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3개월간 볼보 자동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에 비해 약 4% 가량 소폭 감소했다. 그럼에도 성장 모멘텀은 더욱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글로벌 판매량 하락세의 원인이 중국 시장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레거시 브랜드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 반대로 해석하면 중국 시장 의존도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른 한 가지는 전동화 모델의 판매량은 오히려 늘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순수 전기자동차 판매량은 무려 21%나 증가했으며, 전체 판매량의 과반 이상을 PHEV와 BEV 등 전동화 모델이 차지했다.

볼보 자동차의 전동화 전략은 대한민국 시장에서도 통용된다. 지난 6월, 볼보 자동차 코리아의 순수 전기차 EX30은 총 900여대 이상을 판매하며, 브랜드 판매량 1위를 달성한 바 있다. 그렇다고 기존 내연기관 라인업의 판매 실적이 크게 감소한 것도 아니다. 자국 브랜드와 달리 국고 보조금 의존도가 높은 것 또한 아니었다. 2026년 하반기부터는 비로소 90클러스터의 순수 EV 모델의 정식 인도가 시작된다. 볼보 자동차 코리아는 올해 ES90과 EX90의 판매 목표를 1000대로 설정했으며, 2027년은 합산 3000대를 고지로 한다.

다시말해 볼보 자동차는 전동화 로드맵을 실제로 감행하는 몇 없는 레거시 브랜드다. 핵심은 선도적인 전동화 플랫폼 구축과 탈 내연기관 전략이었고, 특히 대한민국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에서의 우위를 점한다. EX90의 판매 시작 가격은 기존 XC90 PHEV보다도 낮은 수준, 심지어 북미 시장보다도 최대 1700만 원 가량 저렴하다. 비단 가격만이 경쟁력을 시사하진 않는다. 오직 전기차를 위한 디자인과 섀시, 듀얼 챔버 에어서스펜션, 휴긴 코어 탑재, 6인승 레이아웃 적용 등 전기차로서의 가치와 소프트웨어 유닛은 동급 최고 수준에 가깝다.


시승 차량은 볼보 EX90 트윈모터 퍼포먼스 울트라 7인승 트림이다. EX90 퍼포먼스는 기본 EX90 트윈 모터에 비해, 최고 출력이 165kW 강화되고 22인치 5 -Y 스포크 휠이 적용된다. 가격은 대략 500만 원 높다. 또한 울트라는 기본 플러스 트림에 비해 약 1000만 원이 높고, 다양한 옵션이 추가된다. 에어 서스펜션, 일렉트로크로믹 글라스 루프, 픽셀 LED 헤드 램프, B&W 사운드 시스템, 나파 가죽 시트, 1열 마사지 시트, 소프트 도어 클로징, 22인치 에어로 휠 등을 포함한다. 시승 차량 가격은 1억 2120만 원으로, 6인승은 200만 원이 높다.

볼보 EX90의 디자인은 기존 브랜드 헤리티지와 더불어 공기역학을 최적화한 형태에 가깝다. 우선 전면에서는 기존 볼보의 사선형 '아이언 엠블럼'을 유지하는 대신,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을 생략한다. 특히 픽셀 LED 헤드 램프는 기존의 T자형 DRL이 더욱 두껍고 정교하게 자리 잡는다. 헤드 램프를 켜면 DRL이 전개되는 모습도 신비하다. 범퍼 양 끝단에도 DRL 라인을 연결하여 차량이 더욱 넓고 웅장해 보일 수 있도록 유도한다. 기존 라디에이터 그릴의 역할은 범퍼 중심의 에어 인테이크가 대신하며, 모서리 라인을 마감하는 크롬 소재가 고급감을 더해준다.

측면 디자인이다. EX90은 SPA2 겸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며, 이질감 없이 대담하고 역동적인 비율을 보여준다. 길게 뻗은 휠베이스와 리어 오버행의 균형이 훌륭하고, 또 길게 연장된 보닛은 패밀리 SUV의 실루엣에 역동성을 부여하는 핵심이다. 휠 아치 라인과 두꺼운 웨이스트 라인 등 듬직한 캐릭터 라인도 매력적이다. 이번 EX90은 하이글로시 블랙 몰딩과 프레임리스 사이드미러, 플러시 타입 도어 핸들, 그리고 바디 컬러 클래딩 등 디테일 요소들이 세련미를 보강해 준다. 특히 클램셀 타입의 보닛은 분할선을 최소화한 심리스 디자인을 구현한다.

