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의 하이브리드 전용 SUV, 니로 하이브리드 '트렌디' 트림을 시승했다.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의 판매 비중에 대한 성장세가 꾸준하다. 실질적으로는 많은 규제의 압박과 과징금이 가해지는 디젤엔진을 하이브리드가 대체하는 수순이다. 특히 중형급 이상의 고배기량 차종들은 자동차세 절감 효과도 크다. 대한민국에서 매달 판매량 상위권에 오르는 싼타페나 쏘렌토, 카니발, 그랜저 같은 차종들은 이미 하이브리드의 판매 비중이 순수 가솔린의 과반을 넘는다. 심지어 쏘렌토를 제외하고서는 디젤 사양이 모두 단산되었다.

단,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인기와 별개로 전용 모델이던 '니로'의 인기가 오르진 않았습니다. 월간 1000대 내외을 간신히 유지하는 수준이다. 원래 판매량이 많은 차종은 아니었지만, 하이브리드 시장의 성장세를 니로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디젤엔진이 주력이던 차량들에 하이브리드가 대중화되며,니로의 특수성만 희석된 것 같다. 그리고 1세대 니로 출시 이후 2019년에 공개되었던 기아의 소형 SUV 셀토스가 '가성비 소형 SUV'를 내세웠기 때문에, 기존 니로의 수요를 잠식하는 카니발리제이션 현상도 발생하지 않았나 싶다.

시승 차량은 니로 하이브리드의 '트렌디' 등급, 엔트리 트림이다. 초대 기획 단계부터 효율을 앞세우던 니로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대중화 이전, 장거리 주행 시 경제성을 메리트로 하는 차종이었다. 다만, 2022년에 공개된 니로 하이브리드는 풍부한 옵션으로 무장하며 비교적 고급스러운 패키징을 제시한 바 있다. 결국 출시부터 가격대가 많이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 엔트리 트림부터 경쟁 모델에 비해 옵션 사항이 나름 풍부하게 적용되어 있다는 점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트렌디 트림에 일부 옵션만을 추가하여 경제적인 소형 SUV로 운용하는 것도 괜찮은 방안이 된다.

풀체인지 이후 니로는 헤드램프를 낮게 배치하면서 더욱 세련된 인상을 갖게 되었다. 특히 보닛 끝부분 에지라인을 가니시로 강조하고, 라디에이터 그릴의 면적을 인위적으로 키우면서 스포티한 분위기도 품는다. 특이한 점은 휠 하우스를 감싸는 플라스틱 소재의 스키드 플레이트를 차체 하부가 아닌 로커패널에 배치했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SUV를 지향하기보다는 SUV와 세단의 중위 개념 '크로스오버'에 적합한 형태를 추구한 부분이다. 보통 대중형 SUV의 목적은 기동성이 아닌 실용성이다. 특히 하이브리드만 양산되는 니로는 더욱이 그렇다.

보닛 길이가 연장되면서 비율이 비약적으로 개선되었다. 루프라인은 완만히 낮아지며, 벨트라인은 상승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부메랑 형태의 테일램프와 에어터널을 품은 C필러 가니시는 정말 참신한 디자인이었다. 뒷모습이 직선으로 딱 분할되어 떨어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와류 발생으로 인한 공기저항을 감소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입체적인 스포일러도 부착되어 있으며, 전면부의 라디에이터 그릴도 가변식으로 작동한다. 전체적으로 스타일링과 엔지니어링 모두를 살린 디자인이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트렌디 트림인 만큼 당연히 외관 옵션은 채택되지 않았다. 헤드램프는 광원을 전구로 하는 프로젝션 타입, 그나마 DRL이 LED라서 큰 아쉬움이 없다. 테일램프는 형상적 제약으로 인해 기본 LED가 탑재된다. 휠도 5스포크 타입 기본 휠이 적용되는데 스탠스가 크게 아쉽지 않다. 오히려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다. 기본 사양에서도 스타일 패키지를 추가할 수 있다. LED 헤드램프와 턴 시그널, 18인치 알로이 휠, 휠 아치 유광마감 등의 옵션이 추가된다. 분명 차이는 확실하겠지만 기본 사양이라든 점을 알면 완성도가 굉장히 훌륭해 보였다.


