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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단이 지향하는 바, 볼보 S60 B5 Ultimate Bright 시승기

지난 6월, 볼보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생산되는 S60의 단산을 발표했다. 전세계적으로 RV나 SUV 등 레저용 자동차 시장의 선호도가 높아져왔고, 특히 북미 시장은 대중형 SUV의 유행을 선도적으로 이끈 바 있다. 세단의 안정감이나 편안함을 꾸준히 선호하는 소비자들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제조사의 입장에서는 더 많은 판매량과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크로스오버에 투자하는 게 당연한 전략이 되었다. 원래부터 S60은 북미 시장에서 볼보의 주력 차종이 아니었다. 준대형 SUV 이자 순수 전기차 EX90의 생산라인 증설을 위해 단종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S60이 완전한 단종을 맞이하는 건 아니다. 볼보 S90처럼 중국 청두 현지 공장에서 생산이 지속된다. 앞서 S90도 전량 중국 생산으로 이관하고, 워런티 연장과 가격대를 낮춘 바 있다. 문제는 브랜드의 가치, 무엇보다 폴스타 분사 이후에 볼보에게서 '스포티함'이라는 수식어는 완전히 배제되어갈 듯 보인다. 엔트리 세단의 열세와 고성능 브랜드 폴스타의 분사, SUV와 크로스컨트리 위주의 포트폴리오 구성은 '패밀리카'라는 본성에만 집중하는 결과이다.

그래도 S60의 완전한 단종까지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여느 유럽 태생의 브랜드처럼 볼보도 한때에는 스포츠카 생산과 튜닝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기업이다. 그런 DNA를 지금껏 물려받아온 차종이 S60이라 생각한다. 볼보의 최신 디자인 언어를 처음 공개했던 '컨셉트 쿠페'의 외모와 가장 닮아있기도 하고, 후륜 리프 스프링을 기반으로 하는 볼보의 메인 플랫폼 'SPA'를 기반으로 한 컴팩트 세단이다. 공개는 2018년이었다. 그리고 2022년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정숙성과 인포테인먼트를 개선한 바 있다.

시승 차량은 볼보 S60 B5 Ultimate Bright 트림이다. 현재 국내에는 단일 사양으로 시판되고 있다. 볼보는 ESG 정책으로 디젤 엔진을 앞서 단산 시킨 바 있고, 모든 가솔린 엔진에 48 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기본화한다. S60의 본 라인업에는 고성능 모델의 대체재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사양이 있지만 국내에는 수입되지 않는다. 기본 사양 자체가 풀 패키지에 가깝다. 오레포스 크리스탈 기어노브와 1410KW 급 바워스&윌킨스 프리미엄 오디오가 적용되고, 통풍 나파가죽 시트나 서라운드 뷰, 각종 ADAS 등 편의 장비가 동급 대비 풍부하다.

S60의 디자인은 볼보의 최신 디자인 언어가 접목되며 단단함과 세련미가 느껴진다. 패밀리룩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아이언 그릴과 'T'자형 DRL을 품은 헤드 램프는 더욱 예리하게 다듬어져 있다. 특히 헤드램프의 DRL이 양각으로 돌출되어 있는 형태라서 입체감이 살아난다. 라디에이터 그릴도 프레임 가니시가 약간씩 돌출되어 있는 형태라서 전반적으로 공격적인 실루엣을 의도하고 있다. 범퍼는 간결하면서도 입체적인 형태를 지향하는데, 윤곽선을 감싸는 검은색 가니시가 디테일을 개선한다.

상당히 공들였다는 생각이 드는 측면 디자인이다. 볼보 S60은 기본적으로 전륜구동을 택했지만, 비율 상으로는 수입 후륜구동 세단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앞서 설명한 내용대로 보닛 노즈를 최대한 앞당겨 연장했고, 앞바퀴와 문 사이 거리가 길게 늘어져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앞뒤 펜더의 볼륨감을 키워 탄탄한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특히 두껍게 주름이 잡혀있는 웨이스트 라인이 역동적인 분위기를 강조한다. C 필러와 트렁크 리드가 완전히 구분되는 차체 형식은 보수적인 '세단'의 실루엣에 충실하다.

측면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디테일한 디자인 요소를 배제했다. 두터운 면을 강조하여 튼튼하고 듬직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함이다. 투톤 컬러를 지닌 19인치 5스포크 휠도 잘 어울리는 부분이었다. 뒷모습에서는 'ㄷ'자 형태의 테일라이트가 가장 특징적이다. 윤곽선을 따라 배치되는 LED 그래픽이 세련미를 보강해 준다. 후면에는 엠블럼 대신 레터링을 배치하여 가결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범퍼도 무난한 디자인을 택했다. 언더커버 상단에 크롬 바를 장식하여 고급감을 더한 부분이 특징이겠다.

고급스러움과 안락함이 느껴지는 실내 디자인이다. 12.3인치 디스플레이와 약 9인치 센터 스크린으로 인포테인먼트를 구축했고, 소프트웨어는 T맵과 함께 한국 현지화를 거쳤다. 공기 청정 기능을 포함하는 세로형 에어벤트와 대시 패널을 마감하는 가죽과 우드 트림이 고급감을 더한다. 특히 대시보드 위에 놓인 스피커와 크리스탈 기어노브, 로터리 타입 시동 버튼은 시각과 촉각, 청각까지 차별화된 만족감을 제공한다. 필수 기능들은 버튼으로 나열하여 직관성도 확보했고 스티어링 휠까지 무난하지만, 단점이라면 패들 시프트는 없다.