휠 하우스의 볼륨과 유연한 웨이스트라인도 매력적이다. 대담하면서도 역동적인 실루엣은 실제 0.29 Cd라는 세단 수준의 항력계수에 이점을 더한다. 이번 '퍼포먼스'트림은 전용 5스포크 디자인 22인치 휠이 채택된다. 휠 하우스를 넉넉하게 채우면서도, EX90의 커다란 덩치가 실감 간다. 후면 디자인의 경우 기존 볼보의 '버티컬 리어램프' 디자인을 분리형으로 구성하며 재해석했다. 덕분에 멀리서 보아도 제동등의 시인성을 확보하면서도, 차량은 더욱 낮고 넓어 보이는 인상이다. 리어 범퍼 역시 크롬 데코와 함께 깔끔하게 마감된다.


실내 공간은 9인치 LCD 클러스터와 14.5인치 센터 디스플레이, 그리고 HUD로 인터페이스를 구축한다. 중앙 스크린이 확대되며 센터패시아는 전부 터치식으로 변경된다. 휴긴 코어 기반의 VOLVO Car UX는 t맵과 웨일 등 한국 최적화 UI와 앱 서비스, 무선 업데이트를 지원한다. 센터 콘솔은 볼륨 다이얼과 수납공간으로 구성되었고, 변속기는 칼럼 레버 타입이다. 대시보드의 도어 우드 트림에는 선라이크 LED가 내장되었고, 나파 스티어링 휠과 마사지 시트는 남다른 사용감을 제공한다. 1,610W 급 B&W 하이 피델리티 사운드 시스템도 독보적이다.


볼보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소프트 클로징 도어도 적용된다. EV 플랫폼을 채택하며 2열 거주공간은 매우 넓고 쾌적하다. 바닥면이 소폭 높아지긴 했지만, 평탄한 레그룸과 함께 1열 시트 하단부 발을 둘 수 있는 공간이 굉장히 넓다. 3열 시트는 각각 슬라이딩이 가능하며, 최대로 밀면 3열 좌석도 성인이 탑승할 만한 공간이 나타난다. 2열 옵션은 시트 열선과 2존 독립 공조로 구성되며, 일렉트로크로믹 글라스 루프는 터치 한 번에 자외선 차단이 가능하다. 3열은 전동 폴딩을 지원하며, 기본 324L의 넉넉한 트렁크 용량에 하단 공간과 프렁크도 존재한다.

볼보 EX90 트윈모터 퍼포먼스에는 합산 출력 500kW급 구동 모터가 전륜과 후륜에 배치된다. 단순 환산으로는 최고 출력 680hp 최대토크 81.1Kg.m이라는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수치 상의 성능과 더불어 전기 모터의 즉답성은 더욱 민첩하지만, 대용량 배터리 탑재로 인해 공차중량이 2,730Kg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제로백은 4.2초 수준이다. 배터리 용량은 106kWh 수준으로 양극재는 NCM 타입, 제조사는 CATL이다. 퍼포먼스 트림의 국내 인증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48Km, 800V 충전 시스템으로 10%에서 80% 초급속 충전은 22분 만에 가능하다.

강력한 세일즈 포인트는 역시 승차감이다. 노면 상태에 따라 주어진 환경에서 최적의 편안함을 제공해 준다. 울트라 등급은 '액티브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되며, 듀얼 챔버 시스템으로 동작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이론상 초당 500회 수준의 감쇠력 조정이 가능하다. 도심 주행에서 접할 수 있는 사소한 요철이나 방지턱 구간의 충격은 아주 부드럽게 흡수해 주며, 벗어나는 즉시 자세를 바로잡아 준다. 특히 중량이 무거운 패밀리 SUV는 급제동 시 차체가 앞뒤로 쏠리는 다이브 현상이 불편한데, EX90은 에어 서스펜션이 알아서 불필요한 흔들림을 보정했다.

고속도로나 주차장 같은 쾌적한 노면에서는 그야말로 비단결 같은 승차감이 느껴진다. 잔잔한 요철이나 소음은 깔끔하게 삭제하고, 미세한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나아간다. 액티브 에서 서스펜션은 감쇠력에 따라 부드러움, 표준, 퍼포먼스 모드 설정이 가능한데, 일반 주행에 사용한 부드러움 모드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편안함과 동시에 불필요한 흔들림도 적절하게 억제했기 때문이다. 특히 기본 볼보 XC90과 비교를 안 할 수가 없는데, XC90은 오직 편안한 세팅에 치중했다면 EX90은 기존의 편안함을 더하면서도 주행 안정성을 확실하게 가다듬은 감각이다.

한 번 더 XC90과 비교하자면 에어 서스펜션의 세팅만큼 아키텍처 고유의 성격도 큰 차별성을 남겼다. EX90은 무려 100kWh가 넘는 대용량 배터리가 차체 하단부에 분산되어 탑재되는 만큼, 질량중심 자체가 XC90에 비해 낮고 넓게 퍼져 있다. 덕분에 고속에서의 코너링이나 급선회를 시도해도 가해지는 횡가속도 자체가 줄어들고, 훌륭한 세팅의 액티브 에어 서스펜션까지 더해져 보다 안정적인 주행성이 나타나는 셈이다. 실제 EX90의 무게 배분은 47:53으로 뒷바퀴가 더 무겁다. 그리고 국내 출시 사양은 트윈 모터가 기본이다.

