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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카의 미래를 보다, 폭스바겐 ID.4 EV PRO 시승기

폭스바겐 ID.4 EV Pro를 장기간 시승했다. ID.4는 EV 전용 플랫폼 'MEB'를 통해 개발된 두 번째 양산 차량이다. 준중형 크로스오버의 장르에 속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 전기자동차는 기존 내연기관에 비해 부품 수가 최대 1~1만 5천 개의 수준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알려진다. 반면에 원가는 더 높다. 그런 서사가 의미하는 바, 전기차 사업의 성패는 생산성과 공급망 확보에 걸려 있는 것이다. 함께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 결과적으로는 자동차만 훌륭히 설계한다고 해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이번 ID.4는 폭스바겐 브랜드의 전동화를 이끄는 모델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차세대 승용차의 기준이라고 볼 수 있는 준중형 크로스오버, 오랜 역사를 쌓아온 폭스바겐의 기술력과 유통망을 바탕으로 뛰어난 품질에 합리적인 가격까지 제공했다. 이는 한국 시장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났다. 지난 2024년 한 해에는 2613대를 인도하며 유럽 브랜드의 전기차량 중 판매 1위를 달성했고, 지난 3월에는 누적 판매 5천 대를 돌파하기도 한다. 그리고 폭스바겐 코리아는 올해 2025년형 ID.4의 출시와 함께, 단순 연식변경 이상의 상품성 개선을 이뤄냈다.

연식변경은 사실상 페이스리프트에 가까운 변화였다. 외관은 동일하지만, 실내에서는 새로운 디자인의 변속 레버와 12.9인치 확장형 터치스크린을 적용했다. 특히 최고 출력이 40% 증가하고 토크는 75%나 증강했으니, 오히려 페이스리프트 그 이상이라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겠다. 동시에 항속거리와 가격은 유지하는 수준이다. 연식변경으로 드라이브 시스템 전체를 교체했다는 내용은 전기 모빌리티 시대의 특수와 같다. 전기차의 상품성이 빠르게 발전하는 이유는 물론 기술력의 개선도 있지만, 생산성 증대로 인해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승 차량은 폭스바겐 ID.4 PRO 등급으로 상위 트림이지만 사실상 표준형 모델이다. PRO 등급의 특징으로는 지능형 라이팅 시스템 'IQ. 라이트' LED 매트릭스 헤드램프가 채택된다는 점이 있다. 간결한 헤드램프 형상에 정교한 그래픽을 연출해 준다. 폭스바겐의 신규 패밀리룩 요소라 볼 수 있는 LED 라이트 스트립까지 적용된다. 대신 전기차는 라디에이터 그릴을 완전히 생략하고, 범퍼 하단부에 배치하는 모습이다. 범퍼 형상 자체는 간결하면서도 유연한데, 차체 하단부를 보호하는 가니시와 은색 에이프런이 SUV의 감성을 소폭 더해주었다.

여느 EV플랫폼 전기차가 그러하듯 전장대비 휠베이스가 극대화되어 있는 비율이다. ID.4는 특히 프런트 오버행이 극단적으로 짧다 보니 전면 디자인은 전폭 대비 전고가 높아 보이는 인상을 덜어내기 어렵다. 즉 스포티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의미인 반면, 측면 디자인은 꽤나 역동적인 프로필을 연출하고 있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벨트라인과 캐릭터라인은 물론, 루프 라인을 강조해 주는 실버 필러 스트립도 매력을 더한다. 특히 C필러 형상이 공격적이다. 평면 디자인의 도어 캐치는 내부의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휠 사이즈는 20인치다. 은색 전면 가공 패턴은 필러 스트립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다. 개인적으로 ID4는 후면 디자인이 가장 매력적이다. 앞서 언급한 공격적인 C필러 형상과 함께, 리어 윈드 실드가 슬림 하게 배치된다. 바로 하단부를 장식하는 3D LED 리어램프는 미래지향적인 감성을 더하며, 테일게이트에 강한 볼륨을 더해 입체감을 살려내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동급 SUV에 비해서는 리어 오버행도 짧은 편이다. 대신 넘버 플레이트나 리플렉터, 그리고 은색 언더바디 가니시 등 디자인 요소들을 넓게 배치하여 시선을 분산시켰다.

실내 공간이다. EV전용 MEB 플랫폼의 이점은 역시, 익스테리어보다는 인테리어의 개방감과 여유로움에 있다. 전기차인 만큼 클러스터에 표기되는 정보가 축소되고, 그에 따라 소형 디지털 클러스터를 탑재했다. 대신 2025년형 연식변경 이후 12.9인치 크기의 맥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한다. 무선 폰 프로젝션과 AI 음성인식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 추가로 앞 유리와 대시보드 접합부에도 앰비언트 라이트와 유사한 수평 형태의 조명이 들어오는데, 이는 각종 경보 기능에 활용되는 목적으로 운전자와 자동차 간의 소통을 보조해 준다.

