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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달린 엠블럼, 누가 먼저 사용했을까?

자동차 엠블럼(emblem)은 흔히 브랜드나 모델명을 담아 디자인한 배지를 이야기합니다. 대표성을 띄는 상징적인 의미로도 해석되는데요. 최근에는 브랜드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수많은 자동차 제조사와 이를 대표하는 엠블럼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몇 가지 비슷한 패턴도 찾아볼 수 있었죠. 먼저 페라리, 람보르기니, 재규어처럼 동물을 활용한 브랜드가 있습니다. 항공기 프로펠러를 상징하는 BMW, 톱니바퀴 모양의 시트로엥, 볼 베어링을 표현한 볼보처럼 기계 모양을 본뜬 엠블럼도 있습니다.

그리고 유난히 비슷한 모양의 엠블럼도 있습니다. 날개 모양을 활용한 엠블럼인데요. 국내에서는 제네시스가 날개 형태를 이용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날개 모양 엠블럼을 사용한 브랜드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벤틀리(BENTLEY)

'날개 엠블럼'의 대명사, 럭셔리 브랜드 벤틀리부터 소개하겠습니다. 벤틀리는 영국에서 태어났습니다. 호레이스 밀너 벤틀리(Horace Millner Bentley)와 월터 오웬 벤틀리(Walter Owen Bently) 형제가 1919년 창립했습니다. 같은 해 런던 모터쇼에서 처음으로 '3L'라는 모델을 공개했고 이듬해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바로 이때부터 벤틀리에서 날개 모양의 엠블럼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벤틀리 최초 모델 '3L'는 3가지 버전으로 출시됐습니다. 각각은 엠블럼 색깔로 구분되었는데요. 위의 그림처럼 블루는 일반 모델, 레드는 스포츠, 그린은 슈퍼 스포츠로 등급을 구분했습니다. 날개 배지를 단 이 모델로 1924년 '르망 24시간'에서 우승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벤틀리는 롤스로이스로 인수되었다가 현재는 폭스바겐AG에 속해 있지만 아직도 날개 엠블럼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모든 벤틀리에 같은 형태 엠블럼이 사용되진 않습니다. 1930년 데뷔한 '8L' 모델에는 날아갈 듯한 돌출형의 오너먼트를 사용했죠. 이 역시 날개 모양을 형상화했습니다. 그러나 충돌 보행자 안전을 위해 2010년부터는 납작하게 박힌 배지 형태의 엠블럼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처럼 벤틀리는 1919년 창업 후 날개 모양의 로고를 꾸준히 이어온 브랜드입니다.


애스턴 마틴(ASTON MARTIN)

국내에선 '007 시리즈'에 등장해 널리 알려진 애스턴 마틴도 날개 모양의 엠블럼을 사용합니다. 애스턴 마틴은 영국의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입니다. 애스턴 마틴은 1913년 리오넬 마틴(Lionel Martin)이 창립했습니다. 튜닝 회사로 시작했으나 운이 없게도 1차 세계대전 시기를 겪게 됩니다. 전쟁은 끝났지만 재정난 악화로 공장문을 닫은 것도 여러 차례. 결국 1947년에 데이비드 브라운(David Brown)에 매각이 됩니다. 지금도 애스턴 마틴 모델명에 DB가 붙는 것도 이 때문이죠. 이러한 과정에서도 애스턴 마틴은 날개 모양의 엠블럼을 꾸준히 고수하게 됩니다.

특히 1932년 이후 큰 변화가 없습니다. 지금의 것과 비교해도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죠. 이 엠블럼은 태양신의 상징으로 신성시되고 있는 이집트' 스카라 베라'라는 풍뎅이 날개를 모티브로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조금 더 앞서 1927년부터 사용된 로고도 날개를 펼친 'V' 형태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물론 브랜드 이니셜이 크게 새겨져 있어 지금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지만 말이죠.


