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MC 허머 EV SUV 2X를 장기간 시승했다. 허머는 1992년부터 2010년까지 운영되었던 미국의 승용 SUV 브랜드다. 그 시작은 군수용 자동차 제조사 AM 제너럴의 소형 전술차량 '험비'를 민수용으로 개조해 판매한 것이다. 이후 2002년 험비를 제너럴 모터스에 매각했고, GM은 허머의 라인업을 확장을 감행하나 연혁은 오래가지 못한다. 원인은 수익성 부진이다. 정통 오프로더 성향이지만 실용성과는 거리가 멀었고, 비용적인 거부감은 물론 친환경 트렌드와 괴리도 컸다. 20세기 자동차 과잉생산론과 무리한 M&A 이후, 당시 큰 손실을 겪었던 지주회사들은 무분별한 브랜드 확장을 지양하기도 했다.

반면 '허머'의 상징성만큼은 확실했다. 브랜드 폐지이후 중고차의 가치가 오히려 향상될 정도로, 명확한 색감과 헤리티지를 품은 SUV였다. 특히 시초였던 H1은 군수용 SUV의 유전자를 그대로 민수용 차량에 옮겨온 특수한 사례였다. 역설적으로는 그런 특수성 자체가 대중성과의 괴를 일으켰지만, GM의 입장에서 정통성을 포기한다면 허머 브랜드를 유지할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2010년 브랜드 폐지 이후에도, 꾸준한 충성고객이 양성되던 허머다. 이후 2020년, 제너럴 모터스의 프리미엄 SUV 브랜드 'GMC'가 허머의 부활을 알렸다.

다름아닌 전기차로의 부활이다. 2020년은 브랜드들이 앞다퉈 럭셔리 순수 EV를 공개하던 시기였고, 허머를 단일 차종으로 되살려 운영 효율과 가치 창출을 양립시키고자 하는 전략이었다. 당시까지 전기차는 비싸다는 인식이 당연했다. 더욱이 전기모터의 출력 특성과 유지 비용은 기존 허머의 단점을 큰 폭으로 보완해 준다. 특히 여타 전기차와는 달리 바디 온 프레임 형식 일부를 답습했다는 점이 특징, 전폭과 전고를 강조한 허머의 디자인 헤리티지는 과거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데 성공한다. 2026년 상반기, GM한국사업장의 포트폴리오 확장과 함께 대한민국 시장에도 정식으로 출시된다.

국내 출시된 허머 EV는 SUV 2X 단일 트림으로 최상위 옵션이다. 전면 디자인에서는 허머의 수직형 그릴 프레임을 LED 바 형태로 재해석했다. 순수 EV인 만큼 후드에 통합되어 있던 헤드램프와 리플렉터의 배치도 유사하다. 대신 정교한 선과 그래픽을 활용해 미래지향성을 보인다. 참고로 메인 LED 헤드램프는 범퍼에 배치하여 조사 각도를 조정했고, 상단 포지셔닝 램프는 H 형태의 그래픽과 레터링 로고를 각인했다. 짧은 오버행을 마감하는 돌출형 범퍼와 언더 커버는 허머의 헤리티지이자, 바디 온 프레임 타입 SUV의 특징이기도 하다.

전폭 대비 전장이 짧은 비율도 전형적인 허머의 특징이다. 실제 허머 EV의 전폭은 2,195mm로 중형 트럭과 유사하지만, 전장 5,245mm는 플래그십 세단과 대등한 길이를 갖춘다. 물론 크긴 크다. 측면은 간결한 면과 선이 사용되고, 프레임리스 도어로 인해 더욱 깔끔하다. 하지만 과감하게 돌출되어 있는 휠 하우스와 블랙 컬러 투톤 마감 덕분에 전혀 단조롭지는 않다. 곧게 뻗어나가는 보닛은 전통적으로 강인함의 상징과 같다. 리어 윈드실드와 쿼터 글래스는 랩 어라운드 스타일로 세련미를 더하고, 차체 곳곳에 엠블럼을 부착하여 개성을 더했다.

