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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성의 타협은 없다,BMW i5 xDrive40 M 스포츠 패키지 시승기

BMW I5 xDrive40 M Sport Package를 장기간 시승했다. 순수 전기자동차 'i5'는 BMW의 비즈니스 세단 '5시리즈'와 플랫폼을 공용해 개발된다. i3와 i8 출시를 통해 초기 xEV산업에서 가장 빠르게 브랜딩을 성공했던 BMW다. 이후 본격적인 전기차 경쟁에서는 의외의 행보를 보이는데, 이는 내연기관과 순수 전기차에 대한 플랫폼 단일화 전략을 추진한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프리미엄 브랜드 중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2024년 단일 브랜드로는 약 37만 대 수준, 이는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의 총 전기차 판매량 합산 수치보다 높은 기록이다. 전기차 분야에서 BMW의 산업 전략이 정통했다.

물론 BMW의 전동화 전략이 완벽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최근 출시된 BMW의 신차들은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모든 형식에 대응할 수 있는 레이아웃을 가져야 했고, 기존 CLAR 플랫폼을 계량하여 개발된다. 그 결과 G60 5시리즈의 경우 전장이 95mm나 급격히 늘어나는 결과를 보였다. 전기차인 i5의 관점에서도 문제는 있다. 흔히 순수 전기차의 이점이라고 보는 넓은 휠베이스나 기능적인 디자인을 택하지 못한다. 그 외에도 세세하게 따져본다면 공용 플랫폼 사용을 통한 설계상의 제약은 다수 존재했을 것이다. 단지, 그 단점들이 소비자에게 실제 와닿는 수준인지는 별개의 문제로 평가된다.

아무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BMW의 전동화 전략에 대한 단점보다 장점이 통했던 것이다. 신모델과 전동화 전기차를 함께 개발하고 공개하는 방식으로 단기간에 EV 포트폴리오를 확장했고, 다방면의 원가 절감은 전기차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는 효과도 생긴다. 즉, 절대 다수의 소비자들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킨다. i5는 전기 세단이기에 앞서 '5시리즈'였다. 기존 5시리즈의 예비 고객도 부담없이 선택할 수 있는 제품성으로 설득할 수 있다. 어쩌면 자동차의 기본기를 중시 여기는 BMW의 충성 고객들에 대한 가장 적절한 대응 방식이 아니었을까 싶다.

시승 차량은 I5에 M스포츠 패키지 전용 외장이 적용된 모습이다. 사실, BMW도 EV 전용 플랫폼을 활용한 '노이어 클라세' 출시와 함께 신규 디자인 언어를 채용할 예정이긴 하다. 현행 I5의 디자인은 그 과도기를 적절히 반영한 형태, 덕분에 BMW가 오랜 기간 계승해온 키드니 그릴와 엔젤아이 형상을 유지하는 중이다. 대신 라디에이터 그릴의 크기는 과장되었고, 헤드램프와 보닛 형상이 공격적으로 다듬어진다. 전기차라 하여금 특별한 차이는 없다. G60 5시리즈와 동일한 외관에 단지 그릴 일부가 막혀있을 뿐, 아이코닉 글로우 기능도 포함한다.

베이스 모델의 디자인 자체가 입체적이다 보니 M스포츠 패키지의 과감한 스타일링이 잘 어울린다. 측면 디자인에도 전용 19인치 휠과 하이글로스 쉐도우 익스테리어 라인으로 스포티함을 더한 모습이다. 호프마이스터 킨크에는 '5' 엠블럼이 각인된다. 전체적으로 길게 뻗어있는 보닛과 짧은 트렁크 리드는 5시리즈 고유의 '롱 노즈 숏 데크'라는 비율을 연출한다. 다만 늘어난 전장대비 휠베이스가 짧아 보이는 느낌, 비율적으로 큰 개선이 있어 보이진 않다. 아무래도 배터리를 수납해야 하는 로커패널도 높이감이 생기면서 전고도 높아진 듯 보인다.

뒤에서 바라보는 차체 전고는 정말 높다. 테일램프의 포지션 자체도 높게 배치하면서 차량은 더욱 높아 보이는 느낌, 역동성보다는 중후함이 강조된다. 처음에는 이 비율 자체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어느덧 익숙해진 후면 디자인은 절제미가 매력이다. 넓은 면적의 범퍼는 거대한 디퓨저가 장식하기에 밋밋함을 덜어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M 스포츠 패키지에 기본 제공되는 19인치 휠도 차량 분위기와는 적절하게 어울리는 인상이다. PRO 패키지의 20인치 휠이 더 화려하긴 한데, 5시리즈의 측면 디자인 자체가 단조로움을 추구한다.

인테리어 디자인이다. 역시 5시리즈와 동일한 구성을 보인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4.9인치 터치 디스플레이, 그리고 HUD로 운전자 입장에서 편리하게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센터 스크린 운영체제는 8.5세대, 기존 센터페시아에 나열되던 공조나 미디어 등 다양한 기능들이 통합된다. 터치 패널 조작이나 센터 콘솔의 다이얼, 제스처 컨트롤 등 차량 조작에 익숙해질 필요는 있다. 주요 옵션으로는 1열 메모리 시트와 컴포트 액세스, 인터렉션 바, 드라이브 레코더, 파킹 어시스턴트 플러스, 그리고 하만 카돈 HIFI 사운드 정도를 언급할 수 있겠다.