물론 실내 분위기를 위한 앰비언트 라이트도 별도로 적용되어 있다. 주요 기능은 전부 센터 스크린에 통합되었고, 볼륨과 온도 정도만 터치 패널에서 조작 가능하다. 센터 콘솔은 전부 컵홀더와 무선 충전 팬드 등 수납공간으로 구성된다. 기어 레버는 원래 클러스터 우측에 있었는데, 연식변경 이후 칼럼 타입으로 분리된 모습이다. 1열 시트는 전부 메모리 기능과 에르고 액티브 전동 시트 기능으로, 마사지 시트와 열선 작동이 가능하다. 아직까지 통풍 시트는 적용되지 않았다. 참고로, 암 레스트가 시트에 붙어있는 형태라서 각개 조절이 가능하다.

2열 공간이다. 역시 MEB 플랫폼 적용을 통한 넓고 여유로운 실내 공간이 강점이다. 차량은 후륜 베이스인 만큼 바닥면은 거의 완전 평탄화가 이루어져 있고, 레그룸이 다소 높긴 하지만 면적 자체가 넓어 괜찮다. 헤드룸도 여유로운 편, 파노라마 글래스 루프와 측면 창이 전해주는 개방감이 상당하다. 편의 기능으로는 암레스트 컵홀더와 독립 공조 및 에어벤트 정도가 있다. 리클라이닝 각도는 제한적이다. 여유로운 2열 공간을 감안하면 트렁크도 기대 이상이었다. 보드 높이를 2단으로 조정할 수 있어 2열 시트 폴딩 및 평탄화 구현이 가능하다.

차량 시트 포지션이 SUV라 하기에는 낮은 편이다. 대신 바닥면 자체의 높이가 있으니 세단처럼 낮다고 하기에는 모호한데, 대략 MPV 형태의 차량의 포지션이다. 느껴지는 개방감도 비슷하다. 차량에는 별도의 시동 버튼이 존재는 하나, 차량 승하차 시 자동으로 전원이 작동하는 시스템이라 잘 쓰이진 않는다. 운전석 승차 상태에서 변속레버를 D단에 두면 바로 주행이 가능한 방식이다. D단에서 한 번 더 레버를 돌리면 강한 회생제동 B단으로 변경된다. 엑셀과 브레이크 페달에 각각 재생과 일시정지 기호를 각인해두는 위트도 있었다.

2025년형 폭스바겐 ID.4는 최고출력 210Kw급 PSM 모터가 뒷바퀴를 굴린다. 단순 환산으로는 최고 출력 286Hp, 최대 토크 55.6Kg.m의 강력한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다. 당연히 변속기 없이 감속기 모듈로만 구동력을 전달하며, 브레이크도 전자신호로 작동하는 특징이 있다. 제로백은 6.7초로 단축된다. 배터리 용량은 약 83kWh이며, 그에 따른 공차중량이 2165Kg이다. 복합 항속거리는 424Km로 인증을 받았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양극소재로 NMC이 채택되었고, 국내 보조금 산정에 이점이 있다. 현재 국내 수입되는 모델은 제조사가 LG에너지 솔루션으로 알려진다.

출력은 증강되었지만 도심에서의 주행감은 비슷하다. 기본 주행 모드에서 엑셀 반응이 너무 예민하지 않고, 가속력이 리니어 하다기보다는 후반부에 집중되어 있는 감각이다. 때문에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더욱 부담이 없고 편안했다. 전기차인 만큼 당연히 구동계의 소음은 없이 정숙하다. 기본적으로 D단에서는 회생제동 없이 주행이 가능한데, 중량이 무거워서인지 탄력 주행 거리가 보다 길게 느껴진다. B단에서는 회생제동이 적극 개입하여 브레이크 조작 없이 감속이 가능한 수준, 다만 타사에서 비해서는 강도 자체나 조절 기능이 약한 편이다.

전기차의 부드러운 주행감은 오토홀드와 연계될 때 더욱 편리하다. 참고로 MEB 플랫폼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전자신호로 작동하며, 감속 페달과 회생 제동이 연계되어 에너지 효율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그에 대한 이질감은 없지만 최대 제동력 자체는 다소 밀리는 느낌, 참고로 후륜 브레이크 시스템은 드럼으로 알려진다. 아무렴 일상적인 주행에서 단점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딱히 드럼 브레이크라서 아쉽다기 보다, 원래 전기차 자체가 중량이 무겁다 보니 동급 가솔린 차량보다는 제동력이 밀리는 경향이 있다.

