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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가장 깔끔한 작별, 2026 혼다 CR-V 하이브리드 2WD 장기 시승기

혼다 자동차 코리아는 대한민국 수입차 시장 역사상 '연간 1만 대'의 벽을 최초로 넘어섰던 브랜드다. 하지만 2025년 기준으로는 연간 2천 대 판매량 밑으로 하락했으며, 중국산 전기차의 대거 유통으로 전체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1% 미만까지 밀려나게 되었다. 현재 시점에서 과거 혼다 자동차 코리아의 영광을 기억하긴 어렵다. 혼다 코리아의 자동차 사업부는 올해 연말까지만 운영한다. 2027년부터는 모터사이클 사업과 통합 AS 센터만 집중 운영하는 방식으로 체질 개선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혼다 자동차 코리아의 실적 악화는 복합적인 요인에 걸쳐 있다. 사실 혼다 자체의 문제보다는 한국 내 자동차 시장과 문화가 급속도로 발전했거나, 변화했다는 점이 크다고 본다. 오히려 혼다의 문제라면 너무 변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처음 한국 시장에 정식으로 진출했던 23년 전의 혼다나 지금이나, 강점은 '기본기'라고 분명하게 묘사할 수 있다. 그 기본기는 치밀하고 정밀한 '기술력'에 기반한다. 반면에 한국 시장의 정서는 편의 기능이나 잔존가치에 높은 비중을 두는 기조가 강하고, 언론도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기업을 조명하는 추세에 있다.

원 달러 환율까지 급등했다. 국내 시판되는 혼다 자동차는 미국 생산분이 수입되기 때문에, 더욱이 한국 시장 내 성장성을 높게 평가할 수 없었다. 결국 혼다 코리아의 자동차 사업 부문 중단은 영업 손실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하나, 그런 트렌드로 인해 더 이상 엔진이나 섀시 기술에는 투자가 집중되지 않는 현황이다. 그런 환경 속에서 혼다의 하드웨어만큼은 여전히 독보적이다. 지난해 출시 30주년을 맞이한 CR-V를 비롯해, 소비자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홍보한다는 것은 혼다 코리아가 겪은 어려운 과제였던 것 같다.

시승 차량은 26년형 혼다 CR-V 하이브리드 2WD 투어링 등급이다. 북미 생산분으로 최상위 트림에 해당되며, 5가지 순정 액세서리가 부착되어 있다. 최상위 트림인 만큼 '스포츠 스타일링'이 기본 제공된다. 역동적인 패턴을 갖춘 블랙 라디에이터 그릴과 가니시가 세련된 인상이다. LED 헤드램프는 날카롭게 뻗어나가며, DRL이 높게 배치되어 웅장함을 강화해 준다. 범퍼 디자인 역시 직선적인 디자인의 기조를 따랐다. 차체 하단부는 두꺼운 스키드 플레이트로 SUV의 성격을 반영하는데, 다크 크롬 색감의 마감재를 더해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측면 디자인이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를 연결하던 라인은 자연스레 측면 캐릭터 라인까지 이어진다. 완만하게 상승하는 직선으로 역동적인 이미지를 더하고, 또 음영 대비를 통해 볼륨감을 강화한다. 로커패널에는 사다리꼴 형태의 플라스틱 가니시가 부착된다. 전체적인 실루엣도 매력적이다. 보닛 길이를 최대한 길게 앞당겼고, 안정적인 그린 하우스의 윤곽선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그리고 이번 시승차량에서 사이드 엠블럼과 러닝 보드, 루프 크로스 바, 연장형 머드 가드, LED 도어스텝 5가지 제품은 순정 액세서리로 제공되는 사양이다.

CR-V 하이브리드의 알로이 휠은 19인치 크기다. 5스포크 디자인으로, 스포츠 스타일링만의 블랙 컬러 마감이 더해진다. 사이드미러까지도 블랙 컬러로 차별화된 모습이다. 후면 디자인도 단정함을 토대로 일부 역동적인 구성 요소들을 가미했다. 테일램프의 경우 버티컬 타입 디자인으로 시인성을 높였는데, 테일게이트를 파고드는 LED 그래픽까지 첨부하여 입체감이 강조된다. 범퍼 끝은 차체 하부 스키드 플레이트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도, 다채로운 색상 마감과 듀얼 머플러 팁으로 밋밋함을 덜었다.

실내 공간은 직관적인 구성을 따른다. 이면적으로는 시대를 못 따라간 느낌일 수 있다. 그래도 사용성 측면에서는 확실히 편리하다. TFT 디지털 혼합형 클러스터와 9인치 크기의 센터 스크린으로 인터페이스를 구축했으며, 내비게이션은 폰 프로젝션 기능으로 활성화해야 한다. 센터패시아는 듀얼 풀 오토 에어컨 조작, 센터 콘솔은 무선 충전 패드와 주행 모드 변경 레버 등으로 구성된다. 기어노브는 기계식 부츠 레버 타입, 체결감이 좋다. 참고로 메모리 시트는 운전석에만 제공되며, 열선 스티어링 휠과 시트를 포함한다.

