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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리스 세단의 가치, 볼보 S90 B6 AWD 장기 시승기

볼보의 S90 B6 AWD Ultimate Bright를 장기간 시승했다. F세그먼트에 속하는 볼보 S90은 플래그십 세단의 포지션을 담당하고 있다. 앞서 공개되었던 2세대 XC90과 함께, 볼보의 '90 클러스터'를 구축했던 모델이다. 90 클러스터를 통해, 볼보는 브랜드 혁신을 거친 신세대적인 디자인과 주행성과 실용성이 양립하는 SPA 플랫폼을 시현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패밀리카 시장에서 볼보가 프리미엄 브랜드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것에 크게 기여했다.

성공한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그 제품에 담긴 '이미지'를 판매한다는 것이다. 물론 우수한 제품성이 뒷받침되어야겠지만, 반대로 아무리 좋은 품질의 자동차를 연구했다 한들 브랜드의 가치가 없다면 날개를 펼치기 어렵다. 그런 관점에서, 자동차 시장에서 볼보와 연상되는 이미지는 확실했다. '안전'을 담는다. 다만 고급화 자동차 시장에서의 안전은 기본적인 요구 조건이 된다. 21세기 초반 포드 그룹 산하에 속하며 '실용성' 중점의 자동차를 양산했던 볼보가, 본격적인 고급화 자동차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결정적인 차별성이 있어야 했던 것이다.

모회사 변경은 볼보의 역사에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자동차의 근간이 되는 플랫폼부터 브랜드의 첫인상 디자인까지 모든 성격을 다듬는다. 그 시작이 플래그십 라인 '90 클러스터'였고, 누가 보아도 고급차 다운 분위기를 지니게 되었다. 원래 S90도 아니었다. 2016년, 대략 10년 만에 S80의 후속작으로 출시된 세단이었고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런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CI 전환, 내지 '혁신'은 볼보의 새로운 가치였고, 지금도 단순한 안전을 넘어선 '인간 중심'의 브랜드로서 자동차 업계의 ESG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시승차량 볼보 S90 B6 ULTRA 등급으로 고광택 크롬 마감이 고급스러움을 표현하고 있다. 그중 라디에이터 그릴의 입체감이 인상적이며, 중심부의 아이언 로고가 단단한 이미지를 각인한다. 디자인 혁신의 중추였던 'T'자형 DRL은 차체 양 갈래로 뻗어나가 'Low&Wide'한 감각을 강조한다. 페이스리프트 이후 범퍼의 형상을 간결하게 다듬으며 균형감이 나아진다. 전체적으로 차분하면서도 웅장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특히 라디에이터 그릴이 수직에 가깝게 세워져있는 형태라서 차체는 더욱 크고 장엄한 인상을 지닐 수 있다.

전형적인 세단의 형태를 갖춘 프로필이다. T자형 헤드 램프는 측면에서도 카리스마를 더하고 있다. ULTRA 트림은 19인치 다이아몬드 커팅 휠이 채택되었고, 전면과 연결되는 크롬 몰딩으로 우아한 격식을 챙긴다. 전체적으로 덩치가 꽤나 커 보인다. 전장이 무려 5090mm에 달하는데, 2020년 페이스리프트 이후 '롱 휠베이스'모델로 라인업이 통일된 바 있다. 기존 대비 125mm 가량 전장이 길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자연스러운 비율이 매력적이다. 길게 뻗어있는 보닛과 루프라인, 짧게 끊긴 트렁크 데크와 프런트 오버행이 이상적인 형태를 갖춘다.

21세기 초반 대형 세단들에 적용되었던 '뱅글 부트' 스타일이 엿보이기도 한다. 직접적이진 않지만, 트렁크 리드가 솟아있는 형태에 기깝다. 그로 인해 C필러 라인은 더욱 우아하게 떨어지며, 전체적으로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나타나기도 한다. 테일램프는 'ㄷ'자 형태로 가장 독창적인 모습이다. 미래지향적인 감각으로, 주간보다는 야간에 LED 그래픽이 점등되었을 때 더욱 정교한 인상이었다. 넘버 플레이트를 범퍼에 배치하면서 후면 디자인은 간결해진다. 디퓨저가 생략된 자리에는 역시 크롬 소재의 가니시로 마감되어 있다.

