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6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EVS(세계 전기차 학술대회 & 전시회)에서 르노 트위지(TWIZY)를 만났다. 2012년 데뷔했고 유럽에서 총 1만5,000대 이상 판매될 정도로 인기 높은 소형 전기차다. 자동차 관점에선 부족한 점이 많지만, 도심형 대체이동수단이라는 기본 컨셉트로 볼 땐 매력이 넘친다.
글, 사진_ 이후상 기자
트위지(TWIZY)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자동차'라고 꼭 집어 부르기에는 조금 모호한 모습을 하고 있다. 경차의 2/3 수준인 폭(1,234mm)과 2,337mm에 불과한 짧은 길이의 겉모습은 언뜻 보면 지붕을 씌운 스쿠터로 오해할 만하다. 약 90만원짜리 옵션인 시져도어는 위쪽으로 멋들어지게 열리기는 하지만 측면 유리창이 없어 실외주차나 궂은 날씨의 운행은 어렵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된 이번 시승에서도 고스란히 비를 맞았다.
요즘 국산 경차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13인치 스틸 휠과 125/80 R13 규격의 타이어를 사용하고 있다.
최고속도는 80km/h에 불과해 자동차 전용도로를 이용할 수도 없고, 한 번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최대 주행거리도 약 100km(실온환경 약 80km / 저온환경 약 50km)로 장거리 주행이 불가능하다. 이렇듯 '자동차'로서의 트위지는 부정적인 부분이 많지만 '도심형 대체이동수단'이란 목적으로 살피면 매력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유럽에서 약 850만원 정도로 판매되고 있어 구매에 큰 부담이 없다. 요즘 어지간한 스쿠터도 500만원을 훌쩍 넘는 상황을 고려할 때 트위지의 가격 경쟁력은 충분하다. 복잡한 도심에선 작은 체구가 큰 장점이 된다. 보통 승용차 기준의 주차 라인에 트위지 3대가 들어간다. 전기를 쓰기에 기름값 걱정도 없고, 전기료도 한 달 담뱃값 정도에 불과한 것도 매력적이다.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는 가정용 전원으로 3시간 반이 걸린다.
혼자만 타도 꽉 찰 것으로 보이는 트위지는 놀랍게도 2인승이다. 7인승 MPV의 3열보다 더 형식적인 2열이지만, 어린이는 무난하게 탈 수 있다. 2열 좌석을 없애고 수납공간을 늘린 카고 모델도 있다.
트렁크는 기내형 캐리어 정도를 넣을 수 있는 크기이다.
트위지의 실내는 딱 필요한 것만 갖췄다. 스티어링 휠, 페달, 주차 브레이크, 안전벨트, 램프 조작부, 와이퍼 조작부, 기어 조작부, 비상등 스위치, 키박스, 계기판, 도어캐치 등이 전부다. 측면 유리는 물론이고 룸미러와 도어락까지 생략했다.
답답한 후방 시야를 직접 경험하니 창이 없는 이유를 알겠다. 후진할 때는 그냥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보라는 것.
브레이크를 떼면 슬금슬금 앞으로 나가는 클리핑 현상이 없어 일반 자동변속기와 이질감이 든다. 출발할 때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라는 안내를 받긴 했지만, 혹시나 싶은 마음에 일반 승용차를 운전하듯 30% 정도만 밟으니 마치 클리핑 주행을 하는 듯 움직임이 영 시원치 않다. 가속페달을 힘껏 밟아야 정상적인 가속이 가능하다.
일단 출발하면 움직임이 답답하지 않다. 작은 차체에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구조라 재미가 상당하다. 물론 주행하는 느낌이 일반차와 달라 약간의 적응 기간은 필요하다. 스티어링과 브레이크 페달이 좀 무거워 여성에겐 부담될 수 있겠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시승한 트위지는 테스트용으로 들여온 것이며 국내 판매가 결정되면 몇 가지 개선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삼성 사장은 "현재 유관 부처와 트위지 출시를 위한 법규 개정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옆면 창, 도어락 장치 정도만 개선된다면 국내에서도 도심형 이동수단으로 충분히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