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겨울의 끝자락, 폴스타 4 롱레인지 싱글모터를 시승했다. '4'는 폴스타 코리아가 한국 시장에 두번째로 출시하게 된 신 차이자 크로스오버 타입 SUV다. 폴스타는 스웨덴 볼보의 고성능 튜너 브랜드로 시작하여 기술력을 입증받은 바 자회사로 편입된다. 그 이후 볼보는 모회사의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폴스타'를 전기차 전문 프리미엄 브랜드로 분사하는데 성공했고, 결과적으로 볼보는 폴스타의 상당 지분을 매각하며 독립된 기업이 된다. 양사는 네트워크및 기술협력 관계로 시너지 효과를 이어갈 예정이다.

폴스타는 볼보의 울타리 안에서 초기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기업의 성장성과는 별개의 이야기지만, 볼보의 자회사였다는 이미지는 신생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을 덜어내는데 강력한 효과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하나, 브랜드 독립의 궁극적인 목표로서는 양사가 다른 성격의 기업으로 각인이 되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이번에 시승한 폴스타 4라는 차량이 국내 출시된 두번째 신차이지만, 볼보와는 완전히 독립된 차량으로 느껴지는 최초의 차량이었다. 듀얼 블레이드 룩으로 꾸며진 전면 디자인부터 볼보의 잔흔이 남아있지 않다.

폴스타는 디자인 리딩 기업이자 익스클루시브 브랜드를 지향한다. 시작부터 오직 '전기차'분야에만 투자를 지속해왔고, 폴스타 4에 적용된 SEA와 같은 EV전용 아키텍처를 통해 실용성을 극대화한다. 폴스타 4의 디자인은 리어 윈드실드를 완전히 생략했다는 점이 대목이다. 후방 시야는 GENTEX의 디지털 룸미러가 대체한다. 목적은 글래스 루프를 최대한 후방으로 연장하면서도 C필러와 루프 강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결과적으로 쿠페형 SUV의 매끈한 디자인을 갖추지만, 2열 탑승객이 느낄 수 있는 헤드룸에 대한 불편함을 피해갈 수 있도록 한다.

폴스타가 스스로를 익스클루시브 브랜드라 설명하는 근거는 옵션 구성 방식에 있다. 여타 프리미엄 브랜드처럼 기본 모델을 바탕으로, 원하는 스타일과 기능을 갖춘 옵션 패키지를 추가할 수 있다. 외관 디자인도 마찬가지, 휠이나 색상, 바디컬러 클래딩 등 비용을 투자할 수 있다. 시승 차량은 'PRO 패키지'가 추가되어 21인치 휠과 안전벨트 디자인이 변경된다. 'PLUS' 팩까지 추가한 헤드 램프는 픽셀 LED 타입, 듀얼 블레이드 룩은 폴스타의 엠블럼을 연상시킨다. 낮게 깔려있는 노즈는 스포티한 분위기를 보여주는데, SUV보단 세단에 가깝다.

측면에서 바라보면 프런트 마스크가 정말 낮게 포지션 되어 있다는 점을 확인하실 수 있다. 전기차 특성상 전면부 구조가 간소화되기 때문이기도 한데, 라디에이터 그릴이 범퍼 하단부에 작게 마련된다. 두꺼운 플라스틱 언더커버가 유일하게 폴스타 4가 크로스오버라는 사실을 각인해 준다. EV전용 플랫폼을 활용함에 따라 휠베이스가 길고 오버행이 짧다. A필러도 앞으로 밀려있는 비율인데, 낮게 깔린 루프라인과 볼륨감이 뛰어난 웨이스트라인 덕분에 차체 분위기가 꽤나 역동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참고로 도어와 사이드미러는 프레임리스 타입이다.

차량 휠베이스가 길고 전폭이 넓다 보니 사진보다는 실물로 보는 덩치가 큰 편이다. 동급 SUV 중 넓은 크기에 해당하는 21인치 휠도 실제보다 폴스타4의 사이즈를 작아 보이게 만든다. 최대한 낮게 깔아둔 전면부와 대조적으로 리어엔드 포지션은 높다. 수평형 테일램프의 위치도 높아 멀리서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만큼 리어 윈드 실드 면적이 좁혀지는데, 윈드 실드가 없죠. 루프 상단에 CMS 모듈이 탑재된다. 후면 디자인 자체는 깔끔하여 절제미가 느껴진다. 엠블럼 등 차량 전반에 걸쳐 크롬이 사용되지 않은 점은 폴스타의 친환경 철학이 반영되었다.


