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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푸조만의 해치백, 푸조 308 GT 스마트 하이브리드 시승기

푸조의 C세그먼트 해치백, 308 GT를 장기간 시승했다. 308은 대한민국 시장에서 몇 없는 소형 해치백의 선택지중 하나다. 그중에서도 308은 가장 유서 깊은 역사를 지닌 모델이라 볼 수 있다. 308이라는 이름이 처음 공개된 시점은 2007년이었다. 그보다 앞서 푸조는 1920년대부터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소형 승용차'201'을 대량 생산해 온 바 있다. 물론 소형차를 개발한 시점은 그보다 앞선다. 푸조의 작명 체계가 굳혀진 이래로는 3세대 모델로 출시되었고, 신규 2D 엠블럼이 최초로 적용된 바 있기도 하다.

푸조는 전통적으로 고급스러우면서도 기능적인 자동차를 양산해왔다. 사실 사치성과 실용성은 양립할 수 없는 표현이긴 하다. 하나, 크기로 체급을 나누는 유럽에서는 '소형차'에 대한 선택지가 정말 다양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한국 시장의 정서와 달리, 많은 수요 속에 발달해온 실용적인 해치백들은 저마다의 개성과 기술이 집약되어 있다. 이는 미학적인 디자인을 품은 '308'의 외모에도 반영되어 있다. 특히 전투기와 모터스포츠에서 영감을 얻은 인테리어는 하이테크 감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이를 꾸며내는 다양한 소재와 디테일들은 독보적인 감성과 부가 가치를 더해주고 있다.

오늘날의 '308'은 지속가능성을 품은 해치백이기도 하다. 푸조는 독보적인 기술력과 효율성을 과시하던 '디젤'엔진을 과감히 삭제한 바 있다. 또, 최근 대부분의 브랜드가 채택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라는 개념을 1세대 308부터 채택해 왔다. 현행 308부터는 더욱 진보된 하이브리드 기술이 채택된다. 바로 'e-DSC6' 파워트레인이다. 48V 전압원을 사용하지만, 발전용 모터가 구동에 직접 가담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간소화된 구조와 합리적인 단가를 만족하면서도, 가솔린 엔진의 효율과 출력을 극대화하는 혁신 기술에 가깝다는 사견이다.

시승 차량은 푸조 308 'GT' 트림이다. 2025년형부터 파워트레인은 스마트 하이브리드로만 통합되며, 옵션 수준에 따라 엔트리 트림 '알뤼르'와 상위 트림 'GT'로 구분된다. 외관상의 차이는 Full LED 매트릭스 헤드램프와 18인치 알루미늄 휠이 적용된다는 점, 그리고 선루프가 적용된다. 3세대 308은 푸조의 오랜 헤리티지와 같은 '펠린-룩' 디자인의 완성형과 같다. 사자의 앞니를 형상화하는 날카로운 DRL, 그리고 매트릭스 LED로 장식된 헤드램프는 어디에서든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표현해 준다.

신규 엠블럼이 처음 채택된 프레임리스 그릴은 정교한 그래픽을 통해 308의 대담한 첫인상을 완성해낸다. 날카로운 직선으로 다듬어진 범퍼나, 아일랜드 타입의 보닛은 외관상의 흠을 삭제한다. 3세대 308의 디자인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실루엣'에도 있다. 기존의 캡 포워드 스타일과 달리, 보닛과 A필러의 접점을 정확히 구분한다. 서서히 상승하는 벨트라인과 완만한 각도로 떨어지는 루프라인은 역동적인 프로필을 구현해 준다. 앞뒤 휠 하우스를 강조하는 캐릭터 라인이나, 로커 패널을 장식하는 스커트 형상도 체급 이상의 디테일을 보인다.

GT 트림에 제공되는 18인치 휠은 308의 스탠스를 더욱 날카롭게 구현해 준다. 사이즈는 물론, 얇아 보이는 스포크와 림 형상 또한 매력적이다. 뒤에서 바라보는 308의 디자인은 더욱 입체적이다. 두껍게 부풀려져 있는 웨이스트라인이 차체 볼륨감을 키우고, 이를 감싸는 듯한 테일램프의 위치 또한 절묘했다. 그 안은 3D 형태의 LED 그래픽으로 장식된 모습이다. 플로팅 타입의 스포일러나 면적이 과장되어 있는 디퓨저 모두, 스포티함을 더해준다. 넓은 면적을 과시하는 머플러 팁 역시도 기능보다는 미학적인 가치를 책임진다.

푸조의 i-콕핏 스타일이 적용된 인테리어 디자인이다. 3D 디지털 클러스터, 그리고 10인치 중앙 터치스크린과 I-토글리스 패널로 인터페이스를 구축했다. 클러스터 위치상 HUD는 필요가 없고, 토글리스 패널은 즐겨찾기 형식으로 주요 기능을 배치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의 직경이 매우 짧아 클러스터의 정보를 가리지 않는다. Ui 디자인 자체가 상단부에 집중되어 있기도 하다. 10인치 센터 스크린은 무선 폰 프로젝션이 가능하며, 반응성도 많이 개선되어 있다. 그 외 주요 기능은 물리 버튼으로 배치되었고, 변속기는 토글레버 타입이다.