크라이슬러(CHRYSLER)

캐나다계 미국인 월터 퍼시 크라이슬러(Walter Percy Chrysler)가 1925년 창립한 크라이슬러. 한때는 포드, GM과 더불어 미국 3대 자동차 회사로 꼽힐 만큼 화려한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런 크라이슬러가 지금 사용 중인 엠블럼 역시 양쪽에 날개 형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935년까지는 크라이슬러 엠블럼에 날개 형태가 사용되지 않습니다. 당시는 넓은 면을 활용한 휘장 형태에 브랜드 이름이 새겨져 있었죠. 그러나 라디에이터 마개 역할을 하는 '후드 오너먼트'에서 날개 모양이 사용됩니다. 창립 초기부터 크라이슬러의 '날개'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본격적으로 엠블럼에 날개가 등장한 건 1936년입니다. 이 엠블럼은 세단과 쿠페 등 다양한 형태로 출시된 크라이슬러 '임페리얼 C-10'에 달려 나옵니다. 전면부가 아닌 뒷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죠. 이후 로얄 컨버터블 등 크라이슬러의 다양한 모델에서 날개 모양의 엠블럼이 장착되기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브랜드 이니셜, 방패 모양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지만 현재 모습은 2009년부터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미니(MINI)

BMW그룹에 속한 미니도 날개 모양 로고를 사용하는 대표 브랜드입니다. 미니의 시초 모델은 1959년 오스틴 모터 컴퍼니와 모리스가 합병된 BMC(British Motor Company)에 의해 탄생합니다. 당시에는 미니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았죠. 합병 전 회사 이름의 영향으로 오스틴 세븐, 오스틴 쿠퍼, 모리스 마이너 등의 차명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이후 1969년 BMC와 레일랜드의 합병으로 '미니'라는 통일된 이름이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날개 모양의 엠블럼은 1959년 생산을 시작한 모리스의 마이너(Mk I)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양쪽으로 곧게 뻗은 세 줄 날개가 1990년대 크라이슬러 엠블럼과도 비슷합니다. 이후 미니가 사용한 배지는 100여 가지가 넘습니다. 초기에는 여러 곳에서 차를 만들고, 작은 버전 변화까지 배지에 담으려는 정체성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지금의 미니 로고는 지난해 말부터 공식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처음 공개된 것은 201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자리였죠. 형태만 남기고 모두 덜어냈습니다. 이전까지 차갑고 무거웠던 철제 느낌의 음영도 사라졌습니다. 블랙과 화이트로 최대한 단순화시켰죠. 복잡하지 않은 ‘미니’의 젊고 생생한 느낌이 한층 강해졌습니다.


제네시스(GENESIS)

국내에서는 현대차가 제네시스(BH)에 처음으로 날개 모양 엠블럼을 장착했습니다. 지난 2008년 처음으로 선보이며 독자로 개발한 첫 대형차로 주목받았습니다. 그러나 엠블럼 표절 문제를 의식해 일부 수출형 모델에는 현대의 것을 장착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현재 제네시스는 독자적인 브랜드로 고급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 완전한 독립을 선언했죠. G70에서 G80, G90으로 이어지는 폭넓은 세단 라인업을 갖춘 상태입니다. 추가로 조만간 공개될 SUV GV80에도 날개 모양의 엠블럼이 달릴 예정이죠.

모건 모터스 / 콜벳

지금까지 날개 모양 엠블럼을 사용한 브랜드를 살펴봤습니다. 한 번쯤은 봤을 법한 브랜드가 대부분이죠. 일찍이 1900년대 초반부터 날개 모양을 사용했던 브랜드가 있는 반면, 제네시스처럼 뒤늦게 합류만 브랜드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양이 비슷하다고 벤틀리와 미니를 같은 의미로 해석하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그들은 수십 년의 노력으로 자신만의 뚜렷한 컬러를 구축했지요. 앞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날개 모양을 사용할 브랜드는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들만의 스토리. 그리고 소비자들이 경험하게 될 독창적인 가치가 더욱 중요한 과제로 인식될 것입니다.

고석연

고석연 기자

nicego@encarmagazine.com

공감 콘텐츠를 지향하는 열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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