허머 EV에 채택된 프리미엄 피니시 알로이 휠 사이즈는 22인치 크기다. 더불어 타이어가 무려 35인치 사이즈로 거대하다. 두꺼운 스포크 형상과 휠 볼트가 더욱 듬직한 이미지를 심어준다. 테일게이트에 부착되어 있는 동일한 규격의 스페어타이어는 기능만큼 개성의 역할도 톡톡히 수행한다. 테일램프는 D 필러 라인을 따라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데, 이 역시도 헤리티지라 표현하면 틀린 말은 아니다. D 필러를 감싸는 하이글로시 패널에 정교한 그래픽을 나타낸다. 스페어타이어 크기로 인해 번호판은 돌출형 범퍼 좌측에 배치되고, 중심부에는 트레일러 견인용 힌지도 구비되어 있다.

실내 공간이다. 운전석에는 11인치 풀 컬러 디지털 클러스터와 13.4인치 LCD 센터 스크린으로 인터페이스가 구축된다. 대부분의 UI는 디지털 화면에 통합되는데, 실제 조작은 건반 타입 물리 버튼을 사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비상등과 볼륨 다이얼 등 주요 기능은 직관성을 중시 여긴다. 변속기는 부츠 레버 타입, 그 외 센터 콘솔에는 드라이브 모드 다이얼과 수납공간이 배치된다. 스티어링 휠은 3스포크 타입으로, 직경 대비 적당한 두께를 갖췄다. 상단 그립에는 슈퍼크루즈 작동을 위한 LED 바와 센서를 내장한다. GMC 대신 허머 EV 로고가 각인된다.


다목적 차량인 만큼 화려한 소재 적용은 어렵다. 그럼에도 알루미늄이나 스티칭 패턴을 곳곳에 활용해 고급감을 높였다. 캐릭터 로고나 엠블럼 각인도 재미를 더한다. 또한 시트나 암 레스트 같은 접촉면은 소재감이 고급스럽고, 역시 시트는 통풍 열선 메모리 기능을 포함한다. 운전석 시트는 진동 경보 기능을 적용했다. 사운드는 BOSE 14 스피커 오디오 시스템, 그 외 폰 프로젝션, 무선 충전 패드, 트라이 풀 오토 에어컨, 자동 주차 등 편의 장비가 제공된다. 분리가 가능한 인피니티 루프 또한 특징, 시원한 투명 스카이 패널로 개방감을 확보한다.


뒷좌석 공간이다. 차체 형식상으로 크기 대비 실내 공간이 넓은 편은 아니다. 특히 차량 전고에 비해 캐빈 룸의 높이는 평범한 수준이다. 그래도 차량 덩치가 있으니 4명이 온전하게 탑승할 수 있고, 뒷좌석을 위한 시트 열선과 독립 공조장치 등 편의 옵션이 구성된다. 그리고 측면 벨트라인이 낮아 시야는 트여있으며, 2열 인피니티 루프 역시 손쉽게 개방할 수 있다. 허머 EV의 테일게이트는 스윙 타입으로, 전동 조작은 물론 윈드 실드까지 원터치 개방이 가능하다. 특히 전방 트렁크 공간이 319L 용량으로 굉장히 넓다. 실사용에는 프렁크가 더욱 편리했다.

독특하고 거대한 비율 자체가 헤리티지라 언급했다. 웬만한 도심지 주차장에는 전폭을 꽉 채우거나 넘어서눈 수준이다. 일부 주차장은 스페어 타이어로 인해 스토퍼보다 벽이 더 가깝다. 더구나 에어 라이드 서스펜션을 활용해 지상고를 높인다면 시그니처와 같은 LED 바가 성인 눈높이에 맞춰진다. 그 어디에서든 시선을 이끄는 강렬한 존재감이다. 그토록 정통파 오프로더 '허머'의 감성을 가감 없이 표현한 차량인데, 쾌적하면서도 편안한 실내 공간은 더욱 반전적인 결과물이다.심지어는 승하차 시 스스로 지상고를 낮춰주기도 하고, 한국 GM의 '온스타'서비스도 지원한다. 따로 시동과 예열 과정을 거칠 필요도 없다.