인테리어 디자인이다. 깔끔하고 세련된 구성이 특징이다. 배터리가 깔리며 시트 포지션이 불가피하게 높아지는데, 1열 기준 벨트라인 포지션이 낮고 전면 유리가 넓어 개방감이 크다. 대부분의 인포테인먼트 기능은 15.4인치 LCD 센터 스크린에 통합된다. 그에 따라 디지털 클러스터는 10.2인치 LCD로 간소화되었고, 3가지 UI 변경이 가능하다. 시승 차량은 PLUS 패키지가 추가되는데, 이에는 HUD와 하만카돈 사운드 시스템, 3존 에어컨, 파워 테일게이트, 2열 전동 리클라이닝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참고로 파일럿 패키지는 국내 기본 사양이다.


변속기는 칼럼 레버 타입이다. 덕분에 센터 콘솔은 간소화되었고, 브릿지 타입으로 넓은 공간 활용성을 확보한다. 도어 캐치는 암레스트 끝부분에 위치하고, D컷 스티어링 휠이 채택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사이드미러나 휠 위치는 터치스크린을 통해 조작하는데, 1열 전동 시트는 물리 버튼이 남아있다. 시트는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미스트 테일러드 니트 소재로 가공되는데, 보기에는 아늑하고 불편감도 없다. 인테리어 만족도를 높이는 부분은 태양계를 형상화했다는 화려한 앰비언트 라이팅, 단점이라면 비상등 위치가 오버헤드 콘솔에 있다.


개방감이 강점이었던 1열과 달리, 2열 좌석은 안락함이 느껴진다. 뒷유리가 없고 창문 면적도 좁혀지는데, 글라스 루프가 기본이라 답답함은 해소된다. 시트 포지션이 자유롭고 레그룸도 넉넉했다. 역시 바닥면이 높아지긴 하지만, 레그룸 자체가 넓으니 불편감이 없다. 플러스 팩에 포함된 전동 리클라이닝 버튼은 센터 콘솔에 있고, 공조기에는 터치스크린이 배치되어 온도, 미디어, 시트 열선 조작을 지원한다. 트렁크 공간은 깊고 평탄하게 구현된다. 러기지 보드가 있고, 공간 자체는 2열과 연결되어 있다. 매트 아래 공간과 프렁크도 협소하지만 있다.

폴스타4는 별도의 시동 버튼이 마련되지 않는다. 차량에 문을 열고 탑승하면 스스로 전원이 작동하며,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를 변속하여 바로 주행이 가능하다. 폴스타 4는 싱글 모터와 듀얼 모터로 출력과 구동 방식이 결정된다. 시승 차량은 싱글 모터 롱 레인지, 최고출력 200Kw급 모터가 뒷바퀴를 굴린다. 단순 환산 시 268Hp 수준의 최고 출력과 35.0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배터리 팩 용량이 100Kwh 급으로 NCM 삼원계 구성의 리튬 이온 셀리 적용된다. 공차중량 2230Kg, 1단 감속기가 맞물려 511km의 항속거리를 인증받았다.

별도의 주행 모드는 없지만 각개 세팅 설정이 가능하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 크립 주행, 회생제동 강도 조절이 있고, 엑셀 반응은 따로 세팅이 불가능했다. 엑셀에 대한 모터의 반응이 선형적인 감각이다 보니 전혀 불편은 없다. 스티어링 휠은 기본 세팅이 다소 가벼운 편, 3단계 조절이 가능한데 가장 무겁게 해도 적당히 무게감이 있는 수준이다. 회생 제동은 중간 감도로는 내연기관과 대비해 큰 이질감이 없고, 최대로 해도 걸리는 감속감 자체가 부드러운 편이다. 크립 주행은 기어 D 단에서 브레이크를 떼면 천천히 나아가는 주행을 의미한다.

폴스타 4는 스탠다드 다이내믹 섀시와 고용량 패시브 댐퍼가 표준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근래에 시승해 본 전기차 중 가장 만족스러운 승차감을 보여주었다. 주행감은 묵직하지만 노면에서 올라오는 진동과 소음은 생각보다 억제되어 있다. 전동기가 쓰이는 전기차는 기본적인 주행감이 부드럽지만 요철과 방지턱에 대한 대응이 불쾌 해지기 쉬운데, 적절한 충격 흡수와 함께 리바운드를 깔끔히 차단했다. 섀시 강성 자체가 높고 롤에 대한 저항성도 강한 편인데, 충격을 처리하는 느낌도 패밀리카로 손색이 없는 부드러움을 가졌다.

