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아반떼 1.6 가솔린 인스퍼레이션 등급을 시승했다. 인스퍼레이션은 아반떼의 최상위 트림이다. 최근 대체적으로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고 판단되는 만큼, 대중형 자동차의 정석으로 자리 잡아 온 '아반떼'의 판매량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3천~5천 대 수준에 머물던 아반떼의 판매량이 지난해 12월 이래로 1월 5319대를 제외하면 전부 6천 대 이상의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특히 4월에는 6991대를 판매하여 7천 대에 근접하는 판매 실적을 세웠고, 6월은 비로소 7334대를 판매하여 국내 판매량 2위에 오른다. 내년 풀체인지를 앞두고 있음에도 판매 추이가 증가세에 있는 것이다.
물론 지난해 아반떼의 유일한 경쟁 모델과 같던 K3가 단종되며 수요가 집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미약한 판매량이지만 제타의 절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다만 기아 EV3나 EV4 같은 대중형 전기차가 출시되면서 다시금 대안이 생겼다는 점도 사실, 중점은 아반떼의 인기는 식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4월 2026년형 아반떼가 공개되면서 기본가격이 2천만 원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컨비니언스 패키지에 있는 스마트키, 스마트 트렁크, 도어 포켓 라이팅, 원격 시동, 웰컴 시스템을 기본화한 것, 물론 필수 선택 옵션과 같았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 본다.
2034만 원부터 시작하는 아반떼의 가격은 인스퍼레이션 기준 2717만 원까지 인상된다. 대신 아반떼의 최상위 트림은 사실상 모든 옵션을 포함하고 있는 사양이다. 2026년형 출시와 함께 선택 사양으로 제공되던 17인치 휠이 기본화되었고, 남아있는 선택 옵션이 선루프와 빌트인 캠, 그리고 세이지 그린 인테리어 컬러가 끝이다. 여타 모델들은 최상위 트림이더라도 선택 사양으로 빠져있는 기능들이 많아 실질 출고가가 크게 인상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아반떼는 기본 모델과 대략 700만 원의 금액 차이로 제공되는 대부분의 옵션이 탑재되어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겠다.
지난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아반떼의 디자인은 low&wide 한 감각이 한껏 강조되어 있다. 즉, 스포티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당시 현대차는 헤드램프에서 라디에이터 그릴을 가로지르는 일자형 포지셔닝 램프를 패밀리룩 요소로 삼았다. 아반떼는 원가상의 문제인지 LED 라인이 연결되진 않았지만, 얇은 몰딩을 배치하여 유사한 디자인을 구현하게 된다. 측면 디자인은 '파라메트릭 쥬얼'이라고 하는 기하학적인 그래픽이 존재감을 과시하며, 삼각형의 디자인 기조는 후면부에도 연결된다. 넓게 확장된 범퍼 가니시와 H 형태의 LED 라인이 특징이다.
아반떼 인스퍼레이션 등급에는 모든 익스테리어 옵션이 기본화된다. 기본 스마트 사양과 비교했을 때, 중간 모던 트림에는 16인치 알로이 휠& 타이어가 적용되는 수준에 그친다. 인스퍼레이션 등급에는 프로젝션 타입 풀 LED 헤드램프와 전면 LED 방향지시등, 그리고 LED 리어 콤비 램프와 LED 보조 제동등이 추가된다. 크롬 벨트라인 몰딩도 시공되는데, 이는 창문 하단부 라인을 장식하는 은색 마감재를 뜻한다. 26년형부터는 17인치 휠까지 기본이다. 전면 2중 접합 유리와 에어로 타입 와이퍼도 제공되는 옵션인데, 외형보다는 기능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아반떼는 기본적으로 LED 헤드 램프가 제공된다. 대신 조사 방식이 MFR 타입인데, 빛의 직진성이나 심미적인 완성도가 다소 떨어질 수 있다. 개인적으로 큰 차이는 아니라고 보긴 한다. 하지만 아반떼의 경우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의 유무에 따라 디자인 완성도가 크게 달라진다. 17인치 휠이 포함된다는 점도 큰 차별성이 되어줄 것이다. 때문에 디자인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인스퍼레이션 등급만의 만족감은 확실하겠다. 참고로 모던 등급에 LED 패키지와 17인치 휠 등 모든 익스테리어 옵션을 추가하면 75만 원의 비용이 드는데, 크롬 벨트라인 몰딩이 누락되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아반떼의 실내 디자인은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적극 반영하면서 보다 세련된 분위기로 변화하였다. 특히 페이스리프트 이후 디지털 스크린 방식의 4.2인치 LCD 클러스터가 탑재되며 디자인은 더욱 깔끔해졌다. 대신 아반떼는 보급형 차종에 속하는 만큼 깡통 트림에 대한 기본 옵션은 많이 부족하다. 수동식 에어컨은 물론 시트 열선도 없는 수준, 원래는 버튼 시동도 옵션이었다. 하지만 모던 등급부터는 통풍 열선 시트나 듀얼 풀 오토 에어컨, 내비게이션 같은 이른바 필수 옵션들이 적용되기 시작한다. 무드램프까지 적용되어 고급감이 더해졌다.
