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2025년은 대한민국 수입 자동차 시장의 전기차 판매 비중이 3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1월~10월까지 누적 전기차 판매량은 약 7만 3288대, 비율로는 전체 시장의 29.38%였다. 그중 4만 7962대를 오직 '테슬라'에서만 인도했다. 즉, 국내 전기자동차의 판매 비중은 '뉴 모델'Y를 중심으로 한 테슬라의 압도적인 인기로 부풀려진 수치라고 이해할 수 있다. 단순히 전기차 라인업을 확장한다고 하여금, 국내 시장에서의 입지가 유리해지는 건 아니다.

결론적으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의 인기가 압도적이다. 올해 1월~10월까지 수입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전체 시장의 52.22% 비율을 차지했다. 전기차와 합산 시 국내 수입 전동화 자동차의 판매 비중은 81.6%를 넘어서며, 만약 테슬라 브랜드를 제외하면 하이브리드의 판매 비중은 70% 수준에 달할 것이다. 반면 순수 내연기관 수입차의 판매 비중은 10%대로 급격히 감소해 왔다는 점, 아울러 SUV의 강세로 인해 순수 내연기관 바탕의 '세단'은 갈수록 선택지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혼다 자동차 코리아는 여전히 대표 모델 '어코드'의 순수 내연기관 사양을 정식 시판 중에 있다. 특히 국산 자동차 중에서도 선택지가 좁은 중형 세단이자, 그 대안으로 적합한 4천만 원대 수입차로서 그 포지션을 공고히 했다. 아무리 전동화와 SUV라는 트렌드가 자동차 시장을 삼켰더라도, 승용차의 표준은 '중형 세단'이라 여긴다. 특히나 어코드는 2008년 대한민국 수입차 판매량 1위 기록을 품고 있는 중형 세단이다. 판매량은 자연스레 감소해 올 수밖에 없지만, 전동화를 배제한 어코드는 혼다의 가장 전통적인 기술력이 담겨 있는 세단일 것이다.

대한민국 시장에 출시된 혼다 어코드는 단일 트림으로 시판된다. 1.5 가솔린 터보는 북미 기준 EX 트림, 투어링 등급으로만 출시된 하이브리드보다 낮은 트림으로 옵션 상의 차이가 존재한다. 이번 11세대 어코드의 디자인은 낮고 넓게 뻗어있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수평형의 헤드 램프가 특징이다. 특히 헤드램프와 그릴이 일체형으로 연결되는 디자인이라 차량은 더욱 낮고 넓어 보인다. 헤드램프는 풀 LED 타입으로, 상단부 일자 형태의 DRL이 보다 날카롭고 정제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전면 범퍼까지도 그런 스타일링 기법을 따르는 형태를 보인다.

측면 디자인을 바라보면 생각보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돌출되어 있는 형상을 보인다. 노즈를 최대한 앞당겨 보닛 길이를 연장하고, 유선형으로 완만하게 낮아지는 루프라인은 역동적인 실루엣을 구현해냈다. 마치 후륜구동 스포츠카처럼 '패스트 백'에 가까운 윤곽선을 보인다. 실제 프런트 마스크가 낮게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캐릭터 라인은 매우 미세하게 상승하는 형태를 보인다. 로커패널에 깊은 굴곡을 남기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과한 꾸밈이 없는 모습, 미니멀한 디자인 기법은 어코드의 우아하고도 역동적인 실루엣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느껴진다.

프런트 범퍼 밑부분에서 눈에 띄었던 스커트 형상은 측면과 후면까지 연결되어 차량을 장식해 준다. 어코드 터보의 경우 휠 사이즈는 17인치 타입, 차체에 비해 다소 아담한 느낌은 있지만 섬세한 조형미가 인상적이다. 또, 색감이 어두워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테일램프 역시도 풀 LED 타입, 전후면 턴 시그널도 LED 방식이다. 라이트 커버가 일제형으로 중심부에는 혼다 엠블럼을 각인했고, 이를 수평 형태의 테일램프 그래픽이 강조하는 구성이다. 리어 범퍼는 간결한 형태, 머플러 팁은 생략하였지만 돌출되어 있는 디퓨저가 밋밋함을 덜어준다.


실내 공간이다. 직관성을 중시 여기는 혼다 자동차의 기조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외관 디자인처럼 '간결함'의 성격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매립형 클러스터는 의외로 10.2인치 TFT 풀 디지털 방식으로, 탁월한 시인성을 제공해 준다. 넓은 화면을 가진 12.3인치 와이드 스크린은 대시보드 중심에 거치되어 편리한 사용감을 제공한다. 특히 내부 UI 그래픽에 대한 완성도가 높다. 센터패시아를 구성하는 에어벤트나 각종 다이얼 버튼도 조작감이 편리하며, 피드백도 확실했다. 기계식 변속기 역시도 '익숙함'을 느끼게 해준다.


