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스바겐 아틀라스 R라인 7인승을 장기간 시승했다.대한민국의 크로스오버 시장 선호도가 지속되는 와중에 준대형 SUV의 파이도 꾸준히 확대되어 왔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수입차에만 의존했던 시장, 현대 팰리세이드의 출시 이래 다양한 신차들이 쏟아져왔다. 대한민국의 준대형 SUV 시장에 대한 정서는 북미 시장을 고스란히 뒤따르고 있다. 준대형 SUV 대중화의 포문을 열었던 포드 익스플로러 부터가 북미 성향이 짙은 차량이었고, 현대 팰리세이드 역시 북미 시장을 타깃으로 개발된 바 있다.

폭스바겐 아틀라스 역시 북미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개발된 준대형 SUV다. 사실 폭스바겐에는 '투아렉'이라는 기존 플래그십 SUV가 존재했으나, 해당 모델은 절대적인 크기 보다는 첨단 기술에 비중을 주는 유럽 성향의 SUV였다. 가격대비 '실용성'을 우선시 하는 대중형 SUV의 정서에는 어울리지 않았고, 보다 정확히는 차량의 성능에 대비해 브랜드가 주는 차별성이 아쉬웠던 부분이다. 때문에 폭스바겐은 전륜구동 MQB EVO 플랫폼을 활용해 보다 넓은 공간의 SUV를 설계하고,아틀라스가 합리적인 가격과 동시에 독일 브랜드 특유의 견고함을 실현하는데 성공한다.

오늘날 결과적으로는 폭스바겐 아틀라스가 투아렉의 위치를 완전히 대체하게 된다. 그 성향 자체는 달리했지만, 보다 대중적인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모델은 아틀라스임이 분명했다. 결국 투아렉은 2025년을 끝으로 후속없이 생산이 종료되었고, 엔진 세로배치 방식의 SUV는 프리미엄 브랜드에 완전히 이관한다. 그런 서사를 따라, 지난 2025년부터 한국 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아틀라스의 역할과 수요도 기대되는 바가 컸다. 지난 2023년 진행된 2차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디자인과 상품성을 가다듬은 패밀리 SUV의 정석과도 같은 모델이다.

시승 차량은 폭스바겐 아틀라스 2.0 TSI R라인 7인승이다. R라인은 북미에서 최상위 트림에 해당되며, 한국 시장에서는 단일 사양에 '6인승'과 '7인승' 시트 선택만 가능하다. 아틀라스의 디자인은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을 중심으로, 그릴 바와 헤드램프 전체를 감싸는 랩 어라운드 스타일 DRL이 채택된다. 직선 위주의 디자인으로 차체는 더욱 견고하고 듬직하게 느껴지는 인상, 특히 전방부 모서리 라인이 강조되면 차체 실루엣은 더욱 대담해 보인다. 블랙 모노톤 그릴이나 전용 범퍼 등 'R 라인' 디자인이 기본 적용되며 세련미도 느껴졌다.

우람함이 느껴지는 측면 디자인이다. 보닛 길이도 꽤나 긴 편인데, 그린하우스의 크기가 워낙 크다 보니 상대적으로 짧아 보이는 수준이다. 전체적으로 프런트 오버행과 휠베이스도 길게 뻗어있지만, 리어 오버행 길이가 상당히 길어 정통 SUV의 실루엣이 나타나기도 한다. 차체 측면에는 그런 밋밋함을 덜어내기 위한 볼륨 라인이 각인되어 있다. 특히 휠 하우스 부분은 사다리꼴 형태의 휠 아치 라인을 그대로 강조한다. 1열 도어 패널에 부착된 'R라인' 엠블럼이나 로커 패널 부근의 크롬 가니시, 크롬 윈도우 몰딩 등 화려한 장식 요소도 포함한다.

