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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를 담은 프리미엄, 폭스바겐 투아렉 3.0 TDI 프레스티지 시승기

폭스바겐 투아렉 3.0 TDI Prestige 트림을 장기간 시승했다. 독일 최대 규모의 자동차 그룹 폭스바겐 AG, 코어 브랜드 '폭스바겐'이 있다. 대중을 위한 자동차를 시작으로 하여금, 세계 각지에서 사랑받는 모터리제이션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아온 기업이다. 그 자본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많은 브랜드를 흡수하며 다각화된 자동차 시장을 잠식해왔다. 하지만 대중들의 이동성을 책임지는 기업일 수록, 브랜드의 부가가치는 소실될 우려가있다. 그 딜레마를 감내하는 것 또한, 생산성을 앞세우는 코어 브랜드의 숙명이다.

쉽게말해 고급차의 이미지를 가져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폭스바겐은 그룹사 차원에서 일류 브랜드들의 인정과 기술을 리드하지만, 역설적으로 코어 브랜드로 창출해낼 수 있는 부가가치는 점차 좁혀져 가는 것이다. 질적 가치가 아닌 양으로 승부해야하는 셈, 장기적인 시장은 점점더 양극화에 치닫을 수 밖에 없다. 대신에 반대의 시각으로 이해한다면, 폭스바겐은 언제나 가격대비 뛰어난 제품성으로 소비자를 만족시켜 왔다. 이는 1억원을 호가하는 플래그십 SUV '투아렉'도 마찬가지, 프리미엄 SUV와 나란히 하는 가격대지만 '실리'를 담고 있는 차량이라는 의미다.

투아렉은 존재만으로 상징성이 짙은 플래그십 SUV다. 매스 브랜드의 엠블럼을 달고 있는 차량으로서, 프리미엄 마켓에서 살아남았다는 점은 유형의 가치가 무형의 가치를 웃돌 때에야 가능한 것이다. 사실 투아렉은 엠블럼만 폭스바겐이지 말그대로 '고급차'가 맞다. 계열사의 하이엔드급 모델과 뼈대를 공유하고, 첨단 편의장비는 기본 CMF 품질까지도 우수성을 보여준다. 3세대의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시점, 강한 생존력을 품고 있는 제품성은 더욱더 완연해져 왔다. 26년 단산을 예고한 바 있지만, 가장 뛰어난 내면의 우수성을 품은 더 뉴 투아렉이다.

시승 차량은 투아렉 '프레스티지' 등급으로 국내에 한해서 기본 사양이다. 다만 기본 등급이 곧 풀 패키지라 보아도 무방하고, 상위 트림 'R 라인'은 차등보다는 '차이'에 의한 선택지라 베이스 디자인부터 완성도가 훌륭하다.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L'자 형태의 3eyes 주간 주행등이 채택되었으며, 라디에이터 그릴을 장식하는 라이트 스트립이 적용된다. 정교한 크롬 라인이 고급스러움을 더하며, 그릴 면적이 넓어지며 더욱 와이드 한 인상을 갖추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대담한 인상, 함께 프레스티지 등급의 범퍼도 제법 스포티한 형태를 보인다.

프런트 마스크 상단부를 마감하는 크롬 몰딩이 특히나 고급스러워 보인다. 전면 엣지 라인을 강조해 주며, 차체가 더욱 크고 웅장해 보이는 효과를 더할 수 있다. 거대한 면적의 보닛도 플래그십 SUV의 권위를 더해주는 것 같았다. 측면에서는 휠베이스가 짧고 프런트 오버행이 긴 'MLB EVO' 플랫폼 차량의 특정적인 비율이 나타난다. 이론상 어색한 실루엣이 나타날 수 있는 비율인데, 두꺼운 휠 아치 커버와 바디 컬러 클래딩이 장식하는 프로필은 그저 SUV의 듬직함이 확고했다. 측면 창에도 역시 크롬 몰딩이 적용되었고, 캐릭터 라인은 간결하지만 선명하다.

