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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컨트리맨 S 장기 시승기, 명료한 브랜드 감성

미니 컨트리맨 쿠퍼 S ALL4 클래식을 장기간 시승했다. 가장 미니답지 않은 미니다. 누군가에게는 아쉬운 미니일 수 있지만, 대중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가장 편리한 미니가 아닐까 싶다. 보통의 SUV치고는 묵직하고 안정적인 주행감을 가졌고, 미니로써는 안락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을 지닌 차량이다. 올해는 이상기후의 여파인지 2월 말까지 많은 눈이 내렸었다. 봄을 앞우고, 아름다운 설경을 배경으로 미니 컨트리맨의 낭만을 즐겨보는 시간을 가졌다.

유독 미니를 시승할 때 낭만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아기자기함이 돋보이는 디자인은 그 자체로 유니크하지만, 오래전 역사를 오마주 하는 감성적인 자극이 있다. 문을 열면 보이는 화려한 앰비언트 라이트와 항공기 조종석 같은 버튼들, 아울러 고풍스러운 스티치 워크가 적용된 브라운 시트까지 미니만의 향수를 느끼게 한다. 탄탄하고 안정적인 승차감을 비롯해 매우 낮은 톤으로 울려 퍼지는 배기음은 운전의 재미를 강조했다. 값비싼 스포츠카나 럭셔리카, 클래식 카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감성 요소들이 혼재되어 있는 브랜드다.

그중 '컨트리맨'은 미니 브랜드에서 생산하는 유일무이한 SUV다. 미니의 전통대로 '소형'SUV 세그먼트를 타깃으로 했고, 모회사인 BMW와 공용하는 UKL2 플랫폼을 활용했다. 오리지널 미니 해치백에 쓰이는 UKL2 플랫폼에 비해서는 전장이 길고 중량이 무거운 차종들에 적합한 플랫폼이다. 컨트리맨이라는 이름은 1세대 오스틴 미니의 왜건형 차량에 붙던 수식어라고 한다. 약 40여 년의 시간이 흘러 소형 SUV로 재탄생하였고, 2016년에 풀체인지를 거쳐 현재 판매되는 차종은 페이스리프트로 상품성을 극대화한 컨트리맨 LCI다.

미니 다운 개성적인 외모가 돋보인다. 미니의 디자인은 사다리꼴 형태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원형의 헤드램프가 상징적이다. 그리고 크램셀 후드로 깔끔하게 마감한다. 컨트리맨도 비슷하다. 대신 헤드램프 모서리를 각지게 처리했고, 그릴의 크기를 축소시킨 대신 범퍼와 언더커버를 강조했다. 아무래도 SUV인 만큼 강인하고 단단한 이미지를 더해줄 수 있도록 의도한 듯 하다. 그럼에도 미니의 잔상이 느껴지니 귀엽다. 쿠퍼 S 모델은 크롬 몰딩이 전부 유광 블랙으로 칠해지고, 전용 엠블럼과 메시 타입 그릴이 스포티함을 가산한다.

측면 디자인이 가장 아기자기 한 느낌이다. 특히 시승 차량은 쿠퍼 S ALL4 트림이다 보니 커스텀 요소들이 다양했다. 우선은 창문과 도어 패널을 구분 짓는 벨트라인 몰딩이 차체 전면을 감싸는 디자인은 미니만의 디테일이 된다. 필러와 글래스 색상을 동일하게 했고, 투톤 루프와 루프랙 색상까지 통일시킨 모습이다. 그와 대칭으로 차체 하단부를 감싸는 플라스틱 가니시가 디자인이 정말 알차 보이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사이드미러까지 검은색, S 모델은 에어 브리더 형상의 액세서리가 부착되고, 19인치 핀스포크 휠과 ALL4 배지가 추가로 적용된다.

미니의 핵심 디자인 요소는 역시 유니언 잭을 형상화한 테일램프다. 컨트리맨은 전고가 높다 보니 세로로 더 길게 뻗은 느낌이다. 밋밋함을 덜어내기 위해 컨트리맨 레터링을 폭넓게 배치했고, 전면과 마찬가지로 전용 엠블럼이 사용된다. 두꺼운 언더커버는 SUV의 강인함을 표현하지만, 양측의 머플러 팁은 고성능 자동차의 분위기를 연출해 준다. 전체적으로 리어 오버행이 짧은 편이라 그런지 실루엣도 미니 해치백과 유사한 느낌이 있다. 대신 지상고를 높이고 각진 모서리와 루프랙, 언더커버 등 SUV만의 디자인 요소를 채택하여 차별화한다.