M스포츠 패키지 사양은 인테리어에도 차별점이 있다.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두꺼운 그립을 가진 M 레더 스티어링 휠, D컷 형태로 다듬어진 디자인은 역동적인 실내 분위기를 구현해 준다. 참고로 패들 시프트는 '-'측에만 배치되며, 부스트 기능을 지원한다. 그 외에도 알루미늄 롬비클 인테리어와 헤드라이너가 추가로 시공된 모습이다.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 소재의 i 드라이브 다이얼과 변속 레버는 i5에 기본이다. 시승 차량과 같은 Xdrvie40부터는 시트 소재도 메리노 가죽으로 변경된다. 고급스러운 감각은 물론, 탑승감 자체가 포근하고 안락했다.

결과적으로 5시리즈를 오랜 기간 접해본 입장에서 느낀 i5는 그저 익숙하기만 하다. 대신에 전동화 전기차의 가장 중점적인 평가 요소인 공간감에 있어서도, 차체 하단부 배터리 탑재로 인한 손실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보통 전동화 전기차를 타면 체감상 바닥면이 높다거나 무릎 아랫부분이 들뜰 수 있는데, i5는 시트 포지션을 최대한 낮추어도 기존 5시리즈와 같은 탑승감을 제공한다. 이렇게 이질감이 없는 패키징은 BMW가 추구하는 전동화 전략의 목적에 충실한 형태라고 볼 수 있겠다. 시트에 앉아 전원을 켜고 변속기를 조작하는 움직임도 직관적이다.

뒷좌석 공간도 마찬가지다. 배터리 탑재로 인한 공간적 손실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확장된 차체 크기에 비해 휠베이스가 늘어나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볼 순 있겠지만, 기존처럼 적당한 수준의 레그룸을 제공한다. 파노라마 글래스 루프의 개방감은 뒷좌석에서 가장 확실하게 누릴 수 있고, 전동식 리어 선 블라인드와 측면 창의 수동식 블라인드까지 배치된다. 2열 2존 공조와 B필러 에어벤트, 시트 열선 등 편의 기능이 넉넉했다. 전동 트렁크와 킥센서 역시 기본, 5시리즈 대비 트렁크 높이가 다소 높은데 매트 아래 쓸만한 잔여 공간이 구성된다.

i5 xdrive 40에서 '40'이란 기호는 직렬 6기통 엔진과 유사한 수준의 출력을 암시한다. 또, 같은 '40'이라도 듀얼 모터가 탑재된 Xdrive 사양의 최고출력이 더 높다. 결론적으로 시승 차량에는 합산 290kW 급 듀얼 모터가 탑재되었고, 단순 환산으로는 394Hp 수준의 최고 출력과 60.1Kg.m이라는 높은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삼성SDI에서 공급받는 83.5kWh급 리튬 이온 배터리를 탑재하며, 공차중량은 2395Kg, 그에 따른 제로백은 5.4초에 불과하다. i5 Xdrive40 에는 어댑티브 서스펜션 프로페셔널과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까지 섀시를 보조한다. 즉, 그립력의 한계를 개선한다.

본격적인 펀 드라이빙이 가능한 섀시 구성이다. 주행모드는 'MY MODE' 기능을 따라, 이피션트나 스포츠 등 기본적인 구성과 함께, 익스프레시브나 디지털 아트 같은 다양한 테마를 제공한다. 표준 세팅은 '퍼스널' 모드다. 가장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엑셀 반응이 너무 예민하지 않게 선형적으로 반응하며, 전기차인 만큼 사운드는 정숙했다.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노면 진동이나 잔잔한 요철은 가볍게 흡수하는 세팅, 강한 요철에서도 충격은 억제하지만 탈출 시의 리바운드도 능동적으로 끊어주는 느낌이다.

전기차 치고는 의외로 댐핑력이 가볍다. 특히 BMW라는 점에서 더욱, 늘어난 차체크기는 플래그십 세단같은 묵직함도 일부분 느껴지게 한다. i5의 후륜 현가는 기본 에어 스프링으로 조율된다. 평소에는 그 차이점을 느끼기 어렵지만, 강한 충격에서는 유연함이 느껴졌다. 아울러 서보트로닉이 탑재된 스티어링 휠은 핸들링이 정말 가볍다. 저속에서는 편안함을 추구하고, 고속에서는 능동적으로 묵직함을 더하는 방식이다.항속 주행 감각도 부드럽고 적당한 안정감을 추구한다. 선회에서는 약간의 롤링을 허용하며, 전체적으로 운전 피로도를 최소화해 준다.

