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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움이 담긴 멋, 메르세데스-벤츠 CLE 450 4matic 카브리올레 시승기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브랜드에 따라 선호도가 높은 차종은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한 반면, 소외받는 차종의 판매 점유율은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자동차는 전적으로 규모 경제에 의존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단순한 가격 경쟁력으로는 승부를 보기 어렵다. 잔존가치 때문가 이를 뒷받침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자동차는 자산이면서도 소모품이다. 특히 한국 소비자들은 중개 금융을 통해 자동차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리스나 렌트 상품은 차량 가격만큼 잔존가치에 따른 원리금 부담이 상이하다.

한국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은 수입차 브랜드는 테슬라, BMW, 그리고 메르세데스-벤츠를 예로 든다. 그룹사 판매량으로 볼 때 상위 3위 안에 드는 기업이다. 특히 테슬라 모델 Y나 BMW X5,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같은 인기 차종은 감가율이 적은 편이. 반면 인기 브랜드 중에서도 '2도어' 형식의 쿠페는 높은 판매량을 기대하기 어렵다. 선호도가 저조하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히는 오픈카를 로망으로 삼는 소비자들이 많더라도, 실제 구매로 연결되기는 어렵다. 사실상 2인용 자동차에 6천만원 이상의 현금을 부담할 수 있는 여건 자체가 매우 드물다.

그런 측면에서 메르세데스-벤츠 CLE 클래스의 성과는 놀랍다. CLE 클래스는 E클래스 C클래스 쿠페의 라인업 통합 전략으로 탄생한 D 세그먼트급 쿠페로, 2023년 글로벌 시장에 공개된다. 한국 시장에서는 2024부터 판매되는데, 1년간 온전히 판매한 지난해 판매량은 3,316대였다. 참고로 같은 기간 C클래스가 2,596를 판매했다. 즉, 2도어 쿠페가 4도어 세단의 실적을 추월한 셈이다. 물론 C클래스의 실적이 너무 저조하기도 했지만, 2도어 모델로만 따지면 후순위 차종 4시리즈보다 2배 이상의 격차를 남겼다.

시승 차량은 메르세데스-벤츠 CLE 카브리올레 CLE 450 4matic AMG 라인 트림이다. 국내 출시되는 CLE 모델은 전 사양 AMG 라인 디자인이 기본, 카브리올레는 소프트탑 컨버터블을 의미한다. CLE 450은 AMG를 제외한 일반 라인업 중 최상위 모델로 직렬 6기통 엔진과 9단 토크컨버터, 48V EQ 부스트를 채택했다. 그 외 CLE450 전용 옵션으로 AWD, 리어 액슬 스티어링, 20인치 휠이 제공되며, 실내 마감으로는 나파가죽 시트와 우드 트림, 편의 옵션으로는 멀티 컨투어 시트, 부메스터 스피커, HUD, 에너자이징& 에어퀄리티 패키지 등 추가된다.

메르세데스-벤츠 CLE 클래스는 C클래스와 E클래스의 포지션을 흡수한 중형 쿠페다. 디자인만 바라보자면 C클래스와 유사하지만, 덩치는 확실하게 커졌다. 그리고 C클래스의 디자인 자체가 E클래스보다는 역동적인 감각을 지향했기도 한다. 프레임이 없는 싱글 루브르 그릴과 역삼각형 형태의 헤드램프로 공격적인 샤크 노즈 스타일을 구현했다. 참고로 헤드 램프는 디지털 LED 타입, 정교한 디자인만큼 선명한 시인성을 보장한다. AMG 라인이 기본 적용되면서 범퍼는 거대한 에어 인테이크와 공격적인 스커트 형상으로 마감된다.

쿠페의 핵심은 측면이다. D 세그먼트급 쿠페인 만큼 길게 뻗어있는 휠베이스와 리어 오버행, 그리고 보닛이 여유로운 분위기를 구현해 준다. 소프트탑 카브리올레인 만큼 패스트 백의 수려한 라인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짧게 분리되어 있는 데크와 완만한 숄더 라인은 쿠페의 역동성을 담고 있다. 캐릭터 라인은 간결하지만 앞뒤 펜더의 볼륨감이 살아있어 입체감은 확실하다. 그리고 A필러와 벨트라인 전체를 감싸는 은색 몰딩이 오픈탑 쿠페만의 매력을 살려준다.

