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딧세이는 혼다의 가장 유서깊은 미니밴이다. 혼다는 전통적으로 북미 시장에 친화적인 기업이었고, 현지에서 대중적인 장르 중 하나로 자리 잡은 미니밴 시장에 당연하게도 진출한다. 그 시작은 1994년, 혼다의 볼륨 모델 '어코드'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미니밴에 어울리는 세팅과 바디를 설계했다. 다만 혼다는 기술에 대한 철학과 신념을 어떠한 관점에서든 놓치지 않는 브랜드다. 오딧세이의 슬로건은 '가장 승용차에 가까운 미니밴'으로, 당시 북미 시장에서 흥행하던 보수적인 미니밴과는 차별화된 제품 기획을 꾀했다.

그런 오딧세이만의 콘셉트는 보수적인 미니밴 시장에서 나름의 센세이션으로 작용하게 된다. 승합차의 본질은 인력과 물자 수송에 있긴 하나, 굳이 스타일과 주행성을 저해할 필요는 없는 셈이다. 모든 측면의 성능을 개선한다면, 당연히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는 법이다. 혼다는 이를 정통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브랜드다. 오딧세이라는 미니밴은 마치 세단처럼 매끄러운 디자인과 안락한 승차감, 탁월한 핸들링 성능과 첨단 장비를 겸비하며 북미 미니밴 시장에서 단번에 성공했다. 그리고 4번의 세대교체를 거쳐, 지금의 북미형 오딧세이가 탄생한다.

대한민국 시장에 시판되는 오딧세이 역시도 북미형이다. 현재는 2024년도 두 번째 부분변경을 거친 오딧세이, 최상위 트림 '엘리트' 등급으로만 판매 중이다. 대한민국 시장에서도 미니밴의 수요는 꾸준하다. 아쉬운 점이라면 수요에 비해 선택지에 대한 제약이 있다는 점, 그 갈증을 해소해 주는 차종이 바로 혼다의 오딧세이가 아닐까 싶다. 세대 변경을 거듭하며 풀 사이즈급 미니밴으로 차체 크기를 확장했으며, 차별화된 디자인과 주행성을 꾸준히 답습해왔다. 그 견고한 기본기를 가진 미니밴으로서, 많은 충성고객들을 유치해온 '패밀리카'로 자리 잡는다.

최상위 트림 ELITE 사양을 표준으로, 고급스러운 외관을 보여주는 혼다 오딧세이다. 서론의 내용처럼 오딧세이 차량은 승용차에 가까운 스타일링을 지향한다. 최대한 낮게 깔려있는 프런트 마스크부터 그 성격이 드러난다. 차체 전방을 가로지르는 가니시 바와 날카로운 LED 헤드램프, 그리고 육각형 형태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혼다의 전형적인 패밀리룩이 반영되어 있다. 범퍼 형상은 간결하면서도 와이드 한 이미지, 차량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 전체적인 차량 액세서리가 전부 검은색으로 마감되어 있어, 차분하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는 더욱 확실해진다.

측면 디자인이다. 역시 오딧세이만의 캐릭터는 확고해 보인다. 낮게 배치된 프런트 마스크 덕분에 전면부는 더욱 역동적인 윤곽선이 나타나고, 후면부만을 바라보자면 영락없는 미니밴의 형태이긴 하다. 단, 곡선을 기교 있게 활용한 벨트라인으로 인해 미니밴 특유의 밋밋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도어 패널을 깊게 파고드는 사이드라인도 매력적, 차체 하단부도 입체적인 스커트 형상으로 고급스럽게 마감한다. 마지막으로 눈에 띄는 부분은 D필러와 립 스포일러, 쿼터 글래스와 리어 윈드 실드 사이 검은색 마감재를 부착하여 플로팅 루프 스타일을 구현한다.

혼다 오딧세이는 차체 크기에 비해 휠베이스가 짧은 편이다. 그 덕분에 리어 오버행 길이가 굉장히 긴 편이고, 독특한 비율 자체가 오딧세이의 특징이 되어주기도 한다. 휠은 19인치 알로이 타입, 사진상 아담해 보이는 사이즈로 차량의 커다란 덩치를 체감할 수 있겠다. 직선 위주의 디자인으로 구성된 리어 엔드는 절제미가 느껴진다. 테일램프는 'ㄷ'자 형태로 정교한 LED 그래픽을 품고 있으며, 스모키 톤 마감이 더해져 무게감 있는 인상을 구현한다. 역시 범퍼는 깔끔한 형태, 수직형 리플렉터가 정제된 모습이다.


실내 공간이다. 어김없이 혼다 특유의 직관성을 담고 있는 대시보드 디자인을 택했다. 운전석은 7인치 컬러 LCD를 포함하는 클러스터가 선명한 시인성을 제공하고, 9인치 플로팅 타입 센터 스크린은 직관적인 UI와 사용성을 더한다. 무선 폰 프로젝션 기능을 포함한다. 센터 패시아에는 직관적인 버튼 배치가 특징, 2열 공조까지 제어할 수 있다. 변속기는 버튼 타입으로 대시보드 중심부에 위치한다. 그 외 슬라이딩 형식의 수납공간이 센터페시아와 센터 콘솔 등 곳곳에 마련되어 있고, 글로브 박스 공간도 상당히 여유롭다.


