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코리아 설립 20주년을 맞이한 올해, 한국 시장에 메인스트림 모델 3종에 대한 순수 전기차를 출시한다. 미니가 속한 BMW그룹은 내연기관과 배터리 전기차가 공용할 수 있는 섀시 아키텍처를 통해 단기간에 전동화 트렌드에 대응한 바 있다. 특히 미니는 프리미엄 '시티카'라는 개념으로 장거리보다는 단거리 위주의 편의성과 주행성을 우선 고려사항으로 한다. 그 성격상 주행거리나 인프라에도 크게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전기 모터를 활용한 구동 시스템은 장점이 극대화된다.
앞선 내용처럼 BMW그룹은 전기차에 대한 특수성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편이다. 실제 내연기관 엔진의 미니 3도어 해치백과 순수전기는 플랫폼부터 다르다. 하지만 디자인과 옵션,공간등 최대한 유사도를 높여 출시한다. 그저 엔진 선택지중 하나일 뿐인 셈이다. 대신 내연기관 바탕에는 '쿠퍼 C'라는 명칭을 더하고, 일렉트릭 모델은 '쿠퍼 E'라는 수식어를 사용한다. 원래 준고성능 모델에 '쿠퍼 S'라는 이름을 덧붙여왔고, 작명법을 따라 순수전기도 출력을 구분하여 'S E'라는 표현을 쓴다. 그리고 올해 5월에는 'E JCW' 라인업까지 출시될 예정이다.
결론적으로 미니 해치백과 컨트리맨의 전동화 사양은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 그대로 라인업이 확장된다. 대신 새롭게 출시된 전기차 3종 중 한 대 '에이스맨'은 이전에 없던 온전한 '신 차'라는 점에서 다르다. 2022년 3분기에 공개했던 '에이스맨' 콘셉트를 그대로 양산화 한 차량으로 컨트리맨과 같은 FAAR 플랫폼으로 개발된다. 포지션은 미니 해치백과 컨트리맨의 사이, 그 좁은 간극을 한번 더 채워주는 역할로 오직 순수 전기차로만 출시된다. 즉, 3도어 해치백의 컴팩트함과 컨트리맨의 실용성을 혼합한 훌륭한 절충안이 되어줄 수 있다.
에이스맨은 미니가 라인업 보강을 위해 출시한 10년 만의 신차이기도 하다. 그간 미니는 컴팩트 세그먼트의 리더로서 많은 도전을 감행해 왔고, '쿠페'나 '클럽맨' '페이스맨' 같은 여러 도전적인 소형차들을 출시해 온 바 있다. 하지만 그 끝은 수요 부진에 의한 단종이었고, 미니가 지닌 상징성은 한정된 시장에서 유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에이스맨은 분명 '필요'에 의한 라인업 보강이라는 사견이다. 전동화 해치백은 오직 '3도어'로만 출시되었으며, 5도어 EV에 대한 수요를 컨트리맨이 모두 흡수하기엔 성격 차이가 크다. 그에 대한 해답이 주어진다.
미니 에이스맨의 디자인은 기존 3도어의 헤리티지를 직선적으로 가다듬은 인상이다. 크기뿐 아니라 디자인적으로도 컨트리맨과 해치백의 중간 포지션인 셈이다. 더욱 높아진 전고를 따라 라디에이터 그릴 형상의 면적도 넓어졌고, 흡기구는 하단부에 작게 마련된다. 헤드 램프는 선명한 각이 생겼다. LED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의 그래픽은 3가지 종류 중 설정 가능하다. 헤드램프보다 노즈가 낮게 깔려있는 실루엣은 미니 다운 독특함을 부여한다. 반면, 두꺼운 언더 플레이트와 프런트 에이프런은 컨트리맨처럼 SUV 특유의 강인함을 강조해 준다.
측면과 후면 디자인도 미니 고유의 개성미와 SUV의 특성이 혼재되어 있다. 언더바디 플레이트와 휠 아치 형상이 상당히 독특한 모습, 반면 수평형으로 깔끔하게 마감되는 벨트라인은 디자인적 정교함을 느끼게 한다. 완만히 낮아지는 루프라인은 역동적인 분위기를 제공하며, 루프랙은 역시 SUV의 성격이다. SE 페이버드는 19인치 휠이 채택되었다. 넉넉한 사이즈다. 후면에서는 감성적인 그래픽의 테일라이트와 깔끔한 테일게이트, 그리고 입체적인 범퍼의 조화 또한 매력적이다.
인테리어는 미니의 최신 레이아웃을 그대로 이어받는다. 약 9.44인치 원형 디스플레이에 디지털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각종 기능 조작 Ui를 통합했다. 클러스터가 생략된 자리에는 컴바이너 타입 HUD가 자리 잡는다. 센터페시아는 로터리 타입 시동 버튼과 토글 레버 타입 시동 버튼, 그리고 주행 모드 및 볼륨 조작 다이얼로 구성된다. 낮게 배치한 센터 콘솔은 실내 개방감을 더하며, 스티어링 휠은 2스포크 타입이나 중심부에 직물 스트랩이 추가되었다. 도어트림의 손잡이 형상이 독특하며 앰비언트 무드 램프가 화사함을 더해준다.
