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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재한 생명력, 볼보 뉴 XC90 페이스리프트 B6 울트라 시승기

완성차의 모델 체인지 사이클은 대략 5~6년 정도를 예상한다. 통상 고급화 제품성을 지향할수록 사이클은 7~8년까지 길어진다. 다만 최근 자동차 산업 동향은 다르다. 심각한 수요 저하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모델 체인지 주기를 길게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주요 세그먼트에 해당되는 이야기, 비선호 장르의 차종들은 라인업이 빠르게정리되고 있는 추세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생겼음에도, 자동차 기업들은 의무적으로 전기차를 개발하고 생산할 수 밖에 없다. 그에 반해 내연기관은 기술 한계점에 도달하면서 예전과 같은 투자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과거 경제부흥기 미국 자동차 브랜드들은 단기적 성과 창출을 위해 고의적 진부화라는 전략을 택한 적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내실을 다지기 보다는 화려한 디자인과 기능에만 투자하며, 낮은 기회비용으로 신차 효과를 누리고자 했던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전략이 통했지만, 장기적으로 고급화 자동차 시장에서 북미 브랜드들의 위상이 저하되는 효과를 낳았다. 그 반대의 시점으로, 모델 체인지 주기를 길게 가져가는 경우 혜택을 보는 사람은 초기 고객들이 될 것이다. 신차 효과를 여러번 가져가진 못하더라도 기존 고객들의 충성심은 향상되는 락-인 효과가 생긴다.

이번 글의 주제 볼보 XC90 1세대 모델의 경우 13년이란 기간 동안 풀 모델 체인지 없이 판매되어 왔다. 그리고 2015년부터 판매된 2세대 XC90도 마찬가지, 오랜 기간 판매될 예정이다. 2019년 진행된 페이스리프트는 디자인상 큰 차이점이 없는 대신, 전 모델 저탄소화를 추진하며 생명력을 더한 바 있다. 그리고 2024년 진행된 2차 페이스리프트는 디자인과 실내 구성에 나름 큰 폭의 변화를 더했다. 이는 탁월한 기본기와 미래 가치로 무장하던 기존 XC90의 제품성을 화려히 장식해주는 변화로서, 소비자들의 많은 주목과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시승 차량은 2026 볼보 XC90 B6 ULTRA BRIGHT 트림이다. 이번 XC90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은 B6 단일 트림으로만 구성된다.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에 싱글 터보 차저와 슈퍼 차저까지, 두 가지 과급장치를 탑재한점이 특징이다. 그리고 'ULTRA' 등급은 하위트림 PLUS 대비 화려한 옵션으로 무장하고 있다. 바워스&윌킨스 하이파이 오디오, 1열 통풍 나파가죽 시트와 마사지 기능, 그리고 리어 도어 선 커튼과 21인치 휠이 추가된다. 또한 기존 PHEV에만 제공되던 에어서스펜션이 B6의 ULTRA 까지 확장되었다는 큰 메리트가 있기도 하다.

이번 볼보 XC90 2차 페이스리프트의 디자인에는 '사선의 미학'이 담겨 있다. 가장 중심이되는 라디에이터 그릴 형상이, 볼보 고유의 아이언 엠블럼 라인을따라 사선으로 교차한다. 이는 차량의 디자인이 더욱 정교하고 입체적으로 보이게 한다. 새롭게 다듬어진 헤드램프는 더욱 정교한 '토르의 망치' T자형 DRL을 지니고 있다. 전체적인 형상 자체가 이전보다는 날카롭고 공격적인 모습, 그리고 범퍼 형상도 직선위주의 깔끔한 디자인으로 변경되며 전체적으로 미래적인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졌다.

준대형 SUV다운 우람한 덩치가 느껴지는 측면 디자인이다. 볼보는 기존부터 차량 디자인에 깔끔한 면을 주로 활용해왔다. 이는 시각적인 견고함을 전해주는 요소이며, 볼보의 브랜드 철학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여유로운 개방감을 전하는 안정적인 벨트라인과 넓은 C필러 글래스 형상도 여전하다. 물론 페이스리프트의 변화는 있다. 21인치 휠 디자인이다. 커다란 사이즈의 여유로움은 물론, 마치 정교한 금속 가공품 같은 스타일링이 정말 매력적이다. 특히 바디 컬러 클래딩이 기본 적용되어 더욱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흐른다.

