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르노 코리아는 리브랜딩 이후 첫 번째 고유 모델 '그랑 콜레오스'를 공개한 바 있다. 결과는 그야말로 '대성공'이었고, 출시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5만 대의 생산량을 기록한다. 올해 2025년도 1월~10월 누적 판매량에서도 그랑 콜레오스는 내수 시장 점유율 1%를 넘긴 유일무이한 국내 완성차 3사의 차종이다. 판매량으로는 대략 3만 5천 대, 점유율 2.5%를 차지했다. 국내 20위권까지 현대자동차 그룹을 제외한 차종은 단 '두 대'가 있다. 예상하듯 그랑 콜레오스가 한자리를 차지했고, 바로 한 계단 위 테슬라 '모델 Y'가 높은 인기를 누렸다

그랑 콜레오스와 모델 Y의 공통점은 중형 크로스오버이자 '친환경 자동차'라는 점이다. 비단, 판매 상위권을 차지하는 인기 차종들의 대부분은 순수 내연기관보다 하이브리드 엔진의 선호도가 더욱 높다. 전기자동차 같은 경우는 캐즘 구간 극복과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난제가 남아있지만, 최소한 '스트롱 하이브리드' 중심의 라인업을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방향이 곧 기업의 생존성과 직결된다. 그런 측면에서 그랑 콜레오스의 성공은 당연한 우연이 아닌, 오랜 준비 기간을 통한 결실과 같다. 빠른 전동화 전환은 르노 본사의 세 가지 기업 전략 중 하나였다.

이른바 '일렉트로 팝' 전략, 르노는 F1 모터스포츠 기술의 노하우를 E-테크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집약하고 있다. 그랑 콜레오스는 고출력 모터 기반의 직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채택했으며, 그러한 파워트레인 구성 방식은 곧 글로벌 시장의 표준이 되어가고 있다. 실제 르노 코리아 전체 판매량 3분의 2가 하이브리드 엔진으로 생산되고 있다. 참고로 남은 두 가지 전략은 '휴먼 퍼스트'와 '오픈 R 혁신'이었다. 그랑 콜레오스는 KNCAP 자동차 안전도 평가 점수 1위, 그리고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모든 경영 철학을 실천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번 시승 차량은 2026 르노 그랑 콜레오스 E-테크 하이브리드 에스프리 알핀 트림이다. 에스프리 알핀은 그랑 콜레오스의 기존 최상위 트림, 기능보다는 '디자인' 중심의 차별점을 보인다. 대표적으로 20인치 알로이 휠과 전용 컬러 마감이 더해지고, 실내 공간에는 전용 로고와 나파 인조가죽 시트, 프레임리스 룸미러, 각종 인테리어 데코가 제공된다. 26년형 모델부터는 파노라마 선루프 선택이 가능해졌고, 오픈 R UI가 개선된다. 또, 퓨어 라이트 그레이 내장과 무광 화이트 외장 컬러, 아웃도어 특화 사양 '에스카파드' 에디션 등 선택지가 확장된다.

그랑 콜레오스 E-테크 하이브리드의 디자인은 르노의 최신 디자인 테마를 접목하고 있다. 전면 디자인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프레임리스 타입 라디에이터 그릴이 아닐까 싶다. 범퍼와 헤드 램프, 그리고 라디에이터 그릴 간의 명확한 경계가 없다. 역동성이 느껴지는 그릴 중심부에는 르노의 '로장주' 엠블럼이 부착된다. 헤드 램프는 일반적인 마름모꼴 형상으로 그 자체로는 큰 특징이 없다. 대신 위아래 6개의 LED 포인트가 입체감을 더해주고, 전체적으로 중형 SUV라는 세그먼트에 걸맞은 묵직하고 세련된 인상을 제공한다.

시승차량 '에스프리 알핀'등급은 핫스탬핑 가공법을 활용한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이 채택되기도 한다. 패턴 형상 테두리에 블루 그라데이션 포인트가 추가되어 있고, 이는 범퍼 가니시 부근에서도 파란색 포인트 컬러를 확인할 수 있다. 그랑 콜레오스는 바디 컬러 클래딩이 기본 모델부터 적용되어 있고, 범퍼 하단부까지 바디 컬러로 마감하여 견고하고 묵직한 분위기를 제공한다. 벨트라인 하단부를 장식하는 볼륨라인이 실루엣을 개선하며, 쿼터 글래스의 형상이 일말의 역동성을 더해준다. 측면에는 전용 사이드 가니시와 엠블럼이 부착된 모습이었다.

