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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즐거움, BMW M135i xdrive 장기 시승기

BMW 1시리즈의 고성능 라인업, M 135I를 장기간 시승했다. 1시리즈는 C세그먼트에 속하는 BMW의 컴팩트 해치백이다. BMW는 예로부터 컴팩트 카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엔트리 세단 3시리즈가 저명한 인지도를 쌓아왔다는 사실은 모두가 인정한다. 하지만 공학 기술의 발달에 따라 확대되어온 3시리즈의 크기는 '컴팩트' 세단이라는 표현에서 어긋난지 오래다. 초대 1시리즈는 그런 BMW의 C 세그먼트 라인, 진정한 소형차 라인업의 공백을 보충하기 위해 개발되었던 차종이다.

1세대 1시리즈가 공개된 건 2004년이었다. 후륜구동을 채택했다는 점이 이례적이었다. 당대 C세그먼트 해치백은 공간이 우선이다 보니, 엔진 세로 배치는 지양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BMW는 자사의 철학과 같은 뛰어난 주행성을 우선순위로 두었던 셈이다. 그나마 해치백 타입이라 실용성은 타협을 볼 수 있고, BMW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역할이었던 것이다. 2세대 1시리즈까지는 그런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번 시승차량인 3세대 1시리즈, 코드네임 'F40'은 BMW 미니와 공유하는 UKL2 플랫폼 기반의 '전륜구동' 해치백으로 변경되며 2019년 공개된 바 있다.

실질적 차이를 떠나 오랜 정체성을 포기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 맞다. 소비자, 특히 충성고객들의 여론은 부정적이었을 것이다. 후륜구동의 특성이었던 롱 후드 스타일 디자인, 예리한 주행성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다만 전륜구동의 장점도 명확하다. 더 넓은 실내 공간과 에너지 효율을 얻는다. 그리고 BMW가 아무런 대책 없이 실용성과 타협했을 리도 없다. 앞서 BMW 미니 브랜드에서 전륜구동 컴팩트카의 세팅 노하우를 축적했고, 특유의 안정적인 주행감각과 상징적인 디자인으로 1시리즈의 명맥을 잇는다.

이번 시승 차량 1시리즈 'M135I' Xdrive는 BMW의 고성능 브랜드 M에 준하는 모델이다. 'M 퍼포먼스' 등급으로, 일반 모델과는 차별화된 성능과 셋업, 각종 드레스업이 특징이라고 볼 수있다. 1시리즈는 정식 M 모델이 없기 때문에 가장 높은 등급의 트림과 같다. M135i의 경우 엔진 출력은 물론, 변속기와 구동방식, 서스펜션 세팅, 인테리어 파츠 등 다방면의 차별화와 함께 옵션도 보강되었다. 그만큼 가격차이도 일반 모델에 비해서는 40%가량 상승하며, 기본 1시리즈와는 다른 '고성능 해치백'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BMW 1시리즈는 전륜구동을 기본으로 하면서 프런트 오버행이 길어졌다. 이를 보완하고자 전고를 낮추고, 기존보다 날렵한 스타일링을 추구한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여느 차종처럼 일체형이고, 사선으로 자리 잡은 헤드 램프가 공격적인 카리스마를 남긴다. m135i 모델은 메시 타입 그릴과 건메탈 색감의 프레임, 그리고 에어 인테이크를 강조한 범퍼로 조금 더 과시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범퍼 하단에는 검은색 에어댐까지 부착되어 있다. 전체적인 디자인 요소가 과잉된 느낌은 있지만, 'M 퍼포먼스'라는 점에서 자신감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측면이다. 흥미로운 디자인 요소들이 상당히 많다. 길게 뻗은 헤드램프는 측면에서 바라볼 때 더욱 날카로워 보이고, 그런 방향성을 따라 벨트라인도 과감한 경사각을 보여준다. 이와 대비하여 완만히 낮아지는 루프라인은 역동적인 실루엣을 만들어낸다. 측면에 과감하게 그려진 'Z'자 형태의 캐릭터 라인은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준다. M 퍼포먼스 파츠로 적용된 19인치 휠과 브레이크 캘리퍼는 딱 보아도 고성능스러운 스탠스를 구현한다. M 배지와 사이드미러 컬러, 스커트 도색 등으로 개성을 더해주기도 했다.

