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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의적인 매력 , BMW X6 LCI xDrive40i M스포츠 패키지 장기 시승기

BMW의 준대형 SAC, X6 LCI xDrive40i M Sport를 장기간 시승했다. X6는 '쿠페형 SUV'라는 장르의 개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자동차 산업은 과거로 갈수록 그 목적과 형식이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었다. 자동차의 수요 계층이 한정되어 있었고, 그들의 니즈는 확실했기 때문이다. 장르의 개척자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자동차 시장의 다양성을 실현하고 잠재 수요를 이끌어 낸다. 단, 현재 시점에서는 오히려 정형화된 형식의 차종들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잠시 언급해보고 싶은 차종이 BMW X6의 바탕이 된 'X5'다. X5 또한 BMW의 상징적인 모델이다. 20세기 말 당시 자회사로 소유하고 있던 랜드로버의 기술력, 그리고 업계를 선도하던 BMW의 품질 완성도를 바탕으로 개발된 준대형 SUV였다. 북미 시장을 타깃으로 하던 X5의 강인함과 실용성은 현시점에서 BMW가 SUV 업계의 선두주자로 오르게 된 계기에 이른다. 여전히 X5는 BMW의 스테디셀러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BMW의 아이덴티티를 상징하는 SUV라 한다면, 많은 대중들은 X6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X6는 결코 X5의 실용성을 만족시킬 수 없는 차종이다. 내지는 SUV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대중들이 X6를 하나의 'SUV 장르'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그 바탕이 되는 X5의 인지도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부유한 소비 계층의 패밀리카로 X5는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그런 환경 속에 돋보이는 디자인과 스포츠성을 품고 있는 X6는 억누르고 있던 '멋'에 대한 열망을 자극했을 것이다. 다시 말해 X5의 성공이 없었더라면 X6의 도전도 불분명한 미래였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신뢰와 멋 두 가지를 모두 탐닉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되고 있는 중이다.

현재 판매되는 BMW X6는 제3세대 모델로 한차례의 페이스리프트를 거쳤다. BMW의 표현으로 'LCI'라 한다. X6 LCI의 디자인은 더욱 날카롭고 공격적으로 변화하였다. X5와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은 육각형 형태의 키드니 그릴이라고 생각된다. 마치 8시리즈의 것과 유사하며, X6의 스포츠성을 과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매개였다. 헤드 램프는 더욱 얇고 날카롭게 다듬어졌으며 '>'자 형태의 DRL이 배치된다. 정면보다는 약간 틀어져 바라볼 때 더욱 입체적이다. M스포츠 패키지의 범퍼는 거대한 에어 인테이크와 검은색 가니시로 꾸며진다.

측면에서 바라볼 때 프런트 마스크가 꽤나 낮게 포지셔닝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새로운 디자인 요소들은 하나같이 입체적이고 날카롭다. 헤드램프에서부터 테일램프까지 하나로 연결되는 캐릭터 라인이 인상적이다. 급격히 하강하는 C필러 라인이 그와 대비되는 부분이다. 이렇게 탄생하는 역동적인 프로필이 '쿠페'라이크 한 감성을 자극하는 셈이다. 볼륨이 강조된 펜더와 함께 두껍게 마감되어 있는 휠 아치가 더욱 탄탄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M스포츠 패키지의 21인치 휠은 정교함이 느껴지는 형상, 과감한 바디 스타일링과 잘 어울린다.

페이스리프트 이후 후면 디자인의 변화는 눈에 띄지 않는다. 반대로 그만큼 완성형에 가까운 모습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한껏 끌어올린 캐릭터 라인 때문에 테일램프의 포지션이 꽤나 높다. 대신 날카로운 그래픽으로 역동성을 가미한다. 의외로 뒷유리 면적 자체는 넓다. 하지만 그 각도와 스포일러 덕분에 뒤에서 바라보는 크기는 굉장히 좁다. 쿠페의 감성을 살리기 위해 넘버 플레이트는 범퍼에 배치하고 차체 볼륨을 과장시킨 모습이다. 전용 범퍼는 두꺼운 에어 인테이크 홀과 머플러 팁, 차체 색상의 언더바디 플레이트로 공격성이 느껴지게 된다.

최신화를 거친 인테리어 디자인이다. 대략 14.5인치 크기의 대화면 센터 스크린을 포함한 와이드 디스플레이를 적용했고, 8.5세대 Idrive가 적용되어 거의 최신형에 가까운 UI를 보여준다. 시트 및 독립 공조 등 다양한 기능이 디스플레이로 통합되었다. 그에 따라 센터패시아는 간소화되었고, 무풍 에어컨 패널이 꽤나 고급스러운 감성을 보여준다. 반면 센터 콘솔에는 주행과 관련한 다양한 조작 버튼이 남아있고, 기어노브는 토글 방식 크리스탈 레버가 사용되었다. 그립이 두꺼운 M 스포츠 스티어링 휠과 차체 곳곳의 앰비언트 라이팅이 세련된 감각을 더한다.

쿠페형 SUV답게 2열 공간이 여유롭지는 않다. 정확히 공간 자체는 넓더라도 효율적이진 못하는 형식, 그럼에도 준대형 SUV라는 체급은 충분한 거주성을 지니게 해준다. 사륜구동이지만 센터터널도 높게 솟아있지 않다. 2열 독립 공조와 시트 열선, 선 블라인드와 파노라마 선루프 등 편의 장비도 넉넉했다. 러기지 스크린은 트렁크 공간을 꼼꼼히 차단시켜준다. 적재 공간은 바닥면이 높고 평탄하게 마감되어 있는 대신, 매트 아래에 꽤나 넓은 잔여 공간이 마감되었다. 매트에는 가스 리프트까지 부착되어 제조사의 세심한 배려심이 느껴진다.

