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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고함이 매력,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 A220 세단

2010년대 중후반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경쟁 심화로 인해 '엔트리 럭셔리' 시장이 활성화된 바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소형 해치백 A클래스의 포지션 수정과 함께, 신규 전륜구동 MFA2 플랫폼을 바탕으로 소형차 라인업을 7종까지 확장한다. 과거 A클래스와 B클래스는 코어 럭셔리 모델들과 다르게, 소형차 위주의 판매 시장의 전략형 모델에 가까웠다. 포트폴리오 재구성과 함께 북미나 중국, 그리고 한국 시장 등지에서도 깊숙이 침두 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차종이 A클래스 '세단'이며, 기존 해치백보다 높은 판매 성과를 이루어 낸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는 2025년, A클래스 세단을 비롯한 엔트리 럭셔리 카 라인업을 축소할 예정이다. 가장 오랜 역사를 가져온 A클래스와 B클래스는 물론, 소형 SUV GLA까지 개발이 중단된다. 메르세데스는 CLA와 GLB 라인업만 올해 MMA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순수 전기 모델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알려진다. 엔트리 럭셔리 세그먼트의 투자금을 줄이고, 코어/탑엔드 럭셔리에 대한 연구 개발에 집중하기로 했다. 결국 판매 신장보다도 영업 이익률을 높이는 방향이, 럭셔리 브랜드에게는 장기적 가치 재고와 수요 리스크를 낮출 수 있는 올바른 방향인 셈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처음 A클래스 세단을 공개한 건 2018년이었다. 그리고 소형차 라인업 축소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시기는 2022년, 당해 4분기에 A클래스 라인업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공개된다. 당연하게도 페이스리프트에 많은 공을 들이지는 않았다. 외관상의 변화는 헤드램프 그래픽과 범퍼 형상을 일부분 수정한다. 의외로 파워트레인 계통에는 많은 변화가 담겨 있다. 전륜구동 모델에 사용되는 7단 DCT를 8단으로 변경했고,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하여 승차감 및 효율성을 개선했다.

시승 차량은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 세단 A 220 트림이다. 페이스리프트 이후 더 뉴 A클래스 세단은 AMG라인 선택이 불가능 한 단일 옵션이다. 기본 익스테리어 디자인에는 LED 하이 퍼포먼스 헤드라이트와 17인치 5스포크 휠이 포함된다. A220은 2.0L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을 표준으로, 8단 듀얼 클러치와 48V 스타터 제너레이터를 기본 장비로 탑재한다. 섀시에는 컴포트 서스펜션이 적용된다. 별도의 선택지로는 최고출력을 보다 높게 세팅하고, 전자식 4륜 구동을 탑재한 'AMG A35 4MTIC'이 고성능 사양으로 시판 중에 있다.

A클래스 세단은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자인 철학 'SENSUAL FURITY'의 원형을 따르고 있다. 앞서 단종된 메르세데스-벤츠의 쿠페형 세단 CLS클래스와 유사한 전면 디자인을 보인다. 육각 형태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날카로운 헤드램프로 '샤크노즈'스타일의 공격적인 실루엣을 나타낸다. 페이스리프트 이후 헤드램프의 DRL 형상이 간결해졌다. 그와 함께 헤드램프 그래픽도 변경되며 이전보다는 차분한 인상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테두리에 프레임이 생략되어 더욱 스포티한 모습이며, 기본 범퍼도 전체적으로 역동적인 이미지를 가진다.

측면 디자인이다. A클래스 세단은 사진보다 실물로 접하면 전고가 굉장히 낮은 편이다. 그만큼 전폭은 넓게 느껴진다. 그런 차체 비율은 측면에서 바라볼 때 더욱 확실하다. 낮게 깔린 프런트 마스크로부터 시작되는 포물선 형태의 캐릭터 라인이 우아하고 역동적인 프로필을 구현해 준다. 기존 해치백 차량을 컨버전한 모델이다 보니 C필러 라인이 자연스러운 인상은 아니다. 물론 더 매끄러운 라인도 가능했겠지만, 세단의 본질이 2열 거주성에 있다 보니 적절한 타협을 목표한 것 같다. 트렁크 리드가 완벽하게 분리된 세단이다.

새로 적용되기 시작인 17인치 5스포크 휠도 매력적이다. AMG라인이 아닌 기본 익스테리어 디자인이지만, 마치 휠만 보면 AMG의 감성이 느껴진다. 전면 가공을 통해 스포크가 얇아 보이도록 유도했다. 17인치라는 크기도 A클래스의 체급을 생각하면 넉넉하다. 후면 디자인은 기존과 거의 차이가 없다. 삼각형의 테일램프 형상도 동일하고, 범퍼의 실루엣도 변화가 없어 보인다. 대신 테일램프의 그래픽 또한 얇게 다듬어져 세련된 인상을 준다. 전체적인 페이스리프트는 이전 모델의 디자인을 정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실내 디자인도 동일하다. 명확한 차이로 느껴지는 부분은 3스포크 타입 스티어링 휠의 변화인데, 그 차이만으로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긴 했다. 약 10.25인치 크기의 디지털 클러스터와 MBUX 센터 스크린이 탑재된다. 열선 시트나 비상등 같은 버튼은 센터패시아에 나열되며, 변속기는 칼럼 레버 타입이다. 덕분에 센터 콘솔은 온전한 수납공간으로 구성되었다. 실내 대시보드와 터빈 에어벤트를 장식하는 64색 앰비언트 라이트가 메르세데스 특유의 디지털 감성을 자극한다. 시트는 생각보다 고급스러운 질감이며, 전동 메모리 기능을 포함한다.

