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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더 뉴 골프 페이스리프트 2.0 TDI 디젤 시승기

더 뉴 골프 2.0 TDI 소규모 시승회에 참석했다. 폭스바겐은 지난 3월, C세그먼트 해치백 '골프'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한국 시장에 정식으로 출시한 바있다. 독일 태생의 골프는 해치백이라는 장르의 대명사와 같은 차종이다. 국내에서는 흔히 접하기 어려운 해치백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누적 3700만 대 이상 판매된 베스트 셀링카 중 한 대에 해당한다. 단지 해치백중에 높은 인지도를 쌓아온 차종이 아니라, 전세계 만 인의 '승용차'로서 선택받아온 차량이라는 의미다.

골프는 세계 최초의 해치백이 아니다. 하지만 해치백의 기준을 정립했다. 최근 자동차 산업은 장르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져가고 있지만, 정통 해치백의 전제는 '컴팩트'한 차체라 볼 수있다. 함께 여러명의 인원이 불편함 없이 탈 수 있어야 하고, 일상용으로는 넉넉한 적재 공간까지 갖추어야 한다. 그런 조건을 만족할 수 있는 해치백, 때로는 즐거운 주행감까지 제공할 수 있는 탄탄한 '기본기'를 품은 차량이 골프였다. 골프는 출시 이래 50여년의 역사를 써내려 왔다. 세대 변경을 거듭할 때마다 혁신 기술을 적용해오며 대중들의 이동성을 책임져온다.

2019년 공개된 8세대 골프는 더욱 매력적인 디자인과 편의장비 구성으로 출시된 바 있다.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첨단 안전 기술과 주행 보조 기능으로 기본기를 보강하기도 한다. 페이스리프트는 2024년에 진행되었고, 일부 디자인을 다듬으며 더욱 세련된 외관을 얻게된다.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디지털 친화'라 볼 수 있다. 최신 인포테인먼트 UI와 대화면 스크린으로 인테리어 구성을 최신화했다. 국내 출시 사양에는 에르고 액티브 시트를 기본화 하고, 일루미네이티드 로고를 적용하는 등 '프리미엄 해치백'의 면모를 강화하는 모습으로 새로운 기준을 세운다.

이번 미디어 시승회는 약 400Km의 장거리 여정으로 진행되었다. 서울 종각역 인근의 폭스바겐 그룹 코리아 본사를 출발하여, 목적지는 강원도 양양이었다. 서울 중심에 위치한 본사 건물에서 골프의 일상 주행을 경험할 수 있고, 서울 양양 고속도로에서는 고속 안정성과 항속 주행 연비를 체크한다. 그리고 강원도 양양에서는 코너링 등 골프의 기본기를 평가해 볼 수 있는 코스였다. 승용차이지만 짙은 상징성을 지닌, 폭스바겐 더 뉴 골프와 함께 초여름을 맞이하는 싱그러운 시승행사였다.

더 뉴 골프의 디자인부터 살펴본다. 골프의 페이스리프트는 일부 디테일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때문에 큰 변화를 알아차리긴 어려운데, 막상 이전 모델과 디자인을 비교해 보면 많은 차이가 느껴지긴 한다. 확실한 '세련미'가 생겼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헤드램프에 있다. 이전 모델보다 더욱 얇고 입체적인 형상으로 다듬어졌다. 때문에 차량은 더욱 낮고 스포티해 보이는 인상이 생기는데, IQ 라이트 LED 매트릭스 헤드램프의 정교한 그래픽 자체에서 느껴지는 카리스마도 상당하다. 동급 유일의 지능형 헤드램프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범퍼 형상도 이전보다 입체적으로 변화하였다. 때문에 전반적인 차량 실루엣이 역동적으로 보이는 모습, 새롭게 추가된 LED 일루미네이티드 로고는 디자인의 매력을 더해준다. 낮보다는 야간 주행에서 느껴지는 시각적인 효과가 상당하다. 완만한 각도로 상승하는 A필러와 부메랑 형태의 두꺼운 C필러는 골프의 오랜 디자인 헤리티지 중 하나다. 페이스리프트의 차이로는 휠 디자인의 변화가 있다. 참고로 시승 차량은 전부 2.0 TDI 프레스티지 등급, 전용 18인치 알로이 휠 디자인이 채택된다. 깔끔한 디자인으로 차량에 잘 매칭되는 모습이다.