우선 시승 차량은 트렌디 사양에 일부 옵션이 추가되어 있다. 컨비니언스 패키지와 내비게이션이다. 센터 디스플레이의 경우 기본 사양은 8인치 오디오가 적용된다. 내비게이션 옵션을 추가하면 10.25인치 스크린과 무선 업데이트 기능이 적용된다. 또 한 가지 옵션 '컨비니언스 패키지'는 1열 시트 열선과 스티어링 휠 열선, 가죽 변속기와 버튼 시동 스마트키가 추가된다. 스마트키 때문에라도 필수 옵션일 듯하며, 옵션가 54만 원에 열선 기능까지 전부 탑재 가능하니 나름 합리적인 구성이다. 특이하게 독립 제어 풀 오토 에어컨이 기본 사양이다.


기본 사양부터 클러스터는 디지털 방식이라서 내비게이션을 추가하면 더욱이 깔끔해진다. 비대칭형 대시보드와 터치식 센터페시아, 2스포크 휠과 블랙 하이그로시 소재의 마감재들이 눈에 띈다. 전체적으로 세련미를 갖춘 인테리어다. 기계식 변속기도 디자인이 고급스러운 편이다. 앞서 니로 풀체인지가 고급 SUV 성격을 지향한다고 했다. 시승차량은 소위 '깡통'에 가까운 차량이라 그런 감성은 없지만, 선택할 수 있는 옵션들이 '하만/카돈 오디오','HUD', '슈퍼비전 클러스터', '동승석 릴렉션 컴포트 시트','메모리 시트' 등이 당대 체급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엔트리 트림인 만큼 뒷좌석 편의장비는 누락되어 있다. 2열 에어벤트나 암레스트 같은 기본 장비들조차 없다. 대신 1열 시트 뒤편에 USB 포트가 있어서 유선 충전은 가능하고, 2열 헤드레스트 높이는 조절 가능하다. 2열 시트 폴딩이 기본인 만큼, 약간의 리클라이닝 각도도 조정된다. 공간 자체는 생각보다 전고가 높게 느껴졌고, 레그룸도 적당한 수준이니 체급 대비 불만이 없었다. 대신 전체적으로 전폭이 좁은 느낌, 시트 형상부터가 뒷좌석은 2인 탑승을 주로 고려한 것 같다. 트렁크도 면적대비 전폭이 다소 좁게 느껴졌다.

새롭게 탄생한 디자인은 스포티한 감성이 강해보인다. 다만 니로의 본질은 친환경성, 즉 높은 연비가 본질이다. 니로는 1.6 자연흡기 하이브리드 엔진 단일 트림으로만 판매된다. 104마력, 14.7 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엔진에 32KW 급 모터가 동력을 보조하거나 대신한다. 공차중량은 대략 1405Kg, 소형 SUV치고는 가벼운 편에 속한다. 물론 니로 하이브리드의 대목은 연료 소비 효율이다. 공인연비로 1L 당 20.8Km를 주행할 수 있다. 시승차량과 같은 16인치 휠은 18인치 사양대비 대략 1.8km/l 가량 연비가 높다.

저속 주행에서는 전기모터가 빈번하게 개입한다. 여담으로 주거 밀집 지역이나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는 모터 주행 비율을 높이는 '그린존 모드'가 도입된다. 전기 모터로 주행할 때에는 이렇다 할 단점이 없다. 어차피 시내에서는 급가속을 되도록 지양하게 되고,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도 크게 올라오지 않는다. 속력이 붙으면 엔진이 작동하면서 출력을 높이게 된다. 엔진의 소음이나 진동 수준은 오디오를 청음 하지 않는다면 바로 체감할 수 있다. 그 수준이 불쾌하다기보다도, 평범한 소형 SUV나 준중형 세단과 유사하다.