그에 따라 인스퍼레이션 등급부터는 필수 옵션보다는 기호품이라 부를법한 장비들이 추가된다. 우선 10.25인치 컬러 LCD 클러스터가 그렇고, 스피커도 BOSE 프리미엄 사운드가 적용되며 8개로 늘어난다. 1열 시트가 천연 가죽 소재와 전동 조작으로 변경되었다. 전동 시트도 경제형 자동차에 굳이 필요 없는 기능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운전석 메모리까지 추가해 주니 활용성이 개선된다. 단가 상승 요인 중 서라운드 뷰 카메라와 후측방 안전을 보조하는 스마트 센스 패키지도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인스퍼레이션부터 현대 디지털 키 2까지 제공된다.
모두 있으면 좋은 옵션들이긴 하다. 그리고 인테리어 '디자인' 옵션들이 소프트 페인트만 제외하면 없기 때문에 사치스러운 구성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아반떼 인스퍼레이션부터는 2열 열선 시트와 암 레스트, 높이 조절식 헤드레스트와 시트백 폴딩 기능이 기본이다. 뒷좌석에 사람을 태울 일이 많거나 보다 넓은 적재 용량을 필요로 한다면 나름 필수적인 옵션들이다. 대신 모던 등급도 컴포트 패키지 추가를 통해 적용할 수는 있는데, 패키지 가격이 1열 전동시트까지 포함된 106만 원이다. 두 등급 가격 차가 약 360만 원 수준에 머문다.
엔진 판매 비중은 대부분 1.6 가솔린 모델이 차지한다. 최근 가솔린 엔진을 하이브리드가 추월한 사례도 흔한데, 아반떼의 경우는 하이브리드의 선택률이 저조하다. 아무래도 대중형 자동차라 하면 낮은 초기비용의 메리트가 크기도 하고, 아반떼의 세팅 자체가 연비 효율이 뛰어난 편이기도 하다. 배기량이 똑같아 자동차세도 동일하고, 하이브리드의 출고 대기가 더 오래 걸리는 등 준중형이나 중형 하이브리드 들에 비해 상대적인 메리트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아반떼는 1.6 LPI 모델도 시판 중인데 영업용이 아닌 일반 수요는 극히 저조할 것이다.
아반떼의 1.6L 직렬 4기통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은 최고출력 123Hp, 최대토크 15.7Kg.M 수준의 성능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체인벨트 방식의 무단 IVT, 효율성을 위한 세팅이다. 공차중량이 1270Kg으로 상당히 가볍다. 덕분에 공인 연비는 17인치 휠 기준 14.3Km/L라는 높은 효율을 보인다. 이번 시승의 초점과 같은 '인스퍼레이션'은 말 그대로 옵션 트림인 만큼 차량의 기본기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대신 26년형 연식변경 이후 17인치 휠이 강제로 추가된다는 점, 일부 안전장비가 승차감보다는 안전감에 대한 만족도를 더해주겠다.
