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 더 뉴 K8 페이스리스트 2.5 가솔린 노블레스 라이트 등급을 시승했다. 소위 '깡통'이라고 표현하는 K8의 엔트리 모델이다. 기본가 3679만 원, 그 어떤 추가 옵션도 선택되지 않은 기본 사양 그대로를 시승했다. 보통 준대형 세단은 경제성보다 편안함을 위해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엔트리 모델의 선호도가 높지는 않다. 하나, 의외로 합리적인 자동차라는 생각이 드는 분류이기도 하다. 상위 체급 차량으로 갈수록 기본 모델에 제공되는 옵션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경제 성장과 국민 평균 소득의 향상으로 준대형 세단의 권위가 예전 같진 않다고 느낀다. 그랜저가 연간 판매량 1위를 기록하기도 하며, 지금도 그랜저는 월간 판매량으로 보급형 세단을 넘어서곤 한다. 무엇보다 최근 몇 년간 소비자 물가지수 향상 대비 자동차의 가격은 크게 인상되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준대형 세단을 '가성비'로 탄다는 말이 더욱이 어색하지 않아졌다. 이제는 익숙하다시피 K8 GL3는 2021년 K7의 후속으로 출시되었던 기아의 준대형 세단이다. 포지션은 기존 K8과 같지만, 실제 크기가 5M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차명까지 교체할 정도로 기아가 K7의 풀체인지에 노력을 다한 이유는 그랜저를 견제하기 위함일 것이다. K7은 그랜저의 이인자라는 이미지를 떨쳐내기 어려웠다. 끝내 지금도 그랜저 GN7의 판매량을 따라잡는데 실패했지만, K8도 그만의 젊고 세련된 감성으로 좋은 선택지가 되어왔다. 특히 그랜저의 이름값을 떠나, 가격 대비 성능 자체로만 비교한다면 더 나은 점이 있을 수 있다. 현행 더 뉴 K8의 페이스리프트는 지난 2024년 3분기에 진행된 바 있다. 디자인에 많은 변화가 생기며, 조수석 에르고 모션 시트와 지능형 헤드 램프 등 차별화된 기능이 탑재된다.

K8 엔트리 트림의 외관이다.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추가된 LED 센터 포지셔닝 램프, 프로젝션 타입 LED 헤드램프와 턴시그널 모두 기본이다. 전면 그릴이 최소화되면서, 특히 그랜저와 비교했을 때 디자인에서 느껴지는 차별화가 덜한 편이다. 그랜저의 경우 전면 그릴이 넓게 배치되어 있어, 캘리그래피 등급의 선택에 따라 고급감이 달라진다. 물론 K8도 시그니처 '블랙'이라는 최상위 트림만의 차별성이 있긴 하다. 다만 기본 사양과 비교해도 가니시 색상 마감이나, 다이내믹 LED 기능만 빠지는 수준이라 일반인의 시선에선 차이점을 느껴보기 어렵다.

새로워진 더 뉴 K8의 디자인은 더욱 웅장해 보인다. 길게 뻗어있는 보닛과 매력적인 루프라인, 그리고 고급스러운 전면 디자인은 준대형 세단의 권위를 보여준다. 수직형 포지셔닝 램프는 K8 특유의 사이드 몰딩과 더욱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다. 벨트라인과 C필러를 감싸는 DLO 몰딩은 K8만의 개성이다. 다만 엔트리 등급의 가장 큰 아쉬움은 측면 디자인에 있다고 생각한다. 스탠스다. K8의 깡통은 엔트리 기준 17인치 휠이 적용된다. 거대한 차체에 비해 휠 사이즈가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다. 대신 휠 색상이 블랙이라 크기 자체가 돋보이진 않는다.

