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의 D세그먼트 크로스오버이자 순수 전기차, 2025 ID.5 Pro 등급을 촬영했다. Intelligent design을 의미하는 ID시리즈는 폭스바겐의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 모델과는 차별화된 레이아웃과 디자인으로 전기차만의 감성을 극대화한다. 폭스바겐은 많은 계열사들 중 매스 브랜드를 담당하면서, 전기차의 원가 혁신과 보급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라인업 중 합리적인 가격대와 넓은 실내 공간을 바탕으로 패밀리카 수요를 흡수한 전기차가 ID.4였고, ID.5는 그런 ID.4에 세련된 디자인과 주행 감성을 더한 쿠페형 크로스오버라 볼 수 있다.
폭스바겐이 ID.5를 글로벌 시장에 공개한 건 2021년이었다. 이듬해 정식 생산 및 출고가 시작되었고, 2025년 상반기 국내 시장에도 정식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대략 1년 정도 앞서 출시되었던 ID.4와 동일한 MEB EV 전용 플랫폼으로 개발되었고, 2017년 폭스바겐이 선보였던 ID.크로즈 컨셉트카에 더욱 충실한 디자인을 제공한다. 정확히는 플랫폼 공유가 아닌 ID.4의 파생형이라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많은 부품들을 공유했다. 명확한 차이는 루프라인과 C필러에 집중된다. ID.4와 5는 연식변경과 함께 Pro 모델의 출력을 향상시킨다.
루프 스타일의 차이만으로 디자인의 매력도는 크게 높아졌다. 원래 ID4는 서서히 상승하는 웨이스트 라인과 은색 가니시로 장식한 D필러의 조화가 매력적이었는데, 지금 보면 쿠페 모델의 출시를 미리 계획했던 디자인 같다. 여타 쿠페형 SUV보다 변화 자체는 적다고 보는데 완성도는 오히려 수준급이다. 입체감이 느껴지는 테일램프 디자인은 언제 보아도 멋스럽다. 원래 전기차이자 실용성을 중시 여기는 차량들은 비율적으로 어색할 수밖에 없다. 반면 ID5는 볼륨감을 살린 차체 윤곽과 패스트백 루프, 리어엔드 포지션을 높여 극복했다.
ID5의 디자인은 간결함과 기능성을 중시 여긴다. 입체감을 지닌 IQ.매트릭스 헤드램프는 라이트 스트립을 통해 연결되고, 엠블럼을 강조한다. 전기차답게 라디에이터 그릴은 범퍼 하단부로 낮게 배치되는데, 그 존재감을 과시하는 범퍼가 ID4와는 차별화된다. 오버행이 짧고 휠베이스가 긴 전형적인 전기차의 비율이다. 휠은 20인치, 두꺼운 휠 아치는 SUV의 감각인데 유연한 캐릭터 라인은 세련미를 보강한다. 그리고 패스트백 형태의 루프라인이 ID5의 특징중 하나다. 입체적인 테일램프, 그리고 낮게 깔린 윈드실드와 립스포일러가 교차하며 역동성을 더한다.
실내 디자인은 ID4와 동일했다. 약 5.3인치 크기의 플로팅 타입 디지털 클러스터와 12.9인치 대화면 센터스크린으로 인포테인먼트를 구축한다. 공조 기능을 센터스크린에 통합하면서, 센터페시아는 상당히 간결해진다. 비상등 버튼과 에어벤트만 남았다. 센터콘솔도 컵홀더와 수납공간만으로 구성되며 개방감을 확보했는데, 기어노브는 클러스터 우측에 배치된다. 다채로운 소재와 앰비언트 라이팅, D컷 멀티펑션 스티어링 휠이나 에르고 모션 시트의 조화가 고급감을 더했다. 전면 윈드실드 접합부에 설치된 라이트 바는 안전 경보장치로 적격하다.
뒷좌석 공간이다. EV 전용 플랫폼을 채택한 덕분에 평탄하고 길게 확보된 레그룸이 강점이다. 에어벤트까지 낮게 배치하여 공간감 자체를 강조했다. 파노라마 글래스 루프의 개방감도 탑승감을 개선한다. 독립 공조도 탑재되어 있다. 쿠페형 SUV의 단점은 2열 헤드룸이 비좁아지는 것인데, ID.5의 경우 그 차이점을 체감하기 어려웠다. 루프라인이 헤드룸 시점보다 살짝 뒤에서부터 낮아지고, 트렁크 공간은 러기지 스크린으로 깔끔하게 차단된다. 시트 폴딩이 가능하며, 러기지 보드가 분리형이라 평소에는 바닥면을 낮추고 필요시 평탄화가 가능하다.
2025 ID.5 프로 싱글 모터는 210Kw 급 전동기가 뒷바퀴를 굴린다. 단순 환산 시 286Hp, 55.6Kg.m 수준의 출력을 발휘한다. 1단 감속기가 맞물려 정숙하면서도 파워풀한 가속감이 강점이다. 공차중량은 약 2.15톤 수준으로 예상되며, 제로백 6.7초로 연식변경 이후 응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되었다. 전력량은 88.2Kwh 급, 리튬 삼원계 배터리 셀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ID.4대비 항력계수가 0.02수준 낮아진 0.26Cd인데 실제 항속거리도 10Km 가량 증가한 434Km로 인증을 받았다. 80% 급속 충전시간은 약 28분, 전반적으로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 주행성이다.
전기차 시대로 진입하며 수입차 시장의 문턱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국산차의 원가가 오르는 반면, 수입차의 유지비 부담은 내려간다. 국내에서 단기간에 판매량 3위에 오른 테슬라의 사례가 있으며, 폭스바겐조차도 ID.4가 실적을 견인한 바 있다. 업데이트를 통해 주행성능이 개선된다는 것도 전기차의 특장점이다. 기존 ID.4는 오직 '실용성'에 집중한 디자인을 선보였는데, ID.5는 쿠페 스타일 루프를 더해 외적인 매력까지도 보강했다. 폭스바겐은 점차 디자인 중심의 브랜드로 나아가고자 하며 ID.5는 인식과 판매량 개선을 적극 보조할 것으로 보인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