앞서 언급했던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와 3D LED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도 프레스티지 전용 사양으로 제공된다. 후면 디자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도 이 테일램프 그래픽이라 볼 수 있는데, 실물로 보면 생동감 있는 형상이 제법 매력적이다. 테일게이트를 장식하는 신형 엠블럼과 골프 레터링 역시도 오랜 기간 답습해온 디자인 레이아웃이다. 후방 카메라를 엠블럼에 내장하는 섬세함도 갖추었다. 넘버 가드는 범퍼에 배치한다. 페이스리프트 이후 범퍼 디자인도 소소하게 바뀌었다. 디퓨저의 테두리 마감이 고급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실내 공간이다. 역시 레이아웃은 기존과 같지만 부분적인 개선을 거쳐 출시되었다. 센터스크린의 크기가 12.9인치까지 확장되었고, MIB4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된다. 디지털 클러스터의 UI도 훨씬 정교해진 모습이다. 각종 하이글로시 패널과 앰비언트 라이트 등 미래적인 감성이 느껴지는 실내 분위기를 지닌다. 멀티펑션 스티어링 휠과 토글 타입 기어 레버의 조작감도 직관적인 편, 기본 제공되는 운전석 액티브 에르고 전동 시트는 포지션 메모리 및 마사지 기능까지 탑재되어 큰 편안함을 제공해 준다. 그 밖에 HUD, 시트 열선, 독립 공조 등 기능을 포함했다.

더 뉴 골프에는 보이스 인핸서라는 기능도 탑재된다. 핸즈프리 마이크와 뒷좌석 스피커를 활용하여 1,2열 탑승객의 편안한 대화를 보조한다. 레그룸은 여유가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비좁지도 않다. 시트 포지션이 자연스럽고, 측면 창 면적이 넓어 개방감도 준수했다. 준중형 해치백이지만 2열에도 독립 공조가 제공되고, 트렁크에는 러기지 보드가 마련되는 등 고급스러운 면모도 보인다. 예상보다 트렁크 면적이 더 넓다. 바닥면이 평평하게 마감되었고, 2열 시트는 4:6 폴딩을 지원한다. 스키 쓰루까지 구성되어 있다.

이번 골프 페이스리프트의 핵심적 변화가 '디지털 친화'라고 느꼈다. 사실 시장 여론을 따져보면 터치 기반의 인터페이스에 대한 비판이 많긴 한데, 골프는 원래부터 실내 구성이 대부분 터치 방식이었다. 이번 페이스리프트도 같은 터치 인터페이스 기반이지만, 그 사용성이 대폭 개선되었음에 장점이 있다. 12.9인치 화면 크기는 정말 넉넉했다. 터치 UI가 더 직관적으로 느껴지며 즐겨찾기 기능을 포함한다. 애플과 안드로이드 모두 무선 폰 프로젝션을 지원하며, 내비게이션 안내가 디지털 클러스터와 HUD에 연동된다는 점도 편리하다.

엔진과 파워트레인은 전과 같다. 배기량 2.0L급 직렬 4기통 TDI 디젤 엔진이다. 최고출력 150HP, 최대토크 36.7Kg.m 수준의 힘을 품는다. 최대토크 영역대가 1,600~2,750 RPM 사이로 실용적인 세팅을 갖추고 있다. 변속기는 DCT 방식의 7단 DSG를 결합하여 17.3km/l라는 효율적인 연비를 인증받게 된다. 참고로 공차중량은 1456KG, 제로백 8.4초다. 국내에서 디젤 엔진의 선호도가 점차 낮아져왔긴 하다. 그래도 소형차 특성상 고가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또한 인기가 높진 않으니, 연간 주행거리가 길다면 디젤 엔진은 가장 실용적인 선택지다.

