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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성을 겸비한 스타일링, 아르카나 GTe 1.6 가솔린 시승기

글로벌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시장의 기준이 되는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EV 세액공제가 축소되면서, 그 잠재 수요가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이탈되는 현상을 크게 나타내는 추세를 보인다. 국내에 수입되는 자동차의 대부분도 48V MHEV를 비롯한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지난 11월 현대 기아 자동차 그룹도 북미 시장에서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 비중이 역대 최다 수준이었다. 르노 코리아 역시도 대한민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3대중 2대 수준, 친환경차 점유율이 꾸준히 상승하는 현황이다.

르노 코리아의 국내 생산거점 부산 공장은 미래 전기차 생산 기지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순수 내연기관으로만 제공되던 르노 코리아의 스테디셀러 QM6와 SM6는 단종되고, 모회사 계열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 4 생산을 담당하게 된다. 그리고 부산공장은 지속되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혼류 생산' 역량도 갖추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순수 내연기관까지 수요에 따른 생산량 배분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러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강세에서도 유일하게, 전동화 차량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분야가 있다.

바로 '소형 SUV'다. 소형 SUV 시장은 대한민국 소형 세단이나 해치백 등 모든 소형차 수요를 잠식했다고 보아도 무방한데, 국내 완성차 업계를 통틀어 하이브리드의 판매 비중이 낮은 편이다. 이는 소형차량 특성상 기본적인 유류비 수준과 자동차세가 경제적이고, 또 초기 비용 절감이 중요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르노 코리아의 스테디셀러 '아르카나' 또한, 지난 11월 실적 총 560대 중 459대가 순수 내연기관 사양이었다. 그에 따라 르노 코리아는 아르카나의 순수 내연기관 생산을 지속하는 대신, 26년형 출시와 함께 라인업을 간소화한다.

시승 차량은 르노 2026 아르카나 1.6 가솔린 GTe '아이코닉' 사양이다. 기존 1.3 TCe, 다시 말해 터보 엔진 사양이 단종되면서 선택지는 '자연흡기'와 직병렬 방식의 'E-테크 하이브리드'만 남게 된다. 아이코닉 트림은 두 가지 옵션 사양 중 상위 트림에 해당되며, F1 다이내믹 블레이드 범퍼와 18인치 휠, 디퓨저 동 외관 디자인의 차별성이 더해졌다. 실내 공간에서는 9.3인치 openR 링크 패키지와 디지털 클러스터, 오토 에어컨 등 편의 장비가 더해지고, 2026년형부터는 선택 사양으로 '카멜 브라운' 컬러의 1열 통풍/파워 시트를 88만원에 탑재할 수 있다.

르노 아르카나의 디자인은 지난 2024년 페이스리프트 사양 출시와 함께 수출형과 동일한 '로장주' 엠블럼이 적용된다. 차체 중심부에 각인되어 있는 로장주 엠블럼은 시선을 집중시키며, 그와 유사한 형태의 마름모꼴 라디에이터 그릴 메시 형상이 상징성을 더해준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윤곽은 중세 시대 '투구'의 형태에서 영감을 얻은 르노의 당대 패밀리룩을 따르며, 헤드램프에 배치되어 있는 'ㄷ'자 형태의 DRL이 하나의 상징 요소와 같았다. 아이코닉 트림부터 제공되는 F1 다이내믹 블레이드 범퍼가 아르카나의 역동적인 실루엣에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

아르카나의 핵심은 단언 측면 디자인이다. 국내 소형 SUV 중 유일하게 '쿠페 스타일'의 SUV를 지향하는 모습이다. 비교적 가파르게 상승하는 A필러와 완만하게 내려앉는 C필러 라인이 특징이다. 트렁크 데크가 정확하게 구분되어, 차체 상단부만을 바라보면 마치 쿠페형 세단을 보는 것 같다. 반면 차체 하단부를 마감하는 두꺼운 플라스틱 가니시는 'SUV'의 감성을 연출한다. 서서히 상승하다가 C필러에서 가파른 경사를 보여주는 벨트라인, 그리고 리어펜더 상단부 볼륨을 과시하는 웨이스트 라인도 완성도 높은 디자인에 기여하는 요소다.