역시 상위 트림인 만큼 인조 가죽 마감이나 우드 트리밍이 고급감을 더해준다. 야간에는 인테리어 라이팅 패키지가 화려함을 갖추게 한다. 그만큼 넉넉한 편의 장비를 포함하기도 했다. 우선 1열 시트는 투-톤 펀칭 가죽 시트로, 고급스러운 디자인은 물론 편안한 탑승감을 제공해 준다. 암 레스트도 별도로 구성되어 있고, 1열 통풍과 열선 기능을 포함한다. 운전석은 메모리 기능도 제공된다. 그 밖에 레인센서나 선루프, 11스피커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 3존 공조, 무선 충전, 2열 공간과 소통할 수 있는 캐빈 와치& 캐빈 토크 시스템 등의 편의 장비가 마련되었다.


미니밴의 핵심은 역시 후석 공간이다. 파워 슬라이딩 도어와 테일게이트는 물론 기본이다. 높은 전고를 바탕으로 광활한 실내 공간을 구현하고 있으며, 바닥 면도 센터터널 없이 평탄하게 마감하여 안락한 공간감을 제공했다. 2열 시트도 투톤 펀칭 가죽 시트가 구성되고, 독립적인 시트 리클라이닝과 슬라이딩이 가능하다. 센터 시트 탈거가 가능한 만큼 독립적인 암 레스트도 부착된다. 오딧세이의 가장 큰 특징은 2열 매직 슬라이드 시트, 센터 시트를 탈거한 후 독립 시트를 종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어 1열과 2열 좌석의 배치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3열은 6:4 폴딩 시트가 탑재된다. 역시 고급스럽고 편안한 시트 디자인이 강점, 3열 시트의 경우 차체 하단부에 깔끔하게 수납되어 평소에는 광활한 트렁크 공간으로 변형할 수 있다. 2열과 3열은 모두 프라이버시 글래스가 적용되어 있고, 수동식 롤러 블라인드도 포함되어 쾌적함을 더해준다. 2열 우측 좌석에서는 후석 독립 공조기를 조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12.8인치 리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장거리 여정에서 뒷좌석 탑승객의 지루함을 덜어준다. 스마트폰 연동을 통해 다양한 스트리밍 서비스에 접근 가능하여 활용도가 탁월했다.

오딧세이의 경우 동급 미니밴에 비해서는 시트 포지션이 낮은 편이다. 프런트 마스크가 낮은 편이기도 하며, 실제 승용차와 같은 주행 감각을 의도하는 부분이다. 반면 전고 자체는 높다 보니, 이지 액세스 기능과 더불어 승하차가 상당히 편리했다. A필러는 캡 포워드 스타일로 길게 뻗어있고, 운전석 벨트라인도 낮게 배치되며 느껴지는 개방감이 탁월하다. 엔진 시동을 걸면 V6 가솔린 엔진의 파워풀한 반응이 느껴진다. 버튼식 변속기는 처음에는 적응이 필요했으나, 익숙해지면 편리한 조작감과 직관적인 사용감을 누리게 한다.

혼다 오딧세이에는 배기량 3.5L급 V6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이 탑재된다. 최고 출력은 284Hp, 최대 토크는 36.2Kg.m 수준이다. 변속기는 10단 토크컨버터, 공차 중량은 2090Kg이다. 그에 따른 복합 연비는 9Km/L로 인증을 받았다. 중량이 무겁고 저항이 강한 미니밴 특성상 가솔린 엔진은 자연흡기 방식의 가장 자연스러운 승차감을 구현해 준다. 디젤 미니밴은 현실적으로 선택지가 사라졌고, 별도의 하이브리드가 제공되지 않는 한 V6 가솔린은 여전한 해답이다. 단점이라면 연비인데, 이는 가변 실린더 기능으로 보완할 수 있다.

고배기량 자연흡기 엔진답게 아이들링이 상당히 부드럽다. 엑셀 페달에 대한 반응은 생각보다 힘차게 나아가는 편, 초반 가속 이래로는 편안하고 부드러운 발진감을 보여준다. 또, 완만한 주행에서는 속력이 붙을수록 정숙성이 돋보인다. 최근 터보 엔진이나 하이브리드의 사용감이 아무리 개선되었다고 해도, 자연흡기의 부드러움을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급가속 시 느껴지는 재빠른 응답성과 탄력성은 주행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준다. 고 RPM에서는 자연흡기 엔진 특유의 날카로운 사운드가 오딧세이의 잠재력을 강렬하게 표현해 준다.

