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자동차 코리아 미디어 시승 행사에 참석했다. 이번 시승 행사 주제는 볼보의 '인포테인먼트' 혁신에 대한 내용이다. 최근 자동차 전문지를 넘어서, 경제 시사 용어로 'SDV'라는 표현을 자주 접할 수 있다. 'Sofrware Defined Vehicle'을 의미한다. 직역하면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자동차, 내지는 '하드웨어'를 뜻한다. 원래 내연기관 자동차는 순수 기계 장치로만 구동되던 역사가 있었다. 그 이후 ECU 등 제어기 체계를 구축하며 더욱 완성도 높은 주행성과 안정성, 친환경성을 개선해 온 셈이다.
20세기 말 이후 자동차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함께 발달해 왔다. 그러던 중 SDV라는 표현이 등장한 이유는 하드웨어의 발전 가능성이 임계점에 다다랐기 때문이라 여긴다. 물리적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것, 그리고 그 외적인 사용자 경험은 소프트웨어의 영역이다. 결국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기술이 자동차 산업의 성패를 가르게 되는 시점이다. 무엇보다 SDV 산업의 발전이 가속화된 발단은 전기차 산업의 활성화였다. 알다시피 전기차는 재래식 자동차 공업의 중요성을 더욱더 약화시켰고, 그로인해 획일화된 모빌리티 시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SDV산업의 발달로 인해 소비자는 구형 승용차를 타더라도 최신화된 운영체제를 경험할 수 있다. 특히 하드웨어 장비를 전부 갖추고 있다면, 먼 미래에 완전 자율주행 유닛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단, 이런 소프트웨어 중심의 산업구조가 100여 년이 넘는 내연기관 레거시 기업들에겐 치명적이다. 전기차 시장에서 발생되는 마진율의 상당량을 배터리 제조사와 소프트웨어 개발사가 흡수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결국 차량 원가가 올라가거나 품질이 낮아질 수 있다. 그래서 일부 완성차 업체들은 자체 OS 시스템 개발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이번 SDV 이야기의 주인공 '볼보'는 타 브랜드보다 앞서 자체 OS 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을 투자했다고 자신한다. 그리고 한국 시장에 대한 현지화 노력이 돋보이는 브랜드는 맞다. 2021년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한국형 통합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는 현재 전 차종에 탑재되어 있으며, 국내에서 익숙한 T맵 모빌리티와 협력했다. 내비게이션 서비스는 물론, 미디어 플랫폼 FLO와 96%의 인식률을 지닌 'NUGU AUTO'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한다. 무선 업데이트를 가능케 하는 OTA 서비스를 통해 최신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중이라 한다.
시승 행사는 볼보 자동차 코리아 PR팀 남윤지 팀장의 인사말로 시작되었다. 2024년에는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SUV 풀 라인업을 필두로, 내연기관 메이커 중 수입차 판매 순위 3위에 올랐다. 컨슈머인사이트 기획조사에서는 국산/수입 차량 통합 제품 만족도 1위, 서비스 만족도 1위라는 최고의 상품성을 인정받기도 한다. 꾸준한 매출과 사후관리, 더 나은 제품으로 돌아오는 일련의 선순환 사이클을 볼보 자동차 코리아가 구축한 셈이다. 뒤이어 볼보 자동차 김정수 선임연구원의 자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관한 PR이 진행된다.
앞서 언급했던 T맵 모빌리티와의 협업 소프트웨어를 통해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지도, 음악, 뉴스, 팟캐스트, 음성인식 기능 등 바퀴 달린 스마트폰에 가까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최신의 지도 및 교통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여 운전자 지원 및 커넥티드 서비스의 발전을 이룩했다. SDV 산업의 트렌드와 같이 '개인화' 기술 기획에 집중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노력들이 모여 한국 시장에서의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났다는 것, 이번 시승행사에서는 볼보의 최신화 OS를 경험해 본다.
시승 차량은 볼보 XC9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T8 AWD Ultimate Bright 사양이다. XC90은 볼보의 플래그십 SUV 이자, 디자인 혁신을 선도했던 모델로 알려진다. 원래도 300마력 이상의 넉넉한 출력을 내던 2.0L 가솔린 싱글터보 엔진에 107kw 급 구동 모터를 맞물려 합산 455Hp라는 스포티한 최고 출력을 갖춘다. 제로백은 5.3초, 전자식 AWD 시스템과 후륜 에어스프링 서스펜션이 적용된다. 배터리 용량 18.8kwh로 1회 충전 시 최대 56km의 주행거리를 전기로만 감당할 수 있다고 하며, 공인연비는 15.5km/l로 인증을 받았다.
