대한 반응도 부드럽다. 강인한 외모와는 다르게 편안하고 안락한 발진감에도 놀랐다. 대신 섀시 세팅은 분명한 오프로더의 성격이 나타난다. 스티어링 휠의 감도는 상당히 묵직한 편이고 서스펜션의 댐핑력도 강하다. 겉보기에는 휠 상하운동 거리가 길어서 충격을 잘 흡수해 줄 것 같지만, 실제 승차감은 지지력이 느껴지고 노면 상태를 읊어준다.

의외로 노면상태가 좋은 포장도로에서는 꽤나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보였다. 후륜구동을 기반으로 하니 선회 감각도 긍정적이다. 브롱코는 후륜 서스펜션에만 양측 바퀴가 연결된 리지드 액슬 방식을 채택했다. 전륜에는 맥퍼슨 스트럿 기반의 독립 현가를 택한다. 확실히 주행을 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앞바퀴에 의한 충격이 덜하게 느껴졌고, 때로는 기민한 감각을 느껴볼 수도 있다. 가솔린 엔진의 정숙성과 조화를 이루니, 오디오를 켜고 볼륨을 키우면 마치 양탄자를 타는 듯한 떠다니는 승차감이 꽤나 흥미로웠다.

탑재된 2.7L 에코부스트 엔진은 과급장치로 트윈터보가 탑재되며 최고출력 310HP, 토크는 55.0 kg.m 수준의 힘을 발휘한다. 엑셀을 힘차게 밟으면 마치 디젤엔진의 그래프 선형처럼 과격한 초반 토크가 느껴진다. 터보 래그로 인한 응답 지연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10단으로 촘촘히 분할된 변속기는 재빠르고 부드럽게 반응한다. 그만큼 고속에서의 가속감은 다소 더디다. 약 2.3톤의 중량과 공기저항을 생각하면 선방했다고 본다. 그만큼 속도계는 의도대로 움직인다. 공인 연비는 8.2km/l 수준이다.

하드탑 루프의 한계인지 고속에서의 풍절음은 피해 갈 수 없었다. 그나마 풍절음이 불안함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게 다행이다. 높은 지상고 탓에 고속에서의 롤링과 피칭도 요즘 세대의 SUV치고는 쏠림이 강한 편이다. 그런 성격을 지향하니 큰 비판 요소로 작용하진 않는다. 크로스오버형 SUV와는 근본부터 다르다. 브롱코에는 포드의 오프로드 지형 관리 시스템 'GOAT' 모드가 도입되어 있다. 총 6가지 노면 환경에 따른 솔루션을 제공하고, 트랜스퍼 케이스의 2륜 구동과 4륜 고속 기어, 그리고 저속 기어는 전자식 버튼 하나로 제어할 수 있다.

트레일 턴 어시스트라는 기능이 있다. 마치 컴퍼스의 원리처럼 회전 방향에 있는 뒷바퀴에 강한 제동력을 걸어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것이다. 브롱코의 바디 스타일은 높은 진입 각과 탈출각, 이탈각에 특화되어 있다. 추가적으로 좁은 회전반경은 더욱 다양한 코스에서도 대처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오프로더는 전자 장비가 빈약하는 선입견이 있었으나 브롱코는 달랐다. 앞서 언급한 서라운드 뷰와 360도 센서는 기본으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유지 보조, 그리고 무선 스마트폰 미러링 등의 장비가 데일리 주행의 편의를 도왔다.

포드 브롱코를 시승했다. 전체적으로 유니크 한 디자인만큼이나 감성 요소가 풍부했다. 또 정통 오프로더 감각의 SUV 중에서는 편의성도 충분했다. 단지 선택지가 분리형 하드탑 밖에 없다는 점에서 크루징 성능의 강점이 희석된 것 같다. 정통파 SUV를 원하지만 현실과의 타협을 받아들이고 있다면, 반드시 고민해 봐야 할 선택지가 아닐까 싶다. 듬직하지만 귀엽기도 한 외모만큼 강인하다고 해서 배려심이 부족하지 않았다. 가장 최신의 '레트로 퓨처리즘'을 지향한다. 그 어떤 SUV보다 트렌드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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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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