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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선 돌파구, BMW X3 LCI M 컴페티션 시승기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마이카'시대는 허상같은 꿈이었을지 모른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지금의 SUV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흐름일 수 있었다. 예로부터 고급 자동차의 전형은 세단이었다. 다만, 제품의 가치와 수요의 흐름에 대한 이해관계는 명확하지 않다. 수차례의 경영위기를 겪었던 BMW가 끝내 SUV 산업에 투자하지 않았었다면 기업의 존속 여부가 불투명했었다. 자사의 승용차 기술과 랜드로버의 노하우를 접목시켜 SUV라는 신흥 시장에 진입했고, 개발비 절감과 극대화된 마진 구조라는 기업의 이상을 실현한 바 있다.

BMW라는 브랜드에게 SUV는 세단의 대체재 그 이상의 의미라는 것이다. Sport Activity Vehicle, BMW는 SAV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BMW에 따르면 시작부터 SUV의 본질과는 다른 성격을 지향했다. 듬직한 디자인과 뛰어난 실용성을 갖추나, 안정적인 주행성과 기능적 편의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애당초 도심형 SUV라도 높은 생산단가를 수반하여 AWD나 고출력 엔진을 탑재하면 기동성도 뒤따르기 마련이다. 이때 필요한 게 가격 저항을 낮출 수 있는 브랜드의 가치였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시장에서는 긍정적은 반응을 이끌었고 현재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해 왔다.

다양한 체급의 SAV가 출시했다는 의미다. 조금 더 가까이 보면 BMW는 각 SAV 차종별로도 수많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2021년,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국내 시장에 출시한 3세대 X3 LCI 'G01'은 2.0L 디젤부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순수 배터리 전기차까지 수많은 구동 계통을 품는다. 무엇보다 BMW를 상징하는 고성능 브랜드 'M' 디비전 모델도 어김없이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엔진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X3 M 컴페티션이다. 외관 디자인부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세팅까지 X3라고는 하지만 성격의 차이가 확실하다.

시승 차량은 BMW X3 M Competition 트림이다. 정식 M 브랜드를 통해 구분되는 차종으로, 스포츠 패키지 형식으로 전용 파츠를 선택하는 일반적인 X3 모델과는 다르다. 또한, 컴페티션은 정식 M 디비전 중에서도 마력을 끌어올린 상위 차종에 붙는 수식어다. 우선 어댑티브 LED 헤드램프나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등 기본적으로 X3에 도입되는 대부분의 편의장비는 마련되어 있고, 디자인과 주행성능에 관여하는 수많은 파츠들이 변경되었다.

X3 LCI는 직선 위주의 스타일링으로 대담한 인상을 갖추고 있다. 키드니 그릴의 크기를 키우고, 날카로운 엔젤아이 그래픽으로 기존 디자인을 정제시킨다. 덕분에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X3 M 컴페티션의 드레스업으로 한껏 공격적인 이미지가 와닿았다. 그릴 프레임을 검은색으로 마감하여 그 크기를 더욱 과장시키고, 기하학적인 범퍼는 위 그릴을 더욱 돌출시키는 실루엣으로 저돌적인 캐릭터를 완성한다. SUV임에도 차체 하단부의 에이프런이나 스키드 플레이트를 인위적으로 노출시키지 않아 고성능 SAV의 성격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날카로운 범퍼 형상은 측면에서도 특유의 저돌적인 분위기에 일조한다. 긴 보닛 길이와 완만하게 상승하는 벨트라인에서 BMW만의 역동적인 조형미를 엿볼 수가 있다. 강한 대비를 남기는 캐릭터 라인과 로커패널이 볼륨을 과장시킨 펜더와 잘 어울리는 형상이다. M 디비전 파츠도 다양했다. 바디 컬러 클래딩을 기본으로, 21인치 경량 휠과 에어브리더, 카본 사이드미러와 피아노 블랙으로 마감한 윈도우 몰딩 등 차별점을 남기기 위한 노력이 다분하다. 휠 스포크 사이로 엿보이는 큼지막한 브레이크 캘리퍼도 인상적이다.



뒷모습은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달라진 테일램프가 시선을 이끈다. LED 라인이 입체적이고 선명하게 각인되었고, 멀리서 보아도 분명한 존재감을 펼친다. 특히 M 컴페티션의 과감한 드레스업과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리플렉터는 범퍼 양 끝단에 세로로 배치했고, 디퓨져의 면적을 키워 스포티한 감각을 키운다. 차체 하단부에 자리 잡은 트윈 듀얼 머플러 팁은 M 디비전의 상징이다. 머플러 팁도 그렇고 M 엠블럼까지 톤 다운된 검은색으로 도장하여 더욱 무게감 있는 분위기를 남긴다. 상파울루 옐로우 컬러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이끌었다.



M 전용 파츠로 도배된 인테리어 디자인도 매력적이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는 M 전용 테마를 지원하고, 좌/우로 움직이는 기어레버의 작동 방향도 독특하다. 이 외 전용 스티어링 휠이나 버킷 시트는 운전의 몰입도를 키워주는데 편의성까지도 괜찮았다. 디스플레이의 터치 응답성도 만족스럽지만, 주요 기능들이 버튼으로 배치되어 있다는 점도 X3 M의 성격에 어울렸다. 애플 카플레이와 정교한 HUD 그래픽 등 직관적이고 익숙한 인터페이스가 기본이기도 하다. 카본 트림 마감과 정교한 에어벤트 형상도 만족스럽다.