고급스러운 소재로 꾸며냈지만 과시적이진 않은 S90의 인테리어다. 약 12.3인치 크기의 디지털 클러스터와 9인치 세로 배치 터치 디스플레이로 인포테인먼트를 구축했다. T맵과 협력하여 제작한 한국형 내비게이션과 FLO, 음성인식 기능 등 미디어 서비스는 볼보가 소구하는 차별점이다. 세로로 배치된 에어벤트와 각종 실내 소재가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특히 울트라 트림은 오레포스사에서 가공한 크리스탈 기어노브가 채택되기도 하며, 가죽, 차콜 헤드라이닝과 함께 실내를 마감하는 피치드 오크 데코가 특유의 북유럽 감성을 강화했다.

그대시보드 중앙부에 놓여있는 '바워스 앤 윌킨스' 스피커가 가장 매력적인 옵션이다. 총 19개의 구성되어 1410W의 출력을 내는 하이파이 사운드 시스템이다. 공기 순환식 서브우퍼까지 적용되며 스테이지, 콘서트홀 등 다양한 청음 세팅이 가능하다. 그 외에 Ultra 트림은 1열 통풍 및 마사지 기능, 파워 사이드 볼스터가 시트에 포함된다. 마사지 시트의 강도가 꽤 강한 편이다. 스티어링 휠은 두꺼운 그립을 갖고 있으며 패들 시프트는 없다. 기어 레버를 한 단계 더 내리면 수동 변속으로 전환되고, 좌우로 단수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S90 '롱 휠베이스'가 바탕이었던 만큼 2열 공간은 여유가 넘쳐난다. 편안한 시트 포지션과 함께, 정말 여유로운 레그룸을 보유했다. ULTRA 트림은 2열 편의 장비도 풍부하다. 기본적으로는 시트 열선과 B필러 에어벤트, 뒷좌석도 2존 독립 공조가 적용된다. 이후 전동식 선 커튼 세트와 고급형 암 레스트, 통풍 시트가 추가되어있다. 관련 기능들은 상석에 마련된 버튼들로 제어할 수 있다. 파노라마 선루프의 개방감도 훌륭했다. S90의 특징 중 하나는 정말 여유로운 크기의 트렁크, 리프 스프링 구조의 하체라서 매트 아래에도 잔여 공간이 남는다.

로터리 타입 시동 버튼의 사용감이 만족스러운 편이다. 버튼을 돌리면 엔진도 함께 회전하는 느낌이 직결적이다. 볼보는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모든 라인업에 BISG를 채택하고 있다. 흔히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라 하는 고출력 시동/발전 유닛으로, S90 역시 탑재되면서 저공해 2종 차량으로 인증을 받았다. BISG 채택으로 인해 시동은 더욱 깔끔하고 정숙하게 걸린다. 아이들링 상태에서 방음 수준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기어 레버의 경우 별도의 릴리즈 버튼이 없고 브레이크와 함께 조작하면 된다.

B6 AWD 트림에는 배기량 2.0L급 직렬 4기통 엔진이 탑재된다. 특이한 점은 두 종류의 과급 장치가 도입된다는 것이다. 전원 공급을 활용한 슈퍼차저와 배기압을 활용한 터보차저가 모두 탑재된다. 이로써 환경오염물질을 최소화하고 출력은 최대화한다. 결과적으로 최고출력 300HP, 최대토크 42.8 Kg.M이라는 넉넉한 파워를 실현했다. 변속기는 8단 토크컨버터, 제로백 6.6초로 알려진다. B6의 경우 전륜 기반 사륜구동이 기본이며, 총중량 1970kg이라는 조건으로도 10.2Km/l라는 준수한 연비를 인증받기도 했다.

발진감은 정말 조용하고 부드럽다. 패밀리 세단으로서 S90의 지향점이 분명했기 때문에, 별다른 특징이 없이 편안한 가속이 가능한 엔진 세팅이 적합했다. 다만 수치상의 출력에 비해 초반 토크가 강하게 느껴지진 않고, 일정 수준 RPM을 올리면 미비한 소음과 짧은 딜레이가 느껴진다. 이는 과급기를 탑재한 차량들의 피해 갈 수 없는 단점이겠다. 다만, 볼보의 경우는 엔진 보다 차량 방음 대책이 뚜렷하기 때문에, 높은 언덕이나 급가속에서는 엔진 부밍음이 강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에 따라 어느 정도 탄력이 붙은 시점에는 시종일관 조용하고 묵직한 가속감을 보여준다. 특히 B6 트림이 지닌 300마력이라는 힘은 어느 속력 구간에서든 두둑하고 꾸준한 힘을 발휘해 주었다. 한 가지 아쉬운 내용은 별도의 드라이브 모드가 없다는 점, 대신 스티어링 휠 무게감만을 변경할 수 있다. 기본 스티어링 휠은 준대형 세단치고 가벼운 편,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약간의 무거움으로 편향된다. 드라이브 모드가 없다 보니 급가속 시 이따금 변속기가 늦게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 패들 시프트는 없지만, 기어 레버를 통해 인위적인 단수 변경이 가능하다.