휠은 18인치가 세팅되었다. 투톤 컬러로 마감된 5개의 두꺼운 스포크 형상은 역동성이 느껴진다. 또, 도어 패널 하단부 사이다 가니시와 벨트라인 몰딩에는 새틴 크롬 컬러가 적용되어 은은한 고급스러움을 제공한다. 로장주 엠블럼을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테일라이트 디자인은 역시 당대 르노의 패밀리룩을 충실히 따른다. 얇고 길게 배치된 DRL은 나름의 카리스마가 더해진다. 쿠페형 SUV의 매력을 강화하는 요소다. 넘버 플레이트를 범퍼 하단부에 배치한 점도 쿠페형 SUV의 디테일인데, 특히나 입체적인 디퓨저 형상이 공격적인 분위기를 더해준다.

실내 공간이다. 10.25인치 TFT 클러스터와 9.3인치 오픈R 링크 세로형 디스플레이로 운전자 인터페이스를 구축한다. 오픈 R 링크의 경우 순정 T맵은 물론, 애플과 구글 모두 무선 폰 프로젝션을 지원한다. 디스플레이의 베젤이 두껍지만, 센터패시아 잔여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버튼 배치와 다이얼이 마음에 든다. 센터 콘솔은 컵홀더와 무선 충전 패드를 포함하고, 변속기는 기계식 부츠 레버 타입이다. 스티어링 휠은 3스포크 타입, 열선과 패들 시프트를 포함했다. 카멜 브라운 인조가죽 시트는 26년형 옵션으로 1열 통풍과 파워 시트 기능이 내장된다.

그리고 카멜 브라운 시트 패키지를 적용하는 경우에는 2열 시트 열선까지 단일 사양으로 제공된다. 풀옵션 기준으로는 BOSE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과 서브 우퍼도 탑재된다. 아르카나가 택한 쿠페형 SUV라는 장르는 2열 헤드룸이 협소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는데, 아르카나는 그럼에도 동 가격대 SUV 중 뒷좌석 공간의 여유가 존재하는 편이다. 우선 헤드룸은 시트 각도를 눕혀 해결했고, 레그룸 깊이감이나 면적 모두 준수하다. 2열 에어벤트와 암레스트 역시 제공되며, 리어 시트는 6:4 비율 폴딩, 그리고 러기지 보드 높이 조정으로 평탄화가 가능했다.

아르카나 1.6GTe에는 배기량 1.6L급 직렬 4기통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이 채택된다. 최고 출력 123Hp, 최대 토크는 15.8Kg.m 수준으로 비교적 높은 수치는 아니다. 대신에 입문형 SUV로 경제성을 추구하는 세팅이다. 변속기로는 무단 엑스트로닉 CVT가 맞물렸고, 그에 따른 복합 연비는 12.8Km/L 수준으로 효율적이다. 차량 공차 중량은 1320Kg, 비공식 제로백은 약 12초대에 머문다. 아르카나는 출시 당시 기존 준중형 세단 SM3를 대체하는 포지션이었는데, 그에 따른 엔진과 파워트레인 세팅도 대등하게 가져온 것으로 해석된다.

가솔린 1.6L 엔진의 정숙성과 회전 질감은 예상보다 부드러웠다. CVT를 맞물린 발진감 역시 매끄러운 편, 출력 전개에 따른 불쾌한 진동이나 소음이 뒤따르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출력 자체는 낮은 편이라도 느긋한 가속감 자체는 오히려 고급스럽다고 정의할 수 있다. 특히 저 배기량 터보 엔진을 탑재한 소형 SUV들은 응답 지연에 따른 울컥거림과 소음이 불쾌감을 주고는 하는데, 아르카나의 경우는 초반 토크도 강하지 않고 묵직하게 나아가는 느낌이 편안함을 준다. 오토홀드의 개입도 부드러운데, 오토 스톱 반응이 한 박자 느린 점은 아쉽다.

