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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 가치의 정점, 현대 팰리세이드 2.5 가솔린 터보 시승기

트럼프 취임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수입 생산 차량에 대한 극단적 고율 관세, 그리고 순차적으로 부품사에 대한 절세 정책도 폐기할 예정이다. 당연히 한국, 독일, 일본 등 주요 부품사를 고려한 변경이 아닌 자국 산업체계 붕괴를 우려한 대책이었다. 향후에는 미국내 생산 차량에 대해서도 자동차 부품의 생산지에 대한 평가 분석을 실시할 것이고 한국 내 자동차 산업은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HMG는 북미 현지 공장 증설에 투자할 수 밖에 없고, 북미 수출 의존도가 가장 높은 한국 GM의 대응책 마련도 시급하다.

현대차는 지난 1월 울산 공장의 팰리세이드 생산라인 증설을 확정한 바 있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추가와 함께 국내 수요 급증이 예상되며, 특히나 팰리세이드는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4번째로 많이 판매된 차량이다. 기획 단계부터 북미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정한 SUV인 만큼 11만대라는 높은 연간 판매량을 세웠다. 무엇보다 기존의 베스트 셀러였던 아반떼, 투싼, 싼타페보다 높은 수익성을 제공해주는 현대차의 캐시카우가 되어준 셈이다. 트럼프 2.0 시대에서의 문제는 현지 생산 방식의 아반떼, 투싼, 싼타페와 달리 전량 한국 내 생산및 수출 방식으로 판매되어 왔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수입차 고율 관세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북미 시장내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차량 가격 인상 우려에 따른 반사이익일 수 있다. 전기차 세액 공제 폐지 가능성에 따라 친환경차 공급량에도 조정이 필요해 보이며, 팰리세이드의 현지 생산 결정도 노사합의 등 말처럼 쉬운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팰리세이드의 판매신장을 기대해볼 수 있는 이유는 합리적인 '프리미엄 SUV'라는 포지션을 자처하기 때문, 불가피하게 인상되는 가격에도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시승 차량은 현대자동차의 팰리세이드 2.5 가솔린 터보 7인승 AWD 캘리그래피 등급이다. 팰리세이드는 풀체인지와 함께 디젤 엔진을 단종하고, 가솔린과 가솔린 하이브리드 2종류의 파워트레인으로 시판 중에 있다. 승차 정원은 1열 가변형 센터 콘솔이 탑재된 9인승과 2열 독립 시트 바탕의 7인승으로 구분된다. 캘리그래피는 트림 구성 중 가장 최상위 등급이다. 최상위 등급에서도 일부 선택 옵션이 추가된 모습인데, 듀얼 와이드 선루프, 2열 다이내믹 바디 케어 시트,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과 21인치 휠이 그에 해당된다.

팰리세이드 풀체인지의 첫인상은 대담하다. 기존 팰리세이드의 캐릭터와 같았던 수직형 DRL을 더욱 두꺼운 형상으로 전면부 양 끝에 배치했다. 덕분에 차량은 더욱 넓고 웅장해 보이는 모습, 라디에이터 그릴은 수평 형태로 그 중심에도 포지셔닝 램프를 배치해 현대차의 패밀리룩과 연결한다. 메인 헤드램프는 히든 타입 가니시에 내장시킨 점도 디테일한 부분이다. 전면 범퍼 하단부는 액티브 플랩 타입으로 디자인되면서, 평소에는 막혀있다. 일반적인 SUV와 달리 알루미늄 색감의 소재로 범퍼를 마감한 점도 고급화 SUV를 지향하는 면모에 가깝다.

측면 디자인이다. 전륜구동 SUV 특성상 프런트 오버행이 긴 편인데, 그 이상으로 리어 오버행이 연장되어 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휠베이스가 짧아 보이긴 한다. 대신 팰리세이드는 차체 본연의 비율보다도 휠 아치를 강조하는 볼륨라인 등 SUV스러운 특성을 강조하는 편에 가깝다. 이전 모델과의 연결점이기도 하다. 바디 컬러 클래딩과 고급스러운 색감의 C필러 가니시, 그리고 루프랙과 윈도우 몰딩 등 타 라인업과의 차별성은 확실하다. 전면 DRL과 테일램프 그래픽은 유사한 디자인으로 통일감을 제공하기도 했다.

다른 모델과의 가장 큰 차별성은 역시 21인치 크기의 대구경 알로이 휠이다. 현대차의 플래그십 모델들에 적용되는 고풍스러운 디자인으로, 21인치의 크기가 돋보이지 않는 점은 신형 팰리세이드의 커다란 덩치를 실감 나게 한다. 후면 디자인의 경우 테일램프를 양측에 배치하면서 테일게이트에 의한 끊김이 없다.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형태로 남는다. 범퍼 하단부는 전면과 마찬가지로 색상 마감이 참 고급스러운데, 덕분에 전체적인 분위기 자체가 상향되는 효과가 있다. 언더 가니시 색상 마감은 최상위 캘리그래피 등급만의 차별화이기도 하다.