CLE450 트림은 20인치 멀티 스포크 휠이 적용된다. 스포크가 촘촘하게 교차하는 디자인은 스포티하다기 보다는 클래식함과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테일램프는 곡면으로 마감된 후면부에 자연스레 스며드는 형태다. LED를 좌우로 감싸 더욱 전폭이 넓어 보이도록 유도한다. 번호판을 범퍼에 배치하고, 매끄러운 곡면 형상을 강조하는 것 역시 쿠페 라인업의 전통이다. 후방카메라는 엠블럼에 통합된다. 범퍼에도 듀얼 머플러 팁과 에어 인테이크, 디퓨저 등 디자인 요소들이 가득하나 과시적인 느낌은 아니다.

실내 공간이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11.9인치 센터 스크린, 그리고 대화면 HUD로 인터페이스를 구축한다. 운영체제는 3세대 MBUX, 그리고 센터 스크린은 최대 40도까지 기울기 조정이 가능해 빛반사를 줄여준다. 비상등이나 볼륨 같은 주요 물리 버튼만 구분했고, 센터 콘솔에는 소프트탑 개방 버튼이 배치된다. AMG D 컷 스티어링 휠은 그립이 두껍고, 칼럼 타입 기어 레버는 동일한 방식이다. 멀티 컨투어 시트의 편안함이나 우드트림의 고급스러움, 그리고 메르세데스-벤츠 특유의 64색 멀티 앰비언트 라이트는 공간의 화려함을 극대화한다.

CLE 카브리올레는 에어캡 기능과 에어 스카프 기능 적용으로 1열 탑승객은 공기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리고 CLE 클래스로 통합하여, 기존 C클래스 대비 2열 레그룸은 74mm나 확장되었다. 루프라인도 길게 뻗어있는 형태라 각도가 높은 시트 포지션을 제외하면, 공간 자체는 성인이 탑승하기에도 충분하다. 물론 불편함과는 별개다. 트렁크 공간은 최대 385L, 소프트탑 면적이 넓다 보니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편이긴 하다. 대신 2열 시트를 접어 적재 면적을 확장할 수 있다.

CLE450 4matic 카브리올레에는 배기량 3.0L급 직렬 6기통 가솔린 싱글 터보 엔진이 채택된다. 추가로 최대 17kW의 출력을 더하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EQ 부스트'가 적용되었다. 최고 출력은 381hp 최대 토크 51kg.m 수준이다. 변속기로는 9단 토크컨버터가 맞물리며, 후륜 기반 전자식 사륜구동 4matic 시스템을 탑재한다. 카브리올레는 하드탑 쿠페 대비 90kg 정도 무거워진 2,025kg의 공차중량을 갖춘다. 그에 따른 복합 연비는 10.7km/l로 인증을 받았다. EQ 부스트 덕분에 엔진 시동을 거는 느낌이 부드럽고 정숙하다.

CLE450은 직렬 6기통 엔진을 채택한 만큼 부드럽고 정숙한 가속감을 보여준다. 나름 고출력 엔진이지만 출력 전개는 굉장히 묵직하고 부드럽다. 엔진으로부터 느껴지는 진동과 소음이 굉장히 산뜻했다. 잘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기도 하지만, 자사 2.0L 4기통 엔진보다는 체감 폭이 매우 크게 조용하다. 특히나 터보 엔진을 채택했음에도 일상 주행에서는 RPM이 낮고 안정적으로 여유로운 가속감을 유지했다. 9단 자동변속기 역시 기민함보다는 편안함을 전해주는 편, 물론 그런 부드러운 변속감을 위해 파워트레인은 짜임새 있게 움직일 것이다.