투아렉 프레스티지 등급에는 20인치 휠 디자인이 채택되었다. 패밀리 SUV 다운 듬직한 차체에는 넓은 편평비의 휠도 자연스레 어울린다. 디자인은 예상보다 역동적인 분위기, 전면 가공으로 세련미를 더했다. 후면 디자인은 정직하게 뻗어있는 D필러와 넓은 면적의 윈드 실드, 그리고 립 스포일러 등으로 마감되었다. 가장 눈에 띄는 디자인 요소는 역시 6개의 L자형 그래픽을 지닌 LED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다. 전면 디자인과 통일감을 제공하며, 차량에 다가서면 점등되는 다이내믹 웰컴 라이트로 더욱 만족스러운 사용자 경험을 남긴다.

실내 공간이다. 우선 기본 적용된 소프트 클로징 도어가 고급스러운 탐승감을 제시한다. 인터페이스는 운전자를 감싸는 12인치 디지털 콕핏, 15인치 MIB3 대화면 디스플레이가 특징이다. HUD와 함께 가시성과 사용성이 훌륭한 인포테인먼트 UI를 제공하며, 무선 폰 프로젝션도 당연히 지원된다. 공조 기능도 센터 디스플레이에 통합되면서 주행 중에는 보이스 컨트롤을 활용할 수 있다. 센터 콘솔은 수납공간과 플로어 시프트 타입 기어 레버, 그리고 주행 모드 및 에어 서스펜션 조작 다이얼로 구성되었다. 볼륨 다이얼 또한 조작감이 직관적이다.

디지털 감성이 가득한 인테리어는 '이노비전 콕핏'이라는 수식어도 덧붙여졌다. 함께 하이그로시 패널이나 각종 인테리어 트리밍 소재도 고급스럽고, 특히 기어 레버의 그립감도 좋았다. 1열 시트는 18방향 조작을 바탕으로 4방향 요추 지지대, 그리고 에르고 모션 시트까지 탑재되어 있다. 센터 스크린으로 전동 및 마사지 시트 조작이 전부 가능하다. 가장 고가의 옵션이라 하면 덴마크의 '다인오디오 컨시퀀스'가 아닐까 싶은데, 13개의 스피커와 16채널 앰프, 서브우퍼, 7.1 돌비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으로 730W의 웅장한 사운드를 제공할 수 있다.

뛰어난 개방감을 지닌 뒷좌석 공간이다. 레그룸이 정말 여유로운데, 차폭이 특히나 넓다 보니 사진으로는 상대적으로 좁아 보인다. 아무렴 넓다. 넓은 면적의 파노라마 선루프 또한 시야를 넓혀주며, 2열 시트는 슬라이딩과 틸팅이 가능하여 트렁크 공간을 조금이나마 확장할 수도 있다. 다만 최저 지상고가 낮아서인지 센터터널은 높게 올라온 편, 2열에도 2존 독립 공조와 시트 열선이 제공된다. 트렁크 역시 넓은 폭이 확보되었고, 바닥면도 평탄하다. 러기지 스크린에는 전동식 힌지가 있어 사용 편의성을 더했고, 시트는 4:2:4 비율로 접을 수 있다.

투아렉은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수많은 주행 장비를 단일화하면서 기본기에 대한 더 큰 기대심을 품게 했다. 아쉬운 점이라면 점차 국내에서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는 디젤 엔진만 선택 가능하다는 것, 그래도 플래그십 SUV의 육중함에 디젤의 토크 밴드는 가솔린에 비해 유리하다는 내용도 사실이다. 일단 프리미엄 SUV라 하면 정숙성이 중요한 평가 요소다. 엔진시동시 느껴지는 N.V.H가 가솔린 수준으로 조용하진 못하다. 그래도 엔진 진동이나 소음이 수차례 감쇄되어 유입된다는 느낌은 분명하여, 그 특유의 고급감은 대중형 SUV와는 급을 달리한다.

