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만한 차가 어디 있겠어요. 답답함 없이 쭉쭉 나가고 원하는 대로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주니 운전하기 편하죠. 속도를 높여도 불안하지도 않고. 한마디로 가속, 핸들링, 고속 안정성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죠. 연비는 또 좀 좋나. 올라운더, 폭스바겐 골프 말이에요.
지난 화이트 데이, 폭스바겐 코리아는 8세대 골프의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했는데요. 특징을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50년이 넘는 헤리티지에 기반한 모델 특유의 디자인에 최첨단 인터랙티브 라이팅 시스템인 IQ.라이트 LED 매트릭스 헤드 램프를 비롯해서 애니메이션 효과가 있는 3D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모델 최초로 선보이는 전면부 일루미네이티드 로고가 더해졌어요. 그리고 12.9인치 대형 스크린이 적용된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되면서 디지털 기술 활용 측면이 강화됐고 운전석 에르고 액티브 전동 시트, 3존 에어컨,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편의 사양도 챙겼습니다.
틸 셰어 폭스바겐그룹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은 신형 골프를 두고 ‘더욱 정제된 기술력과 디자인으로 완성도를 높인 모델’로 평가하며 프리미엄 컴팩트 모델로서 최고의 만족도를 선사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조금 더 살펴보도록 하죠.
먼저 일루미네이티드 로고. 엠블럼 형태의 조명입니다. 낮보다는 밤에 라디에이터 그릴 라이팅과 어우러지면 볼 만하지 않을까 싶네요. 신형 골프의 트림은 프리미엄(4007만 원)과 프레스티지(4396만 원)로 나뉘는데, 프레스티지 트림에는 새롭게 디자인된 18인치 알로이 휠과 3D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가 적용됩니다.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웰컴/굿바이 3가지 애니메이션 효과를 지원하는데 원하는 걸 골라서 즐길 수 있다네요.
지능형 인터랙티브 라이팅 시스템 IQ.라이트-LED 매트릭스 헤드 램프도 프레스티지 트림부터 누릴 수 있는데요. 전방 카메라, 조향 각도, 속도 등을 종합해 주행에 가장 적절한 빛으로 시인성을 높이는 게 특징. 폭스바겐은 동급 유일이라고 강조하더군요. 기존 5가지였던 외관 컬러에 추가된 색상은 오이스터 실버 메탈릭, 크리스털 아이스 블루 메탈릭, 아네모네 블루 메탈릭입니다.
안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스크린. 최신의 MIB4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되면서 12.9인치로 커졌습니다. 기존 대비 30% 가까이 커진 만큼 체감되는 변화가 클 것 같습니다. 시인성도 그럴 거고. 3분할된 인터페이스는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해서 원하는 걸 원하는 곳에 배치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단의 슬라이더도 일루미네이티드 터치 슬라이더로 바뀌면서 어두운 곳에서 조작의 편의성을 높인 것도 특징. 참고로 MIB4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모든 트림에서 기본 적용. 브랜드의 새로운 음성 지원 시스템 보이스 인핸서도 기본이라는데요. 보이스 인핸서는 핸즈프리 마이크와 뒷좌석 스피커를 통해 1열과 2열 간 소통을 돕는 음성 지원 시스템이라고.
편의 사양으로는 30 컬러 앰비언트 라이트를 비롯해서 모바일폰 무선 충전, 무선 앱-커넥트가 기본이고 프레스티지 트림부터는 운전석, 동승석, 뒷좌석의 온도와 바람 세기를 독립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3존 클리마트로닉 자동 에어컨과 윈드 실드 헤드업 디스플레이, 파노라믹 선루프가 추가됩니다.
이 밖에 IQ.드라이브도 기본 탑재됩니다. IQ.드라이브는 다양한 주행 보조 시스템을 통합 제어하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으로 장거리 주행 시 가속, 제동, 조향을 보조하는 트래블 어시스트를 비롯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전방 충돌 방지 보조 기능 등으로 구성됩니다. 이머전시 어시스트, 차로 이탈 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사이드 어시스트, 하차 경고, 후방 트래픽 경고, 프로 액티브 탑승자 보호 시스템도 포함되고요.