후면 디자인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차이는 분명히 있다고 느껴졌는데, 그 차이점을 정확히 바로 알긴 어려웠다. 이전 모델에 비해 라이트 커버 색상이 짙어지며, 반사적으로 수직형 그래픽이 더욱 강조되는 모습인 것 같다. 또, 범퍼 디자인에서는 머플러팁이 완전히 생략되었다. 그 외에는 기존과 큰 차이점이 없지만, S90과 달리 버티컬 테일램프 자체가 오랜 헤리티지다 보니 포기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브라이트'가 아닌 울트라 '다크' 트림이 준비되어, 크롬 마감재를 블랙으로 변경할 수 있게 된다.

인테리어 공간이다. 레이아웃은 동일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변화가 담겨있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11.2인치까지 확장된 센터스크린, 신규 프로세서는 물론 네이버 웨일 등 UI 까지 확장되었다. 그리고 대시보드 디자인 자체도 변경되었고, 앰비언트 라이트 위치가 더욱 보기 좋아졌다. 마감소재는 친환경성을 더하기도 한다. 센터 콘솔도 조작 방식은 동일해 보이지만, 조금 더 실용적인 배치를 지닌다. 그 외에 스티어링 휠의 스포크 디자인이 달라지고, 바워스&윌킨스 스피커 스펙은 동일하지만 메시 커버 형상이 변경되었다.

뒷좌석 공간이다. 페이스리프트인 만큼 큰 변화점은 없다. 넓은 실내 공간을 바탕으로 쾌적한 2열 탑승 공간과 시트 배열, 그리고 파노라마 선루프를 통한 탁월한 개방감이 강점이다. 독립 공조는 물론, B필러 에어벤트와 시트 열선, 수동식 롤러 블라인드 등으로 쾌적함을 더하기도 했다. 굳이 단점으로 지적하자면 암레스트 크기가 다소 작다. 2열 공간은 동급 SUV치고는 여유로운 편이다. 하나 모든 차종이 그렇듯 레그룸 높이가 낮은데, 시트 안장 면적을 좁혀서라도 넓게 확보한 모습이다. 트렁크 공간은 여유가 있고, 전동 폴딩 기능은 없다.

XC90 B6에는 배기량 2.0L급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다. 싱글 터보와 슈퍼 차저가 함께 공기 압축비를 높여주는 효과로 최고 출력 296Hp, 최고 출력 42.8Kg.m의 넉넉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또, BISG 기반의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항속주행과 효율성을 보조한다. 변속기는 8단 토크컨버터 인데, 4륜 구동을 기본 적용하면서도 9.5Km/L라는 적절한 공인 연비를 인증받게 된다. 참고로 공차 중량은 2150Kg, 제조사 공식 제로백은 6.7초로 알려져 있다. 최고 시속은 180Km에 제한된다.

엔진과 파워트레인은 기존과 동일한 구성이다. 엑셀 반응에 매우 부드럽게 반응하고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해 초반 엔진 소음을 많이 억제하기도 했다. 사실 배기량의 한계상 타 프리미엄 SUV에 비해 엔진 정숙성이 돋보이진 않는데, 실내 방음 처리만큼은 정말 훌륭하다. 오디오까지 듣는 경우에는 정말 부드러운 발진감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별도의 엔진 모드가 제공되지 않는 대신, 변속기는 극한의 부드러움을 제공했다. 반면 급가속에서는 약간씩 굼뜨는 반응은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번 페이스리프트의 핵심은 ULTRA 등급부터 적용되는 에어서스펜션에 있다. 원래 볼보가 채택하는 SPA 플랫폼은 리프 스프링과 댐퍼로 구성되는 독특한 구조를 택하는데, 안정적이나 다소 단단한 승차감을 보여주곤 했다. 이번 에어서스펜션 적용 모델도 마냥 부드럽지는 않지만, 안락하고 편안한 승차감이 더욱 강조되기는 했다. 약간의 롤링을 허용하는 움직임과 유연한 충격 흡수, 특히 노면의 잔 요철이 유입되지 않고 소음도 잘 억제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일상 주행에서 파워트레인 세팅과 최상의 조화를 보여준다.