2열 공간도 예상보다 편안하고 무엇보다 공간이 넓었다. SUV의 특성상 센터터널이 높게 솟아있지도 않고, 센터 콘솔에는 독립식 에어벤트와 열선 시트가 마련되어 있다. 도어트림에는 햇빛가리개가 있는데, 그보다도 카본 트림과 엠비언트 라이트 등 액세서리가 주는 품질적인 매력이 마음에 들었다. 파노라마 선루프를 채택하여 개방감도 뛰어나다. 시트는 4:2:4 분할로 폴딩이 가능하며 트렁크 공간도 넉넉한 편이다. 전체적으로 X3의 뛰어난 개방감과 편의성, 그리고 M 전용 파츠가 남겨주는 특별함이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시동을 걸면 예상보다 강렬한 배기 사운드가 유입된다. 물론 익스테리어나 인테리어나 M만의 차별화가 가득하지만, 차량과 운전자 간의 더욱 기밀한 피드백으로 평범한 SUV가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시킨다. 그런 긴장감에 엑셀 페달을 조심스럽게 밟았다. 도심지에서 서행할 때에는 엑셀 페달의 민감도가 예상처럼 즉답적이진 않다. 덕분에 고성능 자동차라는 점에 큰 부담은 없었다. 당연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엔진 민감도나 섀시의 강도 등 능동적으로 세팅을 바꿔주는데, 셋업 설정 창에서 원하는 세팅 값만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댐퍼의 감쇠력은 스포츠 플러스까지 설정할 수 있다. 하지만 기본 셋업부터 SUV치고 많이 딱딱하고, 직접 노면을 긁는듯한 피드백이 체감되었다. 코너에서 속력을 올려보아도 차체의 롤은 직접적으로 억제되어 있다. 마치 시트포지션만 높은 세단을 타는 느낌이다. 엑셀 페달을 지그시 밟으면 금방 두터운 토크와 사운드가 몰려오고, 변속기는 인위적인 충격을 준다. 묵직한 답력에 작동하는 브레이크까지, 복잡한 길을 갈수록 자동차에 대한 신뢰도가 축적되는 느낌, 더욱 몰아붙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M 컴페티션에 탑재된 직렬 6기통 트윈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510HP, 최대 토크 66.3Kg.M이라는 무식한 스펙을 갖췄다. 파워풀한 출력을 소화해 내기 위해서는 수치상의 성능보다 섀시 밸런스가 중요하다. BMW는 CLAR 아키텍쳐는 후륜 5링크 전륜 더블위시본 형식으로 댐핑 스트로크가 짧고, 약 2톤의 차체를 지지하는 코일스프링은 강성이 높은 편이다. 긍정적인 특징은 무게 배분이다. 더구나 다판 클러치 방식의 Xdrive 시스템은 네 바퀴의 구동력을 효과적으로 배분하기 때문에 타이어의 그립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정교한 소프트웨어의 개입으로 초보자가 운전하기에도 큰 위험부담이 없다. 물론 Mxdrive나 ESC를 끄면 운전자의 의도대로 차량을 몰이는 건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X3 M 컴페티션의 제로백은 3.8초, ZF의 8단 토크컨버터는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효과적인 효율성과 즉답적인 반응성을 보였다. 특히 평시에는 토크컨버터 특유의 부드러운 감각을 잘 살려주었기 때문에 만족도가 더욱 상승한다. 공인 연비는 7.7km/l, 공차중량과 차량 특성을 고려하면 준수한 편이다.

직진 구간에서 가속력은 가히 폭발적이다. 강렬하게 울려 퍼지는 부밍 사운드와 팝&뱅 사운드가 재미를 더한다. 평소에는 불편함을 줄 수 있던 묵직한 핸들링 감각은 고속주행에 가까워질수록 정교함과 안정감으로 치환된다. 4륜 구동의 채택으로 직진성이 뛰어나고, 뉴트럴에 가까운 조향 특성은 예상보다 짧은 회전 반경을 갖췄다. Xdrive 시스템이 회두성과 추종성의 균형을 맞춰주는 느낌이었다. 운전자가 전달받는 자극적인 반응 뒤에는 섀시 스스로가 능동적인 컨트롤을 하는 기분이다.



즉, 신뢰도가 높다. M 패키지로 튜닝한 베이스 X3 모델과는 아예 다른 감각이다. 그 차이로 인해 데일리 카의 성격은 반감될 수 있겠지만, 고성능 자동차로서 완벽한 구색을 갖추고 있었다. 그렇다고 편의성을 포기해야 하는 정도도 아니다. 시트의 착좌감이 기대 이상으로 편안했고, 각종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옵션, 풍부한 ADAS 장비는 실망감을 안겨주지 않는다. SUV의 지상고와 AWD 시스템은 승용차가 가지 못하는 불안정한 산악 코스에서도 믿음을 줄 것이다.



BMW X3 LCI M 컴페티션을 시승했다. 페이스리프트로 가다듬은 강렬한 디자인은 예상보다 효과적인 변화였다. M 디비전으로 극한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베이스모델인 X3의 품질과 패키징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판매량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하지만 SUV 시장의 특성상 대중성을 각별히 신경 써야 하고, BMW는 브랜드만의 명확한 상한선을 지정해왔을 것이다. 하지만 M 배지는 그에 대한 믿음을 확신으로 바꿔주었다. 스타일링부터 드라이빙까지 운전자의 감성적인 니즈를 모두 충족시키며, 원천은 뛰어난 기술력에 있었다.

글/ 사진: 유현태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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