파워트레인은 EA288 evo 2.0 TDI 엔진과 7단 DSG. 최고 출력은 150마력, 최대 토크는 36.7kg.m. 최대 토크가 발현되는 엔진 회전수는 1600~2750rpm. 낮고 넓은 영역에서 발휘되는 힘 덕분에 일상적인 주행에서 답답함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공인 복합 연비는 17.3km/L로 컴팩트 세그먼트에선 높은 수준의 효율성을 보여줍니다. 고속에서의 연비는 20.8km/L. 폭스바겐은 고속 주행 시 1회 주유로 1000km 이상을 달릴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오랜 시간 다듬어진 탄탄한 기본기와 우수한 연료 효율성은 여전하다면서요. 그래서 디젤 엔진뿐인가 봅니다. 여전히.
해치백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한국에서 골프의 누적 판매량은 5만 4600대가 넘습니다. 수입 컴팩트 해치백 모델로는 처음으로 5만 대 이상 판매된 진기한 기록이죠. 폭스바겐은 신형 골프를 시작으로 오는 6월까지 순수 전기 SUV ID.5, 가솔린 대형 SUV 아틀라스, 고성능 모델 골프 GTI을 순차적으로 선보이면서 빠르게 변하는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이를 통해 브랜드의 경쟁력을 제고하면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답니다.
나름 독보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는 해치백 카테고리부터 굳건하게 다지면서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건데 다양한 파워트레인으로 판매되는 골프를 디젤 모델만 가져오다니. 디젤이라서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휘발유보다 저렴하죠. 특히 고급 휘발유랑 비교하면 가격 차이가 더 큽니다. 연비는 훨씬 더 좋고. 하지만 외면받고 있잖아요.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수입차 중 디젤 자동차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해왔습니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디젤 승용차 판매량도 마찬가지고. 이러한 꾸준히 감소세가 보이지 않나 봅니다. 작년에 투아렉도 디젤만 들여오더니. 일부러 안 보는 건가.
권영주 퓨처모빌리티연구소 소장은 디젤을 ‘사라짐을 준비하는’ 동력이라고 표현한 바 있는데요. 그의 설명에 의하면 무기 제조사 크루프와 엔진 제조사 마쉬넨파브릭 아우스부르그가 협력해 프로토타입을 제작했던 1893년 이후 디젤 엔진은 고효율이라는 장점을 토대로 상용차뿐만 아니라 승용차 시장에서도 주력 엔진이 됐지만, 연소 과정에서 나오는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이 환경 규제의 대상이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규제를 피하기 위해 기준을 맞추다 보니 새로운 기술들이 더해졌고 가격도 오르면서 고효율이라는 디젤 엔진의 메리트가 떨어졌다는 게 권영주 소장의 분석입니다. 처음으로 상업용 디젤 엔진을 만들었던 만(MAN)도 뉘른베르크 공장에서 일정 기간 생산이 끝나면 더 이상 디젤 엔진을 만들지 않겠다고 전한 만큼 이젠 정말 용기 있는 자들만이 선택하는 파워트레인이 되지 않았나 싶은데 폭스바겐 코리아의 디젤 사랑은 변함없네요.
물론 국내 출시를 위한 인증에 있어 상대적으로 수월해서 그런 것일 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한국에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를 한 대도 출시하지 않았던 3~4년 전에 비하면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겠다는 폭스바겐의 올해 행보는 큰 발전일지도. 그래도 브랜드의 아이콘인 골프를 중심으로 한국 고객을 만족시킬 매력적인 제품들로 라인업을 꾸려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틸 셰어 대표이사의 바람이 이루어지려면 보다 실질적인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차량 등록비 200만 원 지원하는 거 말고도.
반박 시 님 말이 다 맞아요.
글 이순민
사진 Volkswagen Newsroom, Volkswagen Group Korea, Volkswag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