역시 고속에서도 방음 대책은 훌륭한 수준이다. 풍절음은 철저하게 차단되어 있는 편으로, 19인치 휠의 경우 고속에서 노면 소음이 미세하게 유입된다. 참고로 S90이 채택한 'SPA 플랫폼'은 현가 구조가 독특하다. 후륜축에 복합소재로 가공된 리프 스프링이 코일 스프링을 대체한다. 전반적인 승차감 자체는 한두 번의 리바운드를 허용하는 전형적인 컴포트 세팅이다. 대신 휠 트래블 거리 자체가 짧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긴 하다. 평탄한 도로에서는 안정성까지 확보하는 대신, 깊은 요철 구간에서는 다소 흔들림과 충격이 반복되는 감각이 있다.

특히나 휠베이스가 긴 S90L 모델이라 방지턱이나 요철 구간에서는 과감히 감속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 부분을 제외하면 승차감 역시 패밀리카에 적합한 타입, 따로 2열 탑승객이 불편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오직 '편안한 차'를 지향하는 세팅이었다. 엔진이나 변속기, 서스펜션 세팅 모두 유럽 태생의 세단 치고는 북미나 한국 시장의 성격에 어울리는 느낌이다. 이전에 시승했던 S60은 XC60에 비해 훨씬 단단하고 스포티한 세팅이었다면, S90은 XC90과 비슷한 성격을 갖춘 각각의 형태로 '90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었다.

볼보가 내세우는 T맵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생각보다 큰 편리함이다. 데일리 카로 활용하면서, 내비게이션을 쓰기 위해 폰 프로젝션 로딩을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졌다. 특히 주행 중 끊김 현상이 없었다는 게 강점이다. 순정으로 탑재되는 미디어 스트리밍 서비스 FLO는 그날그날 취향에 맞는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할 수 있다. 또 AI 음성인식 기능으로 주행 중에도 편리한 이용이 가능하다. OTA 기능을 통한 꾸준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까지 지원한다고 한다. 언급하자면 레벨 2.5 수준 ADAS 기능의 정확도도 준수했다.

S90의 디자인은 언제 보아도 단아하고 차분하다. 그 스타일링의 기조는 어느덧 8년이라는 세월을 바라보고 있지만, 최근 출시되는 차량들과 비교해 보아도 오히려 세련된 분위기를 갖춘다. 어느 때나 디자인의 트렌드는 미니멀리즘 혹은 맥시멀리즘으로 양극화가 이뤄져왔다. 볼보는 선도적으로 간결함을 추구해왔던 셈이고, 더욱 짙은 상징성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유행을 타지 않는다. 특히나 전형적인 세단의 실루엣이 매력적이다. 시각적으로 단단함을 느끼게 하는 밋밋한 차체와 역동적이고 보수적인 비율의 조화를 지닌다

S90의 가격대나 이미지를 비롯해 E세그먼트 세단과 경쟁하는 포지션이다. 하지만 국내 출시된 S90L은 F세그먼트로 구분된다는 점, 사실 시간이 흐르며 준대형 세단이 5m를 넘어서는 경우는 흔해졌으나 S90의 뒷좌석은 정말 넓다. 노치드 세단의 형태로 헤드룸도 여유롭고, 파노라마 선루프의 개방감이나 풍부한 편의 장비도 편의성을 개선한다. 수입 준대형 중 2열 편의성에 많은 비용이 투자되는 차량이 없다. 미세한 승차감이 다를 수는 있지만, 최소한 '패밀리카'라는 용도 하에 S90은 온 가족이 가장 쾌적한 여정을 떠날 수 있는 차량이 아닐까 싶었다.

볼보 S90 B6 Ultra 트림을 장기간 시승했다. 타임리스 디자인에 대해 많이 강조했으나, 결론적으로는 제품성 자체가 유행을 타지 않는 성격이었다. 하이파이 스피커와 마사지 시트를 비롯, 풍부한 편의 장비와 인포테인먼트 혁신은 많은 브랜드들이 후발주자로 따랐다. 출력의 여유를 품은 반면에 주행성이 다소 단조롭게 느껴질 수는 있다. 다만 F 세그먼트라는 특성과 '안전'이라는 볼보의 브랜드 철학에는 더욱이 잘 어울린다. 예상보다 더욱 안락했던 승차감과 동급 최고 수준의 실내 공간은 패밀리카로서 독보적인 상품성을 갖추고 있었다.

글/사진: 유현태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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