휠 사이즈가 무려 21인치다. 아틀라스의 우람한 덩치를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두꺼운 스포크 형상은 시각적으로 차체를 견고하게 지탱하는 것 같다. 또, 후측면에서 바라보는 펜더의 볼륨감도 SUV 특유의 강인함을 느끼게 해준다. 후면 디자인에서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일자형 테일램프, 특히 정교한 LED 그래픽이 특징이다. 전면과 후면 엠블럼에는 '일루미네이티드 로고' 기능이 적용되어 야간에도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게 된다. 그 밖에 후면 디자인에서는 두꺼운 크롬 몰딩과 듀얼 머플러 팁을 통해 북미 SUV 특유의 대담함을 경험할 수 있었다.

실내 공간이다. 매립형 10.25인치 디지털 콕핏 프로와 헤드업 디스플레이, 그리고 12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로 인터페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운영 체제로는 3세대 MIB3 디스커버 프로 시스템이 탑재되었으며, 무선 앱 커넥트를 지원한다. 전적으로 터치 기반 조작 방식이나, 제스처 컨트롤과 보이스 컨트롤 등 부가 기능으로 사용성을 보완한다. 센터페시아에는 비상등 같은 주요 조작 버튼과 에어벤트만 남았다. 스티어링 휠은 D 컷 타입, 역시 R라인 로고가 각인된다. 센터 콘솔은 컵홀더와 무선 충전 패드, 그리고 토글 타입 기어 레버가 배치된다.


플래그십 SUV답게 내장 마감이나 편의 기능도 준수했다. 대시보드는 우드트림과 30컬러 앰비언트 라이트의 조화로 고급스러움이 느껴지고, 페달은 메탈 소재다. 특히 시트는 비엔나 가죽 소재로 정교한 패턴과 편안한 탑승감을 구현했다. 시트의 경우 1열 전동시트와 럼버서포트, 통풍과 열선 기능은 물론, 에르고 모션 마사지 시트까지 제공된다. 메모리 기능은 꼭 필요한 운전석에만 구성되었다. 그 밖에 트래블 어시스트 등 각종 주행보조, 360도 카메라, 원격 시동 같은 편의 기능과 서브 우퍼를 포함하는 '하만 카돈'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이 탑재된다.


뒷좌석 공간이다. 후석 공간감은 전륜 기반 준대형 SUV, 다시 말해 북미 기준 미드 사이즈 SUV로 분류되는 차종 중 가장 여유로운 수준이다. 보통 국산 중형 SUV만 되어도 공간 자체는 부족함이 없으니, 공간의 여유로움은 물론 시트 포지션과 리클라이닝 각도도 자유롭고 편안하다. 사륜구동이 기본 적용되지만, 센터 터널도 낮은 편이다. 특히 파노라마 선루프의 면적이 넓어 개방감이 탁월했다. 2열을 위한 편의 기능으로는 측면 수동식 롤러 블라인드와 독립 공조 컨트롤, 그리고 시트 열선과 암레스트 컵홀더가 마련되어 있다.


아틀라스는 일부 준대형 SUV와 달리 3열 시트가 2인승 형식이다. 3열 공간 자체가 넓고, 레그서포트 부분 높이를 높여 레그룸을 확보했다. 결과적으로 실제 성인이 탑승하기에도 큰 무리가 없는 공간이 구현된다. 3열 시트를 예비용이 아닌, 실제 사용 목적으로 고민한다면 아틀라스의 공간감은 큰 강점이다. 특히 '차박' 과 같은 레저 여행에도 유리하다. 2열과 3열 시트가 '풀플랫' 타입으로 수납되기 때문이다. 전체 용량이 무려 2735L, 별도의 평탄화 작업이 필요 없고, 3열 시트만 접어도 1572L의 용량이 굉장히 넓다. 물론 파워트렁크 역시 적용된다.

