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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필요가 있다면, BMW 630i M sport package LCI 장기 시승기

BMW의 6시리즈 그란투리스모 LCI, 630i xDrive M Sport를 장기간 시승했다. 6시리즈는 일반적인 자동차의 장르로 구분하기 어려운 차종이다. 차체는 5도어 형식에 패스트 백 루프를 채택한다. 알다시피 쿠페와 세단의 특징을 공유하는 '쿠페형 세단'이라는 장르가 있긴 하다. 하지만 6시리즈 GT는 통상적인 '쿠페형 세단'으로 분류하기에도 무리가 있는 것이다. 리프트 백 바디는 뛰어난 실용성을 목적으로 하며, 2열 거주성을 위해 길게 뻗은 휠베이스를 지니게 된다. 그리고 섀시 세팅까지도 비교적 편안함을 지향한 바 있다.

사실 '그란투리스모'라는 수식어부터가 목적성을 달리하고 있다. BMW는 자사의 쿠페형 세단에 '그란 쿠페'라는 수식어를 덧붙인다. 아무렴, 6시리즈는 다른 브랜드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차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디자인은 마치 E세그먼트 세단 5시리즈의 파생 모델처럼 보이지만, 실제 휠베이스와 섀시는 7시리즈 스탠다드 모델과 유사하다. 완만히 내려앉는 루프라인은 BMW의 그란쿠페를 연상시키지만 실제로는 전고가 꽤 높다는 의미다. 심지어 액티브 스포일러와 프레임리스 도어까지 채택하지만 펀 드라이빙 성향이 강하진 않다.

그런 많은 역설을 늘어놓을 수 있는 '6시리즈''다. 독특한 제품 기획이 의미하는 바, 정형화된 자동차 시장에서 보기 드문 많은 장점을 아우르고 있는 차량이 또 분명하다. 6시리즈의 시작은 2010년 공개되었던 5시리즈 그란투리스모, 당시 7시리즈의 플랫폼으로 개발된 바 있다. 기존 6시리즈 쿠페가 단종되며, 2017년 차세대 5시리즈 GT의 이름이 '6 GT'로 변경된 것이다. 이번 시승 차량은 2020년부터 시판 중인 6시리즈 GT LCI, 페이스리프트 최후기형이다. 이미 5시리즈와 7시리즈는 풀체인지가 진행되었으며, 6시리즈 GT는 후속 출시 예정이 없다.

그만큼 우리가 기억하는 BMW의 외모에 익숙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이전 세대 BMW의 패밀리룩을 채택하고 있지만, 이따금 최신 BMW의 디자인은 너무 과감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 적정선의 디자인을 떠올려보자면 이 6시리즈 GT가 정답이 아닐까 싶다. 크게 자리 잡은 전통적인 키드니 그릴과 'ㄴ'자 그래픽의 엔젤 아이, M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된 시승차량은 보다 공격적이고 입체적인 범퍼 형상을 채택하고 있었다. 특히 에어커튼 부분의 입체감이 매력적이다. 그리고 부분부분 살펴보면 당대 5시리즈와 디자인의 지향점이 완연히 다르기도 하다.

길게 뻗어있는 측면 디자인이 매력이다. 서론의 내용처럼 전고 자체는 낮은 편이 아니지만, 벨트라인 시작점을 낮추고 점점 상승하는 형태로 역동적인 프로필을 구현했다. 프런트 펜더에서 시작되는 볼륨 라인도 뒤로 갈수록 높아진다. 무엇보다 휠베이스와 리어 오버행이 길다 보니 디자인의 균형이 바로잡히는 셈이다. 실물로 접하면 날렵한 인상에 비해 덩치가 제법 크게 느껴질 수 있다. 곡선이 강조된 로커패널이나 프런트 펜더의 에어 브리더도 인상적이다. M 스포츠 패키지의 20인치 휠이나 엠블럼도 스탠스를 잘 잡아준다.