구스넥 형상의 도어 캐치가 A클래스 인테리어의 특징 중 하나다. 문을 보다 쉽게 여닫을 수 있으며, 양문형 센터 콘솔도 나름 고급차만의 감성을 살려준다. 카본 파이버 룩 내장재와 알루미늄, 인조 가죽 등으로 꾸며진 1열 공간의 고급감은 인정하나, 뒷좌석은 다소 아쉽다. 편의장비는 오직 충전 포트와 암 레스트뿐, 에어벤트도 없다. 그리고 전륜구동 사양인데도 센터 터널이 높다. 그나마 공간상 체형만 맞는다면 포지션 자체는 편안할 수 있다. 레그룸도 생각보다 넓은 편이고, 트렁크 공간은 딱 예상가는 수준이었다.

A220에는 배기량 2.0L급 직렬 4기통 가솔린 싱글터보 엔진이 탑재된다. 최고출력 190HP, 최대토크 30.6Kg.M 수준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변속기는 8단 듀얼 클러치,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시동 모터 겸용 BISG 방식이다. 항속주행만을 보조하는 수준, 최대 10Kw의 힘을 더한다. 공차중량은 1495Kg이다. 결과적으로 공인 연비는 12.5Km/l로 인증을 받았다. 제로백은 7초 미만으로 알려진다. 엔트리 세단치고 효율성이 부각되는 편이 아니나, 또 프리미엄 세단이기도 하니 기본 출력 자체가 높게 세팅되어 있다.

BISG 덕분에 시동은 부드럽게 걸린다. 아이들링 감각도 작은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고급스러움, RPM을 높여도 엔진 진동과 떨림은 억제되어 있다. 기본 컴포트 모드에서도 발진감은 경쾌하다. DCT도 초반 토크가 높게 세팅된 느낌이고, 중량에 비해 엔진 파워 자체가 높기도 하다. 일반적인 세단보다 크리핑이 빠르다는게 체감 간다. 도심에서 정차 후 재출발을 할 때는 어차피 오토스탑이 개입하고, 48V MHEV로 부드러움까지 갖추었으니 문제 되는 느낌은 아니다. 그저 의도대로 따라주는 가속감과 고속에서도 지체되지 않는 펀치력이 매력이다.

주행 모드는 컴포트와 에코, 스포츠로 구분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기본적으로 무거운 핸들링 감각이 조금 더 묵직해진다. 그리고 엑셀 반응이 더욱 예민해지며, RPM과 사운드가 자극적으로 변화한다. 제법 재밌다. 고속에서도 묵직한 주행감으로 안정감을 잃지 않는다. A클래스 세단의 섀시는 전후륜 멀티링크, 그리고 컴포트 서스펜션으로 조율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느낀 승차감은 그래도 단단한 편에 편향되었다. 고속에서 롤에 대한 저항성이 분명하며, 스티어링 반응도 상위 모델에 비해 민첩하게 느껴진다.

체급을 뛰어넘는 안정감이 A클래스 세단의 매력이다. 다만 상위 모델에 비해 정숙성은 떨어지는 편, 편평비가 작아서인지 노면 소음도 꽤나 유입된다. 또 평상시 승차감이 단단하다 보니 방지턱이나 요철에서 통통 튀는 느낌이 있다. 의도적으로 하드한 세팅을 담았다기 보다, 롤 스트로크 자체가 짧은 감각이다. 또 한 가지 단점을 지적하자면 8단으로 변경된 DCT도 여전히 저단 울컥거림은 피해 가지 못한다. 자연스러운 가감속은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그리고 특히 오르막길에서는 RPM이 요동치면서 충격과 소음이 올라온다.

중형급 이상의 메르세데스-벤츠를 생각했다면 체급의 차이는 피해 갈 수 없다. 특히 소음과 변속감 측면에서 특유의 부드러움을 느끼긴 어렵다. 하지만 견고함이 강조되는 고속 안정성 하나만큼은 브랜드 가치에 어울렸으며, 경쾌한 엔진 필링과 기민한 핸들링 감각은 상위 모델과는 다른 펀 드라이빙 감각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주행 중 이용했던 편의 장비는 무선 앱 커넥트와 후방카메라, 그리고 주차 센서와 각종 충돌 경보 장비가 있다. 가격대에 비해 옵션 수준이 넉넉한 편은 아니다. 편리함을 찾기보다는 '안정감'에 높은 비중을 실어야 가치 있는 제품성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A클래스 세단 A220을 시승했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디자인은 큰 차이를 알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모습, 특히 휠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인테리어도 비슷한 수준의 변화와 만족감이다. 세단임에도 컴팩트 카 특유의 단단한 승차감은 취향에 따른 평가가 달라지겠다. 다만 여유롭고 즉답적인 엔진 반응에는 특출난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 세팅이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소형차라면 어떤 측면이든 '특별함'이 있어야 한다. 첫째가 디자인이라면, 둘째는 체급을 넘어서는 견고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글/사진: 유현태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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