플랫폼부터 각종 인터페이스 구성요소는 그간 경험해 본 폭스바겐과 유사하다. 다만 소형~중형 모델까지는 실내 구성요소와 기능들이 집약되어 있었다면, 준대형 SUV 아틀라스에서는 공간 배치 자체가 여유롭다. 유럽형 폭스바겐에 익숙했다면, 이질감이 느껴지는 수준이다. 다만 사용감 자체는 더욱이 익숙한 폭스바겐이 맞다. 부드럽게 반응하는 토글 레버 타입 변속기와 묵직한 스티어링 감각, 정밀하게 반응하는 엑셀 및 브레이크 페달 등 흔히 독일차에 기대하는 기본적인 DNA는 동일하다는 뜻이다.

아틀라스 R라인에는 배기량 2.0L급 직렬 4기통 가솔린 싱글터보 엔진이 채택된다. TSI는 직분사 엔진을 의미하며, 과급장치를 통한 최고 출력은 273hp 최대 토크는 37.7kg.m 이다. 변속기로는 8단 토크컨버터가 매칭되었고, 전륜기반 전자식 AWD 시스템 폭스바겐 '4 MOTION'이 기본 적용된다. 공차중량은 2105Kg 수준, 복합 연비는 8.5Km/L로 인증을 받았다. 준대형 SUV치고 엔진 배기량이 낮은 편이긴 하나, 출력 자체는 충분한 수치와 같다. 대부분 독일차는 체감 성능이 더욱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성능에 대한 우려심이 크진 않았다.

우선 승차감 자체는 꽤나 탄탄하다고 느껴졌다. 보통 북미형 SUV라 하면 부드럽고 여유로운 승차감, 혹은 옵션에 따라 마냥 단단한 승차감이 나타나고는 한다. 반면 아틀라스는 MQB 플랫폼 특유의 견고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적절하게 조율했다. 어느정도 부드러움을 유지하는 선이기에, 아틀라스의 서스펜션 세팅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실제 사이즈가 큰 SUV의 서스펜션이 너무 부드러우면 단기적으로는 승차감이 편안하다 느낄 수 있어도, 요철이나 가감속 상황에서 발생하는 차체 쏠림이 도리어 불편감을 발생시키게 된다.

물론 주행을 부드럽고 천천히 하는 운전자라면 물렁한 세팅이 편안할 수 있다. 하지만 아틀라스는 독일 승용차 고유의 직결감와 안정감을 잘 살려냈다는 점, 그러면서도 패밀리카로 부담없는 댐핑력을 갖추었다는 '강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실제 방지턱이나 깊은 요철 구간을 지나도 진입시에는 강한 충격과 소음이 유입되지만, 운전자가 전달받는 피드백은 안정적이다. 불필요한 흔들림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타이어 사이즈가 워낙 크다보니 21인치 대구경 휠이 주는 소음이나 진동도 없어 평온한 승차감을 유지해 준다.

예상대로 출력에 대한 갈증도 없었다. 물론 출력이 높을수록 손해 보는 부분은 없겠지만, 아틀라스가 속한 패밀리 SUV 장르에서는 효율성도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2.0L 터보 엔진의 주는 퍼포먼스는 일상 주행은 물론 추월 가속에도 부족함이 없는 여유로운 성능이었다. 실제 제로백도 7초~ 8초 초반대에 계측이 가능하다. 8단 자동변속기의 반응도 부드럽고, 터보 래그도 불쾌감이 있는 수준은 아니다. 다만 단점이라면 2.0L 터보 엔진 특성상 오르막이나 추월 가속 등 고 부하 환경에서 낮은 RPM을 유지하긴 어렵다.

때문에 고속주행에서는 엑셀을 지그시 밟아야 부드러운 가속감을 경험할 수 있다. 이는 최근 출시되는 패밀리 SUV는 전부 라이트사이징 엔진을 적용하다 보니 피해 갈 수 없는 부분, 꼭 아틀라스만의 단점이라 볼 수는 없다. 특히나 어떠한 측면에서든 단점이 느껴지지 않는 토크컨버터 변속기, 이 자체가 강점이라고 느꼈다. 아틀라스의 경우 에코와 스포츠, 컴포트, 그리고 AWD 기능을 활용한 오프로드, 스노우 모드를 지원한다. 아무래도 패밀리 타입 SUV다 보니 스포츠 모드에서의 변화보다는 '에코'모드에서의 변화가 인상적이었다.