허머 EV 2X에는 시스템 합산 425kW 급 듀얼 모터가 탑재된다. 단순 환산으로 최고 출력 578Hp 최대 토크 84.6kg.m 수준의 강력한 퍼포먼스를 발휘한다. 특히 전동기 특성상 최대 토크가 곧바로 출력되고, 별도의 변속 과정도 없어 체감 가속은 더욱 강렬하다. 비공식 제로백은 4초 중반대에 머문다. 배터리 팩 용량은 더욱 놀랍다. 무려 170kWh 급, LG엔솔과 GM 합작사 얼티엄 셀을 채택했다. 그에 따른 공차중량은 3820Kg으로 역대 승용 차량 중 최고 수준이다. 복합 인증 주행 거리는 512Km로 넉넉한 편, 최대 300kW 급 초급속 충전을 지원한다.

승차감은 험악한 외모치고 굉장히 편안했다. 섀시는 어댑티브 에어 라이드 서스펜션과 리얼타임 댐핑 시스템으로 구성되는데, 약 4톤에 가까운 차체 중량을 안정적으로 받쳐준다. 포장도로에서 진동과 소음은 없고, 특히 방지턱이나 깊은 요철을 넘는 느낌이 완벽에 가깝다. 진입 충격은 효과적으로 흡수하면서도, 방지턱을 넘어서면 강한 댐핑력을 곧바로 복원한다. 덕분에 차체는 쏠림이나 리바운드 없이 안정적으로 장애물을 통과했다. 물론 급가속이나 제동 시 발생하는 다이브 현상 억제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지만, 일상적인 온로드 세팅이 이 정도로 편안할 줄은 몰랐다.

역시 고중량 차체와 에어 서스펜션 세팅은 북미 태생 브랜드 GMC의 전문 영역인 것 같다. 사실 무거운 중량은 승차감보다도 가속감에 더욱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고성능 전기차다. 마찬가지로 4톤에 가까운 중량은 전혀 체감할 수 없고, 모터는 엑셀 반응에 선형적으로 반응한다. 응답성도 예민하게 조율된 편이다. 별도의 스포츠 모드는 없지만, 그래서 더욱 편리한 주행이 가능했다. 속력에 관계없이 필요에 따른 강력한 토크를 언제든 발휘할 수 있다. 실제 휠 토크가 정말 강하기 때문에 급가속 초반에는 조향 개입이 어려운 수준이다.

무게가 체감 가는 유일한 상황은 제동이었다. 역시 단점은 아니다. 워낙 차량이 무겁다 보니 탄력 주행거리가 짧아, 회생제동을 꺼도 페달을 꾸준히 밟아줄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회생제동을 통한 원페달 드라이빙도 가능하고, 좌측 패들 시프트를 작동하면 일시적인 회생제동 개입도 가능하다. 오직 핸드브레이크를 활용한 감속과 정차도 가능했다. 전기차의 PE 시스템은 출력 전개와 유지비 절감 측면의 혜택이 크지만, 이런 고중량 차량에서는 회생제동 기능 역시도 상당한 메리트다. 제동 거리를 줄이고, 브레이크 마모나 안전성을 크게 개선하게 된다.

전폭이 부담일까 싶었지만 실제 도로주행도 상당히 편했다. 지상고를 높이면 시야도 편하고, 우측 사각지대가 형성되지만 HD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가 실시간 화면을 송출해 준다. 바디 온 프레임 SUV는 회전반경이 길다는 불편함이 뒤따르지만, 허머 EV는 다르다. 체감 회전 반경은 웬만한 준중형 SUV보다도 짧다. 이는 전자식 4륜 조향 기능이 탑재된 덕분이다. 허머 EV의 후륜 조향 시스템은 최대 10도의 조향각을 제공하고, 전후 독립 제어를 통한 회전반경 축소와 각종 주행 모드를 지원했다. 복잡한 골목길 진입도 예상보다 훨씬 수월했다.

