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의 싼타페 엔트리 트림을 시승했다. 소위 '깡통'이라고 하는 가장 낮은 등급의 차량, 정식 명칭은 싼타페 2.5 가솔린 터보 익스클루시브 트림이다. 싼타페는 현대차가 개발한 최초의 도심형 SUV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높은 판매량과 인지도를 쌓아왔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7만 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여 누적 실적으로 3위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올해 실적으로는 국내 6위가 예상된다. 중형 SUV 부문 1위의 자리는 기아 쏘렌토에게 내주었지만, 지난해 2.5 가솔린 터보 사양으로는 싼타페의 판매량이 더 많기도 헸다.

현행 싼타페 MX5는 2023년 3분기 풀체인지 공개와 함께 정식 시판이 시작되었다. 현대 그랜저 GN7이 1세대 '각그랜저'를 오마주 했던 것처럼, 싼타페도 클래식 모델의 헤리티지를 디자인에 반영한 모습이었다. 단, 1세대 싼타페의 개성적인 디자인이 아니었다. 현대차의 초대 SUV 모델이 되는 '갤로퍼'의 디자인 요소들을 연상시켰다. 때문에 디자인에 대한 평가가 상반되는 편이긴 한데, 실용성 측면에서는 분명한 개선을 이룬 편이다. 심지어 항력계수는 더 낮아졌고, 3세대 플랫폼을 도입한 주행감은 확실한 발전을 보인 바 있다.

현대차는 5세대 싼타페부터 디젤 모델의 생산을 종료했다. 어차피 그 역할을 하이브리드 엔진이 대체하고, 장기적으로 볼 때 디젤 엔진의 투자가치와 과징금은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싼타페의 엔진 라인업은 2.5 가솔린 터보와 1.6 터보 하이브리들 간소화된다. 각각에 AWD 추가가 가능하다. 시승 차량은 2.5 가솔린 터보 2WD, 그리고 가장 낮은 '익스클루시브' 트림이다. 추가 옵션은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유일하게 선택되어 있다. 참고로 26년형 모델부터는 12.3인치 컬러 LCD 클러스터가 기본, 이를 감안하고 깡통 등급이라 소개한다.

아무런 디자인 옵션이 적용되지 않은 싼타페 MX5의 외관이다. 최근 중형급 차량들은 LED 헤드램프와 DRL이 기본이다 보니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싼타페는 심지어 방향지시등까지 기본 LED 방식이다. 다만 빛 반사 방식이 프로젝션이 아닌 MFR 타입이라 헤드램프 점등 시에는 선명도가 약간 낮아진다. 사각형 패턴이 각인된 라디에이터 그릴은 단단한 인상이다. 범퍼까지 직사각형 형태로 디자인하여 통일감이 느껴진다. 사실 캘리그래피 등급부터는 그릴 패턴이나 몰딩 색상, 특히 언더커버가 전부 하이그로시 소재로 변경되니 차이점이 많아지긴 한다.

그런데 한 등급 위에 있는 프레스티지와는 헤드램프와 루프랙 정도의 차이밖에 없다. 휠도 동일한 18인치 알로이 휠이 적용된다. 대신 프레스티지는 별도로 디자인 플러스 옵션을 추가할 수 있긴 하다. 아무렴 기본 사양의 싼타페도 디자인 자체는 딱히 결점이 없어 보인다. 휠 사이즈가 작긴 하지만, 오히려 두꺼운 언더커버 아래에서 SUV 다운 강인함을 더해주는 느낌이다. 창문과 A, D 필러 등을 도색하여 마감한 랩 어라운드 디자인은 깔끔하고도 미래지향적인 모습이었다. 루프랙도 개인적으로는 필요가 없는 옵션인데, 목적에 따라 고민해 볼 필요는 있겠다.