인테리어도 그저 미니다. 디테일한 부분들이 다르기는 하지만, 타원형 계기판이나 서클 타입 무드램프, 콕핏을 모티브로 한 버튼 디자인, 플로어 시프트 방식의 변속기 모두 다른 차종들과 공유한다. 대신 에어벤트 형상이 직사각형으로 되어 있고,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무드램프 점등 방식에 차이가 있다. 당연히 차체 크기 자체가 다르니 대시보드 형상도 일부 차이가 생긴다. 감성만은 동일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쿠퍼 S 트림에 적용된 스티치 워크 시트도 너무나 디테일하고 예뻤다. 바탕이 되는 브라운 색상과 참 산뜻한 조화다.

컨트리맨은 가정용 차량으로도 손색이 없는 SUV다. 하물며 미니 해치백의 크기가 너무 좁다고 느낀 모든 예비 고객에게 컨트리맨은 최고의 대안일 것이다. 넓은 레그룸과 더불어 시원한 헤드룸, 특히 넓은 C 필러 창과 듀얼 선루프 덕분에 개방감이 상당하다. 시트 리클라이닝 각도를 조금이라도 조절할 수 있고, 시트 슬라이딩이 가능하다는 점에 미니의 공간 활용성이 부각된다. 옵션은 충전 포트와 에어벤트, 암레스트 정도 기본기를 갖추고 러기지 스크린으로 고급감을 더한다. 트렁크 공간도 넉넉한데, 매트 하단 언더 트레이나 전동트렁크까지 정말 마음에 든다.

미니 특유의 엔진 시동 버튼은 누르는 감각이 정말 즐겁다. 시동이 걸림과 동시에 울려 퍼지는 배기음, 함께 점등되는 무드램프와 타원형 계기판, 그리고 컴바이너 타입 HUD가 작동하는 모터 소리가 들려온다. 어떤 미니를 타던 동일하다. 이번 미니 컨트리맨과의 여정은 날씨가 참 쌀쌀했는데, 편의 장비 측면에서도 큰 아쉬움이 없었다. 3단계 조절 열선시트는 물론이고 스티어링 휠 열선도 빠지지 않았다. 풀오토 에어컨도 기본이고, 내기 순환 모드도 자동 조작을 설정할 수 있다. 참고로 8.8인치 디스플레이는 무선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한다.

미니는 두꺼운 스티어링 휠의 그립감이 참 마음에 든다. 컨트리맨 쿠퍼 S 등급에는 넓은 면적의 패들시프트가 부착되어 있기도 하다. 조향감은 미니답게 묵직한 편이다. 주행 중에는 장시간 운전을 해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고속에서는 정말 안정적이다. 다만 골목이나 좁은 주차 공간에서는 무거움이 단점인데,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핸들링 감각보단 낫다고 생각한다. 우선 주행감의 측면에서 가장 미니답다는 느낌을 주는 요소다. 변속기는 다소 무난하다. 변속을 하고 출발할 때 울려 퍼지는 중후한 배기음이 일품이다. 발진감이 상당히 경쾌했다.

2.0L 가솔린 싱글 터보 엔진을 채택하고 있다. 최고출력 192HP, 최대토크 28.6Kg.M의 힘을 발휘한다. 7단 DCT를 적용하는 쿠퍼 모델과 다르게, 쿠퍼 S는 8단 토크컨버터 변속기를 채택했다. 아울러 전자식 4륜 구동을 기본 탑재하여 네 바퀴의 구동력을 확보한다. 그래서 공차중량은 1665Kg, 공인연비가 10.7Km/L로 보통 수준이다. 앞서 언급한 내용처럼 가속감은 'S'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게 정말 경쾌하다. 초반 변속감도 일반적인 토크컨버터 보다는 DCT를 타는 느낌, 급하게 RPM을 올리면 인위적인 변속 충격도 가해진다.

미니답게 운전의 재미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보통의 SUV 대비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짧고, 댐퍼가 단단한 편이라 급한 코너링이나 회피기동에서도 최대한 롤링을 억제해 준다. 무겁게 감기는 듯한 스티어링 감각과 탄탄한 하체가 받쳐주는 느낌이 참 믿음직스럽다. 특히 스포츠 모드에서 유입되는 RPM 사운드와 배기음은 기대 이상이었다. 패들 시프트를 사용하면 RPM도 자유자재로 다룰 수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변속은 자극적인 토크감을 전달하는 편이다. 정말 재미있다. 제조사 공식 제로백은 7.3초라고 나와있다.

