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의 소형 SUV이자, 순수전기차 '어벤저'가 출시했다. 지프는 미국 고유의 브랜드로써 그 헤리티지와 강인함을 강조하는 기조가 강해왔다. 하지만 시장 다각화를 위해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소형 해치백의 수요까지 넘볼 수 있는 컴팩트 SUV를 기획한다. 어벤저는 라인업에서 가장 작은 신생 차종이자,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자동차라는 타이틀까지 보유하고 있다. 특히 북미 시장과는 정서가 완전히 다른 유럽 시장에서의 기량이 놀랍다. 단기간에 누적 10만 건의 계약을 달성했고, '2023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되는 등 기대감은 더욱 커져갔다.
지프는 2022년 1세대 어벤저를 글로벌 시장에 공개한 바 있다. 지프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콘셉트카와도 거의 동일한 외모로 양산된다. 어벤저의 밑바탕은 푸조-시트로엥 그룹에서 개발했던 전동화 겸용 소형 플랫폼 'E-CMP2'라 한다. 따라서 태생적으로 '유럽'지향적인 세팅이 가능했고, 패키징으로는 지프 고유의 감성만을 구현한 셈이다. 참고로 출시 초기 어벤저는 순수 전기차로만 판매되었다가, 2023년 이래 지금은 내연기관과 PHEV 사양도 출시된 상황이다. 한국 시장에는 2024년 9월 전기차 사양으로만 정식 출시되었다.
어벤저는 지프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유사히 답습했다. 7대륙을 상징하는 7슬롯 라디에이터 그릴과 곧게 솟아있는 노즈, 또 접근각을 고려한 듯 볼륨감이 느껴지는 범퍼 디자인이 특징이다. 헤드램프는 사각형으로 상단부가 DRL로 강조되어 있다. 측면은 오버행이 최소화되고 휠베이스가 확장된 비율이 인상적이다. 부풀려진 휠 하우스가 더욱 다부지고 개성적인 분위기를 남긴다. 그런 입체적인 바디라인은 리어 엔드로 자연스레 연결되며, 리어 범퍼가 굉장히 두껍다. 또 '제리캔' 그래픽을 형상화한 테일램프가 상징적인 디자인 요소가 되어준다.
지프 최초의 순수 전기차지만 딱히 그런 성격이 강조되진 않는다. 컴팩트 SUV로서의 유니크함은 잘 살려내고 있지만, 전기차만의 무언가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 디자인 성향부터가 '지프'스럽지 않나 싶다. 기존 레니게이드가 랭글러의 캐릭터를 받아들였다면, 어벤저는 그랜드 채로키를 주축으로 한 신규 패밀리룩을 바탕으로 한다. 보다 '시티카'스러운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범퍼에 배치된 엠블럼이나 차체 곳곳의 각인, 프린팅 등으로 특유의 아기자기함이 느껴진다. 18인치 휠 사이즈도 스타일을 강화하는 요소였다.
간결함과 실용성이 돋보이는 실내 디자인이다. 10.25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센터 디스플레이로 인터페이스를 구축했고, 직관적인 형태의 새로운 UI가 채택된다. 대시보드 중심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에는 에어벤트가 배치되었고, 상하단부로 구분되며 각각 앰비언트 라이트와 수납공간이 구성된다. 또, 변속기는 센터페시아 하단에 버튼식으로 마련하여 수납공간을 확장한다. 스티어링 휠은 D 컷으로 디자인을 다듬었으며, 운전석 전동시트는 가벼운 마사지 기능까지 포함되었다. 예상보다 전고가 낮지만 감성적인 헤드라이닝 소재와 선루프로 만족감을 보완한다.
뒷좌석 공간이다. 체급에 비해서는 레그룸이 나쁘지 않다. 딱 불편하지 않게 시트 포지션이 잘 조율되어 있다. 차체 공간 대비 헤드룸도 여유가 있었다. 중앙 루프레일을 기준으로 1,2열 여유 공간을 잘 확보했다. 뒷좌석 편의 기능은 USB충전 포트 정도, 넓게 보면 꼼꼼하게 마감되어 있는 러기지 스크린까지 구성된다. 누락된 옵션이 많은 2열과 다르게, 의외로 트렁크는 전동식이다. 넓고 평탄하게 마련되어 있는 공간은 체급 대비 활용성이 좋아 보인다. 전체적으로 오너드리븐 성격이 강한 패키지였다.
기본 115KW 급 전동 모터와 1단 감속기로 앞바퀴를 굴린다. 단순 환산 154Hp의 최고출력과 27.5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며, 선형적인 발진 특성상 응답성은 더욱 경쾌하다. 공차중량은 약 1.58T, 제로백은 대략 9초라 한다. 동급 차종과 다르게 후륜 멀티링크를 택했으며, 안정적인 승차감을 구현했다. 배터리 셀은 CATL사 NCM 기반, 54KWh의 용량으로 292Km의 항속거리를 지닌다. 80%까지의 충전시간이 24분으로 굉장히 짧다. '셀렉 터레인' 주행모드 설정이 가능하며, 배터리 보호에 신경 써 오프로드에도 용이하다고 설명한다.
미국 고유의 브랜드가 유럽 올해의 차에 '최초로' 선정되었다는 건 의미하는 바가 크다. 내연기관 시대에서는 단순한 디자인만이 아닌, 주행, 효율, 유지 등 다양한 측면의 제품성을 따져봐야 했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에서는 제품성이 획일화되는 경향이 강하고, 오직 '브랜드'의 개성으로만 구매해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어벤저는 프랑스 PSA 그룹의 기술력을 밑바탕으로 한다. 곧 스텔란티스의 수직계열화 전략이 미래 시장에서 좋은 효용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유럽차 선호도가 급격히 상승한 한국에서 어벤저가 발휘할 기량이 기대된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