벨트라인이 상승하고 루프라인이 하강하는 디자인은 뒤에서 바라볼 때 더욱 과장된다. 측면 글래스가 정말 좁아 보인다. 다만 체급이 체급이다 보니 뒤에서 바라보는 외관은 어느 정도 큰 덩치가 느껴지게 된다. 완만한 루프라인을 구현하기 위해, 트렁크 리드를 높게 배치하기도 했다. 그래도 입체적인 테일램프와 M 스포츠 패키지의 범퍼가 스포티한 인상을 이어간다. 마지막으로 테일게이트에 깔끔하게 수납되어 있는 가변식 스포일러 패널이 스포츠 세단의 감성을 더한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이전 세대 5시리즈와 유사하다. 약 12.3인치 와이드 디스플레이로 인터페이스를 구축했고, 부츠 레버 타입의 전자식 기어노브가 적용된다. M 스포츠 스티어링 휠과 블랙 하이그로시 패널, 화려한 앰비언트 라이트로 꾸며져있다. 대시 패널이나 센터 콘솔, 도어트림 등의 마감소재가 전부 고급스러운 가죽으로 뒤덮여 있었다. 안마 시트와 메모리 시트, 소프트 클로징 도어 등 옵션 수준도 훌륭하다. 버튼식으로 많은 기능들을 조작하는 방식이 디자인상으로는 아날로그 해 보일 수 있지만, 기능성만큼은 익숙하고 직관적이다.

안락한 2열 공간이 6시리즈 GT의 차별점이다. 여유로운 레그룸은 기본, 헤드룸을 확보하기 위해 시트 등받이 각도를 눕혔다. 시트 등받이는 시트 하단의 전동 레버로 각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파노라마 선루프의 시원한 개방감과 더불어, 전동식 선 블라인드를 사용하여 안락한 공간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B필러 에어벤트와 함께 좌우 독립 공조와 열선 시트도 지원한다. '그란'이라는 수식어는 드넓은 트렁크 공간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리어 시트를 트렁크에서 폴딩 할 수도 있고, 바닥 매트 아래의 공간까지 고급스럽게 마감된 모습이다.

승차감은 부드럽게 조율되어 있다고 서론 했다. 마치 그란 쿠페처럼 날렵하게 다듬어진 외모와는 반전적이다. 그란투리스모에서 '투리스모'는 영어로 '투어러'를 뜻한다. 즉, 장거리 주행을 위한 자동차다. 6시리즈 그란투리스모는 7시리즈와 차대를 공유하고, 후륜 서스펜션에만 에어스프링을 부착하는 방식으로 승차감을 세팅했다. 전륜은 기민한 피드백을 유지하면서 후륜은 뒤늦게 연결되는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하는 느낌이다. 특히 2열 탑승객들에게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할 수 있고, 무거운 짐을 적재해도 동특성이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630i xDrive 사양에는 3.0L급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다. 과급 장치로 트윈 스크롤 싱글 터보가 설치되어 최고출력 258HP, 최대 토크 40.8kg.m의 힘을 발휘한다. 최근의 30i 트림은 직렬 4기통 다운사이징 엔진을 택하지만, 630i는 6실린더 엔진의 여유로움까지 누릴 수 있는 셈이다. 변속기는 ZF의 8단 토크컨버터, 다판 클러치 방식의 전자식 4륜 구동도 지원한다. 공차중량은 1985kg, 공인 연비는 9.3km/l이다. 제조사에서 발표한 제로백은 6.4초였다. 고속에서는 가변식 스포일러를 개방하여 후륜 접지력을 더해줄 수 있다.

M 배지를 두른 것치고 스티어링 감각과 섀시가 확실히 부드러운 편이긴 하다. 또 길이가 길이인 만큼 휠베이스가 길다. 그렇다고 느슨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잔잔한 요철은 잘 걸러내면서도, 회피기동이나 코너에서는 롤을 안정적으로 억제시켜 준다. 스티어링 감각이 다소 가볍게 느껴진다면 스포츠 모드로 변경할 수 있다. 조향감 자체는 사륜보다는 전형적인 후륜구동 세팅이다. 긴 휠베이스를 감안해서 인지 약간의 오버스티어 세팅으로 편향되어 있다. 생각보다 회전반경이 짧고 처음에는 의도보다 더 타이트하게 코너를 돌아간다.

