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가 2026년형 트레일블레이저를 출시했습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한국GM 부평 공장에서 만들어져 미국으로 수출되는 모델로 출시 이후 57만 대 이상 팔렸습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함께 한국GM의 해외 판매를 책임지는 모델이기도 한데요. 한국에선 그 매력이 유독 두드러지지 않는 듯합니다.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4200여 대. 6만 대 이상 팔린 셀토스의 7% 정도되는 수치입니다.
신차를 앞세워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르노와 KGM과 달리 한국GM은 심연(?)으로 향하는 듯 보이는데요.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과 서비스로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합니다. 신차는 아니지만 연식변경을 거친 트레일블레이저엔 한국GM의 의지가 얼마나 담겨있을까요?
달라진 건?
먼저 가격부터. 개별소비세 3.5% 기준 프리미어 트림은 2757만 원, RS는 3052만 원부터 시작합니다. 동결된 가격입니다. 액티브 리미티드 에디션과 액티브 리미티드 에디션 AWD는 각각 3250만 원, 3565만 원. 액티브 한정판 구매하면 여행용 캐리어를 선물해 준다고 합니다.
외관 컬러의 소소한 변화도 있긴 합니다. 2024년형 모델에서 나름 수요가 많았던 피스타치오 카키가 부활했습니다. 단, 액티브 한정판 트림에서만 선택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다른 신규 컬러로는 모카치노 베이지가 있는데요. 올해 컬러 트렌드 모카무스와 같은 흐름을 공유하는 색상이라는 게 쉐보레의 설명입니다.
쉐보레가 내세우는 2026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의 강점도 같이 전하자면 이렇습니다. 첫 번째는 1.35L E-Turbo 엔진과 9단 자동 변속기가 맞물려 발휘되는 주행 성능. 최고 출력은 156마력, 최대 토크는 24.1kg·m. 주행 중 전륜/사륜 모드로 전환도 가능한 스위처블 AWD 시스템도 강조하더군요. 11인치 컬러 터치스크린, 무선 폰 프로젝션, 온스타(OnStar) 서비스는 모든 트림에 기본으로 적용되고요.
경쟁력은 얼마나?
지난달 현대자동차의 소형 SUV 코나도 상품성이 개선된 모델이 출시되었는데요. 기본 트림인 모던의 가격은 변함없으며, 모던 플러스 트림을 기반으로 한 H-Pick 트림이 추가됐고 일부 사양이 기본 적용된 것이 특징입니다. 가솔린 1.6 모델 기준 시작 가격은 2478만 원. 가장 높은 트림인 인스퍼레이션은 3034만 원부터 시작하고요. 비슷한 시기 재정비해서 돌아온 두 차, 코나와 트레일블레이저를 가볍게 견주어 보겠습니다.
1. 제원
가격은 트레일블레이저가 코나보다 비싼데요. 기본으로 적용되는 것들이 많아서 그런 걸까요? 구성은 뒤에서 더 살펴보겠습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출시 당시부터 소형 SUV 카테고리에선 동급치고 꽤나 큰 덩치를 자랑했었죠. 지금도 코나보단 길고 높습니만 너비나 휠베이스는 그렇지 못합니다. 3기통 가솔린 엔진 하나밖에 없는 파워트레인은 트레일블레이저의 약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듯 한데요. 이에 반해 코나는 가솔린 1.6 터보를 비롯해 가솔린 2.0, 하이브리드, 일렉트릭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코나는 최고출력, 최대토크, 연비에서도 트레일블레이저보다 나은 수치를 보여줍니다.
2. 안전 / 지능형 안전 기술
두 차 모두 에어백은 6개입니다. 트레일블레이저 에어백은 운전석, 동반석, 사이드, 커튼, 코나는 1열 어드밴스드, 사이드, 전복 대응 커튼. 지능형 안전 기술을 보면 차선 이탈 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전방 충돌 감지 및 제동 등 필수적인 것들은 빠지지 않습니다. 2열 승객 알림이나 하이빔 보조와 같은 기능들도 포함되어 있고요. 하지만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나 후측방 충돌 경고와 같은 주행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여주는 기술은 기본 적용되지 않습니다.
