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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에 가까운 픽업, KGM 무쏘 EV 블랙엣지 시승기

2025년 1분기 국내 자동차 시장은 픽업트럭의 잇따른 신차 출시로 전례 없는 주목도를 이끌고 있다. KGM은 픽업트럭 전용 서브 브랜드 '무쏘'를 런칭한 바 있고, 기아는 군수 사업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타스만'이라는 중형 트럭을 출시한다. 사실, 국내 픽업트럭 시장 규모는 2021년 대략 3만 1천 대 수준에서 2024년 1만 4천 대까지 50% 이상 축소되었다고 한다. 비로소 2025년에는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소비자의 선택지 자체가 넓혀졌다는 게 그 근거다.

KGM은 국내 픽업트럭 메이커 중 가장 오랜 연혁을 쌓아온 기업이다. 이제는 무쏘 스포츠라는 이름을 갖게 된 렉스턴은 경제적인 상품성은 물론, 국내 유일무이한 경제형 픽업트럭이라는 틈새 전략으로 꾸준한 판매를 이루어 왔다. 하나, 그만큼 제품성에서의 큰 변화 없이 명맥을 이어왔기도 하다. 이는 픽업트럭 전체 시장이 큰 폭으로 침체된 이유일 수 있으며, 또 기아가 새롭게 출시하는 '타스만'에 의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KGM은 렉스턴의 모델 체인지가 아닌 신규 라인업 확장으로 대응하게 되었다. 바로 'O100 프로젝트' 이른바 토레스 픽업이라 불려왔다.

토레스 픽업의 명칭은 '무쏘 EV'로 확정 짓는다. 이는 무쏘 브랜드를 대표하는 전기 차량이라는 의미, 토레스 EVX의 BIW를 바탕으로 설계되지만 '픽업트럭'이라는 목적에 충실하다. 그리고 무쏘 EV는 차세대 픽업트럭이라는 사실보다 '전기차'라는 점이 대목이다. KGM이 유일무이한 픽업트럭 제조사라는 타이틀은 사라졌지만, 이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전기 플랫폼 기반의 픽업트럭을 생산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그렇듯 렉스턴의 리뱃징 모델 '무쏘 스포츠&칸'은 경제형으로, 무쏘 EV는 친환경 도심형 픽업트럭으로 시장을 공략하게 된다.

시승회에서는 상품 설명이 우선 진행된다. 차량이 제원이 사전 공개된 후, 공식 시승회가 늦게 시작되었다 보니 내용 자체는 익숙하다. 그 디자인은 도심에 어울리는 미래지향적 이미지, 특히 "로&와이드"한 스타일에 초점을 둔다. 실내 공간에서는 이전 렉스턴의 단점으로 지목되었던 2열 공간을 최대한 넓히고 시트 리클라이닝 기능을 추가했다. 모노코크 기반 섀시지만, 최대 적재 하중 500Kg 달성과 함께 셀프 레벨라이저까지 탑재 가능하다. 차체의 81%가 고장력강으로 동급 최고 수준이며, 전기차의 특수성과 함께 최상의 승차감을 제공해 줄 수 있겠다.

제품 컨셉은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며 일과 레저를 함께 즐기는 열정적인 라이프 크리에이터'라 한다. 다만, 전기차라는 특성상 소상공인 등 사업자에게 가장 유리한 구매 조건을 보여주게 된다. 싱글 모터와 듀얼 모터 사양을 제공하고, 싱글 모터 17인치 휠 기준 400Km라는 넉넉한 항속거리를 보유한다. 이는 Cd에서 가장 불리한 형상으로 기록된 수치인만큼, 도심 주행에서는 훨씬 효율적인 전비를 보여준다는 의미가 된다. 복합 전비가 4.2Km/kWh, BYD의 CTP 배터리팩을 적용했다. V2L은 실외에서만 지원하며, 별개로 BMS 성능 개선을 통해 안전성을 높인다.

시승 차량은 무쏘 EV 2WD 블랙엣지 사양이다. '블랙엣지' 등급은 기본 MX 대비 블랙 색상으로 커스텀 된 외관 디자인이 추가된다. 실내에는 천연 가죽 시트와 스웨이드 마감 등 디자인이 개선되는 점과 더불어 편의 장비가 더해진다. 워크인 디바이스, 2열 히팅 시트, 디지털 키, 무선 충전 패드, 알파인 오디오와 도어 스팟 램프 등이 그 품목이다. 추가 선택 옵션으로 롤바와 루프 플랫 캐리어가 포함된 '스타일업 패키지'와 '3D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이 추가되어 있는 차량이다. 참고로 AWD를 선택한다면 셀프 레벨라이저까지 기본이다.