특히 싼타페는 후면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가 많이 갈렸다. 개인적으로는 정통 SUV 특유의 박스 같은 분위기를 잘 살린 것 같아 마음에 들어 하는 부분이다. 실루엣 자체가 투박한 건 사실이지만, 나름 리어 펜더의 볼륨감이나 싱글 머플러 팁 같은 부가적인 요소들로 매력을 더하긴 했다. 그리고 싼타페는 깡통 사양에도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가 적용된다. 경쟁 모델 쏘렌토와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헤드램프와 마찬가지로 'H'형태의 그래픽이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전체적으로 싼타페 익스클루시브 등급은 그만의 매력이 있는 외모였다.


커진 차체만큼 실내 공간도 확장되었다. 풀체인지를 거쳐오며 기본 옵션도 많이 보강되었다. 앞서 설명한 내용대로 26년형부터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가 기본, HUD만 추가 옵션으로 더해져 있다. 26년형 이전 기본 계기판도 4.2인치 컬러 LCD가 합쳐진 디지털 방식이라 꼭 옵션이 없더라도 큰 이질감은 없었다. 과거 차량들은 깡통만 매립형으로 분리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최근 차량들은 그렇지 않다. 12.3인치 CCNC 내비게이션은 원래 기본 사양이었다. 버튼 시동, 듀얼 풀 오토 에어컨, 1열 열선 통풍 및 운전석 전동 시트, 전 좌석 세이프티 파워윈도우까지 기본이다.


기본 옵션이 정말 다양해졌다고 느낀 부분은 지문인식 센서와 싱글 무선 충전 패드가 기본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거의 유상 옵션으로만 추가할 수 있었다. 실내에는 헤드라이닝과 필러까지 멜란지 니트 소재로 꼼꼼히 마감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싼타페는 이전 모델에 비해 실내 공간 활용성이 좋아졌다. 브리지 타입 센터 콘솔은 기존과 같이 여유로운 수납공간을 제공하며, 조수석 측 글로브 박스 상단에 크래시패드까지 수납공간을 구성했다. 센터 콘솔박스는 1열뿐만 아니라 2열에서도 개방할 수 있게 양방향 힌지를 달았다.


공간적 여유가 느껴지는 2열이다. 시트의 높이도 적정하고, 등받이 각도는 조절이 가능하다. 5인승도 2열 시트 레일이 있어 슬라이딩 기능이 포함된다. 공간적 부족함은 느낄 수 없고, 열선은 기본으로 도어트림에 구현된 컵홀더도 실용성이 좋아 보인다. 양방향 센터 콘솔로 인해 중앙 에어벤트가 없다. 대신 B필러에 탑재되어 있다. 트렁크 공간이 정말 넓다. 특히 타 차종들과 다르게 높이감이 좋아 캠핑같은 레저활동에 최적화된다. 깡통 모델도 2열 리모트 폴딩이 가능했다. 또, 리어 시트가 없는 자리는 모두 수납공간으로 마감되어 있다.

엔진은 배기량 2.5L 급 직렬 4기통 가솔린 유닛에 싱글 터보가 탑재되었다. 최고출력 281Hp, 최대토크 43Kg.M이라는 넉넉한 출력을 제공한다. 변속기는 8단 듀얼 클러치인데, 건식이 아닌 습식이라서 변속감이 부드럽다. 엔트리 등급은 가장 가벼운 1795Kg의 공차중량을 가진다. 그리고 18인치 휠은 20인치 사양 대비 11Km/L라는 준수한 연비가 나타난다. 사실 출력 자체가 높다 보니 풀악셀시 토크 스티어를 피해 가기 어려운데, 만약 싼타페를 구매한다면 AWD는 웬만하면 추가할 것 같다. AWD적용시 연비는 0.9Km/l 가량 저하된다.

상위 등급을 선택한다고 하여금 추가되는 옵션은 거의 편의 아니면 디자인 요소다. 때문에 깡통 트림이라고 하여 주행 자체에 큰 차이점은 없을 수 있는데, 그렇다고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도 아니긴 하다. 우선 엔트리 등급은 2열 2중 접합 차음 글래스가 빠져있다. 저속에서는 큰 차이가 아니지만 고속에선 B필러쪽 풍절음이 비교적 심할 수 있다. 반면, 18인치 휠은 연비뿐만 아니라 승차감과 정숙성 측면에서 오히려 이득이 된다. 5세대 싼타페부터는 섀시가 약간 단단하게 세팅이 되어 있는데 잔잔한 요철이나 충격, 그로 인한 소음을 타이어가 흡수하는 감각이다.