실제 이번 시승에서는 골프의 뛰어난 실연비를 경험해 볼 수 있었다. 골프의 주행모드는 에코와 컴포트, 스포츠로 구분된다. '에코' 모드에서도 디젤 엔진 특성상 기본적인 발진감은 강한 편이다. 높은 토크로 인해 경쾌한 초반 가속과 탄력을 받는다. 신호 대기 중에 개입하는 스탑&고 시스템도 작동감이 디젤 치고 부드럽다. 가감속을 반복하는 도심에서의 주행 연비도 15km/l는 쉽게 넘어설 수 있다. 골프의 컴팩트 한 차체는 도심 주행에서의 스트레스도 적고, 넓은 창문 면적에서 느껴지는 개방감도 기억에 남는다.

부드럽게 운행하다 보니 듀얼 클러치 특유의 울컥거림도 체감할 수 없었다. 그리고 고속에서의 연비는 더욱 인상적이다. 에코모드에서 항속주행을 거듭한 결과 26~27 km/l 수준의 뛰어난 효율을 보여주었다. 그 이후에는 스포츠 모드로 잦은 가감속과 고 RPM을 반복했음에도, 고속에서 20Km/l 이상의 연비가 계측되는 뛰어난 효율성을 발휘했다. 실제 440km 이상의 거리를 주행하면서도 연료 잔량은 65%가량 남았다. 1회 주유 시 연비 주행을 한다는 가정하에, 10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유류비 절감에는 정말 효과적인 디젤 엔진이다.

또한 2.0 TDI 엔진의 퍼포먼스 자체도 매력적이다. 고속에서도 엑셀 반응에 즉답적으로 회답해준다. 두터운 토크가 이끄는 차체는 더욱 가볍게 느껴지며, 꾸준한 탄력을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평소 소음으로 느껴질 수 있는 엔진 사운드도 스포츠 모드에서는 꽤나 강렬하고 날카로운 음색으로 변화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안정성, 기본 핸들링 감도는 딱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수준으로 스포츠 모드에서는 약간의 무게감을 더했다. 하나, 속력을 아무리 올려도 핸들링이 불안하지 않다. 노면에 붙어있는 듯 민첩한 움직임은 해치백의 강점이다.

도심에서나 고속에서나 승차감 세팅은 적당히 부드럽다고 느꼈다. 요철에 대응하는 느낌도 부드럽지만, 요란하지 않다. 리바운드도 적당히 억제하는 감각, 가벼운 차체는 코너에서도 민첩한 움직임과 적절한 롤링만을 허용했다. 단, 종합적으로 고속에서의 안정성 만큼은 그 이상으로 훌륭했다. 참고로 후륜 서스펜션은 멀티링크 기반이다. 차음성능도 평범한 수준인데, 고속 영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2레벨 수준의 ADAS 장비를 활용하는 '트래블 어시스트' 기능을 사용해 장거리 여정에서도 피로도를 대폭 낮출 수 있었다.

웰메이드 해치백이라는 표현이 맞다. 하루 온종일 골프와 함께 하며 느낀 점은 운전자의 입장에서 스트레스가 없는 차량이라는 것, 주행은 물론이고 인포테인먼트의 완성도나 편의장비 수준 모두 훌륭했다. 보통 준중형급 차량을 시승하면 단점 내지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한두 곳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골프는 아니었다. 물론 편의 장비 수준이 부족할 순 있다. 하나, 탑재된 모든 기능들은 제 역할에 충실하다는 의미다.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나 마사지 시트 같은 동급 이상의 옵션도 존재하며, 디자인이 생각보다 더 매력적이다.

골프 페이스리프트 2.0 TDI 프레스티지 트림을 시승했다. 기존의 디자인을 정제한 외관은 말 그대로 완성도를 높인 형태를 보인다. 디지털 장비와 UI를 보완한 실내, 그리고 경쾌한 주행감과 효율성이 돋보이는 차량이었다. 특히 18인치 휠의 세팅은 우수한 디자인과 주행성 모두를 양립시킨다. 확실히 골프는 '기본기' 하나만으로 운전자를 매료시킬 수 있다. 함께 실용적이고 편리한 공간과 고유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으니, 해치백이 생소한 사람이라도 지난 50년간 골프가 인기를 끌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쉽게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 유현태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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