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마이바흐의 2인승 로드스터, SL680 모노그램을 촬영다. SL은 메르세데스-벤츠가 1954년부터 연혁을 이어온 고성능 스포츠카이자 로드스터로 알려진다. 그리고 마이바흐는 다임러 AG의 하이엔드급 럭셔리 브랜드로 명성을 쌓아왔다. 그 이름처럼 SL680은 고성능 로드스터 'SL'을 바탕으로, 마이바흐의 컨버전을 거친 초호화 로드스터로 간주할 수 있다. 기존 SL과 달리 2인승으로 수정되었고, 다양한 디자인및 마감 품질을 개선하여 차별화된 감성을 제공한다. 현재 시판 중인 라인업 중 가장 오너드리븐 성향이 짙은 모델이기도 하겠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가 SL680 모노그램을 공개했던 시기는 2024년 3분기였다. 이후 2025년부터 본격적인 시판에 들어갔고, 한국 시장에서는 7월 14일부터 사전 예약을 시작한다. 시작 가격은 3억 4260만 원이다. 원래 SL은 메르세데스-벤츠에서 개발해온 차종이지만, 7세대부터는 AMG에서 전담 개발을 담당하며 GT 후속과 플랫폼을 공용하게 된다. 스포티한 세팅과 함께 최초로 AWD 시스템을 도입하고, S클래스 카브리올레의 포지션까지 흡수하고자 2+2 시트 구성으로 변경된 바 있다. 반면 SL680은 2열 시트를 과감히 생략한 것이다.
마이바흐 SL680은 전용 색상과 파츠로 차별화되어 있다. 전면 그릴은 세로 형태로 변경되었고, 프레임을 강조하는 LED 라이팅이 적용된다. 두꺼운 크롬으로 고급감을 과시하는 전용 범퍼에는 마이바흐 로고 패턴 그릴이 눈에 띈다. 보닛에는 스탠딩 타입 엠블럼이 적용되었고, 픽셀 페인트 기술로 프린팅된 307개의 마이바흐 로고가 인상적이다. 휠은 21인치 멀티 스포크 디자인이 채택된 모습, 역시 두꺼운 크롬으로 마감된 각종 액세서리와 A필러가 무게감을 더한다. 소프트탑에도 새겨져있는 수많은 마이바흐 로고들이 존재감을 과시해준다.
차량 전반을 도배하는 마이바흐 패턴이 보는 이에 따라 과하게 느껴질 수는 있다. 다만 실물로 접해본 결과 생각보다 패턴 자체가 시선에 사로잡히지는 않는다. 멀리서 보면 단지 투톤 컬러의 보닛 같은데, 가까이에서 살펴보는 경우 정교하게 마감되어 있는 엠블럼 패턴을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전면 디자인 구성 자체는 마이바흐 S클래스와 패밀리룩을 보여주며, 전체적인 차량 분위기에서는 21인치 멀티 스포크 휠이 전하는 우아한 스탠스가 돋보인다. 2시트 구조를 택하며 탑 개방 시 느껴지는 우아한 실루엣도 큰 매력이다.
실내 공간이다. 기존 SL과 레이아웃 자체는 동일하지만 차별화된 소재를 적용했다. 도어트림 전체와 대시보드 하단부를 화이트 크리스탈 나파가죽으로 마감했다. 스티어링 휠까지 투톤으로 제공되며, 중앙 스포크 하단에 마이바흐 레터링이 각인된 모습이다. 차량 제어 기능은 대부분 센터 스크린에 통합된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지향하며, 센터 콘솔은 수납공간과 탑 개방 버튼으로 구성된다. 마지막으로 시트를 장식하는 복잡한 패턴과 마이바흐 각인이 극적인 호화로움을 느끼게 한다. 생략된 리어 시트 공간은 간단한 적재 공간으로 마감되어 있다.
SL680에는 배기량 4.0L 급 V8 바이터보 가솔린 엔진이 채택된다. 최고 출력은 577Hp, 최대 토크는 81.6Kg.M 수준의 강력한 퍼포먼스를 제공한다. 변속기로 채택되는 9단 토크컨버터는 기존 AMG SL63 대비 직결감 보다는 부드러움에 초점을 둘 수 있도록 새롭게 세팅되었다고 전해진다. 그 결과 제로백은 4초 SL63대비 소폭 느려졌다. 전자식 AWD 시스템과 후륜 조향 기능이 기본 채택되며, 서스펜션의 강성 계수 또한 SL 대비 낮게 세팅하여 부드러운 승차감을 담아낼 수 있다. 방음재 보강과 배기 시스템 수정으로 N.V.H 성능 또한 개선하여 고급스러운 주행감을 실현해준다.
마이바흐가 메르세데스-벤츠의 서브 브랜드로 재편성된 이후 독자 모델을 만나볼 수 없음에 대한 아쉬움은 분명 있다. 반면, 서브 브랜드 형식으로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더욱 다양한 라인업을 통해 마이바흐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점은 존재한다. 만약 독립 브랜드 체제가 유지되었더라도 기업의 수익성을 따져본다면, 오직 마이바흐만을 위한 2인승 로드스터가 개발되었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을 것이다. 2인승 로드스터라는 장르 자체가 매우 사치스럽고 여유롭다. 그와 더불어 마이바흐의 컨버전을 거친 모습은 극단의 호화로움을 느껴볼 수 있었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