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부터 자동차 사업을 영위해온 푸조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서 깊은 대중 브랜드로 남아있다. 유럽 대륙의 실리적인 소비주의를 만족시킬 수 있는 효율적이고 개성적인 승용차를 제조한다. 그 배경에는 이륜차 사업부부터 독자 엔진 기술 개발, 그리고 WRC와 르망 24시 레이스에서 여러 차례 우승하는 순간까지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이 반복되어 왔다. 이로써 푸조를 대변할 수 있는 두 가지 수식어가 시장에 각인된다. 바로 동급 최고의 '핸들링 성능'과 극한의 '연료 소비 효율', 비용과 재미 모두를 만족시키는 자동차라고 해석할 수 있다.
푸조는 특히 승용 디젤 엔진 분야에서 업계 최고 기술력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디젤의 본질과 같은 극한의 효율과 더불어, MHEV 와 유사한 개념의 마이크로-HEV 시스템및 배기가스 저감장치 DPF를 양산형 디젤 차량에 선제적으로 적용한 바 있기도 하다. 문제는 디젤 자동차 시장의 침체,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에 덩달아 선호도가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푸조는 과감히 디젤 엔진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고 전동화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일반적인 BEV와 PHEV는 물론, e-DCS6라는 명칭의 48V MHEV를 개발하는데 모터의 직접 구동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앞서 밝힌 내용처럼 푸조는 실용적인 제품성을 표준으로 대한민국 수입차 시장의 성장에 기여했던 브랜드중 하나다. 오늘날 국내 수입 승용차 시장 점유율은 20%, 그중 SUV의 점유율이 50%를 넘어섰고 신차 2대 중 1대가 하이브리드로 판매된다고 했다. 48V 전압원으로 차량을 구동하겠다는 푸조의 발상은 극한의 효율은 기본, 원가 상승 요인을 최소화하고 빠른 전동화 포트폴리오의 확장을 실현해낸다. 2023년 공개된 푸조 3008의 세대 변경 또한 마찬가지, 푸조 특유의 핸들링과 디자인을 이제는 더욱 조용하고 효율적인 환경에서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시승 차량은 푸조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GT' 등급이다. 국내 시판되는 3008은 1.2L 가솔린 퓨어테크 엔진과 e-DSC6로 구성된 48V 하이브리드 단일 사양으로 구성된다. 대신 옵션 트림은 상위 트림 GT와 기본 등급 알뤼르 두 가지로 제공되고 있다. GT 등급은 외관 디자인상으로 픽셀 LED 헤드램프와 3D 테일램프, 블랙 스포일러, 푸조 사이드 엠블럼 등 옵션이 더해진다. 실내 및 기능에 있어서는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와 앰비언트 라이팅, 1열 통풍 열선 마사지 시트, 360도 파노라믹 카메라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많은 기능이 추가된다.
푸조 3008의 디자인은 브랜드 고유의 스타일링 기법 '펠린-룩'을 한 번 더 가다듬는다. 고양잇과 동물을 연상시키는 카리스마, 특히 세 가닥으로 뻗어 나온 DRL은 사자의 발톱을 형상화한다. 이번 3008은 신규 라이온하트 엠블럼 적용과 함께 프레임리스 타입 그릴을 적용하기도 하다. 그릴의 그라데이션 패턴을 DRL과 자연스레 연결하는 세시함까지 보여준다. 범퍼 형상 자체는 직선 위주의 구성으로 깔끔함이 강조되었다. 전체적으로 미래지향적인 첫인상은 물론, 어디에서든 확고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외모다.
측면 디자인이다. 이번 세대 푸조 3008은 일반적인 도심형 크로스오버가 아닌 쿠페 스타일로 변모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408의 사례처럼, C필러 라인이 가파른 패스트 백 형상을 띈다. C필러를 전부 블랙 컬러로 마감하면서 플로팅 스포일러와 루프 라인이 강조되기도 한다. 또, 보닛 컷오프 라인에서 벨트라인을 거쳐 웨이스트 라인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선이 정제된 프로필을 구현했다. 차체 하단부를 마감하는 두꺼운 플라스틱 가니시는 여전히 SUV의 성격을 나타내는 부분, 플랫폼을 변경하고 직선 위주의 디자인을 택하며 차체가 제법 커 보인다.
휠 사이즈는 19인치다. BREDA 알루미늄 휠이라는 명칭이 있는데, 기본 사양부터 동일하게 적용되는 디자인이다. 후면 디자인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3D 그래픽을 품은 LED 테일램프다. 전면 DRL 디자인과 통일감을 제공한다. 또, 양측 테일램프는 중앙 가니시를 통해 마치 하나로 연결된 디자인처럼 보인다. 패스트백 디자인을 통해 공격적으로 다듬어진 루프라인 끝단에는 '캣츠 이어' 디자인이 적용되어 0.28 Cd라는 훌륭한 항력계수를 더해주기도 했다. 리어 범퍼까지도 직선 위주의 기조를 따르며, 확고한 정체성의 디자인을 보여준다.
파노라믹 아이-콕핏을 적용한 실내 디자인이다. 21인치 플로팅 타입,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가장 큰 특징이다. 탁월한 시인성은 물론, 무선 폰 프로젝션을 지원했다. 최대 10개까지 즐겨찾기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I-토글 터치스크린도 사용성을 개선해 준다. 직경이 짧은 스티어링 휠은 기존과 유사한 형태, 토글 타입 기어 레버는 위치가 옮겨졌다. 센터 콘솔에는 직관성이 필요한 버튼들이 남았고, 다층구조로 공간 효율을 극대화한다. 신규 앰비언트 라이트나 패브릭 내장재, 그리고 나파가죽 시트의 고급스러운 탑승감이 매력적이다.