투아렉에는 배기량 3.0L급 V형 6실린더 디젤 엔진이 탑재된다. 최고출력은 286Hp, 최대토크는 61.2Kg.m 수준으로 1,750~3250RPM 영역대에 발휘된다. 변속기는 8단 토크컨버터, 공차중량 2271Kg으로 10.8Km/l의 복합 연비 인증을 받는다. 제로백은 6.4초다. 바로 앞서 디젤 엔진의 N.V.H에 대해 먼저 언급했는데, 사실 정차 시에는 스탑&고가 즉각 개입하기 때문에 소음에 대한 불편이 거의 없다. 그리고 최대 토크가 낮은 RPM에서 나오는 만큼 가감속시 발생하는 소음은 더 적은 편, 재시동 때 느껴지는 큰 떨림이 비교적 아쉬운 점이다.

아무렴 초반 가속이 정말 부드럽다. 높은 토크를 육중한 차체가 억누르는 감각으로, 엑셀에 살짝만 힘을 가해도 차량은 힘차게 나아간다. 그런 초반 가속에서의 응답 지연이나 울컥거림이 전혀 없으니 고급스러운 주행감이 느껴지게 된다. 8단 토크컨버터는 정숙하고 부드러운 주행에 초점이 맞추어진 편, 엔진 반응도 예민하기보단 선형적으로 응답하는 감각이었다. 급가속 시에도 유사하다. 디젤 치고 강력한 토크가 바로 대응하기보다는 꾸준한 뒷심이 발휘된다. 높은 토크를 위협적으로 활용하기보다는 안정적으로 배분하는 느낌이 든다.

제로백 6.4초에 달하는 파워는 부족함이 없다. 특히 고속에서도 응답 지연이 심해지지 않다. 시속 100KM 이상에서도 강력한 펀치력을 보여준다. 그 이상의 영역에서는 디젤 엔진 특성상 가속력이 급감하겠지만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차고 넘치는 힘이다. 그리고 투아렉의 핵심 가치는 엔진과 파워트레인 보다는 섀시 세팅에 있다. 에어 서스펜션과 올 휠 스티어링을 전 사양 기본화했고, 추가로 루프로드 센서까지 탑재하여 차량의 주행성과 승차감을 효과적으로 보정해 준다. MLB EVO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섀시는 주행감부터 남다르다.

실제로 느낀 바 투아렉의 섀시 완성도는 동급 최고 수준이다. 에어 서스펜션이 탑재되었다고 하면 기본적으로 부드러운 승차감을 떠올릴 수 있지만, 투아렉의 현가 세팅은 탄탄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직결적으로 느껴지는 무직함과 안정적인 피드백은 하드한 세팅을 지닌 유럽형 SUV에 가깝다. 하나, 요철이나 방지턱을 만나면 본격적으로 에어서스 특유의 소프트함이 느껴진다. 잔잔한 요철은 부드럽게 감쇄하고, 방지턱이나 강한 충격에서는 깔끔하게 리바운드를 억제하는 움직임이다. 특히 급제동이나 급선회 시에도 노즈 다이브나 롤링이 느껴지지 않는다.

인위적으로 고급스러운 승차감이라기보다는 운전자의 주행 성향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세팅이다. 아무렴 부드러운 노면에서는 한없이 편안하고, 고속 주행이나 험로에서는 그에 따른 댐핑력 조정으로 든든한 신뢰감을 제공한다. 이에 투아렉의 운전자의 입장에서 느끼는 투아렉의 섀시 완성도는 누구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아울러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에어 서스펜션은 후륜 조향 시스템과의 합동심도 뛰어나다. 우선 회전 반경을 줄여주기에 덩치가 큰 SUV의 편의성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으며, 고속 코너나 회피 기동에서는 민첩함을 더해주었다.

