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살아파트'보다 무서운 '순살자동차'?
지난해 수많은 사람들을 경악시켰던 '순살 아파트'를 기억하십니까? 부실공사로 백화점이 무너지고 다리가 무너져서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던 나라에서, '철근'을 빼고 아파트를 지었다는 사실에 수많은 사람들이 경악한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자동차 업계에도 이런 '순살 자동차'문제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철근을 빼먹은 '순살'이 아닙니다, 눈 깜빡할 '순'(瞬) + 죽일 '살' (殺) = 눈 깜빡할 사이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순살 자동차', 바로 자동차 급발진 문제입니다.

지난해까지 국내에 접수된 급발진 의혹 사례는 700건이 넘습니다. 하지만 그 중 급발진 사례로 최종 인정된 경우는 단 한건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째서일까요?
# 급발진 사고는 '순살'...ECU는 '방탄'?

물론 급발진을 주장한 사고 중 상당수가 '운전 미숙' 등의 운전자 과실로 밝혀진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 음주운전을 한 뒤 급발진을 주장한 사례도 있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급발진 의혹을 단순히 '음모론'으로 몰아갈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수많은 급발진 의혹 사태가 포착되고 있는 와중에, 제조사는 이러한 '의혹'을 해명할 필요가 없는 현행 법령상의 한계 때문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차량 급발진 의혹의 해법으로 제시하는 것이 바로 전자제어장치 ECU 소스코드 분석입니다. ECU 소스코드를 분석한다면 차량이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역사상 유일하다시피한 급발진 인정 사례인 미국의 '도요타 급발진 리콜'역시, 미국 법원이 도요타에 ECU 공개를 명령해서 차량의 결함이 밝혀진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물론, 국내 수사기관은 이 ECU를 들여다 볼수조차 없습니다. ECU 소스코드 제공을 강제할만한 어떠한 법률도 없기 때문이죠.

미국의 경우 제품 결함이 의심될 경우, '차량 제조사'가 '결함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해야만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도요타의 ECU 소스코드 공개 판결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내려진 판결이었죠. 하지만 국내 소비자보호법은 소비자가 제조물 하자로 인한 손해를 주장할 경우, 소비자가 실제로 제품의 결함을 밝혀내야만 합니다. 하지만 ECU 소스코드조차 제공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일반 소비자가 차량과 같은 첨단 제품의 하자를 밝혀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죠.
# 급발진엔 여야가 없다! 하지만...
다행히 이러한 현행법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한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보수냐 진보냐, 여당이냐 야당이냐를 떠나 초당적으로 '급발진 문제'에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겁니다.

해당 법안들은 대체로 차량 등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전자제품의 경우, 제품에 하자로 인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에 제품 제조사가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이 법안들이 통과된다면 급발진 의혹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제조사가 결함이 없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하지만...

# 자동차 급발진 문제! 올해 진짜 X되게(폐기되게) 생겼다?
하지만 이렇게 발의된 법안들이 실제로 효력을 가지려면 당연히 국회 본회의를 통해 실제 법안으로 입법되어야만 합니다. 문제는 21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이미 종료된 상황이라는 거죠.
이대로 앞으로 약 반년 뒤인 2024년 5월 29일이 돼서 국회 임기가 종료된다면, 해당 법안들은 모두 자동으로 폐기될 운명입니다. 더 답답한 문제는 이제 얼마 있지 않아 총선이 다가옵니다. 새로 선출될 국회의원들이 비슷한 법안을 또 입법하리라는 보장 자체가 없는 상황인 거죠.
그렇다면 국회에 발의된 급발진 대책 법안들은 이대로 폐기될 운명일까요?
불행 중 다행으로, 아직 마지막 한 가지 방법이 남아 있었습니다. 과연 그 방법이란 무엇일까요? 자동차 급발진 문제를 해결할 마지막 골든타임 이야기! 엔카매거진 '차부심'에서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