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 SUV, 디 올 뉴 팰리세이드의 세대 교체가 진행되었다. 팰리세이드는 가격대비 넓은 실내 공간과 풍부한 편의 장비를 앞세우며, 국내 준대형 SUV 시장을 활성화시킨 장본인이다. 그 전까지 준대형 SUV 시장은 수입 브랜드들의 니치마켓 정도로 표현할 수 있었다. 관심도가 높지 않은 시장이었다. 그럼에도 분명한 점은 한국 자동차 문화의 정서상 '큰 차'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그에 대한 합리적인 방안을 내놓았고, 성공적인 수요를 이끌어낸다. 차세대 팰리세이드는 더욱 큰 덩치를 가지며, 대담한 디자인과 새로운 구동계통으로 변화하였다.
현대자동차가 더 뉴 팰리세이드 풀체인지를 공개한 건 2024년 4분기였다. 본격적인 생산 판매는 올해 15일부터 시작되었고, 하이브리드 모델은 2분기에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프로젝트 코드는 'LX3'에 해당하며, 현대차 그룹의 3세대 전륜구동 플랫폼으로 새롭게 개발된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현대차의 2.5L 급 터보 엔진을 최초로 탑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팰리세이드는 2018년 글로벌 시장에 처음 출시된 바 있는데, 이전까지 싼타페의 상위 모델로 판매되던 '맥스크루즈'를 대체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개별 차종의 감성 가치를 높이는 디자인 전략을 택한다고 발표했다. 대형 SUV의 특성을 강조하겠다는 의미, 그 서사가 반영된 부분은 전폭을 강조하는 수직형 DRL이다. 거대한 면적의 그릴과 두꺼운 언더커버는 정통 SUV의 멋과 웅장함을 과시한다. 측면은 길게 뻗어있는 보닛과 사선형의 루프라인이 럭셔리 SUV의 이미지를 연출시킨다. 특히 언더커버를 고급스러운 색상으로 마감한 점은 고급화 SUV의 성격을 곧대로 따르겠다는 의지같다. 수직형 테일램프는 타 브랜드의 벤치마킹 보다도, 헤드램프 형상과 통일감을 이루고자 하는 목표로 보인다. 테일게이트 파팅 라인이 깔끔하게 마감된 모습이다.
실제로 접한 팰리세이드의 디자인은 생각보다 낮으면서도 더욱 넓어 보였다. 헤드램프 양측에 배치된 수직형 DRL의 면적이 곡면으로 넓게 확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느 각도에서 바라보아도 시선을 이끄는 특유의 형상은 팰리세이드만의 확실한 캐릭터가 되어준다. 21인치 휠이 평범해 보일 정도로 덩치가 큰 편이다. 그런 특성을 살려 차체 비율은 현대차의 SUV 중 가장 완성도가 높아 보인다. 길게 뻗은 휠베이스와 리어 오버행의 조화가 매력적, 그런 차체 비율을 강조하는 스키드 플레이트나 D필러 몰딩 같은 가나시의 마감 품질도 훌륭했다.고급스러운 거주 공간을 표현했다는 인테리어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센터 스크린을 병렬로 배치했고, CCNC 인포테인먼트를 탑재와 함께 온라인 내비게이션과 AI 어시스턴트 기능을 최초로 탑재한다. 시동 버튼과 기어 시프트를 칼럼 레버에 통합했고, 센터패시아는 물리 버튼을 남겨 직관성을 답습했다. 센터 콘솔은 간결한 구성, 양문형 콘솔박스가 고급감을 더한다. 인 캐빈 카메라나 운전석 에르고 모션 시트 등 고급 장비를 갖추었으며, 투톤 스티어링 휠이나 각종 인조가죽 마감, 스웨이드 헤드라이닝 등 아늑한 실내 분위기가 감각적이었다.
7인승은 2열 독립 시트 구성이다. 캡틴 시트는 윙아웃 헤드레스트와 전동 리클라이닝, 릴렉션 컴포트 모드 등 정교한 시트를 갖추고 있다. 아울러 다이내믹 바디 케어 시트까지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고, 통풍 열선이나 수동식 롤러 블라인드 등 기본 장비도 풍부하다. 2열 공간은 당연히 넉넉한 수준, 3열 좌석의 레그룸도 기존보다 확장되었다. 측면 창을 확장하여 개방감을 더하고, 전동 슬라이딩으로 트렁크 공간을 조율할 수 있다. 트렁크에서 전 좌석 리모트 폴딩이 가능한데, 전 좌석 틸팅 버튼이 따로 준비되어 편리함을 더했다.
배기량 2.5L 급 직렬 4기통 가솔린 싱글 터보 엔진이 탑재된다. 최고출력 281Hp, 최대토크 43Kg.M 수준으로 넉넉한 파워를 갖추었다. 변속기는 8단 토크컨버터가 채택되어 부드럽고 안정적인 출력 배분이 가능할 것이다. 공인 연비는 21인치로 9.0km/l 수준, 공차중량이 2톤을 약간 넘어가며 크기를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 신규 플랫폼 채택과 함께 저 중심 설계를 지향하며 실제 엔진이 낮게 배치되어 있다. 21인치 한정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까지 탑재되며, 이전보다 안정적인 승차감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매스컴과 대중들의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공개된 현대자동차의 팰리세이드 풀체인지였다. 오래간만에 '풀체인지'다운 변화를 보았다. 플랫폼부터 디자인, 엔진까지 새로운 구성을 택했고, 일종의 플래그십 모델인 만큼 고급감을 극대화했다. 전체적으로는 이전 모델이 보였던 현대차 특유의 개성을 덜어내고, SUV 장르의 정통성을 강조한 것 같았다. 아이덴티티를 내려두겠다는게 아니라, 그만큼 본질적인 제품성 자체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준대형 SUV 시장에 뒤늦게 합류한 현대자동차 그룹이지만, 신속한 포트폴리오 구축과 친환경 라인업을 완비하며 더욱 큰 도약을 예정하고 있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