3. 외관 / 실내
헤드램프부터 주간 주행등, 보조 제동등, 테일램프까지 모두 다 LED로 적용됩니다. 참고로 트레일블레이저의 헤드램프는 프로젝션, 코나는 MFR 타입. 두 차 모두 휠은 17인치입니다. 차음 유리는 윈드 실드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자외선 차단 유리는 트레일블레이저에만. 실버 컬러 로워 범퍼 가니쉬랑 루프랙도 마찬가지. 트레일블레이저 프리미어 트림에서 선택 가능한 외관 색상은 퓨어 화이트, 모던 블랙, 스털링 그레이 등 총 3가지. 코나는 7가지 컬러 중 고를 수 있습니다.
안에서는 클러스터의 크기 차이가 눈에 띕니다. 트레일블레이저의 실내는 젯 블랙과 빅토리아 헤링본 포인트 인테리어가 적용됩니다. 시트, 스티어링 휠 모두 소재는 인조 가죽. 1열과 2열 시트에 열선 기능은 기본이고 2열 6:4 폴딩도 가능합니다. 코나의 인테리어 컬러는 그레이나 블랙 중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스티어링 휠은 가죽입니다. 시트는 인조 가죽. 1열에 열선 시트는 있지만 2열은 없습니다. 2열 6:4 폴딩 기능은 지원하고요.
4. 편의 / 인포테인먼트
버튼 시동과 스마트키 시스템은 기본 품목입니다.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ECM 룸미러, 크루즈 컨트롤, 후방 카메라도 기본. 차이점으로는 풀오토 에어컨, 세이프티 파워 윈도우, 하이패스를 꼽을 수 있겠네요. 2열 에어 벤트는 코나에만. 인포테인먼트의 구성은 크게 달라 보이진 않습니다. 무선 폰 프로젝션, 블루투스 기능을 모두 지원합니다. 스피커 개수도 6개로 동일하고요. 차이라고 한다면 디스플레이의 크기와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정도.
5. 선택품목
트레일블레이저 기본 트림에서 추가할 수 있는 옵션은 딱 2개인데요. 드라이브 어시스트 패키지는 정차 재출발 기능이 포함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변경 및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후측방 경고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천공 천연 가죽 시트, 운전석 전동 시트, 요추 받침, 1열 통풍 시트, 파워 리프트 게이트는 컴포트 패키지 품목이고요.
코나도 많진 않은데요. 12.3인치 내비게이션, 애프터 블로우가 포함된 듀얼 풀오토 에어컨이 묶여 있는 내비게이션 패키지를 비롯해서 프로젝션 타입 풀 LED 헤드램프, LED 프런트/리어 방향 지시등, 18인치 알로이 휠&타이어, 앰비언트 무드램프로 구성된 스타일 I, 스마트센스, 하이패스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선택품목의 구성이 더 넓고 추가했을 때 변화의 폭도 더 많은 건 코나입니다. 그만큼 기본 품목에서 빠진 게 많아 시작 가격이 더 낮을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4월 국산차 판매량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국산 제조사들의 실적도 전달 대비 좋아졌다고 합니다. 쉐보레만 빼고. 지난달 쉐보레의 판매량은 1300대. 브랜드가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피스타치오 카키나 모카치노 베이지와 같은 컬러로 감성을 자극하면서 기존의 것을 어떻게든 포장해서 파는 데엔 한계가 있지 않을까요? 구성도 나쁘지 않고 얼굴도 참 예쁜데 이렇게 잊히기엔 너무 아쉽네요.
글 이순민
사진 CHEVROLET, HK PR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