후측면에서 바라볼 때 점차 뒤로 상승하는 공격적인 프로필은 더욱 강조된다. 의외로 뒷유리 면적은 넓은 편, 그 덕분에 전고가 굉장히 낮아 보인다. 차체를 파고드는 듯한 테일램프 디자인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특히 'ㄴ'자 형태의 DRL은 카리스마가 상당하다. M 퍼포먼스 모델은 리어범퍼에도 에어 인테이크가 강조되어 있고, 공격적인 디퓨져가 부착되었다. 대구경 머플러 팁과 함께 바닥면에 돌출된 배기 라인이 존재감을 펼친다. 사변적으로 BMW의 포트폴리오 중 후면 디자인은 이 1시리즈가 가장 멋스럽다고 생각한다. 뛰어난 균형감이 매력이다.

인테리어에는 세미 버킷 시트와 M 스포츠 스티어링 휠이 적용된다. 레이아웃은 운전자를 지향하는 편, 그리고 외관 디자인처럼 '사선'을 주된 디자인 테마로 활용했다. 전체적으로 간결하다. 10.25인치 스크린으로 인터페이스를 구축했고, 센터페시아나 센터 콘솔은 가지런히 나열된다. 알루미늄 느낌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이 세련미를 더해주는 요소인데, 야간에는 멋스러운 그래픽의 무드램프가 점등되기도 한다. 그런 간결한 실내 디자인이 근간이다 보니 M 퍼포먼스의 커스텀이 적재적소인 것처럼 느껴진 셈이다. 운전에 집중하기 좋다.

M 스티어링 휠은 두꺼운 그립과 패들 시프트를 갖추고 있다. 그립에는 그루빙이 되어 있어서 사용감이 더욱 뛰어나다. 시트는 탑승객을 안정적으로 지지하여 주면서도 편안했다. 전동 조절과 열선이 있고, 레그 서포트도 수동으로 조절 가능하다. 클러스터는 주행모드에 따라 연비와 RPM을 띄워주고, HUD와 함께 내비게이션 길 안내를 지원한다. Idrive는 7세대가 적용되어 있다. 실질적으로는 스마트폰 무선 미러링을 활용하다 보니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수납공간이 넓진 않아도 사용 편의성이 잘 고려된 배치라서 만족스러운 실내였다.

전륜구동 플랫폼의 채택은 2열 공간을 넓혀주었다. 생각보다 레그룸이 넓고 시트 포지션도 어색하지 않았다. 다만 4륜 구동을 채택하다 보니 센터터널은 솟아있는 편이다. 4인이 탑승하기에는 큰 무리가 없는 부분, 에어벤트나 충전 포트, 암 레스트도 갖추고 있다. 생각보다 전고가 높았고 파노라마 선루프로 개방감을 더한다. 시트는 4:2:4 폴딩, 트렁크 공간은 예상보다 길이가 길었고 매트 아래도 한 뼘 정도의 공간이 구성되어 있다. 전동트렁크와 러기지 스크린이 프리미엄 해치백 다운 기능과 감성을 제공한다.

센터콘솔의 시동 버튼을 누르면 저음의 사운드가 울려 퍼진다. 희미하게 진동하는 버블 사운드가 흥미를 자극한다. 시동을 누르는 감각부터 즐겁다는 게 고성능 해치백의 매력이다. 전반적인 승차감은 다소 딱딱하다. 소형 해치백에 19인치 휠은 상당히 크고 편평비도 낮다. 그나마 중량이 가볍다 보니 포장도로에서는 요철이나 방지턱에 대한 반응은 큰 스트레스가 아닌데, 비포장도로에서는 노면 소음과 진동이 크게 올라온다. 시트 포지션이 낮고 스티어링 휠의 기본 세팅도 무거운 편, 고성능 해치백에서는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드라이브 모드는 스포츠와 컴포트, 에코 프로 세 가지로 구분된다. M 퍼포먼스 모델답게 드라이브 모드에 따른 편차가 상당히 큰 편이다. 에코 프로 모드에서는 엑셀 반응만 부드럽게 한다면, 엔진과 변속기는 정숙하고 부드러운 반응을 보인다. 클러스터의 RPM 게이지 대신에 실시간 연비를 표기해 준다. 체감상 연비의 차이도 확실했다. 스포츠 모드로 주행한 이후, 에코 모드로 정속 주행을 하면 주행 가능 거리는 계속 상승한다. 정숙성이 개선되며 주행감이 그나마 편해지는데, 서스펜션 셋업은 차이가 없다.
계속해서 스포츠 모드에 손이 가는 차량이다. 2.0L급 4기통 인라인 엔진에 싱글 터보로 과급하고, 최고출력 306HP, 최대토크 45.9Kg.m의 파워풀한 성능을 갖추고 있다. 출력에 대응하기 위해 아이신사의 8단 토크컨버터를 맞물렸고, 전륜 기반 사륜구동, 토센 LSD를 기본화하여 트랙션을 확보한다. 차체 강성을 확보하기 위한 스트럿 바, 트레일링 암과 하이드로 마운트, M 스포츠 브레이크 등을 보강하여 섀시 성능도 극대화한 바 있다. 그럼에도 공차중량은 1490kg에 불과하다. 공인연비도 10.0km/l로 인정받은 나름의 고성능 치고 효율적인 편이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공회전 소리와 진동이 매우 크다. 정숙성을 보여주던 다른 주행 모드와는 극명한 차이, 가변 배기 시스템과 버블 사운드, 팝&뱅 사운드도 울려 퍼지기 때문에 감성적인 만족도는 최고였다. 엑셀에 대한 엔진과 변속기의 반응이 예민해진다. 스티어링 휠의 감도는 정말 무겁지만, 주행에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니다. 노면의 진동을 받아들이던 현가장치가 이제는 제자리를 찾은 것 같다. 엑셀을 깊게 밟으면 속도계는 빠르게 치솟는다. 제로백 4.7초, 꽤나 크게 울려 퍼지는 사운드와 충격을 주는 변속감으로 긴장감이 느껴지게 되었다.
놀라운 점은 소형차답지 않은 끈끈한 접지력이었다. 과한 토크를 단번에 전달해도 타이어에서 느껴지는 불안감은 전혀 없었다. 급격한 가속과 함께 차선을 바꿔도 직립되는 차체, 특히 뒷바퀴가 하중을 잘 받들고 있는 듯 느껴지는 주행감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코너에서도 롤은 최대한 억제되어 있다. 전륜구동이라 회전반경도 짧지만, 사륜구동과 ABR 기반 슬립 컨트롤을 통해 언더스티어도 최대한 억제하여 준다. 급격한 커브길에서도 중량 이상의 접지력을 유지하지만, 가벼운 차체의 즉답적인 피드백과 경쾌한 가속감 등 이점은 모두 가져오고 있다.