모터의 반응성과 핸들링도 무게감을 구분 지을 수 있다. 또한 지상고를 40mm 높여주는 '오프로드' 모드까지 지원된다. 이번 퍼포먼스 모델은 무려 680hp라는 강력한 출력을 갖추고 있지만, 시내 주행 등 일반적인 가감속 환경에서 바로 실감이 가진 않는다. 엑셀에 대한 초반 반응은 부드럽고 묵직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편리한 주행이 가능하다. 또 강력한 회생제동 기능은 단계 조정과 액티브 모드를 지원했다. 반면 엑셀 페달을 의도적으로 깊게 밟는 순간 차량은 그야말로 저돌적으로 가속한다. 그 반응 속도도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

퍼포먼스 모드에서는 엑셀 반응이 더욱 예민해진다. 덕분에 오히려 페달 반응성 자체는 리니어 해진 느낌이고, 출력의 상한선 역시 상향되는 것 같다. 스티어링과 서스펜션도 최대 감쇠력으로 세팅된다. 모드를 바꾸는 즉시 노면 상태가 느껴지고 미세 흔들림이 줄어드는 등 차이가 분명했다. EX90이 지닌 2.7T이라는 막대한 물리량을 더욱 강력한 출력과 섀시로 지탱하는 느낌이 참 색다르다. 제로백 4.2초의 가속력은 정말로 무섭다 싶을 정도로 차량을 강력하게 몰아붙이면서도, 이를 또 액티브 에어 서스펜션은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놀라울 정도로 편안함과 역동성 모두를 제공해 주는 패밀리 SUV였다. 물론 주요 타깃 자체는 기본 패밀리 SUV를 대체할 수 있는 전기 크로스오버가 맞다. 그런 관점에서 느껴본 크루징 안정성이나 정숙성, 특히 라미네이티드 글래스가 도입되며 실내 소음과 풍절음은 매우 정숙한 편이다. 평온하고 부드러운 승차감과 더불어 완성도 높은 ADAS '파일럿 어시스트'프로그램은 기어 레버를 한 번 더 당기면 바로 활성화가 되어서 편리했다. 휴긴 코어가 적용되면서 각종 안전 장비의 반응성과 시각화 능력은 더욱 체계적이고 즉답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시승구간 64Km가 너무 짧게 느껴질 정도로 평온하면서도 놀라운 시승이었다. 또한 EX90의 세일즈 포인트는 주행 구간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역대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를 담은 바워스&윌킨스 하이 피델리티 사운드 시스템은 1열 헤드레스트 등 실내 공간 전체를 감싸는 스피커로 1,610W의 우수한 출력을 자랑하며, ABBEY ROAD 스튜디오 모드를 통해 오너가 원하는 최고의 음향 성능을 설정할 수 있다. 새롭게 적용된 선라이크 LED는 실제 우드트림 내부에서 빛을 발하는 방식으로, 은은하면서도 차분한 고급스러움을 느껴지게 한다.

사실 선라이크 LED 패턴이 주간에 주행 중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터널이나 야간 주행에서만 확실하게 고유의 패턴을 보여주는데, 원래 볼보는 눈에 대한 피로도를 최소화하기 위해 무드램프를 잘 적용하지 않아왔다. 이번 일루미네이션은 블루 라이트는 최소화하여 탑재하는 방식으로 피로감을 줄이면서도 고급감을 높였다. 전체적으로 단점이라면 터치 기반 인터페이스에 어느 정도 적응이 필요하다는 것, 처음 타면 Ui가 꽤나 복잡하고 피드백이 단순하다. 반면 적응된다면 화려한 옵션과 전기 플랫폼으로 최고의 거주 공간이 되어줄 수 있겠다.

볼보 EX90 미디어 시승회에 참석했다. 외관 디자인은 기존 아이덴티티를 더욱 상징적이면서도 간결하게 담아내고 있다. 인테리어는 디지털 친화적인 구성과 고성능 프로세서가 특징, 그렇다고 럭셔리 SUV 고유의 소재나 시각적 차별화가 빠지지 않아 훌륭했다. 액티브 에어 서스펜션을 결합한 승차감은 기대를 더욱 상회하는 수준, 기존 볼보의 편안함과 더불어 낮고 안정적인 핸들링 성능을 겸비한다. 퍼포먼스 트림의 가속력은 깊은 여운이 남는다. 패밀리 SUV의 본질적인 부드러움이나 정숙성 역시 수준급이라는 점, 전동화는 명백한 발전이었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