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X4 M Competition LCI를 시승했다. BMW의 중형 SUV 이자 쿠페, X4 LCI를 바탕으로 한 고성능 모델이다. BMW M 디비전에 있어서는 일말의 실용성을 품고 있는 타협안으로, 비교적 높은 전고와 적재 공간을 지닌 중형 스포츠카라 볼 수 있겠다. BMW의 모터스포츠 전담 부서 'M'은 실제 대중들이 접할 수 있는 '퍼포먼스 카'에 대한 영역을 확장해 주었음에 가치가 있다. 흔치 않은 고성능 SUV의 영역 중에서도, 더욱 극한의 스포츠 세팅을 추구하는 '컴페티션' 사양의 X4 M이다.
오늘날의 BMW가 자리 잡기까지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하나, X5를 통한 북미 SUV 시장에서의 성공은 확실한 성장 모멘텀이 되었다. BMW는 강인함과 역동성이 공존하는 새로운 개념의 SUV를 제시했고, 그들만의 표현으로는 SAV라 명시했다. 더 나아가 패스트백 루프와 공격적인 디자인 차별화로 '쿠페형 SUV'라는 장르를 개척한 X6를 출시했다. BMW는 이를 SAC라고 명명했고, 일류 브랜드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다. 중형 SUV X3와 섀시를 공용하는 X4는 SAC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어 주는 역할로 쿠페형 SUV의 대중화를 이끈다.
20세기까지만 해도 SUV와 승용차는 철저히 분리된 영역이었다. BMW는 승용차의 주행성과 SUV의 실용성을 엮는 것에서 나아가, 실용성과는 공존할 수 없는 쿠페의 '멋'까지 SUV에 담았다. 이따금 BMW는 비상식적인 도전에 앞서고는 했다. 그렇게 트렌드세터로 인정받는 과정, BMW는 탄탄한 지지층을 지닌 퍼포먼스 브랜드 'M'이 뒷받침하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X4 M은 X4의 단종에 따라 짧은 역사로 종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BMW의 혁신주의와 락-인 전략이 담겨있는 21세기 'M'의 진중한 사례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BMW X4 LCI의 전면 디자인은 직선 위주로 다듬어지며 날카로운 첫인상을 품는다. 특히 키드니 그릴과 엔젤아이 그래픽은 BMW의 전형적인 형태로 상징적이고 세련된 모습이다. 페이스리프트의 부분적인 변화가 생각보다 큰 차이를 남겼다. BMW M의 드레스업을 거친 X4 M 컴페티션은 전용 더블 스트럿 키드니 그릴과 범퍼, 레이저 라이트 등으로 꾸며져 더욱 과감하고 공격적인 외모를 보여준다. 범퍼 양 끝을 강조하는 수직 형태의 에어 인테이크는 차량을 더욱 크고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며, 거대한 엔진을 품은 보닛의 파워돔 라인도 매력적이다.
스포츠 액티비티 쿠페라는 의미의 SAC 장르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측면 디자인이다. 비교적 가파르게 상승하는 A필러와 완만하게 떨어지는 루프라인, X4의 측면 디자인은 두터운 볼륨을 지닌 웨이스트라인과 트렁크 덱 형상 덕분에 더욱 역동적인 프로필이 연출된다. 굵직한 캐릭터 라인이나 길게 뻗은 휠베이스도 비율적인 매력을 더한다. 역시 M의 차별화를 거친 스커트나 에어 브리더 형상의 액세서리, M 하이글로스 쉐도우 라인, 카본 미러캡과 립 스포일러 등 완연한 공격성은 SAC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 중 하나는 21인치 경량 휠 디자인이다. 고강도 소재와 함께 브레이크 냉각까지 고려한 멋스러운 디자인, 내부에는 컴파운드 브레이크가 자리한다. 그리고 X4는 전면보다도 후면 디자인이 참 멋스럽다. 한껏 부풀려진 리어 펜더와 수평형 테일램프의 카리스마가 강렬하다. 우아하게 내려앉는 리어 윈드 실드와 과감함을 강조하는 리어 범퍼의 대비도 인상적이다. 전면부 디자인처럼, 양 끝에는 수직 형태의 리플렉터를 배치했다. 그리고 트윈 팁 듀얼 머플러의 아우라가 'M'디비전만의 차별화에 끝을 맺는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이전 세대의 레이아웃이다. 12.3인치 매립형 클러스터를 채택하여 운전에 대한 몰입감은 더욱 높아진다고 생각된다. 12.3인치 스크린을 활용한 센터패시아나 센터 콘솔 레이아웃의 직관성도 BMW M에게는 더욱 적합해 보인다. 물론 HUD 시스템도 갖추고 있으며, 인포테인먼트는 Idrive 7세대로 무선 스마트폰 미러링과 제스처 컨트롤을 지원한다. 1열 메모리 시트와 통풍 열선 시트,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 파킹 어시스턴트 플러스, 하만카돈 서라운드 사운드 등의 충분한 편의 장비를 탑재하고 있다.