요즘 차량치고는 엔진 출력이 저조해 보일 수 있다. 하나, 막상 주행을 해보면 대략 1.3T의 가벼운 중량에서 비롯하는 경쾌함이 있다. 생각보다 초반 가속이 준수하고, 또 자연흡기 엔진이다 보니 엑셀에 대한 응답성도 만족스러운 편이다. 단지 최고 출력 자체는 약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펀치력이 부족하긴 했다. 그래도 일상적인 주행에서 부족함은 없다. 사실, 출력 수준은 가속감에 대한 답답함보다는 정숙성 측면에서 불리함이 와닿았다. 엑셀에 지그시 힘을 가하면 그에 따른 반응성 대비 부밍 사운드가 크게 유입되는 편이다.
만족스러운 부분은 주행 안정성이다. 특히 무게 중심이 낮게 깔려있다는 감각이 들어서 승차감이 편안하고 안락하다. 작은 요철 정도는 부드럽게 지나가고 방지턱 처리도 깔끔했다. 단지 강한 요철이나 포트홀에서는 충격이 심하게 올라오는 편, 롤 스트로크도 짧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나마 17인치 휠이 채택되더라도 노면 충격이나 소음, 혹은 안정성의 측면에서 체감 가는 큰 차이는 없다. 이전 모델들에 비해 고속에서의 안정성도 훌륭하고, 선회 감각도 편안해졌다. 차량 움직임 자체가 세련된 승차감이라는 생각이 떠오르게 한다.
요즘은 워낙 SUV만을 흔히 접하는 시대라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확실히 준중형이라도 세단 고유의 편안한 승차감은 반영되어 있다. 참고로 2026년 연식변경 이후 모던 등급에는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고속도로 주행보조 1 기능이 기본화되었다. 당연히 인스퍼레이션 등급에도 기본 제공되는 옵션인데, 이전보다 등급 간 차별성은 없어졌다는 점이다. 대신 인스퍼레이션 등급에만 후측방 충돌 경고 및 보조, 후방 교차 및 주차 충돌 방지 보조, 안전 하차 경고, 진동 경고 스티어링 휠이 제공된다.
그 외에 추가적으로 서라운드 뷰 카메라의 도움을 누릴 수 있다. 없어도 문제가 되진 않지만, 있으면 편리한 기능 중 하나다. 그리고 아반떼가 초보운전자에게 많은 선택을 받는 차종인 만큼 어쩌면 필수 기능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주행 중에는 후측방 영상을 송출해 주는 기능까지 담당하니 안전 측면에서는 매우 유리한 옵션이라고 생각하겠다. 물론 모던 등급에서도 선택 옵션으로는 제공된다. 다만 기능상 10.25인치 디지털 스크린까지 탑재되어야 하기 때문에, 서라운드 뷰 카메라의 패키지 옵션은 129만 원이나 된다.
실제 지난 4월 집계에 따르면 아반떼 가솔린 사양은 인스퍼레이션 등급의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필요한 옵션을 하나하나 추가하다 보면 상위 트림 견적에 근접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또, 아반떼라는 차종 자체가 경제적인 타협이라면 옵션 정도는 충분히 선택할 수도 있는 셈이다. 추후 잔존가치를 생각하더라도 인기도가 높은 옵션들은 추가하는 편이 낫기도 하다. 특히 앞서 언급했던 내용처럼 아반떼는 최상위 트림 구성 자체가 디자인이 아닌 장비 위주로만 편제되어 있어, 추가금 지출에도 실속 있는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 아반떼 1.6 가솔린 인스퍼레이션 등급을 시승했다. 2026년형부터 기본 제공되는 17인치 휠과 함께 디자인적인 완성도는 더욱 만족스러워졌다. 약간의 연비 저하가 수반되기는 하나, 부담되는 수준이라면 애당초 모던 등급에 필요 옵션만 추가하는 방식을 택하는 게 옳다. 전체적으로 가격 대비 옵션 수준은 아반떼를 대체할 차종이 없고, 세단만의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승차감은 SUV의 전성시대에서 큰 이점이 되어준다. 국내 준중형 세단 시장의 선택지가 너무 비좁지만, 그래도 아반떼라는 자동차의 완성도가 만족스럽긴 하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