무쏘 EV의 디자인은 'Handy & Tough' 컨셉이다. 토레스 EVX와 같이 6개의 그릴 바 형상을 나타내는 수평형 DRL이 채택된다. 때문에 첫인상은 토레스 EVX와 정말 유사한데, 세세하게 따져보면 차이점이 더 많다. 특히 정면 가니시 면적이 과장되어 있는 범퍼는 기존 토레스의 형태와 닮아있다. 전면 범퍼 하단부는 두꺼운 언더 플레이트가 강조되는 디자인으로 정통 SUV의 강인함을 표현했다. 전체적인 외모는 세련미와 강인함이 적절지 조화되기 때문에 만족감이 높고, KGM 측은 전조등 가시성이 아쉽다는 평가를 받아들여 조사각을 개선했다고 한다.

측면 디자인이다. 마찬가지로 전방부는 기존 토레스 라인업과 유사한 형태를 보인다. 대신 휠베이스가 더 길게 연장되면서 웅장함은 더해졌다. 블랙 색상으로 마감된 A필러는 MX 사양도 동일하다. 대신 블랫 엣지 모델은 전용 17인치 휠이 제공되고, C필러 가니시나 엠블럼, 루프랙 등 검은색 포인트 컬러가 추가된다. C필러 가니시 형상은 무쏘 EV만의 캐릭터가 된다. 기존 토레스 라인업에 제공되던 C필러 커버를 대신하는 역할쯤 되겠다. 마치 손잡이 같아 보이기도 하는데, 손잡이로서 역할은 고려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휠 아치 커버에도 액세서리가 추가되어 시선을 이끈다. 무쏘 EV는 휠 인치가 17인치로 차체 크기에 비해 많이 작은 편인데, 블랙엣지 트림은 올블랙 컬러로 제공되니 나쁘지 않다. 후면 디자인은 완전히 새로운 구성이다. 특히 테일램프의 입체감은 마치 컨셉트카의 스타일링처럼 느껴지는데, 테일게이트의 음각 로고와 함께 꽤나 역동적인 분위기를 제공해 준다. 리어 범퍼에는 사이드 스텝 형상을 재현하여 적재함 사용성을 개선했기도 한다. 리어 범퍼에도 역시 두꺼운 로워 가니시가 부착되어 차체 보호는 물론 스타일링 요소의 역할까지 맡아준다.

실내 구성은 기존 토레스 EVX와 거의 동일했다. 12.3인치 병렬 디스플레이 적용과 함께, 아테나 2.0 버전 개선형 GUI를 채택한다. 기어 레버는 토글 타입, 2층 구조의 센터 콘솔은 뛰어난 수납 능력을 보여준다. 더블 D컷 형태의 스티어링 휠과 다채로운 실내 마감 소재, 앰비언트 라이트가 고급스러움을 더해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번 무쏘EV 블랫 엣지는 전용 엠블럼과 함께, 암 레스트와 헤드레스트 등 스웨이드 소재의 마감이 매력적이다. 특히 헤드레스트 자수로 각인된 무쏘 로고가 마음에 든다. GUI에 한해 무선 OTA 기능까지 지원한다.

2열 공간이다. KGM 측 설명처럼 부족함 없는 공간을 보여준다. 특히 전기차임에도 시트 높이가 충분하다. 80mm 시트 슬라이딩 적용 시, 최대 32도까지 등받이 각도를 눕힐 수 있다. 평균 신장의 성인이 탑승한 경우 편안한 시트 포지션 구현이 가능한 셈이다. 혹시 레그룸이 부족하다면 시트를 세워 보완할 수 있다. 또, 시트를 접으면 뒤편의 잔여 공간이 꽤 넓은 편이라 실내에 보관해야 하는 짐을 적재해 두기 좋다. 적재함은 용량을 최우선, 고강도 플라스틱 소재로 마감되었다. 커스터마이징을 위한 홀과 테일게이트의 소소한 컵 받침 등이 특징이다.

확실히 기존 픽업트럭 대비 시트 포지션을 낮게 조정할 수 있다. 또, 기존의 디젤 트럭 차량들에서 느꼈던 불쾌한 N.V.H 없이 조용한 공회전 감각에 이질감이 느껴진다. 픽업트럭 고유의 터프함은 없겠지만, 도심형으로는 높은 만족감을 제공해 준다. 시승 차량은 EV 2WD 등급으로 약 152Kw 급 모터와 감속기가 앞바퀴에 탑재된다. 단순 환산으로 최고출력 207Hp, 최대토크 34.6Kg.M 수준의 강력한 퍼포먼스를 발휘한다. 공차중량은 2wd 기준 2155Kg인 만큼, 롤 바를 탑재한 시승차량은 대략 2.2톤을 넘어설 것이다.