실내 디자인이 워낙 단조롭긴 하지만 곳곳에 더해진 오렌지 스티치가 산뜻함을 더해준다. BOSE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은 꽤나 만족스러운 음향 성능을 제공하고, 후방 카메라와 레인 와치 카메라, 혼다 센싱 등 각종 ADAS 장비를 탑재하고 있다. 참고로 26년형부터 일부 옵션이 보강된 바 있다. 후측방 경보 센서와 크로스 트래픽 모니터링 기능이 적용되었고, 사이드미러와 2열 열선, 마지막으로 트렁크 토너 커버가 추가된다. 경쟁 모델에는 흔히 적용되는 사양들이라 기존 아쉬움을 덜어낸 수준 정도로 파악하면 되겠다.

뒷좌석 공간이다. 차량 전고 자체가 높은데, 레그룸의 깊이감이나 면적 모두 여유로워 거주성이 돋보인다. 센터 터널도 거의 평탄화에 가까운 수준이다. 시트 포지션이 매우 편리하며, 6:4 수동식 리클라이닝 각도도 넓은 편이다. 다만 선루프는 일반형이고, 시트 폴딩시 평탄화가 되는 구조는 아니다. 기본 편의 장비로 에어벤트와 충전 포트가 제공되어 왔으며, 26년형부터 시트 열선이 추가되었다. 핸즈프리 파워 테일게이트는 적용되어 있으며, 트렁크 공간 바닥면이 낮아 부피가 큰 짐도 손쉽게 적재할 수 있다. 26년형은 토너 커버가 기본 포함된다.

동급 SUV에 비해 편의 기능이 부족했던 부분은 사실이지만 '원격 시동' 같은 핵심 기능들은 빠짐없이 담고 있긴 하다. 비교적 작은 크기의 센터 스크린도 아날로그 한 느낌은 있지만, 주요 기능들이 물리 버튼으로 분리되어 있어 실제로 별다른 불편은 없다. 요즘 흔히 사용되는 앰비언트 라이트도 빠져있긴 하지만, 주요 기능이나 중앙 다이얼 테두리에는 LED 등을 탑재하여 야간 조작 편의를 개선하기도 한다. 부츠타입 기어 레버는 체결감만으로 주행 방향을 정확히 알아차릴 수 있고, 주행중 신경 쓸 부분이 줄어드는 만큼 피로감도 감소하는 느낌이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는 실질적으로 '직렬 하이브리드' 방식을 택하고 있다. 국내 브랜드가 사용하는 병렬 하이브리드가 모터가 엔진을 보조하는 개념이라면, 직렬은 그 반대와 같다. 엔진이 에너지를 생산하고, 구동모터가 차량을 이끌어 낸다. 물론 듀얼 모터 방식으로 회생제동을 통한 에너지 회수도 가능하다. 제원표상 구동 모터의 최고출력은 184Hp, 최대 토크는 34kg.m 수준으로 곧 차량의 최대 퍼포먼스다. 대체적으로 발전기 역할을 담당하는 배기량 2.0L급 앳킨슨 사이클 직분사 엔진은 최고 출력 147Hp 최대 토크 18.6kg.m의 힘을 발휘한다.

파워트레인으로는 E-CVT가 맞물린다. 고출력 모터가 구동을 담당하면서, 일반 전기차처럼 별도의 변속기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복합 연비는 2WD 기준 15.1Km/L로 인증을 받았다. 도심 연비가 15.8Km/L로 더욱 높아, 역시 직렬 하이브리드의 특성이 나타난다. 장점은 명확하다. 모터가 구동을 주도하며 가속감이 전기차처럼 선형적이고, 무엇보다 하이브리드 엔진 개입 시 발생하는 특유의 소음과 떨림이 최대한 억제된다. 실제 주행 중 음악을 듣는다면 엔진 개입을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N.V.H 성능이 탁월했다.

특히 높은 부하가 가중되는 오르막길에서도 정숙성과 가속성을 유지한다. 일반 병렬 하이브리드는 고 RPM 사운드와 진동이 불쾌함을 전하는 반면, 혼다의 듀얼 테크 하이브리드는 RPM이 요동치지 않으며 변속 과정 없이 높은 토크가 출력된다. 반면 내리막길에서는 발전 모터의 회생제동으로 부드러운 감속이 가능하다. 실제 듀얼 테크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회생 제동 강도는 원페달 드라이빙도 가능한 수준이다. 강도는 패들시프트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조작할 수 있으며, 정차 상태에만 풋 브레이크를 활용해 오토홀드를 활성화하면 된다.