다만 컨트리맨에게 궁금했던 점은 스포츠 성능보다도 승차감이었다. 미니 해치백의 딱딱한 승차감은 장거리에 부담을 느끼는 오너들도 있는데, 타 플랫폼을 채택한 컨트리맨은 조금 나을까 싶었다. 하루 종일 운행하면서 느낀 점은 확실히 부드럽다. 스프링이나 쇽업 쇼버 세팅은 요즘 차량답게 적정선으로 너무 여유롭지 않게만 조율되어 있고, 서스펜션 스트로크 자체가 짧아서 그렇지 승차감은 매끄러웠다. 사소한 요철은 흡수하는 타입, 방지턱 같은 높은 굴곡은 적당히 감속만 해주면 거의 충격 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

승차감이 부담되어서 장거리 주행이 어려운 차량은 절대 아니다. 전에 컨트리맨 클래식 모델을 시승했던 경험이 있었는데, 휠 인치 때문인지 쿠퍼 S가 좀 더 단단한 느낌은 있다. 그래도 패밀리카로 납득 가능한 수준이다. 오히려 가족과 함께 타면 DCT 같다고 느꼈던 출력 세팅 때문에 RPM 조율이 불편할 수 있겠다. 연비 주행을 위한 '그린' 모드를 작동시키면 해결된다. 중후하게 퍼지던 배기음도 다소 억제되고, 엑셀 반응이 확실하게 둔감해지기 때문에 엑셀 페달을 예민하게 조작하지 않아도 부드럽게 가속된다. ISG의 개입도 나름 부드럽다.

10.7Km/l의 연비가 소형 SUV치고는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쿠퍼 S 트림은 4륜 구동과 대구경 휠, 비교적 고배기량 엔진이 탑재되면서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실제 운행하면서 확인된 연비는 비슷한 수준이었고 고속 주행에서의 평균연비가 높게 찍히는 편이었다. 여담으로 미니는 전자식 방향지시등을 채택하고 있다. 처음에는 어색한데, 익숙해지면 또 편리하다. 만약 우측 방향지시등을 켠다면, 좌측 방향지시등을 켜듯 칼럼 레버를 내려도 소등되는 방식이다. 컴바이너 타입 HUD는 속도와 방향, 미디어 등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표현해 준다.

주행 보조 장비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이탈 경보 정도가 채택되어 있다. 평소에도 ADAS 기능은 신뢰성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는 편이라 속도 조절이 가능한 크루즈 컨트롤 만으로 만족했다. 그 밖에 컨트리맨을 운행하면서 확실히 좋다고 느낀 점은 정숙성이다. 정숙성에 비롯하여 기본 오디오 성능도 나름 준수한 편이라고 느껴졌다. 미니는 낭만이 참 중요한 차량이라서 오디오는 신경 써서 들어보았다. 운전석 전 좌석 파워윈도우와 슬라이딩 방식의 선루프는 도심 외곽에서 시원한 맞바람을 맞이하기에 편리했다.

어떻게 보면 컨트리맨은 SUV라는 점에서 더욱 낭만적인 미니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일반 승용차, 특히 차고가 낮은 해치백이라면 기피해야 하는 비포장도로도 무리 없이 넘나들 수 있다. 시승차량은 4륜 구동까지 채택되어 있다 보니 더욱 두려움이 없었다. 넉넉한 트렁크 공간은 차박까지는 어렵더라도 캠핑에 필요한 장비들을 넉넉히 적재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중점으로 다룬 승차감과 별개로 시트 포지션도 높고 비교적 푹신하다 보니 오랜 시간 운행에도 체력 소모가 더 적었다. 크기도 적당하니 국내 감성 여행에서는 이만한 동반자가 없겠다.

미니 컨트리맨 쿠퍼 S ALL4를 장기간 시승했다. 미니를 대표하는 차종이 오리지널 해치백이다 보니, 사실 컨트리맨과 같은 파생 차종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하나 생각보다 명료한 미니의 감성을 품고 있는 차량이었고 거주성이나 기동성 같은 SUV의 장점이라 하는 요소들은 전부 갖추고 있는 제품이었다. 개성 넘치는 디자인이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든, 재미를 자극하는 주행감까지 미니에 빠져드는 경로는 다양할 수 있다. 게다가 미니를 소유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정말 다양하다는 점을 깨닫는 시승이었다.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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