뒷좌석 공간이다. 적당한 수준의 레그룸을 확보했고 센터터널은 전륜구동 솟아있는 편이다. 파노라마 선루프 면적이 넓지는 않다. 2열 헤드룸 공간도 인위적으로 확보되어 있다 보니 개방감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무난한 공간, 대신 편안한 시트와 수납공간을 품은 암 레스트, 2열 시트 열선과 독립 공조 등 편의 장비는 기본 이상이라 느꼈다. 리어 시트는 스키 쓰루와 별개로 시트 폴딩도 가능하다. 트렁크 공간과 연장하여 부피가 큰 짐도 무리 없이 적재된다. 단, 매력적인 비율의 외관 디자인과 2열 공간은 어쩔 수 없이 반비례하는 듯 느껴졌다.

엔진은 2.0L급 직렬 4기통 가솔린 기관에 싱글 터보를 더했다. 최고출력 250HP, 최대 토크 35.7kg.m으로 꽤나 넉넉한 파워를 확보한다. 파워트레인은 8단 토크컨버터가 사용되었으며, 시동 모터를 활용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연료 소비 효율을 개선한다. 공차중량은 1740Kg, 공인 연비는 11.8Km/L 수준으로 중량과 출력에 대비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고전압 시동모터는 보다 부드러운 엔진 점화를 지원하며, 공회전 상태에서 꽤나 정숙성에 신경 쓴 자동차라는 점을 느낄 수 있다.

발진 감각은 부드럽게 느껴진다. 8단 토크컨버터의 매칭도 별다른 충격이나 소음 없이 부드러운 가속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웬만큼 RPM을 높여보아도 불쾌한 소음이 유입되지 않았다. 전반적인 승차감은 탄탄하다고 느껴지는 편, 패밀리카 치고는 딱딱하다고 볼 수 있겠으나 요철에 대한 반응이 너무 예민하진 않았다. 기본적인 스티어링 휠 감도가 하체에 비해서는 가볍게 느껴진다. 특이한 점은 별도의 드라이브 모드가 없이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만을 세팅할 수 있다는 점, 무게감을 높이면 그제야 전체적인 섀시 감각이 통일된 느낌이다.

엑셀을 깊이 밟으면 변속기도 그에 따라 빠르게 응해주는 편이다. 그만큼 소음과 진동이 억제되어 있다 보니 순전히 운전의 '재미'를 누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수치상의 제로백이 6.7초라고 하며, 그에 맞는 응답성을 보여주지만 속도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기어 레버를 통해 다운시프트를 해도 부밍 사운드 톤이 부드럽고 한계치도 낮은 편이다. 대조적으로 섀시는 고속에서 상당히 안정적이다. 특히 급격한 차선 변경에도 롤을 깔끔하게 억제시켜주며, 고속 선회에는 낮게 깔린 무게중심이 느껴진다. 조향 감각은 뉴트럴 타입에 가깝다.

볼보의 SPA 플랫폼은 후륜 현가장치에 코일 스프링 대신 리프 스프링을 활용한다. 무게 대비 강성이 높고, 공간 활용성에서 이점을 본다고 한다. 그런 형식적인 차이는 특출난 예민함이 아니라면 알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대신 실제 주행에서의 섀시는 '스포티함'에 약간씩 편향되어 있다는 점, 통상적인 국산 세단에 비해 편안한 세팅은 아닐지라도 고속에서의 안정감과 정숙성은 '프리미엄' 세단이라는 사실이 명확했다. 넉넉한 출력과 변속기를 세팅하는 방식도 스포츠 세단보다는 패밀리 세단에 편향되어 있다.

안전에는 타협이 없다는 볼보의 철학이다. 2.5레벨 수준의 ADAS 장비로 안전한 운전에 '보조'를 받을 수 있으며, 각종 주행 상황에 대비한 경보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다. 터치 디스플레이가 직관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은 분명 있는데 막상 주행하다 보면 화면을 조작할 일이 많지 않다. 공조기를 사용할 때만 살짝 불편함이 있었는데 적응이 되면 해결될 듯 느껴진다. 그리고 볼보는 T맵과의 협력하에 개발한 음성인식 서비스 'NUGU'를 적극 활용하길 권장하며, 대화면 디스플레이나 디지털 클러스터에까지 인포테인먼트의 도움을 받아 안전한 주행이 가능했다.

볼보 S60 Ultimate Bright를 시승했다. 탄탄한 섀시와 훌륭한 정숙성이 특징이었다. 그리고 상위 차종과 비교하여도 부족함이 없는 풍부한 편의 장비를 갖추고 있다. 원래 볼보는 SUV 모델 XC60과 세단 S60을 엮어 '60클러스터'라고 통칭한다. 동일한 옵션과 성능을 기반으로 하지만, S60은 '세단'만이 추구할 수 있는 안정감과 안락함에 충실했던 것 같다. 아무렴 세단 시장에서 S60만의 입지는 분명해 보인다. 특히 장거리 운행이 잦은 소비자들에게, S60의 안정감과 편의성의 조화는 각별한 장점이 되어줄 것 같다.

글/사진: 유현태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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