조향감은 꽤나 묵직한 편이다. 선회 감각은 뉴트럴 세팅에서 핸들록이 걸리면 오버스티어 편향, RWS의 개입이다. 전체적으로 주행 모드에 따른 변화가 극적이진 않다. 서스펜션은 컴포트에서 스포츠까지 3가지 타입, 나머지는 컴포트와 스포츠, 에코 등으로 구분되는데 N.V.H나 반응성 측면에서 차이가 크게 와닿진 않았다. 서스펜션도 기본적은 안정감은 유지한 채 미세한 요철을 더 걸러주는 느낌이 든다. 기본기는 훌륭하지만 차량 세팅 자체가, 다이내믹한 주행보다는 패밀리 타입 SUV 다운 크루징 성능을 본질로서 강조하는 것 같다.

폭스바겐의 첨단 주행보조 시스템 'IQ.드라이브'가 탑재된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레인 어시스트 등 동급 SUV에 탑재되는 대부분의 ADAS 장비가 기능하다. 추가로 에어리어 뷰나 파크 어시스트 기능이 주행 편의를 돕고, 360 프로액티브 탑승자 보호 시스템이 안전성을 높여준다. HD.매트릭스 헤드램프 역시 강력한 세일즈 포인트,정리하자면 주행 장비 측면에서 아쉬움은 느껴보기 어렵다. 함께 시스템 UI의 만족도가 정말 높았다. 다채로운 테마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레이아웃 구성이나 터치 응답성, 표기되는 정보 역시도 부족함이 없었다.

디젤 엔진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지만 독보적인 연비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장점이다. 공인 연비가 10.7Km/L 수준이지만, 도심 주행에서 연비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두 자릿수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평균 시속 97Km, 고속에서 연비 주행을 한 결과 17.6KM/L의 평균 연비를 기록했다. 어떻게 주행하든지 간에 공인 연비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하기 어렵다. 그렇게 유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은 대형 SUV의 유지 부담을 덜어주면서도, 최대 주유 시 1000Km 이상의 항속거리로 주유소에 들르는 시간이 극히 줄어든다.

예상보다 감성 품질 또한 뛰어난 SUV였다. 해 질 녘부터 은은히 빛나는 앰비언트 라이트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제공하며, 신체가 닿는 대부분의 소재들이 따뜻하고 고급스러운 마감을 보여준다. 디자인이 깔끔하지만 의외로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공간이다. 특히 다인오디오 시스템의 풍부한 음향 성능은 차량에 더욱 오랜 시간 머물고 싶게 만든다. 디젤 엔진의 N.V.H로 인해 느껴질 수 있는 불쾌감은 스피커의 볼륨을 키우는 순간 완전히 사라진다. 그리고 노면에서 전해지는 미세한 진동은 에어 서스펜션이 흡수하면서, 독보적인 크루징 감각을 제공해 주는 더 뉴 투아렉이었다.

폭스바겐의 더 뉴 투아렉 3.0 디젤 프레스티지 등급을 장기간 시승했다. 중후했던 투아렉의 디자인은 어느 정도 젊고 역동적인 분위기로 변화하였다. 실내 구성은 지금 보아도 세련미가 출중하며, 기대 이상의 감성 품질을 갖추었다. MLB evo 플랫폼을 베이스로 한 섀시 세팅은 역시나 수준급, 훌륭한 주행 연비가 만족감을 더한다. 폭스바겐은 자동차 대중화의 아이콘이라 서론 했다. 투아렉도 마찬가지다. 1억 원을 호가하는 자동차지만, 허황되지 않은 가치를 담고 있다. 대중적인 가격대는 아니더라도, 첨단 기술에 대한 장벽을 낮추어 준다. 우리의 자동차는 항상 그렇게 발전해 왔다.

글/사진: 유현태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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