보통의 전기차는 내연기관에 비해 중량이 높고 낮다 보니 하체 세팅이 다소 단단해질 수밖에 없다. 모호한 부드러움을 갖추다 보면 이도 저도 아닌 불안정한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는데, 폴스타 4는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주행 감각에 부드러움이 스며든 느낌이다. 고속 선회나 회피 기동에서는 낮게 깔려있는 무게중심이 나름 즉답적인 피드백을 전하며, 스티어링은 약간의 오버스티어 성향으로 세팅되어 있다. 폴스타의 근본은 모터스포츠 브랜드이고, 그런 전통이 남아있는 섀시 세팅이라 볼 수 있겠으나 장거리 주행에도 불편함을 주는 정도가 아니라는 의미다.

즉답적인 모터 반응과 탄탄한 섀시 강성 덕분에 주행이 즐겁다. 묵직한 중량과 긴 휠베이스를 갖추었지만, 스티어링에 대한 피드백이 기민한 편이다. 회생 제동 강도를 높이면 잦은 브레이킹도 피하게 되니 격한 주행에는 더욱 부담이 없다. 다만 과속과 감속을 반복하면, 특히 겨울철에는 배터리 잔량이 급감하게 된다. 폴스타4가 저온 항속거리 유지에 신경 쓰더라도, 내연기관과 달리 잦은 가감속을 반복하면 배터리 잔량은 빠르게 감소한다. 420Km의 거리를 전비에 극히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운행했을 때 결과는 4.2KM/ Kwh 수준이었다.

복합 전비가 4.6Km/kwh인데 당시 기온과 고속 위주의 주행 패턴을 생각해 보면 이보다 저조한 수치로 나타나진 않을 것 같다. 고속 크루징에서도 폴스타 4의 방음 성능과 안정성은 돋보였는데, B필러쪽 풍절음이 유입되는 편이다. 국내에 판매되는 폴스타4는 파일럿 어시스트 기능을 포함하는 파일럿 팩이 기본 제공된다. 1개의 레이더와 12개의 카메라, 12개의 초음파 센서가 주행 보조에 활용되었다. 스티어링 휠의 버튼을 통해 간단히 조작 가능하며, 시속 130Km까지만 동한다. 참고로 사용 전에는 센터 스크린에서 작동 여부를 설정해야 했다.

장기간 운행을 하면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15.4인치 크기의 대화면 LCD는 뛰어난 시인성과 응답성을 갖추는데, 운영체제는 구글 안드로이드와 공동 개발하였다고 한다. T맵 내비게이션이 기본 탑재되며, 클러스터와 HUD와 연동성도 훌륭했다. 때문에 주행 중에 내비게이션 화면 없이 UI를 조작해도 정보 전달은 원활하다. 파일럿 팩에는 서라운드 뷰 카메라까지 포함된다. 대화면 스크린으로 보는 차량 주행 환경은 더욱 뛰어난 시인성을 전하며, 접근 경보가 울리는 방향에는 장애물과 차량 간의 거리를 수치상으로 표기해 준다.

전기차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사라지는 주행 경험이었다. 물론 충전 시간이라는 제약은 남아있긴 하지만, 400km 이상의 넉넉한 항속거리와 최대 200Kw급 급속 충전을 지원하여 국내에서는 불편을 피해 갈 수 있는 수준이다. 10%에서 80%까지의 충전 시간은 약 30분, 티맵에는 차량의 배터리 잔량과 연계하여 중간 충전소 경유와 예측 잔량을 미리 표기해 주는 기능까지 포함된다. 매력적인 CUV의 디자인과 실용성에 더불어, 전기차의 이용자로서 우려하는 단점들을 최대한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이 느껴지는 차량이었다.

폴스타 4 롱레인지 싱글모터를 장기간 시승했다. 폴스타 4는 SUV 수준의 실용성과 함께 세단에 가까운 디자인과 승차감을 지니고 있었다. 보통 크로스오버라 하면 SUV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함인데, 4는 세단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제품성을 보여줄 수 있겠다. 고급스러운 실내 디자인과 편의 기능, 그리고 뛰어난 퍼포먼스는 일류 브랜드들 사이에서도 '폴스타'만의 아이덴티티가 확고하다. 단지 전기차라고 하면 차세대 이동 수단으로 평가받던 시대가 이제는 끝났지만, 폴스타가 추구하는 혁신은 더욱 빠르게 발전한다고 느껴진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