승차감은 전기차 치고는 다소 부드러운 편이라 볼 수 있겠다. 노면의 잔잔한 요철은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걸러주었고, 방지턱이나 깊은 요철의 진입 시점에서도 댐핑력이 강하지 않다. 다만 휠베이스가 길고 중량이 높아서인지 요철 구간 탈출 시 충격은 다소 올라오는 편이다. 다만 이 정도의 충격도 없다면 리바운드 현상이 생겨서 주행감에는 더욱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것 같다. 체감 가는 크기에 비해 중량 자체는 정말 무겁기 때문에, 일반적인 준중형 SUV처럼 운행한다면 노즈 다이브가 조금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기본 스티어링은 대중형 전기차 치고 다소 묵직한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만족을 더하는 부분이었다. 무엇보다 MEB 플랫폼의 강점은 전륜 조향각을 최대한 넓혔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주행에서의 이질감은 없으면서도, 좁은 골목길이나 주차, U턴 등 회전반경을 효과적으로 좁혀준다. 이는 높은 수준의 최고 출력과 함께, 후륜구동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낸 부분이다. 주행 모드는 일반과 에코, 그리고 스포츠로 구분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스티어링 휠이 조금 더 무거워지고, 엑셀 반응이 보다 예민해지면서 강력한 토크감을 경험할 수 있다.

최고출력이 높아진 만큼 고속에서의 응답성은 효과적으로 개선되었다. 차량 형상적으로 풍절음은 다소 느껴지고, 그로 인한 불안감도 느껴질 수밖에 없다. 대신 섀시는 고속으로 갈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느낌이라 주행에 대한 자신감을 더해주기도 한다. 차량 컨셉 자체가 스포츠성과는 거리가 멀지만, 아무렴 일상 주행이든 고속 주행이든 출력이 높아서 아쉬울 점은 없다. 그리고 에코 모드에서는 기존 폭스바겐의 가솔린 차량들처럼 코스팅 기능이 작동하여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 한 채, 타력 주행 거리를 극대화한다.

고성능 모터는 전비가 낮아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겠다. 다만 ID.4의 주행 전비는 기대 이상으로 놀라운 수준이었다. 43Km를 고속도로 항속 주행했을 때, 7.4Km/kWh가 계측되었다. 2톤이 넘는 중량과 고속주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 놀라운 수준, 이론상 550Km 이상도 1회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수준이다. 공조 시스템도 충분한 만큼 작동한 케이스다. 다만 주행 당시 외기 온도가 35도 이상이라서 배터리 반응에 가장 효율적인 조건이긴 했다. 참고로 고속도로 인증 전비는 4.5Km/kWh, 10%에서 80% 급속 충전 시간은 최소 28분으로 알려진다.

주행 당시 폭스바겐의 주행보조장비 트래블 어시스트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 연동으로, 가감속시 에너지 회수 효과가 함께 동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ADAS의 작동도 이전보다 부드럽게 개입하는 느낌이라 장거리 주행에서도 피로도가 매우 낮았다. 특히 야간 주행에서는 IQ.라이트 시스템의 선명한 조사성능이 안전을 확보해 주었다. 동급 차종에서 흔치 않은 에르고 액티브 모션 시트와 선명한 화질의 서라운드 뷰 카메라도 편리하게 활용하는 기능이었다. 확실히 센터 스크린이 확대된 만큼 사용성은 정직하게 좋아졌다.

ID.4의 디자인은 대중형 크로스오버라는 목적에 충실하다. 다시 말해 '멋'을 부리기 위한 디자인이 아닌, 편의를 위한 형상을 택한다. 이는 운전자와 탑승객의 입장에서 느끼게 되는 거주성과 실용성에 가시적으로 반영된다. 물론 스타일링을 배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최우선 순위는 아니라는 것, 산업디자인은 심미성보다 기능성이 선행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배경을 생각해 본다면 충분히 개성적이고 매력적인 외관으로 보인다. 특히 3D 그래픽을 품고 있는 리어 엔드 디자인은 MPV에 가까운 차체 형식에 쿠페 같은 스포티함을 더해주고 있다.

개방적인 인테리어 디자인도 장시간의 주행에서는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다. EV전용 플랫폼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넓은 공간 자체도 이점이긴 한데, 공간 디자인 자체를 '전기차'라는 관점에서 재해석한 느낌이 든다. 특히 소형 클러스터는 필수적인 정보를 담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으면서도, 개방감을 효과적으로 개선해 주는 부분이다. 연식변경을 통해 확장된 12.9인치 스크린은 터치 인터페이스의 직관성과 시인성을 대폭 보완한다. 애초에 폭스바겐의 전기차 라인업 ID 시리즈의 명칭 자체가 'Intelligent Design'을 의미할 정도로 기능적인 디자인에 대한 애착이 있었을 것이다.

폭스바겐의 ID.4 프로를 장기간 시승했다. 독창적이면서도 간결한 익스테리어 디자인, 이를 통한 개방적이고 실용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다. 연식변경과 함께 강화된 디지털 인터페이스와 강력한 주행 성능은 대중형 전기차로서 돋보이는 장점이 되어준다.패밀리 타입 전기차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은 감성보다 기능을 우선시할 확률이 높다. 그런 관점에서 ID4가 지닌 제품성은 니즈를 정확히 채워줄 수 있겠다. 정교한 기술력과 생산성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이고 기능적인 자동차는 '폭스바겐'의 역할이 되어왔고, 이는 전기차 시대에서도 동일하다.

글/사진: 유현태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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