인상 깊었던 점은 6실린더 엔진 다운 부드러운 회전 질감과 정숙성이다. 특히 웬만한 오르막이나 급가속에서도 진동과 소음이 억제되어 잘 느껴지지 않았다. 고속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8단 변속기도 매끄럽게 대응해 주는 느낌, 대신 스포츠 모드에서도 부밍 사운드나 변속감이 딱히 자극적인 편은 아니다. 소극적인 엔진 떨림과 다운시프트에서 순간 유입되는 엔진음 정도가 스포츠 모드의 변화, 변속기가 RPM을 높게까지 물고 있는 점도 확실하다. 탄력이 붙으면 가속감은 수치상의 성능 이상이라고 느껴지지만, 가속감은 중후하게 느껴진다.

그란투리스모라는 수식어에 충실하다. 충분한 '여유'와 '안정성'을 품은 주행성능으로, 장거리 고속주행에서의 편안함을 겸비하는 셈이다. 장거리 주행에서 9.3km/l의 공인연비도 차체 제원을 떠올리면 훌륭한 편이다. 특히 실연비는 더욱 잘 나오는 편이다. 단적인 예시로 스포츠 모드에서 '마음 놓고' 밟으면 보통은 무의미한 수치의 연비가 기록되는데, 6 GT는 8.7km/l 수준의 평균 연비가 기록되었다. 고속 주행에서는 1l당 11km 이상의 평균 연비는 가볍게 상회할 수 있다.

BMW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로 구성된 주행보조 장비도 항속주행 시 많은 편리함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장거리 주행 시 피로감을 낮춰주는 안마 시트나 시인성이 뛰어난 HUD도 수준급의 보조 장비다. 아울러 하만 카돈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과 파크 어시스트 등 며칠간 운행하면서 만족과 편의를 느낄 수 있던 기능들이 많았다. 실내 디자인이 다소 아날로그 한 감은 있지만, 9세대 OS가 탑재된 최신 BMW를 시승하게 되면 그 터치 인터페이스의 불편함이 와닿을 것이다. 당장은 일장일단이 있는 법이다.

그리고 6시리즈 그란투리스모는 전적으로 4인, 혹은 5인 가정을 위한 세단이다. 2열 공간에서 느껴지는 시원한 개방감과 편안한 시트 포지션은 6 GT의 존재 의의를 강력히 피력한다. 조금 더 본격적인 '쇼퍼' 모델을 찾는다면 물론 7시리즈가 있다. 하지만 6시리즈는 가격대로나 주행성으로나 보다 합리적인 구성을 갖추고, 특히 트렁크 공간까지 생각한다면 '실용성' 측면에서 비교 우위를 점한다. 특히 운전자 중심으로 운행할 일이 많다면, 조금 더 스타일링과 스포티함에 비중을 두고 있는 6시리즈 그란투리스모가 제격이다.

앞서 6시리즈 GT는 후속 모델 출시 예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5시리즈와 7시리즈와의 꾸준한 판매 간섭이다. 최신 5시리즈는 체급도 많이 커지고 승차감도 부드러워진다. 반면 대형급 패밀리 세단을 찾는 소비자라면 스포티함보다는 격식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SUV의 강세와 해외 기준 '투어링' 모델과 겹치는 포지션 문제도 있다. 그리고 전기차 개발을 위해 내연기관 라인업은 점차 간소화된다. 그럼에도 6 GT만의 매력은 확실하며, 실용성을 겸비하면서도 날렵하고 매끄러운 디자인만으로 6 GT의 정체성 만큼은 완결된 셈이다.

BMW의 6시리즈 그란투리스모 630i xdrive M 스포츠 패키지를 장기간 시승했다. 최후기형 모델로 최적화된 상품성을 보였다. 스타일링을 원하는 운전자와 안락함을 원하는 동승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차량이다. 어떻게 보면 과한 배려라고 느껴질 정도로 실용성과 타협을 본 패밀리 세단이었다. BMW는 펀 드라이빙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지만, 타사에서는 도전하지 않던 '장거리 주행용' 스포티 세단이라는 장르를 개척해온 셈이다. 그 복잡한 수식어처럼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으나, 소수의 소비자에겐 최고의 자동차가 될 수 있겠다.

글/사진: 유현태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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