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방송채널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꽃보다 ㅇㅇ'시리즈를 보면 유럽에서는 도로를 달리는 열차인 '트램(Tram)'을 흔히 볼 수 있다. 유럽 곳곳에서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는 트램. 이번 제네바 모터쇼를 위해 유럽에 머무는 동안 스위스의 수도 베른에서 트램을 직접 이용해 봤다.
유럽에는 왜 트램이 많을까?
한동안 유럽 국가들은 자동차의 폭증으로 인한 도심의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로를 새로 건설하고 주요 교차로를 입체화하는 등 인프라 확장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건물과 거리 등 도시의 정체성을 해쳐가며 무한정 도로를 확장할 수는 없는 일. 도로를 확충하는 식의 '공급 확대'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시도한 정책이 바로 '수요의 축소'. 편리한 대중교통수단을 제공해 '자동차 없이도 불편함하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자동차의 도로 진출을 줄이려고 했다. 많은 교통수단 중에 트램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경제성과 확장성에 있다. 지하철 건설은 건설비 부담이 크다. 반면 트램은 전용 노선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기존 도로를 나눠 이용할 수 있어 도입 비용이 낫다. 더불어 대중교통 간 연계가 뛰어나고 무엇보다 보행자와 장애, 노약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트램은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전기를 동력원으로 한다. 트램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노선을 따라 전기가 공급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 때문에 트램 노선이 빽빽하게 이어져 있는 베른 시내에는 전선이 거미줄처럼 쳐져 있다. 이 전력공급 인프라는 트램 뿐만 아니라 트램을 닮은 전기 트롤리버스(굴절버스)도 함께 이용하고 있다. (트롤리버스는 전력수급을 위해 마치 범퍼카 처럼 더듬이가 달려있다)
자동차와 마주칠 일이 없는 지하철과 달리 트램의 노선은 자동차와 도로를 공유한다. 물론 트램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위한 전용차선이 따로 있긴 하지만 좁은 도로에서는 일반 차로와 합쳐져 트램과 자동차가 함께 달리게 되는 일이 흔하다.
트램과 버스가 다른 점은 지하철처럼 매 정거장 마다 정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타고 내리기 위해 문을 여는 과정은 '셀프'라는 점이 지하철과도 다르다. 승객 스스로 문을 열 수 있다고는 하지만 주행 중 문이 열리기라도 하면 위험한 일. 그 때문에 문을 열 수 있는 상황에서만 개문 버튼에 불이 들어온다.
트램의 좌석은 안락하진 않지만 좌석 간 간격이 넓어 불편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배차 간격도 짧아 '지옥철'이라 불리는 혼잡 현상은 경험할 수 없었다. 물론 러시아워(출퇴근 시간)에 이용해보진 않아 모든 시간에 여유롭다는 보장은 할 수 없지만... 기자가 확인한 시간은 일요일 초저녁. 가장 혼잡하다는 베른 중앙역이었다. 이동 속도가 빠르지 않고 가속이나 감속도 부드러운 편이라 승차감은 오히려 지하철보다 좋았다.
트램과 정류장 사이에는 틈이 꽤 넓어 휠체어로 바로 탑승이 불가능하다. 한국의 저상버스처럼 자동으로 높이를 맞추고 발판을 꺼내주는 기능도 없어 휠체어를 타고 탑승하기 위해서는 개문 후 별도의 버튼을 눌러 기관사가 발판을 내려주기를 기다려야 한다.
트램에는 별도로 요금을 받는 장치가 없기 때문에 정류장에 있는 자판기에서 티켓을 미리 구매해야 한다. 한국의 KTX처럼 별도로 티켓을 확인하는 사람은 없지만 불시 검문 시 유효한 티켓을 소지하지 않으면 80~100CHF(약 9만6,700~12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베른의 트램과 버스는 'Bernmobil'이라는 이름으로 통합돼 가격과 노선, 티켓이 같으며 '구간'과 '시간' 단위로 나뉜다. 기자가 발권한 티켓은 가장 저렴한 2.5 CHF(약 3,000원)로 1~2존까지 짧은 구간을 30분간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이었다. 물론 1~2존을 하루종일 이용할 수 있는 일일권(12.4CHF)이나 12존 일일권(52.8CHF), 기간권 등 다양한 요금제도가 있으며, 관광객의 경우 스위스 내 대부분의 대중교통 수단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스위스 트래블 패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어 상황에 맞는 티켓을 구매하면 된다.