칭찬 일색인 것 같지만 실제로도 만족감이 정말 높았다. 물론 2억원대 SUV라고 감안하면 불편감은 크겠지만, 정통 오프로더에 대한 기대치를 크게 상회한 것이다. 고속 안정성과 정숙성마저도 기대 이상이었다. 마찬가지로 고중량 차체로 인해 안정성이 불안할 것이라 예측했지만, 오히려 차체 하단에 배치된 배터리 팩이 낮은 무게 중심을 잡아준다. 회두성이 기민하진 않더라도, 적정 속력에서는 충분히 즉답적인 코너링이 가능했다. 스티어링 휠도 적당한 무게감으로 조율되어 있고, 에어 라이드 서스펜션은 편안함과 동시에 롤을 억제한다.

고속 주행에서도 펀치력은 강렬했다. 구동력은 네 바퀴에 안정적으로 배분되며, 어느 한쪽에 중량이 과중되는 느낌도 적다. 또한 엑셀을 지그시 밟으면 마치 내연기관의 부밍음같은 인위적인 사운드로 피드백을 주기도 한다. 시속 100Km 이상의 고속 영역에서 발생하는 루프 부근 풍절음은 어쩔 수 없지만, 이만하면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보다 일상적인 속력에서는 정숙성도 강점이라 볼 만하다. 그리고 GM한국사업장의 핸즈프리 운전자 보조 시스템 '슈퍼크루즈'를 지원하는 점은 장거리 여행 시 큰 편의를 더해준다.

실제 슈퍼크루즈는 스티어링 휠에 파지하지 않아도 ADAS 주행 상황을 유지한다. 신기한 점은 전용 차로도 준수한다는 점, 앞 차량 속도가 느리다고 판단하면 스스로 자동 차로 변경을 진행했다. 이런 변수 상황이나 시스템 중단 시에는 시트의 진동 경보기가 직관적으로 운전자에게 알린다. 역시 에어 라이드 서스펜션의 부드러운 승차감과 기대 이상의 정숙성 덕분에 크루징 운전 시 피로도가 굉장히 낮았다. 떠오르는 아쉬운 점이라면 음향 성능이 조금 더 풍부했으면 하는 것, 그 정도로 주행의 기본기에는 기대 이상의 성능이었다.

하나, 고속에서 급감하는 전비는 어쩔 수 없다. 1kWh 당 2km 대에 머문다. 물론 도심에서는 3km 대 중반, 전비 운전 시 4km에 가까운 효율성이 확보되기도 한다. 일반 중형 전기 SUV에 딱 절반 수준이라 보면 된다. 복합 인증 주행거리는 512Km 지만, 계측된 평소 주행 습관대로면 500Km 후반대 정도의 1회 충전 주행거리가 나타났다. 시내 주행 위주라면 600Km 이상도 가능해 보인다. 800V 시스템으로 이론상 10분 급속 충전 시 161Km 운행이 가능하다. 하나, 워낙 배터리 용량 자체가 크다 보니 완속 충전 시에는 20시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정통 오프로더라면 역시 험로가 주 무대와 같다. 비포장도로에서 허머 EV의 진가도 어느 정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허머 EV의 주행모드는 일반과 개인 설정, 그리고 오프로드, 견인, 터레인 총 5가지 모드가 구성된다. 지상고 상향 조정으로 웬만한 험로는 부담 없이 통과가 가능한데, TCS가 차단되는 오프로드 모드에서는 최고 지상고 설정도 가능했다. 지상고가 상승 폭이 가장 크다. 차체에 오르내리기가 힘겨운 수준, 전기모터의 강력한 토크와 AWD 시스템이 맞물려 웬만한 비포장도로는 정말 손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


