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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EV의 잠재력, 제네시스 일렉트리파이드 G80 시승기

현대자동차 그룹 제네시스의 내수 시장 판매가 100만 대를 돌파했다. 올해 3월 기준 대한민국 시장 누적 판매량 집계는 100만 2998대, 지난 2015년 정식 브랜드 론칭 이후 10년 만의 기록이다. 판매량을 리드한 차종은 단언 E세그먼트 럭셔리 세단 'G80'이다. 총 42만 2589대가 출고되며 판매 점유율의 42%를 차지한다. 그 이후 전용 모델로 출시된 GV80과 GV70 등 SUV 라인업이 실적을 이끌며, 브랜드 독립의 타당성을 입증하게 된다. 올해 하반기 출시가 기대되는 하이브리드 라인업까지 투입된다면 더욱 높은 판매량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북미 시장의 성과도 돋보인다. 지난 2025년에만 총 8만 2331대를 판매했고, 지난 10년 동안 연간 판매량은 무려 12배가 증가했다. 다만 아직까지 글로벌 판매량은 150만 대 규모로, 실질적인 판매는 국내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는 한계도 사실이다. 제네시스는 G80과 GV70 등 순수 EV 중심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자 했지만,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와 중국산 저가 전기차의 유입으로 경쟁력은 약화된다. 결국 EREV와 HEV 탑재를 통해 시장성을 재고할 예정이며, 모터스포츠 캠페인과 원 오브 원 프로그램 등 고전적인 럭셔리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사실 럭셔리 EV 시장은 대부분의 레거시 브랜드들이 고전하고 있다. 공용 EV 플랫폼의 도입으로 상품성은 상향 평준화되는 반면, 럭셔리 EV라 하여금 충전이나 가격 등의 한계점을 회피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결과적으로 차량을 선택해야 하는 부가가치가 더욱 명확해야 하며, 이를 브랜드 가치에 의존하긴 어렵다는 뜻이다. 그에 대해 제네시스는 순수 EV 방식의 일렉트리파이드 G80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쇼퍼'성향의 럭셔리 세단으로 변경했다. G80과 G90 사이의 포지션을 공략하는 틈새 전략, 특히 G80의 수요가 많은 한국에서는 좋은 대안일 수 있다.

이번 시승차량은 제네시스 일렉트리파이드 G80 베이스 모델에 일부 옵션이 추가되어 있다. PE 시스템은 272kW 듀얼 모터 단일 구성, 가솔린 G80과 달리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과 B&O 사운드 패키지, 그리고 고스트 클로징 도어와 디지털 키 2 등 기본 옵션 자체가 풍부하다. 여기에 시승 차량은 헤드업 디스플레이,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 1/2, 빌트인 캠으로 구성된 '파퓰러 패키지'와 에르고 모션 시트가 적용되는 '컨비니언스 패키지' 그리고 '2열 컴포트 패키지'와 '후석 스마트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추가 선택되어 있다.

제네시스 G80 일렉트리파이드의 외관이다. 기존 모델부터 내연기관 G80과 외관을 달리했고, 페이스리프트 모델도 전통은 이어진다. 페이스리프트 이후에는 내연기관과 마찬가지로 헤드램프에 MLA 렌즈가 추가되었다. 그리고 범퍼는 더욱 역동적인 형태로 변화하며, 두꺼운 크롬 가니시가 부착된다. 전체적으로 이전 모델보다 화려하고 묵직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역시 '쇼퍼' 분위기를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충전 소켓이 전면부 그릴 위치에 배치되는데, 단차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한 마감이 인상적이다.

측면 디자인이다. 페이스리프트와 동시에 휠베이스를 연장하는 과감한 변화를 보였다. 2열 거주성과 배터리 용량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총 전장은 130mm 가량 연장된다. 2열 도어 길이를 늘리고, C필러의 오페라글라스 면적을 넓히는 방식이다. 덕분에 얼핏 보면 길이가 늘어났다는 점을 체감하기 어렵다. 반면 기존 G80처럼 루프라인이 매끈하게 내려앉는 모습은 아니다. 아무렴, 길게 뻗어있는 보닛과 리어 오버행은 비율적으로 이상적이다. 기존 후륜구동 승용차의 역동성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은 내연기관 겸용 EV의 장점이긴 하다.