공차중량을 감안하면 넉넉한 수준의 퍼포먼스는 아닌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실제 발진 감각은 답답함 없이 나아가는 탁월한 가속감을 느껴볼 수 있다. 전기 차량 특성상 소음이 없다 보니 체감 가속은 더 빠르게 느껴진다. 알게모르게 속도계가 빠르게 상승해 있다. 이는 기존 2.2 디젤만을 지원하던 무쏘 스포츠&칸에서 느꼈던 선택의 제약을 해소해 준다. AWD까지 선택한다면 더 이상 출력에 대한 갈증을 일으키는 픽업트럭이 아니겠다. 최대토크가 바로 출력되는 모터 특성을 감안하면, 최대 하중 적재시 고속에서는 발진감이 둔해질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아무렴 도심에서의 가속감 자체는 시원했다. 사실 토레스 EVX에서 보였던 전기 모터의 출력 제어가 어색한 편이라, 급가속이나 고속 선회에서는 토크 스티어가 심하게 발생하는 편이었다.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한계치가 타사에 비해 부족하다는 점은 사실이다. 이번 무쏘 EV는 주행중 느낀 바, 실제 토크 밴드가 너무 급격하진 않다 보니 적절한 접지력을 확보해 주는 모습이었다. 원래 픽업트럭은 적재함의 최대 하중을 고려해서 설계할 수 밖에 없는데,이를 감안하면 500Kg의 하중을 적재했을 때 승차감은 더욱 수준급일 것 같기도 하다.

전체적인 섀시 세팅은 기존 KGM의 승용 SUV와 크게 다르지 않다. 쇽업쇼버가 다소 부드럽고, 댐핑 스트로크는 적당히 길다. 하나, 픽업트럭 치고는 짧다고 볼 수 있겠다. 일반적인 픽업에 비해 무게중심이 낮게 깔려있다 보니 그로 인한 움직임이 안정적으로 느껴지긴 한다. 기존 무쏘 칸은 급제동 시 다이브 현상과 함께 뒷바퀴 측 휠 슬립을 적지 않게 느껴볼 수 있었는데, 이번 무쏘 EV는 제동 시에도 후륜 접지는 물론 다이브 각도가 크지 않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그와 비슷하게 코너링에서도 나름대로의 안정감이 있다. 물론 그 한계치는 낮은 편이다.

즉, 트럭을 트럭답게 주행한다면 무쏘 EV는 최선의 안정감과 부드러움을 제공해 준다. 공통 제공되는 17인치 휠은 구름 저항을 감소하기 위함이겠지만, 실제 승차감에서도 편안함을 더해주었다. 노면 소음을 억제하고, 요철에 대한 충격을 자연스레 완화한다. 고속에서의 정숙성도 기대 이상이었다. C 필러 쪽 소음이 유입되긴 하지만, 소음 자체가 시끄럽다기 보다 전기차가 조용하다 보니 강조되는 느낌이다. 전기 플랫폼 바탕의 섀시는 고속에서도 안정감을 제공하고, 살짝 묵직하게 조율된 스티어링 휠도 예리하진 않지만 편안함이 있다.

인텔리전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물론 자동 차선 변경 등 수준급의 ADAS 장비가 주행 편의를 더해준다. 각종 경보 장치도 안전에 큰 도움이 되며, 서라운드 뷰 카메라까지 옵션 선택이 가능하다. 아직까지 화질과 왜곡 현상이 아쉽긴 한데, 무쏘 EV 자체가 픽업트럭치고는 사각지대가 적은 편이긴 하다. 무쏘 EV 2WD의 항속거리는 400Km, 최대 200KW급 급속 충전으로 24분 만에 80% 충전이 가능하다. 도심에서 급감속과 공회전을 반복한 전비는 5.3Km/kwh로 계측된다. 약 60Km의 거리를 주행했고, 단순 계산으로 도심에서 400Km 가볍게 주행 가능한 전비다.

겨울철 500Kg의 짐을 적재하고 고속주행이 지속되었다면 위와 같은 전비가 기록되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부담감이 느껴지는 항속거리가 아니라는 점, 회생제동에 더욱 집중하고 부드럽게 운행했으면 전비는 더 높았을 것 같다. 전체적인 디자인이나 승차감, 기능 자체가 픽업트럭보다는 SUV처럼 일상적이다. 드넓은 2열 공간까지, 패밀리카의 기능에도 적합하다. 현재 국내에서 '전기 픽업'이라는 무쏘 EV는 대체제가 없어 보이며, 오히려 도심형 SUV와 비교할 때 그 이점이 더 돋보이게 된다.

KGM 미디어 시승회에서 무쏘 EV 2WD 블랙엣지를 시승했다. 토레스 EVX와 유사하지만 더욱 강인하고 웅장한 외관은 무난히 매력적이다. 인테리어도 별다른 차별성은 없지만 기존 쌍용차를 떠올리면 비약적인 발전, 특히 트럭치고 2열 공간이 참 편안했다. 승차감은 승용 SUV처럼 낮고 부드럽다. 전기차의 정숙성은 차별화된 강점이며, 2WD만 하더라도 출력에 대한 갈증없이 시원한 가속감을 제공해 주었다. 전체적으로 픽업트럭 고유의 터프함은 없지만, 부담감 만큼은 확실하게 덜어낸 'Handy & Tough' 트럭 그 자체의 무쏘 EV였다.

글/사진: 유현태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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