모든 것을 교체해버린 전면 디자인과 다르게 후면은 기존과 유사했다. 대신 테일램프의 LED 그래픽이나 범퍼 형상에 대한 차이를 두었다. 새로운 형상의 LED 그래픽도 고사양 테일램프 기본 장착에 따라 엔트리 등급에서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리어 턴 시그널까지 LED 방식이다. 역시 타이어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후면부에서 바라보는 K8의 디자인은 완벽하다. 아쉬움을 달래고 싶다면 '스타일 패키지'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시승은 K8 깡통 모델의 기본기를 느껴보기 위함, 경제성을 생각하면 받아들일만한 수준이다.


인테리어도 기본기가 만족스러운 편이다. 우선 12.3인치 내비게이션과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가 기본이다.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도입된 CCNC 인포테인먼트가 적용되면서 UI 완성도가 상향된다. 새롭게 디자인된 그립 감지 스티어링 휠은 투톤 컬러가 접목되어 실내 고급감을 키워준다. 센터페시아는 여전히 전환 조작식, 변속기도 다이얼 방식을 유지하는데 센터 콘솔 배치가 간결해졌다. 센터 콘솔을 마감하는 메탈 소재의 마감재나 도어트림, 스피커 커버 등등 기본 사양의 마감 품질이 훌륭한 편이었다.


물론 상위 등급을 선택하면 더 화려한 실내 디자인과 편의 기능을 갖추게 된다. 더 뉴 K8은 동급 최초로 1열 에르고 모션 시트를 채택한 바 있고, 등급에 따라 나파가죽 시트나 대시보드 인조가죽 마감까지 더해질 수 있다. 앰비언트 라이트도 새롭게 디자인되었다. 기본 모델에는 1열 열선 및 파워 시트, 운전석 통풍 시트만 제공된다. 2존 풀 오토 에어컨은 당연히 기본인데, 의외로 오토 디포그는 기본 사양이 아니다. 편의 기능 측면에서는 딱 부족함이 없는 수준, 특히 운전자의 입장에선 그렇다. 상위 등급에는 고사양 장비들이 많이 추가된다.


준대형 세단의 강점은 편안한 탑승감의 2열 공간이다. 광활한 수준의 레그룸과 전륜구동 특유의 낮은 센터터널, 안락함이 느껴지는 헤드룸을 K8이 지니고 있다. 기본 옵션은 2열 에어벤트와 시트 열선, 암레스트 컵홀더 정도가 구성된다. 최고 등급을 택해도 통풍 시트나 뒷유리 블라인드 같은 장비는 별도 패키지를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풀 패키지 기준으로 뒷좌석 옵션 수준은 그랜저에 비해 떨어지는데, 어차피 엔트리 등급이니 문제가 없다. 트렁크 공간은 최대한 넓고 낮게 마련되어 있다. 파워 트렁크도 기본 사양엔 포함되지 않았다.

K8의 기본 사양은 배기량 2.5L 급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다. 과급 방식은 자연흡기로 최고출력 198Hp, 최대토크 25.3kg.m 수준의 퍼포먼스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8단 토크컨버터, 17인치 휠이 적용된 엔트리 모델의 연비는 12Km/l로 크기를 감안하면 효율적인 편이다. 공차중량이 1555kg에 불과하다. 전륜구동, 과급기가 없는 4기통 엔진에 가벼운 휠과 넓은 실내 공간을 갖추니 무게가 정말 가볍다. 때문에 출력도 부족하지 않은 편, 현대차의 3세대 플랫폼은 구성요소를 최대한 차체 중심부에 낮게 배치하여 운동성능을 개선한다.

엔트리 등급은 휠 사이즈에 의한 운동성능 차이가 있겠다. 그리고 상위 등급에 비해 2열 이중 접합 차음 글래스가 빠지기 때문에 정숙성 측면에서 약간의 마이너스 요소가 된다. 무엇보다 더 뉴 K8부터 도입된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의 세팅을 누릴 수 없다. 그 외에는 주행보조 장비의 차이가 있다. K8의 경우 드라이브 와이즈 패키지를 추가하면 고속도로 주행보조 2, 전후방 충돌 방지 기능이 다수 보강된다. 또, 서라운드 카메라 역시 옵션으로 들어가는데 후방카메라만 의존하기에 차체가 크고 앞 범퍼가 긴 편이긴 하다.

