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준중형 SUV 이자, 전기자동차 EV5 롱레인지 어스를 촬영했다. 최근 기아는 RV 위주의 라인업으로 높은 판매량을 유치하며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하게 되었다. 이는 전기차도 마찬가지, 기아의 전기차 중에는 소형 SUV EV3가 국산 전기차 중 내수 판매량 1위를 기록 중에 있다. 다만 플래그십 모델이 되는 EV9은 긍정적인 평가에 비해 저조한 실적을 쌓은 바 있다. 주된 원인은 높은 가격, 기아의 EV5는 보다 경제성을 중시 여기는 순수 전기차로 기대감을 모았다. 특히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준중형 SUV 장르에 속하는 만큼, 선택지의 확장이라는 의의까지 품고 있다.
기아 EV5가 최초로 공개된 시기는 2023년이 3분기였다. 다만, 한국이 아닌 중국 전용 사양으로 현지 생산이 이뤄지는 모델이었다. 프로젝트 코드는 OV1c, 한국 내수용은 OV1'k'로 분류된다. 참고로 당시 EV5는 EV3와 EV4에 앞서 '전륜구동'을 표준으로 했던 E-GMP 전기차의 시작이기도 했다. 이후 대한민국 시장에서는 2025년 3분기에 정식 출시된다. 가장 큰 차이는 대한민국 광주 공장에서 생산한다는 점, 그럼에도 배터리 셀은 CATL의 NCM811을 공급받는다. 그 외 실내 구성이나 옵션 트림 등의 차이가 존재한다.
기아 EV5의 외관은 기존 EV 시리즈의 패밀리룩을 따른다. 하나로 이어진 스타 맵 시그니처 라이팅이 가장 큰 특징,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을 생략하여 더욱 대담하고 단단해 보이는 이미지를 연출한다. 범퍼에는 두꺼운 가니시 몰딩을 부착하여 SUV의 성격을 강조했다. 측면 디자인 또한 뚜렷한 라인은 없지만, 앞뒤 펜더의 볼륨감을 강조하여 역동적인 실루엣을 보여준다. 휠 아치 가니시도 두껍게 마감, 휠 사이즈는 19인치로 세팅된다. 테일램프 그래픽은 전면과 닮아 있습. 역시 두꺼운 범퍼와 가니시 몰딩이 특징이다.
전체적으로 직선 위주의 디자인을 구성하다 보니 차량 부피가 더 크게 느껴진다. 특히 헤드램프 형상 자체가 매우 얇은 편이라 정면 면적은 더욱 넓어 보인다. 노즈 끝부분 모서리 라인을 장식하는 DRL은 차량 전방부가 보다 높아 보이도록 유도한다. 측면 디자인에서도 최신 SUV치고는 벨트라인이 높은 편, 덕분에 차량은 더욱 듬직하고 단단해 보였다. 이처럼 EV5의 외관은 SUV 고유의 강인함을 잘 내포하고 있다. 다소 투박해 보이는 이미지도 없지 않아 있지만, 디자인의 혁신성보다는 상징성을 더욱 중시 여기는 외관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실내 공간이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 그리고 HUD로 인터페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최신 CCNC UI 적용은 물론, 공조장치 조작을 위한 별도의 스크린까지 마련하여 직관성을 더한다. 센터페시아는 중요한 버튼 위주로 간소화되었고, 하단부는 수납공간으로 마감된다. 기어는 칼럼 레버 타입, 센터 콘솔은 지문인식 센서 등 몇 가지 버튼과 가변식 컵홀더로 활용성을 높였다. 그 밖에 시트 기능 조작 버튼은 도어트림에 배치했다. 프리미엄 투톤 스티어링 휠, 릴렉션 컴포트 시트, 앰비언트 라이트 등으로 고급감을 보강한다.
전기차의 이점을 잘 살려낸 뒷좌석 공간이다. 바닥면은 센터터널까지 평탄하게 마감되어 있으며, 파노라믹 선루프 옵션을 제공하는 헤드룸이 정말 여유롭다. 반면, 레그룸 높이가 다소 낮은 감은 있다. 2열 편의 기능으로 암레스트 컵홀더와 에어벤트, 열선 시트는 물론, 2열 독립 공조기와 콘솔 슬라이딩 트레이가 추가되어 있다. 1열 시트백 테이블과 옷걸이로 활용성을 더하는 모습이다. 트렁크 공간도 넉넉하며, 2열 시트를 평탄하게 접을 수 있다. 그에 따라 매트 하단부에도 잔여 공간이 있고, 트렁크에는 실내 V2L까지 적용되어 있었다.
기아 EV5 롱 레인지에는 160kw 급 싱글 모터가 전륜에 탑재된다. 단순 환산 최고 출력은 214Hp, 최대 토크는 30.1Kg.M 수준이다. 1단 감속기가 적용되며 중국 사양의 제로백은 8.5초 라고 알려진다. 전기차는 피드백이 즉답적인 만큼 충분한 성능이라고 볼 수 있다. 배터리 용량은 81.4kWh, 공차중량은 약 1995Kg으로 항속거리 460Km다. 스마트 회생제동 3.0 등으로 에너지 회수율을 높일 수 있다. 최대 350kW 급 충전으로 10%에서 80% 충전 시간은 약 30분, 그 밖에 고속도로 주행보조 2와 같은 풍부한 ADAS 장비가 강점이다.
기아의 EV 시리즈 중 가장 실용적인 제품성을 갖추고 있는 EV5였다. 스타일보다는 거주성에 집중한 듯한 외관, 그리고 풍부한 편의 장비와 넓은 적재 공간을 지니고 있다. 그 지향점이 다른 만큼, 상위 모델 EV6보다도 공간의 여유로움 만큼은 큰 장점이 되어주겠다. 최근 전기차 시장 동향을 보면 결국에는 경제성이 통하는 모습이다. 높은 부가가치를 지향했던 선대 모델들과는 달리, EV5는 동급 내연기관 SUV의 수요까지 넘볼 수 있는 입지를 갖추고 있다. 전기차 캐즘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점차 확장되는 EV 포트폴리오는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