페이스리프트에는 전용 19인치 휠의 디자인도 변경된다. G90 LWB 모델과 유사한 디쉬 타입 디자인이 특징, 특유의 웅장함은 전기형과의 성격차이를 가장 분명하게 나타내는 요소이기도 하다. 후면 디자인은 범퍼의 형상이 소폭 다듬어졌다. 마찬가지로 두꺼운 크롬 몰딩이 특징, 당연하게도 머플러 팁은 생략된다. 비교적 언더커버는 단순하게 마감되었다. 그 밖에 두 줄 테일램프 디자인은 기존 모델과 차이점이 없다. 마지막으로 해당 시승 차량에는 EV 전용 스페셜 컬러 '마티라 블루'가 선택되어 있으며, 옵션 가격은 70만원이다.

실내 공간이다. 내연기관 G80과 동일한 대시보드 레이아웃을 이어간다. 주요한 변화는 27인치 통합형 OLED 디스플레이라고 볼 수 있다.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이 연결된 깔끔한 UI가 특징, EV 전용 탭이 추가된다. 또한 스티어링 휠 디자인이 변경되고, 실내 앰비언트 라이트 적용 부도 확대된다. 센터페시아는 기존과 같은 터치 타입 공조 패널을 사용하며, 다이얼 기어와 조작 레버의 디자인도 개선했다. 내연기관과 달리 17스피커 뱅앤 올룹슨 고해상도 사운드 시스템을 기본화, 디지털 키 2와 고스트 클로징 도어도 기본 포함된다.

또한 알루미늄 내장재와 천연 가죽 시트도 기본이다. 따라서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패키지 1 옵션이 생략된 대신, 실내 디자인 옵션은 300만원 단일 패키지 구성이다. 프라임 나파 가죽 시트와 투톤 스티어링 휠 등 디자인 마감이 더해진다. 시승 차량은 서라운드 뷰 모니터와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2로 구성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 1, 고속도로 주행보조 2와 지능형 헤드램프 등으로 구성된 패키지 2, 그리고 1얄 에르고 모션 시트와 항균 장비가 구성된 '컨비니언스 패키지' 그리고 '헤드업 디스플레이' 네 가지 패키지가 묶인 '파퓰러 패키지'가 포함된다.

2열 컴포트 패키지와 후석 스마트 엔터테인먼트 패키지도 적용된다. 2열 옵션만 합산 750만원 수준이다. 휠베이스가 100mm 이상 늘어나면서 레그룸 길이가 상당히 여유로워졌다. 반면 바닥 높이가 소폭 상승하는 만큼, 가용 공간은 적당한 차이에 그친다. 2열 컴포트 패키지가 적용되면서 전동식 이지 클로즈 시스템이 탑재된다. 1열에서 전동으로 리어 도어 개방이 가능하다. 그 외에도 통풍 열선 에르고 모션 시트, 메모리 시트, 전동 레그 레스트, 전동식 도어 커튼 등 호화로운 옵션이 추가된다. 다만 2열 VIP 패키지로 인해 트렁크 공간은 감소했다.

일렉트리파이드 G80에는 합산 출력 272kW 급 전기 듀얼 모터가 기본 적용된다. 단순 환산 최고 출력은 약 365Hp 최대 토크 71.4kg.m 수준으로 3.5 가솔린 터보 엔진보다 마력은 소폭 낮고 토크는 크게 상회한다. 당연히 변속기는 적용되지 않으며, 듀얼 모터 덕분에 네 바퀴로 출력을 배분하는 AWD 시스템을 기본 구현하게 된다. 배터리 용량은 94.5kWh로 늘어났으며, 제조사는 국내 SK온 이다. 공차중량은 2355Kg으로 기존 모델 보다 90Kg가량 늘어난다. 새롭게 인증받은 항속거리는 475Km로 히트 펌프 시스템이 기본 적용된다.

컴포트 모드에서의 엑셀 반응은 상당히 부드럽다. 전기 모터, 특히 700NM의 토크는 강력한 초반 가속을 제공할 수 있지만 가속 세팅이 여유롭다. 컴포트 모드에서 엑셀을 깊게 밟아도 가속감은 선형적이다. 덕분에 주행감 자체는 편리했다. 그럼에도 응답성은 내연기관보다 월등할 수밖에 없고, 안정적인 트랙션 덕분에 승차감은 더욱 부드럽게 느껴진다. 변속 과정이 없는 전기 모터는 당연히 가속에 따른 소음과 진동이 사라지고, 철저한 방음처리와 함께 B&O 스피커로 구현된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기능으로 정숙함을 더한다.