기본적인 편의 장비 수준도 충분하다. 우선 센터 스크린은 내비게이션이 삭제되지만,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와 카플레이 모두를 지원하여 오히려 활용도는 개선된다. 풀 오토 에어컨은 2존 독립 제어 방식, 센터 콘솔에는 무선 충전 패드를 포함한다. 1열 열선 및 파워시트 역시 포함되어 있고, 부드러운 가죽 소재로 마감된다. 운전석은 럼버 서포트와 메모리 기능을 추가 탑재한다. 그 외 후방 카메라, 선루프, 워크 어웨이 락, 원격 시동, ECM 룸미러, 오토 하이빔, 오토 홀드 등의 편의 장비를 갖추고 있다. 물론 '혼다 센싱' 주행보조도 빠짐없이 적용된다.


뒷좌석 공간이다. 사실 어코드를 중형 세단이라고만 정의하기엔 차체 크기가 꽤나 큰 편이다. 그에 따라 여유로운 레그룸이 구현되어 있고, 시트 등받이 각도도 기울여져 있는 세팅이다. 편의 기능으로는 에어벤트와 충전 포트, 암레스트 정도가 구성된다. 트렁크는 반자동 방식, 스마트키 버트만으로 개방은 가능하다. 무엇보다 후방 전고가 높아지는 디자인에, 트렁크 바닥면을 최대한 낮게 마감하여 러기지 용량이 기대 이상이다. 내부 마감 품질도 훌륭하고, 리어 시트는 6:4 비율 폴딩이 가능하여 공간을 더욱 넓게 활용할 수 있다.

혼다의 익숙하고도 간결한 실내 디자인은 언제나 편안한 탑승감을 제공해 준다. 특히 시트 형상도 안락하고, 포지션을 낮게 조정할 수 있어 '세단'만의 포근함을 쉽게 경험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 뒤 편의 버튼 시동 버튼도 큼지막하고, 기계식 변속기는 직관적인 조작감을 제공했다. 대시보드 위에 놓은 볼륨 다이얼도 편리했다. 물론 어코드 터보 기준, 편의 장비 수준은 동급 차량에 비해 아쉬운 편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10개의 에어백이나 각종 센서,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후측방 경보 등등 안전에 대한 옵션은 타협을 보지 않았다.

혼다 어코드에는 배기량 1.5L 급 직렬 4기통 가솔린 직접분사 엔진이 탑재된다. 과급은 싱글 터보가 담당하며, 이를 통한 최고 출력은 190Hp 최대 토크는 26.5Kg.m 수준이다. 파워트레인으로는 무단 변속기가 채택되었다. CVT 변속기는 이론상 내연기관 엔진의 동력 전달을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고, 복합 연비는 12.9Km/l로 인증을 받았다. 확실히 하이브리드에 비해서는 직관적이고 간단한 구조가 느껴진다. 아이들링 상태에서 느껴지는 N.V.H 성능도 기대 이상, 가솔린 엔진 다운 부드러운 회전 질감이 매력적이다.

발진감은 경쾌하다. 엔진 토크가 강하다기보다는 차체가 가벼운 느낌이라, 더욱 가뿐한 가속감을 제공해 준다. 보통 무단 변속기라 하면 답답한 초반 가속을 떠올리게 되지만, 주행 중 CVT 변속기에 의한 불편은 느껴볼 수 없었다. 반면 변속 충격이 없고, 비교적 RPM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준다는 이점은 동일하다. 때문에 반복되는 가감속 상황에서도 엔진은 차분하게 반응하는 느낌이었다. 특히 저 배기량 엔진과 과급 장치를 활용하는 터보 엔진은 파워트레인 세팅에 따른 딜레이가 심화될 수 있는데, 어코드는 시종일관 부드럽다.

물론 CVT 특성상 재빠른 응답성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어코드의 리스폰스는 전혀 답답함을 느껴볼 수 없는 수준, CVT의 응답 지연이라기보다는 가솔린 엔진의 특성에 더 가깝다. 터보 래그도 의식하지 않는 한 그 간극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탄력이 붙은 상태에서는 막힘없이 나아가는 가속력이 매력적, 고 RPM에서의 엔진 사운드도 정제된 느낌이다. 즉, 안정감이 좋다. 별도의 주행모드는 효율성을 높여주는 'ECON'만 구성되어 있지만, 어떠한 환경에서든 자연스럽게 뒤따라주는 세팅이 마음에 든다.