GT 트림에만 제공되는 옵션들이 꽤나 다양하다. 우선 실내 감성 품질을 더해주는 앰비언트 LED 라이팅, 그리고 알칸타라 소재를 활용한 Isabella 패브릭 시트가 채택된다. 동급 차량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1열 마사지 시트 또한 제공된다. 운전석에는 추가로 10방향 전동 시트와 럼버 서포트가 적용되고, 스티어링 휠에 열선이 내장되었다. 스마트폰 홀더에는 무선 충전 패드가 추가되고, 주행 보조와 관련하여는 차선 유지 보조 기능, 사각지대 경보, 전방 주차 보조, 그리고 360도 파노라믹 카메라가 채택되었다.

그 외에도 차량 승하차 시 핸즈프리 액세스 및 스타트 기능이 제공된다. 푸조 커넥티드 서비스, 도난방지 알람, 그리고 마지막으로 '클린 캐빈' 시스템이 GT 트림에만 추가 적용되는 사양이라고 보면 되겠다. C세그먼트 해치백인 만큼 뒷좌석 공간이 넓다고 표현할 수는 없다. 하지만 편안한 시트 포지션에 해치백에 대한 노하우가 집약되어 있고, 암레스트 컵홀더와 에어벤트, 러기지 보드 등으로 기본 편의가 보장된다. 알칸타라 시트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트렁크 공간 또한 예상보다 깊게 구현되어 있는데, 평탄하고 깔끔한 마감이 인상적이다.

GT트림의 파워시트는 이지액세스 기능을 포함한다. 승하차 시 시트 슬라이딩이 작동하는데, 동급 차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옵션이다. 가만 보면 오히려 대형차보다 소형차에 더욱 필요한 기능이다. 운전자를 반겨주는 웰컴 애니메이션과 알칸타라 특유의 소재감, 부드러운 조작감의 변속기 등등 308에서 느껴본 '고급감'의 근거다. 스티어링 휠의 그립감도 독특했다. 48V 전압원을 활용하는 스마트 하이브리드의 경우 엔진 시동 시에는 우선 점화가 시작된다. 하나, 저속 구간에서는 곧바로 엔진 시동이 부드럽게 차단되면서 모터가 주행을 담당한다.

308의 스마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배기량 1.2L 급 직렬 3기통 가솔린 퓨어 테크 엔진을 바탕으로 한다. 여타 푸조 라인업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엔진, 싱글 터보가 과급을 담당하여 4기통 엔진의 성능을 재현하고자 개발된 바 있다. 최고 출력은 136Hp, 최대토크 23.5Kg.m이다. 48V 구동 모터의 출력은 약 15.6Kw이다. 약 21.1마력, 5.2토크, 308과 같은 소형차를 이끌기에는 충분한 힘이다. 공차중량은 1455Kg, 변속기로는 6단 DCT가 적용되어 15.2Km/L라는 뛰어난 연비를 인증받게 된다.

정확히 6단 DCT와 48V 구동 모터는 하나의 하우징에 통합되어 있다. 도심 환경에서는 50% 이상 전기 주행이 가능하다는 푸조 코리아의 설명, 함께 부드러운 엔진 점화와 변속감을 도와주기도 한다. 설계상 합산 최고 출력이 높아지진 않지만, 전기모터의 개입은 더욱 즉답적인 반응성을 구현해 주기도 했다. 덕분에 초반 가속이 답답하지 않다. 기존 퓨어 테크 엔진은 변속기 세팅으로 초반 토크감을 살리는 방식이었는데, 역시 구동 모터를 사용하는 방식은 훨씬 부드럽고 안정적인 출발 가속을 도와준다.

특히 오르막이나 급가속에서도 안정적인 출력 전개를 보조한다. 불쾌한 소음도 덜고, DCT 반응 또한 특유의 울컥거림이 느껴지지 않는다. 스마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단순한 효율 개선이 아닌, 전체적인 승차감 개선에 큰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탄력이 붙은 뒤로도 가속감은 막힘없이 나아간다. 역시 급가속 시에는 구동모터가 보조하는 느낌, 감속 시에는 회생제동이 에너지 회수를 돕는다. 다만 전력량이 저조한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응답 지연이 생기고, 엔진이 개입하는 경우 소음보다는 진동이 남아있는 편이다.

주행모드는 총 3가지가 제공된다. 가본 주행과 스포츠, 그리고 에코 모드다. 에코 모드에서는 구동모터의 적극적인 개입보다는 회생제동과 발전량이 더욱 높아지는 감각이다. 기본 세팅 자체가 정숙하고 효율이 좋다 보니, 오히려 깊은 인상을 받은 부분은 '스포츠' 모드였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앰비언트 라이팅 색상 변경과 함께, 액티브 사운드 시스템이 날카로운 부밍음을 더해준다. 무엇보다 구동모터의 반응성이 가장 적극적이다. 합산 136Hp라는 출력은 잊힐 정도로 경쾌한 가속력을 보여주며, 고속에서도 그런 경쾌함을 유지해 준다.