그 외에 싼타페의 기본 주행보조 장비는 전방 충돌 방지및 차로 유지 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및 고속도로 주행보조 1이 탑재된다. 사실 이 정도 구성만 해도 낮은 체급 차량들의 풀옵션 수준과 대등하다. 스티어링 휠도 그립감지 방식, 손만 올리고 있어도 ADAS가 유지된다. 후측방 충돌 방지와 전후방 주차센서, 그리고 후방카메라가 주행을 돕는다. 싼타페의 덩치가 많이 커졌다 보니 '서라운드 뷰 카메라'의 부제가 아쉽긴 하다. 상위 등급 구매시 측면 주차거리 경고나 원격 주차보조, HDA2가 추가로 적용되긴 하는데 해당 옵션들은 개인적으로 필요를 못 느낀다.

결과적으로 기본기는 충분하다. 2.5L 가솔린 엔진은 저속에서의 정숙성이 훌륭했다. 출력 전개도 안정적이고, 엑셀을 깊게 밟으면 터보랙이 느껴지긴 하지만 저 RPM에서도 힘에 부치지 않는다. 8단 습식 DCT는 당사 토크컨버터와 승차감의 차이점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저단 충격도 없고, 특히 언덕 출발에서도 밀림 현상도 없었다. 무엇보다 투박한 외모와 다르게 안정성이 잘 잡혀있는 주행감이 의외였다. 움직임이 기민하진 않더라도, 일상적인 선회나 이따금 회피기동에 있어서도 하중을 매끄럽게 배분해 준다.

그런 안정감이 바탕이 되면서도 방지턱이나 요철에 대한 반응은 적절히 부드러웠다. 롤 스트로크가 약간 짧게 느껴지는데, 요즘 SUV치고는 보통인 편이라 볼 수 있겠다. 포지션은 분명 SUV 지만, 주행감은 세단에 가까워졌다. 굳이 단점을 따져보다면 고속에서의 엔진음이나 풍절음이 유입되는 편, 그럼에도 해당 가격대를 감안하면 준수한 편이다. 주행 모드는 컴포트와 스포츠, 에코 등을 지원하는데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와 RPM 반응성 정도만 달라진다. 전반적인 주행감은 딱 패밀리 SUV에 어울리는 세팅이었다.

현대차의 엔트리 모델들을 시승하면서 느끼는 점은 휠 사이즈는 작을수록 승차감이 부드러워진다는 것이다. 다만 C세그먼트 이하의 차량들은 그에 따른 안정감이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싼타페는 기본 승차감부터가 무게감을 가졌다. 결국 체급의 차이는 확실하다는 의미다. 싼타페 익스클루시브 등급 단일 가격은 3492만 원, 투싼 1.6 터보 인스퍼레이션 등급보다 100만 원 가량 높다. 자동차세와 유지비도 감안하면 그 가격 폭이 무시할 만한 수준은 아닌데, 패밀리카나 캠핑 같은 용도가 명확한 차량이라면 투자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현대자동차의 싼타페 엔트리 모델을 시승했다. 기본 모델의 외관 디자인도 준수하다. 단순히 저렴한 구성이 아니라, 상위 등급과 지향점이 다른 느낌이다. 18인치 휠도 레트로 감성의 외관에 잘 어울린다. 기본 옵션도 부족함은 느끼기 어렵다. 단지 상위 등급에 추가되는 다양한 옵션들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있는 것이다. 반대로 하위 체급의 차량들과 기본 기능들을 비교해 보면 가격 대비 준수한 기능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관점의 차이인데, 그에 앞서 취향의 차이를 따르면 된다. 싼타페 깡통의 경쟁력은 분명하다는 게 이번 글의 결론이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