인테리어 전면에 사용된 패브릭 소재는 100%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구성이다. 소재감이 고급스럽진 않아도 보기에는 안락하며, 화려한 패턴 장식이 개성미를 더해준다. 1열 시트는 스포츠 시트, 전동시트와 컴포트 액세스 기능을 포함한다. 포지션은 3도어보다 살짝 높다. 2열 공간의 경우 별도의 편의 기능은 없다. 대신 3도어에 비해 한결 여유로워진 실내 공간과 함께, 파노라마 글래스 루프가 개방감을 더한다. 실제 성인이 탑승하기에도 불편치 않은 시트 포지션이 나와준다. 트렁크도 생각보다 깊게 구성되었고, 매트 아래 잔여 공간도 쓸만하다.
미니 에이스맨 쿠퍼 SE는 160Kw 급 전동기가 앞바퀴를 굴린다. 단순 환산 최고 출력은 214Hp, 최대 토크는 33.7Kg.m이다. 단순히 수치상 강력한 퍼포먼스로 느껴지진 않아도, 에이스맨의 컴팩트한 차체와 모터의 응답성을 고려하면 넉넉한 출력이다. 공차중량은 1765Kg, 당연히 파워트레인은 1단 감속기이며 공인 제로백이 7.1초에 달한다. 최고 시속은 170km에 제한되었다. 정숙한 엔진 시동과 부드러운 발진감은 일반적인 전기차와 같다. 변속기를 D에서 내리면 회생제동이 강해지고, 차간 거리를 인식하여 감속하는 적응형 회생제동을 지원한다.
발진감은 선형적이고 경쾌하다. 엑셀 페달을 밟는 만큼 나아가는 느낌, 특히 응답 지연이나 부밍 사운드가 없으니 가속감은 더욱 매끄럽게 다가온다. 3도어와 비교하면,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이 완전히 억제된 편이라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속도감이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즉, 도심 주행에서 느껴질 수 있는 스트레스들을 모두 덜어낼 수 있는 세팅이다. 엑셀을 깊게 밟으면 예상보다 더욱 강한 펀치력으로 반응한다. 제로백 7.1초라고 하지만 체감 가속은 더욱 빠르게 다가오며, 시속 100km를 넘어서도 일반적인 전기차와 다르게 가속력 저하가 크지 않다.
FAAR 전동화 플랫폼을 활용한 섀시는 배터리 셀을 바닥면에 평탄하게 배치한 구조다. 승차감은 약간의 단단함이 느껴지는 편, 해치백의 '고 카트 필링'을 생각하면 부드러운 편이다. 원래 하중이 분산되어 있는 전기차는 동급 내연기관 대비 세팅이 조금 더 하드해질 수밖에 없다. 에이스맨도 그 정도 수준, 롤 스트로크도 SUV라 하기엔 짧다. 방지턱이나 요철에 대응하는 느낌은 예상보다 편안했다. 초반에는 약한 충격이 올라오지만, 리바운드가 잘 억제된다. 스티어링에 대한 반응성은 '미니'다운 느낌으로 민첩한데 무게감이 가볍다.
고속에서의 직진성은 훌륭하다. 탄탄한 댐핑력으로 인해 어느 정도 롤에 대한 저항성도 분명한데, 그 한계치가 높은 편은 아니다. 무게중심 자체가 약간 높은 감각이다. 그럼에도 동급 SUV보다는 분명 안정적이라 표현할 수 있고, 특히 코너에서 느껴지는 기민한 움직임은 '미니'스럽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주행모드는 총 8가지가 제공되는데, 모드에 따라 실내조명이나 사운드, UI 테마 등 전체적인 '분위기' 자체를 설정에 맞게 조정해준다. '고 카트' 모드에서 비로소 에이스맨의 펀 드라이빙 감각을 본격적으로 느껴볼 수 있었다.
스티어링 휠이 확실하게 묵직해진다. 과거 3도어처럼 '무겁다'라고 느껴지는 수준은 아닌데, 에이스맨의 탄탄한 섀시와 균형감이 맞춰진다. 막힘없는 가속력은 여전한 모습이지만, 엑셀 오프시 마치 후연소 소음을 연상시키는 가상 사운드가 주행에 대한 필링을 더욱 자극적으로 만들어 준다. 최고 단계 회생제동은 꽤나 강하게 반응하는 만큼, 부담 없이 가감속을 반복할 수 있다. 해치백보다는 높고 편안하지만, 그래도 미니 브랜드 고유의 즐거움은 남아있다. 함께 레벨 2.5 수준의 ADAS 장비가 탑재되어 장거리 여정을 돕기도 한다.
아울러 에이스맨에는 전력량 54.2Kwh 급 NCM 배터리가 탑재된다. 배터리 제조사는 중국 SVOLT이다. 그에 따른 항속거리는 312Km, 최대 95Kw 급 급속 충전을 지원하여 10 -> 80% 충전시간은 약 31분이다. 넉넉한 항속거리라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일상적인 용도로는 부족함이 없다. 전기차는 소유 환경이 중요한 셈이다. 도심 주행 위주로 운용하는 차량이라면 유류비 절감 효과는 더욱 확실하게 경험할 수 있다. 전기차로 접하는 고급스럽고 부담 없는 에이스맨의 주행감각은 분명 더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다.
미니 코리아 설립 20주년 기념 행사에서, 에이스맨 SE 페이버드 트림을 짧게 시승했다. 대부분의 측면에서 미니 3도어와 컨트리맨의 중간 포지션에 위치한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가격은 물론, 디자인부터 승차감 등등 목적과 타겟층이 분명하다. 그 첫인상이 너무 독특해 보이기도 했지만, 보다 보면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프리미엄 컴팩트카 시장을 리드하는 미니는 순수 전기차 3종을 출시하며 더욱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되었다. 다양하기보다 촘촘하다. 더 넓은 제품성 보다도 확고한 정체성을 답습해오는 미니의 전략은 인상적이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