무엇보다 푸조는 '핸들링'이 즐겁기로 유명한 브랜드다. 섀시는 EMP-2 플랫폼을 바탕으로 하여, 경량화와 무게 배분에 초점을 둔다. 전륜은 맥퍼슨 스트럿, 후륜 토션빔 구성이다. 시승중에 느껴본 승차감 자체는 부드럽고 편안했다. 오버 스펙으로 보였던 18인치 휠도 노면 소음이나 진동은 전혀 없었고, 지상고가 낮아 방지턱이나 요철 진입 시에는 어쩔 수 없이 감속을 크게 해야 한다. 그만큼 현가장치의 대응 자체는 자연스럽다. 서스펜션 세팅이 흔히 스포티하다 부를 수 있는 성격은 아니다. 그럼에도 운전은 정말 즐겁다.

차량 지상고가 낮은 만큼 롤 스트로크 자체는 짧아질 수밖에 없다. 부드러운 댐핑력과 별개로, 휠의 상하운동 거리는 짧다. 이 덕분에 코너나 고속에서의 안정성이 강조된다.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스티어링 휠의 반응성이다. 스티어링 휠을 격하게 흔들어도 그 반응성은 매우 예리했다. 작은 차체를 바탕으로 한 탁월한 후미 추종성, 낮은 지상고 덕분에 급가속이나 제동에서도 노즈 다이브가 억제된다. 아담한 차체에서 느껴지는 기민한 운동성능이 바로 푸조의 매력이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제법 스티어링이 묵직해져 데일리카의 감각과는 다르기도 하다.

코너링이 정말 즐겁다. 단순히 안정성이 높다고 하기보다는 운전자의 의도대로 따라주는 느낌, 그만큼 자신감 있게 속력을 올려도 타이어는 그립을 유지해 준다. 출력이 조금 더 높았으면 아쉬움이 있지만 다루기 쉬운 성능인 만큼, 편안하고 자유롭게 펀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기도 하다. 가상 사운드가 나름 자극적이면서도, 항상 체감 속도보다 계기판의 속력가 더욱 높게 찍혀 있다. 즉답적인 제동성능 또한 기본기가 출중했다. 스마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회생제동은 브레이크 내구성과 효율성 확보에도 도움이 되는 셈이다.

소형 차량이지만 주행보조 장비도 빠지지 않고 탑재되어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로 유지 보조 장비로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다. 차량에 오토홀드는 적용되어 있지 않지만, ACC 활성화 시 정차 후 재출발을 지원하기도 한다. 피로도를 해소해 주는 마사지 시트와 함께, 장거리 여정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극한의 '효율성'이다. 푸조 308 스마트 하이브리드의 공인연비는 15.2 Km/L, 도심 주행에서 전기모터가 적극적으로 구동을 가담하는 만큼 출퇴근 시 유류비 절감 효과는 보다 극대화된다.

그리고 항속 주행을 통해 50Km 구간의 실연비를 계측해 보았다. 고속도로가 아닌 자동차 전용도로 특성상 차량 추월 및 정차가 포함된 구간이었다. 결과는 28.5Km/L, 기름 4L로 100Km는 가볍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여건상 정차가 없었다면 더 높은 트립 연비 기록도 가능해 보였다. 항속주행 중에는 최대 4Km를 52.6Km/l로 주파하기도 하는 모습, 스마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효율성에 대해서는 전혀 의구심이 없어졌다. e-DSC6는 전동화 시대의 과도기,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혁신 기술이 되어줄 것 같다.

탁월한 효율성과 주행성을 품은 308이었다. 그래도 시승의 시작과 끝은 미학적인 디자인에 매료되며 마무리 짓게 되었다. 308의 존재감 있는 디자인은 실제 도로에서도 많은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이었고, 주변 행인들이 차종을 물어보기도 했다. 해치백이라는 장르 자체가 흔치는 않은데, 아담한 차체를 이토록 정교하고 상징적으로 꾸며낸 소형차 자체가 희소하기도 하다. 전면과 측면, 후면까지 어느 하나 힘이 빠진 부분이 없다. 극한의 효율성도 좋지만, 디자인 때문에라도 충분히 빠져들 수 있는 차량이었다.

푸조 308 스마트 하이브리드 GT를 장기간 시승했다. 미학적인 디자인과 역동적인 실루엣은 대체불가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는 인테리어도 마찬가지, i-콕핏 스타일의 창의적인 배치는 물론 편의 장비 또한 풍부하다. 푸조 특유의 즐거운 핸들링 감각은 여전했다. 30Km/L를 넘나드는 독보적인 연비도, 결국은 308의 다채로운 매력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 정도로 차량 자체의 세일즈 포인트들이 다양하다. 이토록 완성도가 높은 소형차의 영역은 오직 수입차 브랜드에만 의존하는 현실이다. 존재 자체가 매력적인 푸조의 해치백이었다.

글/사진: 유현태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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