M 디비전 사양인 만큼 인테리어에서 느껴지는 디자인 감성도 일반 X4와는 다르다. 대시보드는 센사텍 가죽으로 마감되어 있으며, M 전용 카본 인테리어 트림과 헤드라이너가 스포티한 실내 분위기를 조성해 준다. 앰비언트 라이트도 마찬가지, 메리노 가죽 M 스포츠 시트의 M 로고에도 LED 불빛이 점등된다. M 전용 스티어링 휠은 두꺼운 그립과 M 모드 세팅 버튼을 지니고 있다. 가죽으로 감싸진 기어 레버는 조작 방향이 일반 차량과 차별화되며, 수동 차량을 변속하는 듯한 일말의 감성을 제시해 준다.
쿠페형 SUV인 만큼 동급 차종들에 비해 뒷좌석이 협소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중형 SUV라는 포지션 상, 평균적인 체구의 성인이 탑승하기에 무리가 되진 않는다. 레그룸은 크게 다를 바 없고, 헤드룸은 등받이 각도를 눕히고 선루프 면적을 좁혀 공간을 확장한 모습이다. 편의 장비로는 독립 공조와 시트 열선, 암레스트 컵홀더 정도가 있다. 트렁크 공간은 평탄하게 마감되어 있다. 매트 아래에도 쓸만한 잔여 공간이 마감되어 있고, 러기지 보드도 수납 가능하다. 2열 시트는 4:2:4 폴딩을 지원하기에 실내 공간 활용도가 높아진다.
차량에 다가서면 라이트 카펫이나 웰컴 디스플레이 UI 등 다양한 옵션들이 운전자를 반겨준다. 일반적으로 스포츠성을 강조하는 M 디비전 모델들은 지상고와 차고가 낮아 승하차가 편리하진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X4 M의 높은 지상고는 편의성을 개선해 주기도 하며, 운전석에 앉는 순간 느껴지는 스포츠 시트의 안정감 또한 만족도가 높다. 센터 콘솔에 위치한 시동 버튼은 자연스레 손이 가는 위치다. X4 M 컴페티션의 우렁찬 엔진 스타트 사운드는 자꾸만 듣고 싶고, 앞서 언급한 변속기 레버의 조작 방향도 차별화된 감성을 제공해 주었다.
X4 M Competition에는 배기량 3.0L급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이 채택된다. 트윈터보가 과급을 담당하며 최고출력은 510Hp, 최대토크 66.3Kg.M 수준의 강력한 퍼포먼스를 제공할 수 있다. 변속기는 당연 토크컨버터 기반의 8단 M 스텝트로닉, 네 바퀴를 굴리는 전자식 트랜스퍼 케이스는 극단적 구동력 배분이 가능한 M xdrive 유닛이다. 그에 따른 공차중량은 2050Kg 수준, 공인연비는 7.8Km/L로 인증을 받는다. 제로백은 3.8초다. M 스포츠 배기 시스템이 탑재되면서 펀 드라이빙에서는 더욱 자극적인 사운드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X4 M의 주행모드는 ROAD와 M, 그리고 TRACK으로 구분되어 있다. 각개 설정으로는 컴포트와 스포츠, 그리고 스포츠 플러스 모드가 제공된다. 엔진의 경우는 컴포트 모드가 생략된 채, 효율성을 중시하는 이피션트 모드가 탑재되었다. 또, M 변속 로직을 포함하는 변속기의 경우 기어 레버에 세팅 버튼이 배치된다. M xdrive의 경우 상시 사륜구동이 표준, ECS를 끄는 경우 스포츠 모드로 변경 가능하다. 고성능 차량인 만큼 ROAD 세팅에서도 주행감은 다소 거칠게 느껴질 수밖에 없긴 하다. 엑셀 반응은 부드럽지만 부밍 사운드가 강한 편이다.
효율성 모드라 하더라도 당연히 가속감은 경쾌하다. 그래도 체감상 스포츠 플러스보다는 부드럽게 나아가는 느낌, 사실 출력이 높으면 변속기의 세팅이 더 관여하는 바가 높다. 일반 주행 모드에서의 변속기는 그저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토크컨버터 세팅이다. 승차감은 어쩔 수 없이 단단한데, 과거 M 패키지 모델의 수준과 비슷하다. 딱딱한 수준은 아니며, 댐핑력이 강하다기 보다 타이어 편평비가 얇아 거친 느낌이 있다. 방지턱처럼 높은 굴곡만 아니라면 요철에 대한 대응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도 마찬가지, 금방 적응된다.