정말 운전에 대한 자신이 없는 운전자도 충분히 펀 드라이빙을 즐길만한 특성이다. 아담한 차체와 다루기 쉬운 중량, 함께 4륜 구동과 자세제어 장치의 끈끈한 접지력이 불안함이 느껴지지 않게 한다. 리어 오버행이 짧다 보니 차량 크기도 쉽게 인지할 수 있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아쉬울 수가 없는 출력과 이를 받드는 하체, 적절한 안정감과 편안함을 지닌 시트, 훌륭한 사용감의 스티어링 휠은 최고의 균형감을 지니고 있다. 차간 거리를 유지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로 유지 보조 기능은 주행 편의에 있어서도 큰 도움을 준다.

1시리즈의 작고 아담한 차체는 도심 곳곳을 주행하더라도 불편함이 없었다. 전 방향 초음파 센서와 리버스 어시스트 기능으로 시야 확보에 대한 부담감도 없었고, 에코 모드에서는 정숙한 반응을 보이니 배기음이 소음이 되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이 다소 무겁고 승차감이 딱딱하긴 해도 온종일 운전하면서 큰 불편함이라고 느껴지진 않았다. 어차피 운전습관은 차의 성향에 맞추어지는 법이고, 고성능 모델의 숙명이기도 하다. 스마트폰 무선 미러링이나 HUD, 세미 버킷 시트, 전자식 변속기 등 실내 구성요소는 편리했고 오디오 성능도 만족스러웠다.

파노라마 선루프를 개방하면서 선선한 바람을 맞이하는 것도 즐거웠다. M135I의 배기음을 더욱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워낙 차체 전고가 낮다 보니 선루프가 일반 승용차에 비해 가깝고, 하늘도 더 가까운 느낌이다. 생각보다 적재 용량도 넉넉했고, 날렵한 프로필과 부피감을 지닌 실루엣은 해치백의 매력이다. 디자인은 정말 오래 볼수록 개성에 익숙해진다. 디자인 요소들은 큼지막하고 과시적인 인상을 의도하지만, 실제 차체는 낮고 아담하니 조금 더 개성적인 면모가 있다.

정말 갖고 싶은 자동차였다. 온갖 구성요소들이 운전의 '재미'를 위해 짜여져 있다. 만약 큰 불편함을 감내해야 했다면 장기간 시승에서 좋은 기억만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적절한 실용성과 효율성이 기반이었고, 차라리 운전의 즐거움에 매료되면 6km/l 정도로 낮아지는 연비가 단점일 수 있겠다. 그마저도 에코 모드에서는 큰 부담이 없는 편이다. 한국은 가격 대비 큰 차에 대한 선호도가 정말 높은 국가다. 하지만 여건이 가능하다면, 해치백의 합리성을 명목으로 자극적인 즐거움을 누리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글/사진: 유현태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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