참고로 오프로드 모드에서는 서스펜션 강도가 굉장히 단단해진다. 상하 운동도 억제되고, 댐핑력이 정말 강해진다. 때문에 노면에 대한 피드백도 직관적이고, 뛰어난 접지력으로 추진력을 얻는다. 사실 전기차라 하면 배터리 팩 손상에 대한 우려가 생길 수 있다. 차체 하부는 고강도 강판과 볼트로 꼼꼼하게 마감되어 있는 모습, 실제 차량 기동이 불가능한 수준의 외력이 아니라면 웬만한 충격으로는 손상되지 않겠다. 물론 허머 EV는 일종의 패션카로서도 충분한 존재감과 메리트, 무엇보다 편안함을 가진 SUV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크랩 모드'와 '킹 크랩 모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크랩 모드는 최대 10도까지 꺾이는 후륜 조향축과 전륜 조향축이 같은 방향으로 주행하는 기능이다. 차체는 정면을 바라본 채 사선으로 움직일 수 있다. 주행모드 버튼을 꾹 누르면 작동되며, 연속된 장애물이나 좁은 골목길을 통과할 때 편리하다. 실제 운전자 입장에서는 마치 드리프트 선회를 하는 것 같은 이질적이고 부드러운 주행성이 느껴진다. 킹크랩 모드는 전륜보다 후륜 구동력을 의도적으로 높게 배분하여, 회전반경을 극단적으로 줄여주는 기능이다.

그렇듯 온로드와 오프로드 모두 최적의 주행 성능을 제공해 주는 허머 EV였다. 심지어 여행지를 향해가는 과정 속에서도 '슈퍼크루즈'라는 뛰어난 ADAS가 편안한 여정을 돕는다. 목적지에서는 인피니티 루프와 센터 바를 탈거하여 오픈에어링의 자유를 누릴 수도 있다. 하드탑 루프는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로 제작되어, 생각보다 무게가 가볍도 탈부착도 쉬웠다. 전방 트렁크에 깔끔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허머 EV는 프레임리스 도어를 채택, 원터치로 리어 윈드 실드 개방이 가능하다는 점도 더욱 낭만적인 여정을 경험하게 해주었다.


실내 공간 배치와 소재는 전형적인 미국의 럭셔리 SUV 감성이었다. 각종 액세서리를 통해 너무 단조롭지는 않게, 직관적이고 세련된 인테리어 구성을 제공한다. 물론 일부 단점도 존재할 수는 있다. 측면 카메라 작동 시 순간적으로 내비게이션 화면이 중단된다는 것, 따로 HUD도 없으니 미리 길 안내를 파악해둬야 했다. 혹은 가격 대비 편의 장비 수준이 아쉽긴 하다. 물론 오프로더의 관점으로 따져본다면 차고 넘치는 옵션이다. 스페어타이어로 인해 테일게이트 사용에 제약이 있고, 차체 제원 대비 실내 공간이 좁은 것도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감성' 하나로 모든 게 용인된다. 특히나 허머의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외관 디자인만으로도 GMC 허머 EV의 매력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배기량 스포츠 카나 SUV의 카랑카랑한 배기음이 없더라도, 커다란 덩치와 강인한 실루엣만으로 지나가는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처럼 조용한 존재감이야말로 소위 말하는 하차감을 누리기에 최적이다. 데일리 카로도 부담 없는 승차감과 편의성, 경제성, 실용성, 희소성 등 모든 요건을 따져보면 허머 EV처럼 다방면의 장점을 가진 패션카가 또 있을까 싶은 결론이었다.

GMC 허머 EV SUV 2X를 장기간 시승했다. 허머의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외관은 강인한 존재감과 세련미를 적절히 구현했다. 특히 독특한 비율과 덩치 만으로도 캐릭터는 분명하다. 직관적인 실내 공간은 디지털 친화적이면서도, 알루미늄 마감을 더해 미국적인 멋을 살려냈다. 전기 시스템과 에어 서스펜션의 조화는 이상적이다. 무엇보다 온로드와 오프로드 세팅은 이율 배반적인 관계이지만, 허머 EV는 그 모든 분야에서 수준급의 완성도를 보였다. 전기차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각 장르 간의 경계는 완전히 허물어졌다는 것을 실감한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