BMW X6 40I Xdrive에는 3.0L급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이 탑재되었다. 과급 장치로 싱글 터보가 활용되며 최고 출력 381HP, 최대 토크 53.0 Kg.m 수준의 파워를 낼 수 있다. 변속기로는 ZF의 8단 토크컨버터, 기본적으로 4바퀴를 굴리는 다판클러치 방식의 AWD가 적용된다. 공차중량 2320KG, 제로백은 5.4초에 달하며 공인 연비는 9.5Km/L로 인증을 받았다. 출력 대비 효율성이 준수하다고 생각되는데 지난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기본 탑재되었다. 단, 주행 중에 스트롱 하이브리드처럼 직접 개입하진 않는다.

과시적인 외모와 다르게 스타트 사운드는 부드럽고 정숙하다. 아마 48V MHEV의 도입으로 N.V.H 성능이 개선되었을 수 있고, 이는 엔진 스탑&고 시스템과 항속 주행에 있어서 더욱 고급스러운 주행감을 제공해 준다. 이로써 효율성을 더하기도 한다. 아무렴 '컴포트'모드에서의 승차감 자체는 패밀리 SUV에 가깝다. 에어 서스펜션으로 조율한 하체도 그다지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고, 댐핑 스트로크가 다소 짧을 수는 있어도 그 특성에 맞게 잔잔한 충격과 진동을 부드럽게 걸러준다. 반면 스티어링 휠은 적당한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

다소 엑셀을 깊게 밟아도 안정되는 소음과 진동,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변속기의 반응이 인상적이다. 특히 고속에서의 승차감이 마음에 들었다. 높은 중량과 낮은 무게 중심을 바탕으로 흔들림도 적절히 억제되어 있다. 급제동에서는 높은 중량으로 인한 쏠림을 피해 갈 수 없으나, 댐핑만 스포츠 모드로 세팅한다면 그나마도 피칭이 억제된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하면 엑셀 반응은 확실히 예민해진다. 앰비언트 라이팅과 디스플레이 및 HUD 테마, 그리고 증폭되는 사운드로 긴장감을 더해주며 특히 고 RPM 사운드가 짜릿한 자극이 된다.

발진감은 초반 토크보다도 중고속 영역에서의 밀어주는 느낌이 굉장히 강했다. 터보 래그는 거의 느껴지지 않지만 가솔린 엔진의 전형적인 특성이 나타난다. 고속에 가까워질수록 하체는 더욱 단단하고 안정적으로 변화하는 느낌이다. 특히 회피기동에서 기민하게 반응하는 에어 서스펜션은 그립의 한계치를 생각보다 높게 유지해 준다. 타이트한 코너보다는 힘을 겨루는 고속 주행이 어울리는 차량이다. 다만 사운드 제너레이터가 조금 더 크게 작동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이미 하만/카돈 하이파이 스피커가 탑재되어 있기도 하다.

에코 모드에서는 RPM 대신에 실시간 연료 소비 효율을 우측 창에 띄워준다. 에코 모드에서도 댐핑과 스티어링 등 섀시 세팅은 각개 설정이 가능하다. 주행보조 장비는 레벨 2.5 수준의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이 적용되었다. 레인 키핑과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물론 정차 후 재출발까지, 휠만 파지하고 있다면 스스로 움직인다. 참고로 디지털 클러스터 테마는 미디어, 맵, 차량 등 다양한 설정이 가능하며 'AR'테마를 사용하면 실시간으로 ADAS의 인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전자 장비에 대한 불신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셈이다.

순정 내비게이션 자체는 UI가 복잡하다. 하지만 무선 스마트폰 미러링을 지원하기에 업데이트의 필요성이 없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며, HUD에 지속적으로 단속 카메라를 표기해 주기 때문에 편했다. 또 다른 장점은 '파크 어시스트' 기능으로 가장 고도화된 어라운드 뷰 카메라가 활용되고 있다. 자동 주차와 출차 기능도 편리하게 사용이 가능하며, 역시 전자 장비에 대한 불신만 덜어낸다면 정말 유용한 기능이다. 버튼을 디스플레이 패널에 통합시킨 최신 인터페이스에 관해서도 역시 '익숙함'만 생긴다면 불편함은 없다고 설명할 수 있겠다.

아무래도 스타일을 중시 여기는 SUV인 만큼 비포장도로는 기피하게 된다. 그럼에도 거친 노면을 거닐어야 한다면 에어 서스펜션의 차고를 최대로 높여 안전하게 주파할 수 있다. 이런 오프로드 모드의 존재 자체가 꽤 든든하다. '쿠페'를 지향하는 X6의 디자인은 도심에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내비치지만,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하는 SUV의 강인함은 더욱 반전적인 매력으로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이번 LCI가 소소한 변화에 그쳤다고 생각했는데 장기간 시승하며 느낀 외모는 말 그대로 '완성형'에 가까웠다.

BMW의 X6 40I Xdrvie M스포츠 패키지를 장기간 시승했다. 여전히 쿠페형 SUV의 표본과 같은 공격적인 디자인이 강점이다. 세단과 SUV 사이에 있는 듯한 편안한 승차감은 의외의 매력이라 느껴졌다. 서론의 내용처럼 지금은 쿠페형 SUV라는 장르가 오직 BMW의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존재 의의를 가장 원론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만큼은 여전하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타사의 쿠페형 SUV는 기성 모델의 파생 차종에 가깝다. 하지만 X6는 세단도 SUV도 아닌 '중의적인' 성격을 품고 있는 차량이 맞다.

글/사진: 유현태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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