실내 디자인은 고급스러운 거주 공간을 지향한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스크린 전체를 매립한 대시보드 디자인, 그리고 센터페시아에 다수 버튼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직관성을 유지했다. CCNC 디스플레이는 무선 폰 프로젝션까지 지원한다. 기어 레버를 칼럼 타입으로 변경하며 중앙 수납공간이 확장된다. 스티어링 휠은 3스포크 타입, 각종 인조가죽 마감과 양문형 콘솔 박스가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시트는 나파가죽 소재, 운전석 에르고 모션 시트, 1열 릴렉션 컴포트 시트, 디지털 센터 미러, HUD, BOSE 프리미엄 사운드 등 옵션 수준이 높다.

여유로운 공간을 바탕으로 한 2열 공간은 편안한 탑승감을 제시한다. 2열 독립 공조와 통풍 시트, 전동 리클라이닝 등 편의 장비 수준도 출중하며 옵션으로 다이내믹 바디케어 시트 적용이 가능하다. 3열 시트는 3인석으로 전동 슬라이딩과 리클라이닝, 그리고 열선과 에어벤트가 마련된다. 3열 시트의 경우 레그룸 높이가 살짝 부족하지만, 2열 시트 거리 조절로 보완하면 나름 탈만한 공간이 된다. 리어 오버행이 길어서인지 3열 시트보단 트렁크 공간의 여유로움이 크고, 전 좌석 원터치 폴딩 기능은 정말 편리했다.

팰리세이드에는 배기량 2.5L 급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이 채택된다. 싱글 터보가 과급을 담당하며, 최고 출력은 281HP, 최대 토크는 43Kg.m 수준이다. 변속기는 8단 토크컨버터로 싼타페와 차이를 보인다. 전자식 AWD까지 모든 구성을 합한 중량은 2085KG, 공인연비 8.2Km/l다. 공식 제로백 수치는 없지만, 대략 8초 초중반 정도로 알려진다. 이제 선택지가 없기는 하지만 가솔린 엔진 특유의 잔잔한 사운드가 고급스러운 아이들링 감각을 제시한다. 가속감은 딱 일상 영역에서의 갈증이 없는 수준이었다.

주행 모드는 노멀 ,에코, 스포츠로 구분된다. 일반 주행모드에서는 예상 그대로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엑셀에 대한 반응이 다소 예민하면서도 부드러운 가속감을 제공해 주었다. 장점이라고 느껴진 부분은 정숙성, 보기보다 엔진 사운드나 풍절음이 잘 억제되어 있다. 특히 21인치 휠을 적용했음에도 그에 따른 노면 진동이나 소음이 발생하지 않았다. 승차감은 적당히 부드러운 세팅으로, 댐핑 스트로크 역시 평범했다. 단, 차체 크기를 생각하면 짧은 편이라 볼 수 있겠다. 요철이나 방지턱에 대한 대응이 편안하고도 깔끔하다.

전체적으로 응답성은 다소 늦지만 그만큼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핸들링 감각 또한 동급 SUV치고는 가볍고 현대차 치고는 묵직한 편이다. 대신 고속으로 갈수록 조금 더 묵직해지는 느낌이 있고, 이는 전자제어식 댐퍼도 마찬가지다. 그에 따른 고속에서의 안정성도 개선이 되며, AWD 도입에 따른 트랙션도 주행감을 개선해 주는 효과가 있다. 고속에서는 여전히 차음 성능도 장점이 되는 편, 다만 시속 100KM 이상의 영역에서 가속할 경우에는 출력에 대한 답답함이 다소 느껴질 수 있겠다.

그리고 직진 안정성에 대비해 코너링은 다소 불안정하다. 스티어링에 대한 반응은 예민한데 후륜 측 추종성이 한 박자 뒤늦은 느낌, 때문에 기민하다는 감각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차량 특성상 민첩함을 바라고 운행할 수는 없다. 일상적인 주행에서 부족함을 느껴볼 수 있는 세팅도 아니다. 다만 플래그십 SUV 다운 묵직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스포츠 모드에서의 세팅 변화나 승차감도 비슷했다. 저속에서는 승차감이 확실히 단단해지지만 스트로크 자체는 느슨하며, 스포츠 모드에서의 주행감은 한층 거칠어지나 초반 응답성만이 달라지는 듯 하다.

고급스럽지만 중후함과는 거리가 있는 주행감이라 표현할 수 있겠다. 안정성이나 정숙성은 이전 모델보다 개선된 모습이지만, 반응성은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지만 패밀리 타입 SUV로서 그에 대한 만족감은 충분한 수준, 특히 고속도로 주행보조 2나 서라운드 뷰 카메라 같은 주행 장비 수준이 훌륭하다. 휠베이스도 무리하게 긴 차량이 아니다 보니 시내 주행에는 더욱 적합했다. 스티어링 휠은 그립 감지 기능 탑재를 통해 장거리 여정이 더욱 편리해지고, 에르고 모션시트 같은 실내 편의 기능도 쾌적함을 더했다.

현대자동차의 팰리세이드 2.5 가솔린 터보 캘리그래피 AWD 사양을 시승했다. 새롭게 출시된 팰리세이드의 디자인은 이전 모델의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견고함과 중후함을 더한다. 인테리어는 혁신성보다 개방감을 더한 형태, 주행 감각은 예상보다 가볍지만 부드럽고 편안했다. 아무렴, 가장 대중적인 승차감 세팅에 가깝다. 패밀리카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더욱 부담이 없는 세팅, 표면적으로 느낄 수 있는 기능성은 팰리세이드를 따라올 차량이 없다. 이는 팰리세이드의 존재 의미이자 강력한 인기를 끌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글/사진: 유현태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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