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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L to KRELL', 국산차 프리미엄 오디오 계보

'17개 스피커로 구성된 렉시콘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 이 문구만 보고 어떤 차인지 맞혔다면 당신은 극한 자동차 마니아일 확률이 높습니다. 정답은 제네시스 G90. 그런데 대형 세단이라지만 스피커가 17개나 있다고요? 뭐 스피커가 24개 달린 S-클래스(부메스터)도 있으니 크게 놀라운 일도 아닙니다.

고급차 오디오 시스템으로 음악을 들으면 '콘서트 홀'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습니다. 필자 역시 좋은 오디오를 품은 차에서는 좀 더 오래 있고 싶더군요.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그건 바로 액튠 오디오 시스템이었죠. 오늘은 국산차의 선택을 받은 프리미엄 오디오에 관해 확인해 봤습니다.


JBL I 국산차 프리미엄 오디오의 시작


아메리칸 사운드의 대표 주자 JBL은 현대차와 긴 시간을 함께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제 JBL을 '국산'이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어찌 됐건 JBL이 처음으로 국산차에 달린건 2002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하반기 출시된 2003년형 에쿠스, 뉴 그랜저 XG, 쏘나타에 JBL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됩니다. 당시 6~11개의 스피커와 고출력을 지원하는 별도의 앰프를 포함했습니다.

JBL 오디오 시스템은 최근까지도 현대차에 장착되었습니다. 구성된 스피커는 조금씩 다르지만 신형 그랜저와 아반떼, i30, 벨로스터에서도 JBL 사운드 시스템을 달 수 있습니다.


BOSE I 대중들의 귀를 사로잡다


보스(BOSE) 오디오 시스템은 프리미엄 오디오를 널리 알린 주인공입니다. 물론 그 전에 JBL이 있었지만 보스만큼의 인지도는 아니었죠. 마케팅적인 측면도 무시할 순 없습니다. 품질 좋은 순정 카오디오를 전면에 내세워 인지도를 높였습니다. 사운드 자체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보스는 미국에 본거지를 둔 음향 업체입니다. 국내에서도 르노삼성과 쉐보레 모델에 널리 탑재되지요. 사실 카오디오 시장에 보스를 능가하는 브랜드가 많습니다. 그러나 국내 카오디오 산업은 젊은층으로부터 시작되었죠. 그들에게 보스 사운드 시스템은 쿵쾅거리는 비트를 맛깔나게 살리기 좋았습니다. 최근에는 현대차그룹 최초로 신형 쏘나타(DN8)에도 보스 시스템이 낙점을 받았습니다.


ACTUNE I 나름 노력한 모비스의 작품


액튠(Actune) 오디오 시스템은 현대모비스가 만든 토종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입니다. 시간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액튠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은 ‘Driving Concert Hall'을 콘셉트로 수입 오디오 브랜드에 대항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도입 차종은 싼타페(DM)와 그랜저(HG), 더 뉴 K7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유명 음향기기 업체로부터의 인증 또는 납품이 곧 프리미엄 오디오를 대변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힘들었던 것. 브랜드 파워도 부족했습니다. 여기에 당시 인지도를 넓혀갔던 보스와는 다른 스타일의 음향도 인기의 걸림돌. 액튠 오디오 시스템은 실내 공간을 활용한 입체적 음향을 중심으로 설계되었습니다. 파워풀 넘치는 우퍼 스피커 중심이 아닌 저음에서 고음까지 모두 무난한 미드 우퍼(도어에 위치)가 강점이었죠. 다양한 악기의 조화가 중요한 클래식 영역에는 강점을 보였지만, 요즘말로 '힙'한 대중가요를 듣기에는 밍밍한 사운드였습니다.


KRELL I 어서와 '크렐'은 처음이지?


크렐(KRELL) 오디오 시스템은 2016년부터 2세대 K7(YG)을 통해 국산차에 도입됐습니다. 사운드 시스템 브랜드의 인증 형태가 아닌, 직접 납품받는 형태로서 첫 탑재돼 화제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코엑셜 스피커(2개의 음역대 구현) 구성이 액튠과 크게 차이가 없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이전까지 없던 미드 레인지 스피커가 추가되었습니다. 2 Way(트위터+미드 우퍼) 타입에서 3 Way(트위터+미드 레인지+미드 우퍼)로 소리의 풍성함을 높였습니다. 크렐 오디오는 이후 팰리세이드, K9에도 두루 탑재되었습니다.

미국 크렐 오디오 시스템의 도입은 적지 않은 반향도 몰고 왔습니다. JBL과 렉시콘 모두 하만의 브랜드인데 삼성의 하만 인수로 현대차의 견제가 시작됐다는 이야기.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신형 쏘나타에는 현대차그룹 최초로 보스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되었습니다.


LEXICON I 국산차 '끝판왕'들과 함께하다


제네시스 브랜드와 K9 등 내로라하는 최고급 국산차는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을 제공합니다. '17개 스피커' 같은 숫자적 우세를 강조한 게 장점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렉시콘은 스피커보다 디지털 신호를 처리하는 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서(DSP) 분야로 더 유명합니다. 이 똑똑한 DSP와 수많은 스피커로 퀀텀 로직 서라운드 시스템(QLS)을 구현하고 있죠.

1971년 설립된 렉시콘 컴퍼니는 전 세계 음악 시장 장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높은 인지도를 자랑합니다. 자동차 오디오도 롤스로이스 팬텀을 시작으로 발을 디뎠죠. 렉시콘은 JBL, 마크 레빈슨과 더불어 하만 인터네셔녈의 계열사입니다. 하만 내에서도 상위 라인에 속합니다. 그래서 클래리-파이(CLARI-FI) 기술도 담고 있죠. 클래리-파이는 요즘처럼 스트리밍 음악을 즐겨듣는 패턴에 최적화된 기술입니다. 원음의 용량을 줄이기 위해 압축되는 과정에서 손실됐던 영역을 최대한 살려주는 기술이죠. 원본 CD만큼의 감동이라면 거짓말입니다. 그러나 클래리-파이 기능을 켜고 끔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고석연

고석연 기자

nicego@encarmagazine.com

공감 콘텐츠를 지향하는 열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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