플래그십 SUV답게 넓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다. 블론드& 차콜 색상이 채택되면서 전반적으로 화사하고도 세련된 분위기가 더욱 강조되어 있었다. 1열 통풍 및 마사지 기능을 지닌 시트는 포근한 탑승감을 제시했고, 가죽으로 마감된 투톤 스티어링 휠이나 각종 내장재의 따스함이 마음에 들었다. 볼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옵션이 'B&W' 하이파이 오디오, 그리고 오레포스에서 가공한 크리스탈 기어노브가 아닐까 싶다. 이번 시승기의 주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HUD, 9.1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로 구성된다.
볼보 차량에 탑재되어 있다는 AI 음성인식 서비스는 호출명 '아리아'를 통해 활성화할 수 있다. 단순히 지정된 경로나 장소를 불러오는 것을 넘어서, 실시간으로 날씨나 증권 정보를 알아볼 수 있고 미디어 재생이나 차량 기능 제어도 가능하다. 특히 운전 중 작동하기엔 위험성이 있는 전화나 문자도 음성인식 서비스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규범적으로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이 불가능 한 만큼, 장시간 운전 중에 발생하는 여러 불편함을 극복하는 방법이 된다. 타 브랜드에 비해 음성인식 서비스의 활용성을 강조하는 점도 역시 볼보의 '안전'철학이 느껴진다.
T맵이 순정화되어 있다는 점은 생각보다 큰 편리함이다. 차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무선 폰 프로젝션의 경우 로딩 시간 자체가 긴 경우도 있고, 주행 중에 딜레이가 생긴다면 곤란한 경우도 있다. 특히 목적지 검색이나 경로 변경에 있어 제약이 많은데, XC90에 제공되는 순정 길 안내 서비스는 호환성이나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 주행 중에는 센터 스크린뿐만 아니라 디지털 클러스터에도 상세한 경로 안내를 띄워준다. HUD까지 뛰어난 연동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앞서 설명했던 '사용자 경험'에 있어 확실히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준다.
XC90의 승차감은 그야말로 패밀리 SUV의 정석이다. 여타 볼보 차종들과 다르게 승차감이 보다 부드럽게 세팅되어 있고, 요철을 잔잔하게 흡수하는 감각이 마음에 들었다. 그만큼 즉결감은 덜하지만 확실히 탑승객이 편안함과 고급감을 느낄 수 있는 승차감이며, 그에 따라 스티어링 휠도 기본 세팅이 가볍다. 차량 설정을 통해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을 높일 수 있다. 고속에서도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을 차단하는 감각이 인상적이었고, 특히 급가속을 밟아도 모터의 즉답 반응으로 RPM 상승과 사운드를 최대한 억제해 주는 느낌이 좋았다.
국내 시판 중인 XC90 중기형의 디자인은 2014년 공개이래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익숙한 외모를 유지해 왔다. 한차례의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다듬어졌지만, 레이아웃이나 그래픽 자체는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식상하지 않다. 토르의 망치를 연상시키는 T자형 DRL가 듬직한 방패 같은 인상을 주는 아이언 그릴 등 볼보의 디자인 언어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세련미가 출중했다. 시승 차량에 적용되어 있는 21인치 알로이 휠은 두꺼운 스포크를 지닌 독특한 디자인으로 더욱 차분한 분위기를 남겨주는 듯했다. 3열까지 여유로운 실내공간과 개방감까지, 매력적인 패밀리 SUV가 맞다.
볼보가 제시하는 인포테인먼트 혁신의 개요는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었다. 스마트폰에 접근하기 어려운 운전 환경 속에서 볼보의 UI 시스템은 효과적인 보조 수단이 되어준다. 차에 타는 시점부터 하차하는 순간까지, 굳이 스마트폰을 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 차량 운행에 필수적인 내비게이션 서비스는 기본 음악 스트리밍과 전화, 문자, 뉴스 등의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 물론 기본적인 커넥티비티 서비스가 볼보만의 것은 아니다. 그래도 최적화 수준이나 안정성 만큼은 분명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볼보 자동차 코리아 시승행사를 통해 최신화된 인포테인먼트를 경험했다. 함께 SDV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히 다루어보았다. 사실 SDV 자체의 최대의 적은 스마트폰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론처럼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해진다면, 운전 중 스마트 기기 사용이 합법화될 것이다. 결국 스마트폰 이상의 부가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안정화하는 것이 SDV의 발전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미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실현에 앞서, 볼보는 지속적인 투자와 선순환 사이클을 구축했다는 점에 그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브랜드가 아닐까 싶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