일반 직렬 하이브리드가 병렬 구조에 비해 떠오르는 단점이라면 높은 시스템 구축 비용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물론 원가 상승 자체는 치명적인 단점일 수 있겠지만, 그만큼 주행 질감의 완성도가 높다. 흥미로운 사실은 CR-V가 공식적으로 직병렬 하이브리드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혼다의 4세대 듀얼 테크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엔진과 모터, 그리고 구동륜을 연결하는 파워트레인으로만 구성되지 않는다. 바로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구동륜이 직접 연결되도록 하는 별도의 2단 락업 클러치가 적용되어 있다.

앞서 직렬 하이브리드와 유사하게 도심 주행 효율이 높다는 점을 언급했다. 전기모터는 고속이든 저속이든 전력 소모량이 유사하지만, 속력이 빠를수록 주행저항은 강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속주행에서는 동력 전달 손실을 최소화하고, 저 RPM 유지가 가능한 엔진 직접 구동이 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다시 말해 엔진도 구동에 직접 개입하기 때문에 '직병렬' 하이브리드라는 명칭이 붙은 것이다. 엔진이 개입하는 순간은 애초에 높은 부하가 가해지지 않는 상황이라 마찬가지로 정숙성은 탁월하다. 견고한 차체 강성과 차음 대책도 준수했다.

어떠한 환경에서든 CR-V의 뛰어난 기본기는 체감할 수 있다. 승차감은 소폭 단단하다고 평가할 수 있겠으나, 전혀 불쾌감을 주지 않는다. 방지턱이나 요철에 대한 충격이 살짝 있더라도, 리바운드를 깔끔하게 끊어내는 감각이 유쾌하다. 특히 코너링 감각이 매력적이다. 운전자의 핸들링을 따라 차량은 날카롭고 정교하게 선회한다. 이런 정교한 주행 질감은 고속에서도 동일하다. 안정적인 섀시 세팅과 탄탄한 차체 강성은 고속 선회에서도 견고한 피드백을 전달했고, 약간의 언더스티어가 발생할지언정 후륜구동에 준하는 기민한 회두성을 보였다.

이런 '기본기'라는 영역은 참 글로써 묘사하기 어려운 것 같다. 또 막상 자동차의 즉답성이나 한계치가 일상적인 주행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따져본다면, 그에 대한 비용으로 편의 장비나 디자인에 투자하는 방향이 시장에서는 더욱 전략적이라는 사실도 부정하긴 어렵다. 하나, 이번 CR-V 2WD 시승에서 분명히 강조할 수 있는 장점은 주행 연비에 있다. 따로 연비를 신경 쓰지 않고, ECO 모드를 활성화한 것만으로도 80Km 주행 시 22.2Km/L의 평균 연비가 계측된다. 앞서 20Km 정도의 도심 주행에서는 23.8Km/L의 평균 연비가 계측되다.

혼다의 듀얼 테크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급가속과 급제동을 반복해도 평균 연비 저하가 적은 편이다. 역시 모터 구동과 회생 제동이 반복되는 덕분인데, 그만큼 파워트레인이나 소모품에 가해지는 부담도 감소할 것이다. 정말 여러모로 스트레스가 없는 하이브리드 SUV다. 1145Km가 누적된 트립 연비도 17Km/L인데, 여기에는 시승차량 특성상 성능 시험을 위한 가혹 주행과 사진 촬영을 위한 공회전도 빈번하게 포함되어 있을 수치다. 참고로 2WD가 AWD에 비해 중량도 50Kg 가볍고, 구동 손실도 적다 보니 실연비는 대략 3Km/L 가량 차이가 발생한다.

정말 장거리 여정이 이토록 편안한 SUV가 없다. 혼다 센싱 시스템의 정확도도 훌륭하고, 특히 국산차처럼 차로 유지 기능만 별도 활성화가 가능하다. 부드러운 발진 감과 패들 시프트를 통한 감속 컨트롤, 적재적소에 위치한 각종 편의 기능과 '레인 와치'를 통한 사각지대 점검까지 모든 구성 요소들이 운전자를 배려해 준다. 그럼에도 가장 오랜 여운은 탁월한 기본기에 남아 있다. 운전자의 의도대로 따라주는 핸들링 반응과 무게중심이 잡혀있는 코너링,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보길 원했지만 이제는 경험의 기회가 줄어들 일만 남았다는 점이 아쉽다.

2026년형 혼다 CR-V 하이브리드 투어링 2WD를 장기간 시승했다. 보수적인 외관과 직관적인 실내 구성이 주는 익숙함, 신선함이 없는 만큼 불리함도 없다. 요즘 시대에는 그 자체로 개성이자, 매력이다. 이는 완성도 높은 섀시와 선진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조화가 있기에 확실한 '강점'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기도하니다. 결과적으로는 한국 시장 내 존재감이 약화되는 결말을 초래했지만, 어쩌면 지금의 혼다를 기억하기에 더욱 아쉽고 각별한 작별이 되는 것 같기도 했다. 뛰어난 주행성이 곧 편의성이라는 점, CR-V를 통해 실감할 수 있었다.

글/ 사진: 유현태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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