아래 체급 모델과는 같은 직렬 4기통이더라도 N.V.H 측면의 차이가 확실했다. 아이들링 시 여유로운 배기량 덕분에 조금 더 안정된 회전 질감이 느껴진다. 실내 공간에서 엔진의 진동을 체감하기 어렵고, 소음도 거슬리지 않는 편이다. 엑셀을 밟으면 차량은 묵직하게 나아간다. 저속에서는 꾸준히 정숙성을 유지해 주는 편, 속력을 올려도 출력에 대한 부족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8단 토크컨버터 변속기는 자연스러운 변속감을 제공해 준다. 급가속이나 오르막길에서는 RPM이 상승하면서 다소 가벼운 톤의 엔진 사운드가 유입되긴 했다.

승차감은 약간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스프링이나 댐퍼의 강성 자체는 부드러운 편이라 생각되는데, 윤거가 길고 무게중심이 낮다 보니 안정적인 움직임이 나타난다. 17인치 휠은 옵션 휠보다 더욱 안락한 승차감을 만들어 준다. 작은 요철이나 방지턱에 의한 작은 진동들을 두꺼운 타이어가 흡수해 주는 느낌, 묵직한 주행감에서는 웬만한 충격에 리바운드가 발생하지 않았다. 때문에 준대형 세단의 세팅에는 편평비가 넓은 17인치 타이어가 성격을 극대화해주는 셈이다. 개인적으로 디자인이 아닌 오직 승차감만 바라본다면 깡통 옵션도 좋은 선택 같다.

시그니처 등급부터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기본 탑재하는 것도 19인치 휠의 승차감 저하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그래도 컴포트 세팅 자체는 엔트리 모델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노면 소음도 줄고, 대신 고속 안정성이나 회두성은 감쇠력 조정이 가능한 상위 등급이 훨씬 유리하겠다. 특히 고속 주행에서는 옵션 수준에 따른 주행 경험 자체의 차이가 클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2중 접합 차음 유리나 각종 ADAS 장비의 도입을 른다. 다만 K8 깡통도 정차 재출발을 지원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과 차로 유지 보조가 기본이다.

전체적으로 준대형 세단의 기본기가 마음에 들었다. 많은 옵션이 누락되어 있더라도 묵직한 가속감이나 여유로운 힘, 그리고 기본으로서도 충분한 주행 보조 장비들이 국산차답게 풍부했다. 심지어 17인치 휠의 승차감 세팅은 더욱 안락하고 정숙했다. 아마 2열에서 느끼는 승차감은 차이가 더 클 수 있다. 대신 보기에는 안 좋은 디자인, 그리고 운전자 입장에서 느끼는 가속감이나 핸들링 등 전체적인 응답성은 다소 떨어진다. 보통 출퇴근은 대중교통으로 하고, 주말용 패밀리카를 찾는다면 중형 세단 풀옵션보단 준대형 세단 깡통의 만족감이 높겠다.

기아 더 뉴 K8 페이스리프트 2.5 가솔린 노블레스 라이트 등급을 시승했다. 엔트리 등급에서도 K8이 지닌 새로운 디자인의 매력을 온전히 느껴볼 수 있다. 실내도 화려한 옵션으로 치장되진 않지만, 준수한 편의 장비와 넉넉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준대형 세단의 묵직한 승차감도 여전했다. 가격 대비 만족감은 훌륭하다. 단지 한두 가지 아쉬움이 해결되지 못한 채 남을 수 있다는 것, 비슷한 가격대에는 취향에 따라 더 나은 선택지가 되는 차량이 분명히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K8 엔트리 등급이 정답으로 보인다면, 결코 후회할리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글/사진: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