기본적인 승차감도 생각보다 더욱 부드러웠다. 보통 무게가 분산된 전기차는 댐핑력을 단단하게 세팅하여 롤링을 억제하지만, 일렉트리파이드 G80의 경우는 꽤나 물렁하고 롤 스트로크도 여유가 있는 편이다. 대신 차체 중량 자체가 워낙 무겁다 보니 일반적인 노면에서는 깔려가는 듯한 주행감이 매력적이다. 노면 소음도 없고 사소한 요철이나 진동은 가볍게 흡수한다. 방지턱을 만나는 경우에도 진입 시점은 상당히 평온하다. 다만 방지턱이나 깊은 요철 구간을 이탈한 이후에는 리바운드가 소폭 느껴지는 편으로, 안정감과는 거리가 있다.

휠베이스가 늘어나게 되면서 주행 성향도 자연스레 달라진다. 우선 고속 주행이나 선회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이 인상적이다. 여유롭고 묵직하게 나아가는 느낌, 스티어링 휠도 너무 가볍지 않게 적절한 무게감으로 조율된다. 반면 기민함과는 확실한 거리가 있다. 핸들링 반응 자체는 즉답적이지만 선회반경이 넓고 쏠림도 강해진다. 그리고 차체 중량 대비 댐핑력이 부드럽다 보니 고속에서는 회두성이 떨어지고, 더욱 언더스티어가 나타난다. 물론 이번 G80 전기차의 캐치프레이즈를 '쇼퍼'라고 한다면 당위성이 있는 세팅이긴 하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점은 '스포츠'모드에서의 퍼포먼스였다. G80 일렉트리파이드에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기본이다. 카메라 모니터링을 통해 노면에 따른 감쇠력을 조율하나, 사실 일반 주행에서 큰 차이를 느끼진 못했다. 반면 스포츠 모드에서는 기본 댐핑 자체가 단단해지니 본격적인 오너드리븐 세팅이 나타난다. 보다 적극적으로 롤링을 억제하는 것은 물론, 핸들링에 대한 피드백이 명확해진다. 스티어링 휠 감도는 조금 더 묵직해지고, 엑셀 반응은 더욱 예민해짐으로 700NM에 걸맞은 강력한 펀치력이 나타났다.

스포츠 모드에서의 주행은 정말 즐겁다. 대략 2.4톤의 무거운 차체는 고출력 모터가 쏟아내는 토크도 안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연속된 코너에서도 롤링을 안정적으로 억제한다. 휠베이스가 길다 보니 기본적으로 앞뒤 피칭은 강하지 않다. 덕분에 코너를 고속으로 진입하고 차량을 몰아붙여도 생각보다 두려움이 없다. 앞서 컴포트에서 느꼈던 여유로움과 달리, 스포츠 모드에서는 직결감 자체가 꽤나 유의미하게 달라진다는 점이 일렉트리파이드 G80을 다시 보게 하는 요인이었다. 전기차의 회생제동은 브레이크에 가해지는 부담도 덜어준다.

격하게 주행해도 평균 전비는 4Km/kWh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적정 기온에서는 실 주행 가능 거리 500km로 거뜬해 보인다. 최대 350kW 급속 충전으로 10%에서 80%까지 22분이면 전할 수 있다. 물론 국산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풍부한 편의 장비도 가점 요소다. 고속도로 주행보조 2와 지능형 헤드램프 등 풀 ADAS 구성은 물론, 실구매가 1억 원대에 근접하는 차량이라도 2열 편의 장비 수준은 경쟁자가 없다. 심지어 2열 오토매틱 도어와 웅장한 디자인까지, 친환경 전기차가 아니라 더욱 진보한 '럭셔리'에 초점을 맞춘 G80이다.

제네시스 일렉트리파이드 G80 페이스리프트를 시승했다. 전장이 큰 폭으로 연장되지만, 크롬 몰딩과 각종 디테일을 더해 중후함과 웅장함으로 승화한다. 실내 디자인은 옵션에 따른 차이가 있지만, 기본부터 풍부한 편의장비 구성이 대목이다. 늘어난 휠베이스는 2열 탑승객에게 만족감을 더할 것이며, 본격적인 의전용 옵션 구성도 가능하다. 기본적인 승차감도 편안함에 충실했다. 반면 전자제어식 댐퍼는 PE 시스템이 갖춘 잠재력을 극대화하며, 오너 드리븐의 목적 또한 충족한다. 단순히 G80의 파생모델로 평가되기엔 아쉬운 전기차였다.

글/사진: 유현태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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