승차감은 부드럽다. CLE450에는 다이내믹 바디 컨트롤 서스펜션이 채택되며, 지형 감응형 전자제어식 댐퍼라고 볼 수 있다. 코일 스프링에 낮은 롤 스트로크, 그리고 20인치 휠의 조합으로 승차감은 딱딱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와 달랐다. 생각보다 노면 소음과 진동을 부드럽게 흡수하고, 방지턱이나 요철에서만 충격이 올라올 뿐이다.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묵직한 차체를 부드럽게 받아주는 느낌이었고, 그 감각이 단단하게 조율된 에어매틱 서스펜션을 시승하는 것 같았다.

물론 그만큼 스포츠 쿠페의 날카로움과는 거리가 있긴 했다. 직진 안정성은 훌륭하지만, 묵직한 스티어링 감각에 비해 회두성은 아쉽다. 아무래도 소프트탑 카브리올레는 차체 강성도 약하다 보니 고속 선회에서는 소극적으로 주행하게 된다. 여유를 두고 주행해야 한다. 특히 후륜을 최대 2.5도 각도까지 꺾어주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 기능을 포함하는데,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크게 체감 가지 않았다. 약간의 안정성을 보정해 주고, U턴에서 회전반경을 조율해 주는 역할 정도로 생각해야겠다.

대신 스포츠 주행 모드에서는 차량의 성격이 급변한다. 서스펜션은 체감 갈 정도로 감쇠력이 높아지고, 부드럽던 엔진 사운드도 제법 굵은 음색을 나타낸다. 특히 한없이 부드럽던 변속기가 고 RPM을 공격적으로 활용한다. 그 덕분에 확실히 코너에서의 안정성이나 핸들링 반응, 무엇보다 가속성능이 확실히 민첩해진다. 제로백 4.7, 폭발적인 가속력이다. 하나, 차량이 너무 똑똑하다는 느낌은 여전하다. 날카로움보다는 럭셔리 세단의 DNA를 이어가는 느낌, 치솟는 계기판에 비해 차량은 매우 온전하고 코너에서의 진입과 탈출도 안정적인 트랙션을 유도했다.

스포츠 쿠페보다는 세단의 주행성에 가깝다 표현했지만 CLE 클래스의 지향점 자체가 그럴 수 있다. 별개 AMG 라인업이 존재하기도 하고, CLE450은 6기통 엔진의 공격성보다는 정숙성과 여유로움 그 자체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특히 카브리올레는 에어캡 기능과 함께 사시사철 낭만적이고 여유로운 오픈 에어링이 가능하다. 물론 달리고자 할 때는 충분한 펀치력을 보태준다. 무엇보다 소프트탑 컨버터블치고 정숙성도 훌륭했다. 시속 100Km 미만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C 필러 부근 풍절음을 제하면 준수하고, 그마저도 불편하진 않다.

일상 용도에 효율성도 나쁘지 않다. 2시간 가까운 정체 구간에서 8Km/L가 넘는 연비를 기록했는데, EQ 부스트가 초반 동력 손실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고전압 시동 모터로 ISG의 개입도 부드럽다. 고속 연비는 12~14 Km/l에 머문다. 반면 아쉬운 점이라면 부메스터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의 음향 성능이 기대 이하였는데, 컨버터블이다 보니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그 외 미디어 기능이나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플러스, 주차 어시스트 플러스 등 주행보조 장비는 적재적소의 위치에서 작동하며 운전하는 내내 편의와 안전을 효과적으로 도왔다.

메르세데스-벤츠 CLE 450 카브리올레를 시승했다. 최근 출시하는 브랜드 라인업 중 가장 조화롭고 세련된 디자인을 보여준다. 샤크 노즈 스타일의 날카로움과 중형 쿠페의 멋을 잘 살려냈다. 고급스러운 실내 공간 역시 독보적이다. 직렬 6기통 엔진은 긴장감보다는 여유로움에 초점을 두며, 물론 출력 자체는 차고 넘치는 수준이다. 다만 편안한 승차감 역시 운전의 재미 보다는 낭만을 일깨운다는 점, 지향점을 명확히 한다. 예로부터 고가의 승용차는 기능만큼 무형의 가치, 그중에서도 '멋'에 대한 동경심을 채워주기에 적격인 차량이다.

글/사진: 유현태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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