평소 느끼기에는 어렵지만 후륜 조향 기능도 상시 개입한다. 약간의 언더스티어 성향을 보이던 스티어링은 급격한 코너에 들어서 분명한 오버스티어 편향이 나타난다. 기본 주행 모드에서는 데일리카의 성격에 충실한 모습이다. 스포츠 모드에서 본격적으로 I5 40의 퍼포먼스를 누려볼 수 있다. 기본 핸들링 세팅은 여전히 가볍지만, 한결 단단해진 댐퍼는 노면과 밀착된 느낌을 준다. 또 민감해진 엑셀 반응은 즉답적으로 강력한 토크를 네 바퀴에 전해준다. 전기차 특유의 강렬한 펀치력은 여운이 남는 수준, 또 Xdrive 시스템이 채택되면서 구동력은 더욱 안정적으로 마찰을 이끌어낸다.

변화한 섀시는 한층 예리한 움직임을 전달해 주었다. 고속으로 갈수록 차체는 더욱 가라앉는 느낌, 급격한 코너나 회피 기동에서는 약간의 롤을 허용한 뒤 자세를 바로잡아 준다. 그 감각이 꽤나 흥미롭다. i5의 차체 형상이나 중량은 둔감한 거동이 나타날 수 밖에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운전자의 의도를 곧대로 뒤따라주는 움직임은 BMW답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패들 시프트에는 '부스트' 모드가 적용되어 있다. 10초간 최대 토크를 발휘해 주는데, i5는 고속에서도 꾸준한 펀치력을 제공해주었다.

단지, 차량이 워낙 정숙하고 변속감도 없다보니 움직임이 너무 단조롭긴 하다. 그나마 EV전용 사운드가 주행에 대한 몰입감을 키워준다. 마지막으로 일반적인 주행 모드라 볼 수 있는 이피션트에서는 엑셀 반응이 가장 둔감해진다. 그럼에도 일상 주행에서 불편함은 없는 수준, 회생 제동은 완전히 해제하거나 강도를 높일 수 있으며 차간거리 조정과 연동하는 어댑티브 모드도 존재한다. 그 외에 다양한 MY MODE들이 존재하는데, 인터렉션 바와 스피커, 각종 디스플레이 UI와 공조, 블라인드 등 실내 기능들을 연동하여 각각의 세팅에 따른 분위기를 조성해 준다.

운전 중에는 많은 편의 기능들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다.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은 높은 정확도를 지닌 주행 보조 기능으로, 그립 감지 기능을 포함하는 스티어링 휠과 편안한 주행을 돕는다. 특히 막히는 길에서 활용하기 좋은 옵션이다. 고화질 서라운드 뷰 카메라와 함께 제공되는 파킹 어시스턴트, 그중에서도 리버스 어시스트는 상시적으로 최대 200m까지 진입 경로를 기억해 준다. 골목길에 진입하는 경우 터치 한 번으로 가볍게 우회할 수 있기 때문에 한번 익숙해지면 정말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또 한 가지 만족스러웠던 점은 실주행 전비다.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운행하더라도 6Km/kWh 수준의 효율이 나와준다. 공차중량이 거의 2.4T에 달하는 차량, 듀얼 모터까지 탑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 높은 수치가 아닐까 싶다. 복합 전비가 4.3Km/kWh 수준이다. 배터리 용량은 83.5KwH로 삼성 SDI 에서 납품받는다. 항속거리는 412Km로 인증을 받았는데, 실주행 전비를 감안하면 500Km는 무난하게 주행 가능할 듯 하다. 10%에서 80% 충전시간은 대략 30분, AC 완속 충전은 100%까지 대략 8시간 15분이 소요된다고 알려진다.

현행 5시리즈는 날렵해진 외모에 비해 더욱 컴포트 성향이 짙은 세단으로 변화했다고 생각했다. 그런 측면에서 i5가 지닌 정숙성과 가속감은 더욱 효과적인 편안함을 제공해 준다. 타면 탈수록 만족하는 고급스러운 승차감과 인테리어 품질이었다. 한 가지 아쉬움이라면 휠베이스에 비해 프런트 오버행이 길고, 배터리 탑재로 인해 지상고가 낮아졌다는 부분이다. 요철이나 방지턱에서는 평소보다 감속을 충분히 해야 했다. 그만큼 시내에서는 여유로운 주행을 필요로하나,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는 하이 퍼포먼스를 누릴 수 있는 전기 세단이었다.

BMW I5 Xdrvie40 M 스포츠 패키지를 장기간 시승했다. 기존 5시리즈와 사실상 동일한 I5의 외관은 M 스포츠 패키지와의 조화로 멋스럽게 꾸며졌다. MSP 기본 19인치 휠 디자인은 의외로 잘 어울리는 모습, 전용 파츠와 크리스탈 소재로 가공된 인테리어 역시도 마음에 들었다. 전기모터의 강렬한 구동력은 네 바퀴로 배분되면서 더욱 민첩한 주행성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보조하는 섀시 하드웨어의 업데이트까지, 전동화 시대를 이끄는 목적은 친환경이겠지만 BMW는 주행성에 대해 쉽게 타협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글/사진: 유현태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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