변속기는 6단 DCT가 체결된다. 에코 주행 모드에서는 엔진의 RPM을 최대한 낮게 쓰고, 모터가 가속을 보조하는 느낌으로 다소 답답하지만 부드러운 승차감을 보여준다. 니로는 에코 모드가 기본 세팅에 가깝다. 연비를 목적으로 하는 차량이기도 하며, 정숙한 주행 감각 자체가 강점이라 느껴진다. 실제 연비도 1L당 20Km를 가볍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조금 더 신경 써서 운행한다면, 도심에서도 22Km/L 정도의 트립 연비를 기록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엔진 소음이 사뭇 날카로워진다. 다만 썩 듣기 좋은 음색은 아니다. 엔진 상시 점화 상태이고 가속감은 확실히 예민해진다. 스티어링 휠도 묵직해져 나름 안정적인 거동을 보이지만, 발진감이 다소 억지스러운 느낌은 있다. 가속감 자체도 터보 엔진을 다는 동급 소형 SUV 들에 비해서는 다소 답답한 경향을 보인다. 효율 측면에서도 불리해지는 만큼 자주 사용하게될 모드는 아닐 듯 싶다.

대신에 전반적인 주행감각은 SUV보다는 세단에 가깝게 느껴졌다. 시야가 낮고 승차감이 안정적이다. 정확히는 무게중심이 낮게 느껴져서 코너링이나 급가속에도 안정적인 거동을 보여주었다. 함께 충격을 흡수하는 느낌 자체도 부드러운 편이다. 16인치 휠이 적용된 사양이라 조금 더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했을 수 있다. 대신 동급 SUV 중 전륜구동 사양에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채택하는 차종은 흔치 않다.

가장 낮은 가격대의 니로 하이브리드였지만 전체적인 제품성은 훌륭하다. 옵션 상으로 아쉬운 점을 찾아보자면 통풍 시트 정도가 있겠다. 운전석 시트도 수동 조작이긴 한데, 사변적으로는 수동 시트가 더 조작감이 직관적이고 빠르다. 이른바 말뚝이라고 표현하는 기어노브도 물론 다이얼 방식이 디자인은 더 멋스럽지만, 직관성은 기계식이다. 그리고 소비자들의 선호 사양인 EPB와 오토홀드도 기본, 후방 카메라도 기본이다. 현대기아 자동차는 차로 유지 같은 기본 ADAS 기능도 기본이라서 여러모로 편리한 주행이 가능했다.

만약 시승차량에 컨비니언스 패키지까지 누락되어 있었다면 상당히 실망했을 수 있다. 기본 옵션이 풍부하긴 하지만, 최소한 버튼 시동이나 1열 시트 및 휠 열선 정도는 있어야 한다. 분명 컨비니언스 패키지에 다른 비선호 옵션을 추가하여 패키지로 묶었어도 필수적으로 추가했을 것이다. 다만 정말 필요한 사양들만 묶여 있다는 점에 기아가 니로 하이브리드만큼은 소위 '옵션질'이라 하는 끼워팔기를 지양한 듯 느꼈다. 높은 출고가를 의식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결론적으로 사계절 내내 만족하고 운행할 만한 자동차였다.

기아 니로 하이브리드 트렌디 트림을 시승했습니다. 동급 소형 SUV 중 가장 높은 가격대를 보이지만, 옵션을 선택을 되도록 최소화 해도 만족스러운 차량이라는 결론이었다. 외관 디자인도 딱히 차별받는 듯한 인상이 없고, 16인치 휠은 오히려 주행 연비를 더욱 높여주는 요인이 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오래 운행할수록 경제적인 셈이니 환경에 따라 정말 괜찮은 SUV가 될 수 있겠다. 전반적인 승차감이나 디자인도 대중성을 지향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취지와 소형 SUV의 이점에 맞게 기획된 차량이 아닐까 싶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