뒷좌석 공간이다. 이번 풀체인지와 함께 C필러 라인이 변화하였지만, 예상보다 2열 헤드룸은 넉넉하게 확보되어 있다. 그리고 불편함은 없을 수준의 레그룸, 적당한 히프 포지션으로 탑승감을 보완해 준다. 나파가죽 시트의 고급스러운 패턴이나 스티칭 디테일은 만족감을 더한다. 파노라믹 선루프의 개방감, 그리고 그간 인색해왔던 2열 편의 장비까지 암 레스트, 시트 열선, 에어벤트 등으로 보완했다. 전동 테일게이트와 킥 센서 역시 탑재되어 있다. 리어 시트는 3분할 폴딩이 가능하며, 트렁크는 바닥 매트 높낮이를 조정할 수 있다.
푸조 3008에는 배기량 1.2L 급 직렬 3기통 가솔린 퓨어 테크 엔진이 탑재된다. 직분사 연소와 싱글 터보를 탑재하여 최고 출력 136HP, 최대토크 23.5Kg.M의 힘을 발휘한다. 스마트 하이브리드의 기반은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 'e-DCS6'다. 15.6kW 급 전기모터와 인버터를 기계식 변속기에 통합했고, 자체적으로 5.2Kg.M의 최대 토크를 더해줄 수 있다. 직접 구동에 가담할 수 있어, 복합 공인 연비를 14.6Km/L까지 끌어올린다. 전기모터는 48V 전압원을 사용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 2종 저공해차 인증도 받았다.
유럽 기준 합산 최고 출력은 145Hp라고 전해진다. 사실 이전 대비 9마력의 출력 증강을 체감하기보다는 효율성과 정숙성에 큰 비중을 두는 셈이다. 도심 주행에서는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적극적으로 주행에 가담하면서, 연료 소모는 물론 쾌적한 주행감을 제공해 준다. 저 배기량 엔진은 효율이 높은 만큼 N.V.H 측면에서 불리할 수 있는데, 초반 토크를 모터가 보조하는 만큼 훨씬 부드럽고 조용한 가속이 가능해진다. 그 차이는 직시적이며 뛰어난 정숙성으로 주행 만족감을 높여주었다. DCT 특유의 울컥거림도 완전히 사라졌다는 점이 매력이다.
도심이나 일반적인 항속주행에서는 당연히 출력에 대한 부족함을 느낄 일은 없다. 주행 모드는 일반적인 표준 모드와 스포츠, 그리고 에코로 구분된다. 물론 큰 차이를 느껴보긴 어렵다. 기본적인 스티어링 감각도 유럽 승용차 다운 약간의 무게감이 있는 편이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의 한계인지, 스포츠 모드에서 체감 가속은 기존 가솔린 사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신 신기했던 점은 탄력이 붙은 뒤로는 오히려 막힘없는 가속감을 보여주었다는 점, 고속에서의 안정성과 정숙성 또한 기대 이상이다.
푸조의 특기는 핸들링 성능으로 와인딩 코스에서 나타난다. 기본적으로 3008의 승차감은 약간의 단단함을 보여주었다. 부드럽다고 표현하진 못해도, 피로감을 주지 않는 수준이다. 또, 후륜 현가가 토션빔 방식인 치고는 유연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그런 서스펜션 세팅으로 하여금 고속 코너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성을 보여준다. 약간의 롤링을 허용할 뿐, 무게중심은 차체를 안정적으로 부여잡고 있다. 그런 상태에서 스티어링 휠에 대한 반응은 상당히 날카롭다. 기민하게 말려드려가는 차체 전방부와 유연한 추종성이 즐거운 핸들링 감각을 제공해 준다.
앞서 언급한 내용처럼 출력 세팅 자체가 선형적으로 배분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격한 움직임에서도 정숙성을 유지해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와인딩 코스에서는 차량 컨트롤이 정말 부담 없고 쉬운 편인데, 조용하기까지 하니 어느덧 속도계는 빠르게 상승해있다. 스마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꾸준히 에너지 회수와 발진을 돕고, 시종일관 부드러운 가속을 보조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3008은 시내 주행에서 최고의 성능을 보여줄 수 있는 변화였다. 실제 도심 연비가 고속 연비보다 높기도 하며, 완성도 높은 코너링과 정숙성을 보여주었다.
아울러 수입차의 단점으로 지목되는 편의 장비도 대거 투입되었다는 점이 매력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로 유지 보조 기능으로 구성된 ADAS는 장거리 주행에 큰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한 항속 주행 연비는 약 15.6Km/L로 계측되었고, 연비를 조금 더 신경 쓴다면 더욱 높은 효율도 가능해 보인다. 나파가죽 시트의 안락함과 통풍 시트의 쾌적함, 그리고 고급스러운 실내 디자인과 LED 앰비언트 라이팅은 독보적인 인테리어 감성을 구현했다. 더 이상 수입차라서 그렇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 푸조 코리아가 더 잘 이해하고 있다.
푸조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GT를 시승했다. 프레임리스 타입 그릴을 중심으로 한 존재감 있는 디자인, 전투기 조종석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의 개성만으로 특유의 낭만은 확실하다. 또, 푸조의 특기와 같은 기민한 핸들링과 효율성을 바탕으로 탁월한 정숙성까지 더했다. 이제 편의 장비는 동급 최고 수준, 그럼에도 이전 모델과 가격을 동결했다는 점이 매력이다. 푸조는 대중 브랜드 중에서도 가장 확고한 개성을 품은 자동차를 제조한다. 단순한 고집이 아닌 기술에 기초를 둔다는 점, 화려한 외모에 감춰진 실용주의가 다방면의 가치를 더해줄 것이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