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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다섯 개! 추억의 국산 5DR 자동차들

예전부터 세단 인기가 높았던 국내 자동차 시장. 아무래도 남들 시선 의식한 탓이겠죠. 하지만 요즘은 SUV나 해치백의 판매 비중도 세단만큼 치고 올라왔습니다. 실용성만을 내세웠던 것으로부터 이제 스타일리시함을 강조할 수 있는 수단이 된 까닭일 테죠.

얼마 전 기아차가 K3 GT를 만들면서 5도어 버전을 함께 내놓았습니다. 으레 "구형 K3 유로와 별반 다르지 않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예측은 빗나갔습니다. 이전의 짤막한 해치백이 아닌 패스트백 스타일이라서죠. 이 때문에 살짝 i40 왜건의 향기도 느껴집니다. K3 GT는 1.6L 터보 엔진을 답니다. 뒤쪽에는 멀티 링크 서스펜션이 토션 빔의 자리를 꿰찼습니다. 여기까지는 4도어형의 GT와 같습니다. 하지만 5도어는 4도어보다 짐 공간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습니다. 이게 5도어의 매력입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판매된 국산 5도어 모델들은 무엇이 있었을까요? 잘 기억이 안 나신다고요? 대부분 흥행에 참패한 경우가 많아서 그럴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매력 만점 5DR 모델들도 있었다는 사실. 한 번 살펴볼까요?

기아 프라이드

프라이드는 기아차의 전신인 기아산업의 대표 모델입니다. 1987년에 출시한 프라이드는 마쓰다가 설계하고 기아산업이 생산, 포드가 판매한 복잡 미묘한 자동차입니다. 초기에는 3도어만 있었는데 높은 인기로 5도어 모델과 세단형인 프라이드 베타까지 출시되었습니다. 이후 2세대와 3세대로 이어진 프라이드에는 3도어 모델은 없어지고, 4도어와 5도어 형태만 유지되었습니다.

더 뉴 프라이드 해치백(3세대 프라이드)

 

현대 아반떼 XD 스포츠(레이싱)

6세대에 걸친 아반떼의 긴 역사의 중간에도 5도어 모델이 있었습니다. 바로 2세대에 해당하는 XD 스포츠(1.5/1.6L 엔진)와 XD 레이싱(2.0L)이 주인공. 흔하게 볼 순 없었지만 투스카니와 공유하는 베타 엔진을 탑재한 XD 레이싱은 당시 도로 위의 강력한(?) 존재감을 뿜었습니다. 다만 기어비가 길고 실제 운동성이 XD와 거의 같다는 점이 마니아들의 아쉬움을 자아냈죠.

쉐보레 크루즈5

젊은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크루즈. 여기에 탄력 받은 쉐보레는 5도어 모델인 크루즈5를 야심차게 시장에 투입했습니다. 다이내믹을 강조하며 차체의 밸런스도 새로 잡았습니다. 추가로 뒤쪽에는 가스식 쇼크 업소버와 튜블러 타입 컴파운드 크랭크 리어 서스펜션을 달았죠. 하지만 판매 결과는 참혹한 수준. 벤틀리 만큼이나 보기 힘든 존재가 크루즈5입니다. 실용성으로써 덮기에는 너무 못생겼거든요.

크루즈5는 1세대 모델의 마이너 체인지인 어메이징 뉴 크루즈에서도 이어갔지만, 판매 실패 탓인지 더 이상 2세대 모델에서는 국내에 들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2019 CRUZE

 

대우 라노스 줄리엣

이탈디자인의 거장 조르제토 쥬지아로의 손에서 탄생한 라노스. 5도어 타입인 라노스 줄리엣은 먼저 등장한 세단형의 가지치기 모델입니다. 1999년, 긴머리를 휘날리며 라노스 광고에 등장한 안정환을 기억하시나요? 얼굴을 바꾼 라노스2(2000년)에는 정우성이 등장하기도 하죠. 깜찍 발랄한 이미지로 젊은층을 공략했던 라노스는 2002년 단종되며 6년 간의 일대기를 칼로스에 넘겨주었습니다.

기아 슈마

K3 GT 5도어형의 뿌리가 여기 있었네요. 슈마 역시 K3 GT처럼 패스트백 스타일이지요. 지금에 빗대면 A7이나 CLS쯤을 예로 들 수 있을까요. 앞쪽이 토요타 셀리카를 닮았다는 평이 있었지만 판매 면에서 제법 성공했던 모델입니다. 젊은 층에게 사랑 받았죠. 마치 지금의 스팅어처럼. 세단형인 세피아는 고리타분했지만 슈마는 정말이지 캐주얼한 감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슈마 전성기인 1997년 말에 IMF의 국가 구제금융과 그에 따른 기아의 법정관리 등으로 주변 상황이 나빴습니다. 또 티뷰론에 비하면 슈마는 스포츠성 면에서 살짝 애매했죠. 이런 요인들로 슈마는 2000년 단종되었고 이후 마이너체인지 모델인 스펙트라 윙에 자리를 넘기게 됩니다.

슈마를 스팅어의 원조라고 해도 될까?


지금까지 몇몇 국산 5도어 모델들을 추억으로부터 꺼내어 봤습니다. 물론 전부는 아니지요. 전국민이 열광했던 포니도, 좀처럼 보기 힘든 세라토 유로도 있습니다. 아직 신차로 계약할 수 있는 i40는 말할 것도 없고요. 기아차의 이번 K3 GT 5도어 출시는 모처럼 반가운 소식입니다. 다양한 차를 마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잖아요.

K3 GT 5도어의 성패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습니다. 대박이 날지도, 바람처럼 지나갈 차인지도 지금은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차를 선택하고, 기다리는 누군가에게는 큰 기쁨이며, 다른차는 줄 수 없는 행복입니다. 이게 자동차가 더욱 다양해져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고석연

고석연 기자

nicego@encarmagazine.com

공감 콘텐츠를 지향하는 열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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