오딧세이는 별도의 스포츠 모드가 제공되지 않는 대신 '패들 시프트'가 적용되어 있다. 때문에 다운시프트나 엔진 브레이크 등 변속이 편리하고, 역시 고 RPM에서는 강렬한 사운드가 매력적이다. 오딧세이에 맞물린 10단 변속기의 경우 1단은 평상시엔 거의 활용되지 않는다. 다단화 변속기인 만큼 그 체결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도록 부드럽고, 기본적으로 반응성이 빠른 편은 아니더라도 유연하게 변속한다. 즉, 컴포트 세팅이다. 추월 가속이나 오르막에서도 충분한 펀치력을 제공해 주는데, 수동 변속 시에는 더욱 즉답적인 반응이 나타난다.

가변 실린더 기술은 정속 주행 등 부하가 적은 상황에서 3기의 실린더만을 활성화하는 기술이다. 그만큼 연료 소모량이 절감되고, 높은 출력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딜레이 없이 6기의 실린더가 개입한다. 주행 중 그 차이를 직접적으로 느끼긴 어려웠으나, 항속 주행 연비는 10.7Km/L 수준으로 합리적이다. 추가로 혼다 센싱 기능에 포함되어 있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추적 기능으로 항속주행에 편의를 더해주기도 했다.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 등 고속에서의 정숙성도 탁월한 편, 안정성을 겸비한 부드러운 승차감도 오딧세이의 편의를 느끼게 한다.

실제로 가장 놀라웠던 점은 동력 계통보다도 섀시의 우수성이었다. 분명 미니밴이지만 운동성은 굉장히 민첩하고 기민하다. 미니밴이라 하면 흔히 물렁 거린다고 표현하는 현가 세팅을 담는 경우가 있고, 이는 운전자와 차량 간의 직결감을 저해한다. 반면 오딧세이는 정말 승용차에서 느꼈던 감각처럼 차량 간의 피드백이 명확한 편이다. 약간 묵직하게 세팅되어 있는 스티어링 휠의 감도도 마음에 들고, 전륜 댐핑력이 비교적 강한 편이라 움직임이 즉답적이다. 미니밴의 전제는 부드러움이고 이는 오딧세이도 마찬가지지만, 비교적 단단하다는 의미다.

앞서 오딧세이는 미니밴치고 휠베이스가 짧다고 표현했다. 이는 핸들링 특성에서도 민첩한 반응성을 더해주고, 특히 경쟁 차종에 비해 후미 추종성이 탁월하게 느껴지는 요소다. 여느 미니밴이 그렇듯 오딧세이도 언더스티어 현상이 강하지만, 실제 주행해 보면 생각보다는 회전반경이 짧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만큼 주행 질감은 더욱 경쾌한 느낌, 역동적인 섀시는 운전자의 입장에서 드라이빙에 대한 피로도를 낮추어주는 요소였다. 특히 미니밴 특유의 롤링이나 노즈 다이브도 현저히 적어 탑승객의 멀미도 억제할 수 있겠다.


물론 리어 오버행이 길어 주차나 골목길에서 보다 주의해야 할 필요는 있다. 특히 주차장에서도 스토퍼에 의존해서는 안 되고, 그나마 운전석 거울이 평면이라 거리감은 쉽게 계산할 수 있다. 전후방 주차 센서와 멀티 앵글 후방카메라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아무렴 커다란 차체 크기는 넉넉한 실내 공간 확보를 위한 목적이다. 주행 보조 장비는 국내 브랜드에 비해 부진할 수 있어도, 후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등 편의 장비나 시트 탈부착과 매직 슬라이딩 기능 등 공간 활용성은 훨씬 탁월하다고 설명할 수 있겠다.

그리고 평상시 운전은 정말 편하다. 피로감이 거의 없다. 시트 포지션이 편안하면서도 시야 확보에 편리하고, 또 차량의 반응성도 민첩할뿐더러 불필요한 흔들림은 적절히 억제해 준다. 자연흡기 엔진의 매끄러움도 요즘 시대에서는 강점이 된다. 직관적인 실내 구성도 편의를 더했다. 그리고 외관 디자인은 정말로 세련미가 출중하다. 타 브랜드처럼 너무 진부하거나 돋보이지 않고, 승용차의 날카로움과 미니밴의 여유로움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특유의 스탠스가 느껴지는 후면 디자인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혼다 오딧세이 3.5 가솔린 엘리트 트림을 장기간 시승했다. 혼다 고유의 패밀리룩을 접목한 세련된 스타일링, 그리고 역동적인 실루엣이 매력이라고 볼 수 있는 미니밴이다. 실내 공간은 편의성과 활용성에 집중하고 있으며, 필요로 하는 모든 기능과 뒷좌석에 대한 배려가 느껴진다. 탁월한 섀시 완성도를 갖춘 승차감은 특히나 오딧세이의 강점이 되는 부분, 미니밴이라 하여금 운전이 너무 지루하지 않았다. 실용성 측면에서 미니밴을 대체할 수 있는 장르는 없다. 그런 미니밴 시장에서, 오딧세이가 추구하는 세련미는 독보적인 세일즈 포인트가 되어준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