보통 스포츠 모드는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과 엔진 필링이 달라진다. 엑셀 반응이 조금 더 예민해지고 사운드도 달라지긴 하나, 밋밋하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도 기본적으로 묵직한 편이라 큰 차이가 없다. 반면 에코 모드에서는 엑셀 감각이 확실하게 부드러워지고, 특히 탄력 주행거리가 굉장히 길어진다. 아틀라스의 복합 연비가 8.5Km/L이지만, 고속도로 154Km를 항속주행한 결과 12Km/L의 평균 연비가 계측되었다. 에코 모드를 활용하면 낮은 RPM을 유지하기 쉽고, 차량 추월 등 급가속이 필요한 경우라면 터보차저가 즉각적으로 개입한다.

독일 태생의 폭스바겐답게 고속주행 감각도 상당히 안정적이다. 넓은 차체 면적에 비해 풍절음도 크지 않고, RPM만 부드럽게 조율한다면 엔진 필링도 매우 정숙했다. 특히 탄탄한 섀시가 주는 직결감과 안정감이 매력적이다. 고속 선회에서는 롤링을 억제하며 안정적인 선회를 돕고, 급하게 제동을 해도 다이브 현상이 크지 않다. 네 바퀴로 배분되는 구동력도 차량에 대한 신뢰를 높여준다. 함께 폭스바겐의 최신 IQ.드라이브 시스템은 정차 후 재출발을 포함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로 중앙 유지 등 2레벨 수준의 운전자 보조를 지원한다.

큰 차체로 인한 부담도 크지 않았다. 각종 사각지대 모니터링 기능과 사고예방 기능, 긴급 제동 등 안전장비가 탑승객과 주변 차량을 보호해준다. 360도 카메라의 정확도도 준수했고, 평면 사이드미러도 익숙해지면 딱히 불편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볼록 거울이 적용되더라도 안전 운전을 위한 숄더 체크는 필수다. 불편한 점이라면 선회 감각이 넓다는 것 정도, 하나 장르를 감안하면 이 역시도 당연시되는 부분이다. 다만 오토홀드가 없다는 점은 도심 주행 위주의 운전자에게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겠다.

아무렴, 넓은 공간과 평온한 승차감을 바탕으로 장거리 시승도 상당히 여유로웠다. 패밀리 SUV의 본질적인 공간이나 편의적인 측면에서도 훌륭했지만, 아틀라스의 대담한 디자인도 꽤나 매력적인 특징이 분명하다. 차체 크기부터가 비슷한 가격대의 SUV중 가장 넓기도 한데, 정통 SUV의 강인함이 직관적으로 느껴진다. 세부적인 디자인 요소를 따져보면 평범하지만, 준대형 SUV는 이처럼 폼팩터 자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본다. 마찬가지로 실내 디자인 역시 깔끔하지만 기능 중심적인, 특별한 강점보다는 '단점이 없다는 사실' 자체가 장점이다.

폭스바겐의 아틀라스 R라인 7인승을 장기간 시승했다. 정통 SUV의 우람한 덩치를 갖추었고, 그에따른 여유롭고 직관적인 거주 공간을 제공한다. 전체적으로 북미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하고 있고, 이는 한국 시장에서도 유효한 장점이다. 동시에 아틀라스만의 차별점은 독일 특유의 '신뢰감'에 기인한다. 강인해보이는 외관 속, 기대 이상의 안정성과 효율성 내지는 '정교함'을 경험할 수 있다. 아틀라스는 곧 폭스바겐의 플래그십 SUV 포지션을 이어받게 되는데, 이는 투아렉의 부족함 보다도 아틀라스의 훌륭함이 강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이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