비교적 스티어링 감도는 무거운 편이다. 장시간 운행 중에 약간의 피로감이 느껴질 수 있는 수준, 타 브랜드에 비해 '주행의 기본기'를 중시 여기는 브랜드의 특성이 나타난다. 앞서 발진감은 경쾌하다고 언급했지만, 핸들링이나 하체의 묵직함은 중형 세단 이상의 감각이다. 때문에 전체적인 주행성은 마냥 편안하기 보다, 약간의 스포티함을 경험할 수 있는 세팅이었다. 단단한 댐퍼처럼 롤 스트로크도 다소 짧게 느껴지는 편인데, 그나마 어코드 터보 사양은 타이어 편평비가 넓은 편이라 사소한 요철이나 포트홀에 대한 처리가 부드럽다.

아무렴 도로 여건만 나쁘지 않다면 어코드는 '오너 드리븐 세단'으로서 최고의 승차감을 제공해 준다. 너무 단단하지 않으면서도 운전자와의 직결감이 확실한 느낌, 중형 세단치고 단단하다 표현한 것이지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편안한 승차감을 갖추었다. 노면 상태에 대한 대응이 유연하면서도, 급격한 코너나 요철에서는 큰 흔들림을 억제하고 자세가 곧바로 바로잡히는 느낌이 있다. 어코드가 동급 세단에 비해 전장이 긴 편이기도 한데, 오히려 회두성은 더욱 기민하다. 후미 추종성도 준수한 편, 경쟁 브랜드에 비해 '섀시 완성도' 하나는 단언 최고수준이다.

어코드의 안정적인 승차감은 '세단'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고속으로 올라갈수록 차량이 뜨기보다는 도로 노면에 딱 밀착하는 느낌이 안정적이고, 그에 따른 노면 진동이나 소음이 크게 올라오지 않는다. 특히 정숙한 엔진 필링이 매력적이며, 일반적인 풍절음도 불쾌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혼다 센싱' 크루즈 컨트롤 활성화 시에는 경사가 있는 도로에서도 바퀴 회전수를 보정하여 직진성을 보조해 준다고 하며, 기본적인 토크 스티어 현상도 잘 느껴지지 않는 편이었다. 그렇게 장거리 주행도 가뿐하고 피로하지 않은 쾌적한 주행감을 제공해 주었다.

연비를 아예 신경 쓰지 않고 183Km의 시내 주행을 반복한 결과 트립 연비는 14.2Km/L로 계측되었다. 운전 습관으로 잦은 가감속에서도 1.5L 터보와 CVT 엔진은 부드러운 매칭과 탁월한 효율성을 구현해 낸다. 실제 복합 연비에 비해 도심 주행 연비가 크게 떨어지지 않고, 일반 승용차처럼 고속 주행 효율은 극대화되는 만큼 어코드 터보는 경제성까지 확보한 세단이라고 볼 수 있겠다. 각종 운전자 보조 기능을 결합한 '혼다 센싱'은 운전 편의를 더해주는데, 특히 국산처럼 '차로 유지 보조' 기능만 별도로 활성화하여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편리하기도 했다.

보는 이에 따라 혼다 어코드의 간결한 디자인은 다소 아날로그스럽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반대로는 그런 불필요한 꾸밈이 없는 어코드의 디자인은 성능과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되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어코드 터보를 오랜 기간 시승해 보고 떠오른 사견이다. 아무렴, 매력적인 디자인이다. 실제로 보면 낮게 깔려있는 노즈와 수평형의 헤드램프에서, 혼다 특유의 카리스마를 느껴볼 수 있다. 또, 패스트백 스타일의 루프라인도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 편, 전륜구동 세단으로서는 가장 이상적이고 역동적인 비율을 보여주었다.

혼다 어코드 1.5 가솔린 터보를 장기간 시승했다. 그 디자인은 특히 하이브리드 사양에 비해서도 간결하고 차분하다. 그런 디자인의 지향점 자체가 요즘 같은 시대에서는 개성이자 특징이 된다. 직관적인 실내 공간도 마찬가지, 선별적인 옵션은 적정 가격을 위한 타협이라고 본다. 아무렴 '운전' 자체의 경험만을 평가하자면 최고의 만족감을 제공해 준다. 데일리 세단의 편안함과 스포츠 세단의 안정감, 그 적절한 균형을 매스 브랜드의 세단에서 느껴보게 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탁월한 효율과 안전까지, 세단의 존재 의의를 되새기게 만든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