에스프리 알핀 트림 선택 시 메탈릭 블랙 루프 스킨이 표준으로 제공된다. 다만 시승 차량은 파노라마 선루프가 적용된 사례다. 핵심적인 변화 중 또 한 가지는 20인치 '다크 틴티드 투톤 피크' 알로이 휠이다. 정교한 형상과 역동적인 디자인은 최상위 트림만의 차별성이 확실해 보인다. 후면 디자인에도 다크 틴티드 엠블럼을 적용하여 통감을 더했고, 역시 범퍼에는 블루 그라데이션 포인트가 시공된다. 수평 형태의 테일램프는 대중적이면서도 세련된 형태, LED 그래픽이 점등되는 경우에 더욱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다가온다.


실내 공간이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센터 스크린, 조수석 스크린과 HUD로 인터페이스를 구축한다. 르노의 OPEN R 링크가 적용되었고, T맵 내비게이션과 FLO 스트리밍 서비스가 내장된다. 많은 기능은 센터 스크린에 통합되며, 센터패시아는 주요 버튼만 직관적으로 배치되었다. 기어 노브는 레버 타입, 스티어링 휠은 D 컷이다. 센터 콘솔은 브리지 타입으로 수납공간을 확장했고, 에스프리 알핀 트림은 다채로운 디자인 차별화가 제공된다. 가장 큰 차이점은 나파 인조가죽 시트, 그 외 블루 스티치나 플래그 라벨, 알루미늄 데코 등 고급감이 상당했다.


뒷좌석 공간이다. 그랑 콜레오스는 5인승 구성으로만 제공되며, 차체 형상부터 전고가 높아 여유로운 실내 공간을 확보한다. 하이브리드는 AWD를 제공하지 않는 만큼 기본적으로 센터터널이 낮고, 26년형부터 파노라믹 선루프 적용을 통한 실내 개방감 개선이 가능해졌다. 2열 편의 기능은 독립 공조장치와 2열 시트 열선, 암레스트 컵홀더 정도로 구성된다. 수동식 리클라이닝과 시트 폴딩은 6:4 비율로 제공된다. 파워 트렁크 역시 기본, 트렁크 공간은 넓고 평탄하게 마감되었다. 바닥 매트 하단부 공간도 폼 트레이를 통한 깔끔한 마감을 보여준다.

그랑 콜레오스 하이브리드 E-테크에는 배기량 1.5L 급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과 100kW급 구동모터가 탑재된다. 르노와 지리 홀딩스의 전동화 파워트레인 전문 합작 법인 '호스 파워트레인'에서 개발했으며, 60kW급 시동 발전기 모터와 3단 멀티모드 변속기를 파워 트레인에 포함한다. 합산 최고 출력 242Hp, 엔진 최대 토크는 23.5kg.m이다. 공차중량 1750kg, 공인 연비는 15.0km/L로 인증을 받는다. 스트롱 하이브리드치고 배터리 용량이 1.64kWh로 굉장히 높은 편이다. 덕분에 도심 주행에서는 75% EV 모드라는 슬로건을 내세울 수 있다.

100kW급 고출력 구동 모터의 이점은 초반 가속에서 나타난다. 발진감이 전기차처럼 부드럽고 즉답적이다. 무엇보다 전력량이 부족하여 엔진이 가동되는 경우에도, 시속 60km 이하 저 부하 환경에서는 엔진이 주행에 개입하지 않는다. 덕분에 엔진 개입 시에도 소음이나 떨림이 불쾌하지 않게 안정화되어 있고, 당연히 그에 따른 변속 충격이나 체결감도 존재하지 않았다. 3단 멀티 모드 변속기로 충분한 효율성을 실현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며, 불필요한 변속 과정을 생략하며 에너지 효율 자체도 높아진다. 그만큼 엑셀 반응성도 즉답적인 편이다.