주행모드는 온 로드와 오프 로드로 구성된다. 아무래도 트랜스퍼 케이스의 제어기능 같은데, 이번에는 온로드 주행만을 경험했다. 서스펜션 감도는 딱 두 가지 설정이 가능하다. 부드러움과 단단함, 아무래도 현가 구조 특성인지 높낮이가 크게 변화하는 느낌은 아니고 별도의 조작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단단함으로 설정하는 경우 그 움직임의 차이는 분명했다. 롤링을 완전히 억제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무게 중심이 낮아지고 댐핑력이 강해지며 확실히 저항성이 강해진다. 이를 통한 이점은 고속 코너에서 확실히 경험해볼 수 있다.

XC90의 성향 자체가 컴포트 세팅을 지향하다보니 코너링보다는 크루징에 적합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는 비슷한 지향점을 가진 준대형 SUV들이 전부, 약간씩 들떠있는 듯한 조향 감각이 있다. 고속 코너에서는 무게 중심에 대한 롤링을 크게 허용하기에 불안함을 떨쳐내기 어려웠는데, 이번 에어서스펜션 적용 모델은 안정적으로 섀시가 받쳐주는 감각이 느껴졌다. 또 일일이 조정할 수준까진 아니지만 직선주로에서는 부드러움 모드로 운행하여 또 안락한 승차감을 누릴 수 있었다. 단단함 모드에서는 기존보다 노면 마찰이 느껴지긴 했다.

스티어링 휠 감도는 단단함과 부드러움 두 가지를 제공한다. 기본적으로 S90 등 다른 볼보 라인업에 비해 핸들링 자체는 묵직하게 세팅되어 있다. 때문에 오히려 스티어링 감도는 조작에 따른 차이점이 크게 와닿진 않았다. 아무렴, 고속에서의 편안한 크루징 감각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안정적으로 잡혀있는 스티어링 휠 무게감과 유연하게 반응하는 섀시, 그리고 탁월한 정숙성 또한 XC90의 강점이라고 앞서 밝혔다. 이는 고속에서도 유효한데, 루프쪽 소음을 제외하면 마주하는 풍량 대비 소음이 현저히 적다고 느껴볼 수 있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한 효율성도 인상적이다. 시속 100Km 항속 주행시에는 14.4Km/L 정도의 연비가 계측된다. 도심에서는 ISG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복합연비 이상을 유지하는 모습, 아무렴 정숙성 개선 효과도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파일럿 어시스트는 기존과 동일하게 작동하여 막히는 도로에서의 편리함을 더해준다. 또, 신규 인터페이스는 주행중에도 더욱 직관적으로 다양한 차량 제어 기능을 조작할 수 있게 한다. 주행중 센터 스크린 화면을 전환하더라도 디지털 클러스터에는 꾸준한 길 안내가 제공된다는 점도 매력적인 부분이었다.

볼보의 XC90 2차 페이스리프트 B6 울트라 브라이트 사양을 시승했다. 새롭게 다듬어진 디자인은 이전보다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는 물론, 고급스러움을 가득 품은 디테일들이 매력적이다. 인테리어도 전면적이진 않지만, 세심한 변화를 통해 실질적인 만족감을 더했다. 물론 탁월한 성능을 품은 센터스크린은 최고 수준의 디지털 경험을 제공한다. 이번 XC90의 중핵은 최소화된 가격 인상에 있기도 하다. 이는 서론에서 불필요한 세대교체를 지향한다는 내용과 상통하는 부분, 소비자들은 XC90의 달라진 제품성에 더욱 만족할 것이다.

글/사진: 유현태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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