ROAD 모드에서 느껴지는 M 셋업의 은은한 긴장감은 자꾸만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 손이 가게 만든다. M 모드로 전환하는 경우 클러스터와 HUD의 UI까지 변경되며, RPM과 기어 단 수, 속력을 더욱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X4 M 컴페티션에는 감쇠력 조절이 가능한 어댑티브 M 서스펜션이 탑재되어 있다. 함께 회두성을 개선해 주는 M 스포츠 디퍼렌셜과 즉답적인 제동감을 제공하는 M컴파운드 브레이크 시스템까지 제공된다. M 모드에서의 승차감은 딱딱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수준, 쏠림이 거의 없고 노면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이 느껴진다.
엔진에서 느껴지는 떨림과 노면에 대한 피드백, 그리고 거칠어진 변속감을 제공하는 파워트레인에서 긴장감이 자극된다. 엑셀에 힘을 가하는 순간 느껴지는 강력한 펀치력은 2톤의 거구를 가뿐하게 밀어붙인다. 경쾌하다는 느낌보다는 저돌적인 움직임, 묵직하고 큰 차체만큼 강력한 트랙션으로 나아간다. 2번의 업쉬프트를 거치면 속도계는 어느새 세 자릿수가 도달해 있다. 제로백 3.8초라는 수치는 정말 민첩한 가속력을 의미한다. 폭발적인 가속감과 함께 느껴지는 강렬한 변속 감각과 배기음, 실내에 울려 퍼지는 버블 사운드는 진한 여운을 남긴다.
지상고가 높은 SUV 지만 급가속에도 노즈 업이 느껴지진 않는다. 다이브도 마찬가지, 고속에서의 코너나 회피 기동에서도 움직임은 웬만하면 수평적이다. M xdrive의 끈끈한 접지력과 날카로운 핸들링 감각은 더욱 안정적인 주행감을 제공해 주며, 그로 인한 자신감이 생겨난다. 한계치를 짐작해 보기도 어려운 수준의 퍼포먼스다. 그만큼 SUV로서는 극한의 재미를 느껴볼 수 있는데, 돌이켜 보면 M 컴파운드 브레이크 시스템의 강력한 제동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고성능 SUV의 강력한 물리량을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다.
고성능 자동차에 주행보조 기능이 필수재로 느껴지진 않는다. 하나, 일상용으로 사용하기엔 고성능 차량의 피로도가 더 높다 보니 오히려 더 효용적인 기능으로 느껴지긴 한다.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은 2.5 레벨 수준의 주행 보조를 지원하며, 인식률이나 그립 감지 기능 모두 편의성이 높았다. 그리고 장시간 주행에 있어서도 의외로 피로도가 높게 쌓이지 않는 차량이었다. 앞서 강조했던 시트 포지션이나 탑승감 자체가 편안하고, 또 SUV인 만큼 노면 상태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감도 없다시피한 고성능 스포츠카가 되어준다.
종합적으로 단점이라면 낮은 수준의 연비밖에 없겠다. 오직 재미에만 집중하고 운전하는 경우 4Km/L 대의 연비가 기록된다. 오토 스톱을 활용한다면 일반적으로는 6~7Km/L, 항속 주행 시 9~10Km/L 수준의 연비가 예상된다. 고성능 차량에 연비를 논하기는 불합리할 수 있지만, 그래도 데일리카의 가능성까지 고려하는 X4 기반의 M 디비전인 만큼 감안해 볼 필요는 있겠다. 일상적으로 운행한다면 크게 부담되지 않는 연비일 수 있다. 하나, 차량에 앉으면 자꾸만 펀 드라이빙에 대한 자극이 생겨난다.
이번 시승 차량은 'M'이라서 소화 가능한 화려한 색감이 참 마음에 들었다. 마리나 베이 블루와 카본 데코의 조화, 그리고 샤키르 오렌지 컬러의 화사한 실내 색상도 매력적인 구성이다. X3를 제쳐두고 X4를 선택하는 이유는 오직 디자인에 있다. 그 선택이 결코 후회되지 않을 정도로 X4의 후면 디자인은 매력적이다. 날카로운 LED 그래픽은 오히려 X6보다도 균형미가 훌륭하며, 볼륨감 넘치는 실루엣은 쿠페의 여유로움을 극대화한다. 그리고 M의 손을 거친 카본 스포일러와 머플러 팁, M 컴페티션 엠블럼은 오랜 시간 시선이 머물게 한다.
BMW X4 M 컴페티션 LCI를 장기간 시승했다. SUV의 역동성을 극대화하는 BMW의 디자인 기법에 M 디비전의 차별화까지 더해진 공격적인 외관을 보여준다. 함께 M 커스텀 파츠로 꾸며진 인테리어는 고유의 감성과 함께, 직관적인 레이아웃으로 주행의 몰입감을 키워준다. M의 손을 거친 엔진과 섀시는 의심할 여지 없이 극한의 주행성을 제공한다. 무엇이든 많은 것을 담으려 할수록 잃는 부분도 많아지는 법인데, X4 M 컴페티션은 '스포츠카'라는 초점에 두고 언급할 수 있는 수많은 장점들이 있었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