잘 세팅된 CVT 변속기는 일상 주행 시 편안함을 제공한다. 일상적인 가속이나 추월 등 일반적인 부하에서는 크게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단, 고속으로 올라갈수록 펀치력은 경쟁 모델에 비해 많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토크감보다도 CVT 특유의 응답성이 답답함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엑셀 페달을 깊게 밟더라도 느껴지는 RPM 상승에 비해 기어비는 여전히 여유롭게 상승한다. 별도의 패들시프트가 제공되긴 하지만, 반대로 매뉴얼 모드를 활용하는 경우에는 엔진 토크에 대한 아쉬움이 강해지는 편, 주행모드는 '에코'만 제공된다.

그런 최고 출력에 대한 한계치가 없다고 하면 거짓이다. 그럼에도 일상적인 주행에는 충분한 토크를 제공한다는 점, 그리고 소형 SUV는 목적 자체가 그렇다. 부드러운 RPM 매칭과 변속 충격이 없다는 극히 일시적인 주행 여건이 아닌 평시의 만족감에 집중한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아르카나는 승차감에 대한 완성도가 높았다.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토션빔 방식을 택하나 주행감은 기대 이상으로 유연하고 묵직하다. 포트홀이나 방지턱에서 느껴지는 충격도 비교적 부드럽게 흡수하는 편, 그러면서도 토션빔 특유의 기민한 핸들링 반응이 느껴진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은 적당히 가볍다. 대신 고속에서는 무게감이 조금 더 단단하게 잡혀주고, 그에 따른 고속 불안정성이 감소된다. 고속 안정감은 정말 과거 준중형 SUV 수준만큼 의외로 무게감 있는 느낌을 전해주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방음 성능도 유연한 차체 디자인 덕분인지 동급 SUV 중 준수한 편이었다. 다만 아직까지 일반 크루스 컨트롤이 제공된다는 점은 아쉽다. 차로 유지 보조 등 ADAS 장비가 부족한 모습은 아쉽지만, 그래도 고속에서의 기본기와 부드러운 엑셀 반응이 보다 안락한 크루징 경험을 제공해 주긴 했다.

약 30Km, 주행성을 시험해 보는 주행 환경에서 트립 연비는 16, 5km/L로 계측되었다. 에코 드라이빙 프로그램 점수로는 75점, 실제 연비 운전에만 집중한다면 실주행 효율을 훨씬 높게 기록될 것이다. 무엇보다 차량 자체가 다이내믹한 느낌이 강하진 않고, 변속기의 유연한 반응만큼 연료를 효율적으로 소모하는 감각이다. 결과적으로 출력보다는 연비에 초점을 두고 선택하는 차량이 맞다. 더구나 무게감 있는 주행감과 나름 예리한 핸들링 반응은 동급 SUV 중 아르카나만의 강점, 오토홀드 적용까지, 일상적인 주행에서 만족감을 더해주는 요소였다.

르노 2026 아르카나 1.6 GTe 아이코닉 사양을 시승했다. 로장주 엠블럼과 F1 다이내믹 블레이드 범퍼를 적용한 외관은 더욱 완성도 높은 '쿠페형 SUV'로 탄생하게 된다. 세로형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실내 공간은 디자인의 사용성이나 심미성 모두 훌륭한 편, 편의 옵션 수준도 꾸준히 개선되어 왔다. 자연흡기 엔진과 CVT의 조합은 시종일관 부드러운 가속감을 제공해 준다. 이는 강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인데, 대부분의 환경에는 장점으로 제공한다고 본다. 특히 무게감 있는 승차감이 인상적, 분명히 유럽 정서를 품은 소형차가 맞다.

글/사진: 유현태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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