또, BOSE 프리미엄 사운드 패키지를 선택하는 경우에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기능이 탑재된다. 이는 저속에서의 엔진 구동 환경에서 엔진 소음을 효과적으로 상쇄해 준다. 가솔린 사양 시승에서도 느꼈던 부분인데, 도심 주행에서는 불쾌한 소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20인치 휠도 차체에 비해서는 다소 오버 스펙이 아닐까 싶었는데, 별다른 노면 소음이나 진동이 유입되진 않았다. 요철에 대한 반응이 소폭 예민해질 뿐, 디자인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라는 의미다.

승차감 세팅은 다소 단단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경쟁 모델들에 비해 하체에서 무게감이 느껴지는 편, 그만큼 댐핑력도 비교적 강한 편이다. 기본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세팅이다. 노면 요철이나 방지턱에 대한 피드백이 직결적이기는 해도, 리바운드 없이 깔끔한 처리를 보여준다. 저속보다는 고속에서의 주행성이 만족스러웠다. 사소한 떨림 없이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이 잘 잡혀있고, 차선 변경이나 노면 요철 반응 시에 자세를 빠르게 바로잡아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곧 코너에서도 불필요한 흔들림 없이 매끄럽게 선회하는 감각이었다.

핸들링 감각이 날카롭진 않더라도 비교적 직결감을 지닌 편이다. 약간의 언더스티어 편향은 딱 중형 SUV스러운 감각, 대신 급선회에도 롤링이 억제된다. 참고로 볼보 XC40의 CMA 아키텍처를 공유하며 대용량 배터리 팩을 차체 중심부에 탑재한다. 차체 중심에 집약된 무게는 코너링 시 안정감을 더해주는 요소다. 고속에서의 차음에 성능도 기대 이상이었다. 차체 전고가 높아 풍절음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A필러나 전면 윈드실드는 제한속도까지 정숙성을 유지한다. 대신 C필러 부근 풍절음 유입이 있는 편이다.

주행모드는 총 네 가지가 제공된다. 정석과 같은 기본 모드와 에코, 스포츠 세 가지 모드의 경우 '에코' 모드에서는 확실히 출력 전개가 부드럽게 느껴지는 편이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즉답성이 높아지는데, 초반 가속은 어차피 구동 모터가 담당하니 체감 성능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다. 어떤 모드에서든 응답성이 훌륭하나, 펀치력 자체는 비교적 약하다는 뜻이다. 대신 고속에서는 엔진과 변속기가 맞물려 직접 주행한다. 이때 상시적으로 엔진이 대기하고 있다는 차이점은 있다. 핸들링 감각도 기본적으로 묵직한 편이라 큰 편차는 느끼기 어려웠다.


항속 주행에서는 르노의 '휴먼 퍼스트'철학에 기인한 다양한 주행보조 장비를 활용할 수 있다. 2.5레벨 수준, 정확도가 훌륭하다. 특히 도심 주행에서도 부드러운 발진감과의 조화가 편리했다. 이번 26년형 연식변경 이후에는 센터 스크린 홈 화면에 시트 열선과 통풍을 바로 조작할 수 있도록 테마를 변경한다. 라이트 그레이 내장과 파노라마 선루프의 개방감도 긍정적인 변화, 지속적인 상품성 개선은 언제든 옳다. 높은 연비를 위해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30km 주행 실연비는 18Km/l 대를 가볍게 기록했다. 유지비 절감에 탁월한 효과가 있겠다.

르노 'SUV 라이프스타일' 체험 행사에서 그랑 콜레오스 하이브리드 E-테크 에스프리 알핀 트림을 시승했다. 그랑 콜레오스의 외관은 르노의 디자인 정체성과 패밀리 SUV라는 장르 특성을 적절히 고려한 결과물이다. 너무 화려하지 않게, 진중한 세련미를 제공한다. 실내 디자인도 마찬가지, 3대의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디지털 UI가 압권이다. 고출력 모터를 바탕으로 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부드러운 가속감과 정숙성, 그리고 탁월한 효율성까지 완성도가 돋보인다. 이는 자동차의 근간이 되는 플랫폼부터, 전동화 시대에 최적화된 설계를 갖추기 때문이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